우리가 일상에서 부딪히는 철학적 질문들
앤서니 그레일링 지음, 윤길순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대중들을 위한 철학 칼럼집이다. 의외로 비일상적인, 주제가 나오기도 한다. 저자가 설정한 대중은 정규대학교육을 받았거나, 적어도 그 수준의 독서와 교육을 받은 사람들인 것 같다. 저자가 만나는 '대중'들은 그러한걸까. 하긴 5명중 3명이상이 대학교육을 받는 우리나라도 대중의 교육수준은 높은 편이라고 한다. 실제로 만나보면, 그 통계치를 믿기 쉽지 않지만.

로컬적인 이야기가 종종 나오는 걸 보면, 외국에 출판할 생각이 없었던 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하긴 그 동네가 출판시장이 작지는 않은 것 같다. 책의 수준은 평균정도 되지만, 굳이 이런 책을 번역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종종 든다. 그만큼 국내에 필자가 없다는 뜻일까. 사견이지만 한국에도 이 정도 책을 쓸 수 있는 필자는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저자에 비해서 '이름 값'이 떨어져서 책의 상품성과 가격치환성이 떨어질 뿐...

이 책은 두껍고, 얇다. 책의 두께는 한 대 맞으면 위험할 정도로 두껍지만, 글의 깊이는 저자의 약력에 비해 얇다. 아무래도 대중을 대상으로 해야하다보니, 골치아픈 논의를 건너뛰려 한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고민해보면, 영 답하기가 쉽지 않다.

어차피 이런 종류의 책이 나올거라면 한국인 필자가 쓰는 책이 좋지 않을까. 로컬적인 통계와 시사적인 이야기들이 나올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든다. 물론, 이 책의 수준이 아주 떨어진다거나 그런 말은 아니다. 나름대로 괜찮은 책이고 읽기에 따라 좋은 책이 될 수 도 있다. 하지만 내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한국의 필자들에게 맡겨도 충분히 써낼 수 있는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철학 교양서를 원하는 독자들의 이유는 여러가지다. 지친 일상에 위로를 받기를 원하는 사람부터, 기계같이 돌아가는 삶에 의미를 찾고 싶은 사람, 갑자기 태어나 버린 세상에서 존재가치를 부여받고 싶은 사람,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시야를 넓히고 싶은 사람, '철학'이라는 교양을 쌓아서 실용적으로 사교관계에 써먹고 싶은 사람, '철학'이라는 전공학문을 공부해보고 싶은 사람까지...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있어서, 사실 철학 교양서라 불리는 카테고리에 있는 책들도 굉장히 다양하다. 하긴 애초에 '철학'은 만학의 근원이다. 모든 것이 철학에서 시작되었을 수 도 있고, 철학으로 끝맺어질 수 도 있다.

어쨋거나, 제목은 정말 그럴 듯 하다. 영어판 제목은 더 그럴듯하다. 편집부의 노고가 짐작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