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환 따라쓰기 처음책방 필사책 4
박인환 지음, 김기태 엮음 / 처음책방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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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엔 한 권의 시를 읽고, 마음을 들여볼 수 있는 여유가 있기를

오랜만에 시집 한 권은 오랜 시간 동안 읽었다. 박인환 시인의 <박인환 따라쓰기> 책이다. 이 책은 필사책으로 박인환 시인의 시가 45편 수록되어 있고, 오른쪽에는 필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줄칸으로 되어있다. 동시는 틈틈히 읽는 편인데, 오랜만에 시를 읽으니 다소 어렵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여러 번 읽어본 시들이 꽤 되었다. 조금이라도 시의 의미를 알고 싶어서 말이다. 다 이해가 간 건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좋았던 시 두 편을 소개해 본다.



<박인환의 따라쓰기> 시집에서 인상 깊었던 시 두 편

행복

노인은 육지에서 살았다.

하늘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우고

시들은 풀잎에 앉아

손금도 보았다.

차 한 잔을 마시고

정사한 여자의 이야기를

신문에서 읽을 때

비둘기는 지붕 위에서 훨훨 날았다.

노인은 한숨도 쉬지 않고

더욱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며

성서를 외우고 불을 끈다.

그는 행복이라는 것을 말하지 않았다.

거저 고요히 잠드는 것이다.

박인환, <박인환 따라쓰기>, p.96

박인환 시인은 1950년대에 활동한 시인이다. 여전히 우리나라가 혼란한 시기에 시를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 박인환 시인은 심장마비로 31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목마와 숙녀> 는 시인의 사후 20년이 지난 1976년에 시집으로 나오게 된다. 이번 <박인환 따라쓰기>에 수록된 45편의 시가 더욱 귀하게 느껴진다.



내가 좋았던 '행복'이라는 시를 다시 살펴보자. 일단 시인이 '행복'이라는 제목으로 어떤 시를 썼을지 궁금했다. 최근에 독서모임에서 행복에 대한 각자의 개념을 나눠보았다. 행복에 대한 내가 내린 두 가지 생각이 있다. 첫 번째는 '행복을 달라 했는데 감사를 배우라했다.'는 표현이다. 이 문장은 내가 만든 것은 아니고, 어떤 행사에서 캘리그라피로 예쁜 문장을 써주었는데, 내가 고른 글귀다. 생각해보면, 행복은 감사를 인식하는 데서 부터 오는 듯하다. 행운의 네 잎 클로버를 찾기 위해 우리는 애를 쓰지만, 사실은 그 옆에 수 많은 행복의 세 잎 클러버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나의 두 번째 행복에 대한 생각은 '행복은 포착하는 것이다.'라는 점이다. 무엇 무엇을 하면(이루면), 행복이 오겠거니가 아닌, 하루하루의 행복한 순간을 내가 발견하고, 그 순간을 충분히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내 결론이다.

박인환 시인의 행복에서도 노인은 거창한 행복을 바라지 않았다. 하늘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우고, 차 한잔을 마시고, 성서를 외우고, 고요히 잠드는 일상. 시인에게 행복이란 평온함이 아니였을까? 가장 좋았던 문장은 "시들은 풀잎에 앉아 손금을 보았다"는 표현이다. 풀잎을 고요히 바라보았을 시인의 눈이 떠오르고, 풀입을 바라보다보니 시인의 시상이 풀입에 내려앉아을 것만 같다. 참신하고도 예쁜 표현이다.

목마와 수녀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라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볍웁게 부서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이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 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작가의 눈을 바라다보아야 한다

.....등대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 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 개의 바위 틈을 지나 청춘을 찾은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 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박인환, <박인환 따라쓰기>, pp.6~9

어디서 한 번쯤 들어본 시였다. 이 시가 박인환 시인의 시라는 것을 몰랐을 뿐. 이런 시는 어떻게 음미해야 할까? 시의 의미를 알듯말듯 하다.

처음책방 필사책 시리즈의 네 번째. <박인환 따라쓰기>

좋은 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세상의 가장 위대한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일이며,

그것을 따라 쓰는 것은 그 위대한 사람의 마음에 내 마음을 보내는 일입니다.

<박인환 따라쓰기> 중에서

처음책방 필사책 시리즈에는 김소월, 김영랑, 윤동주 등이 있다. 이번에 내가 읽은 시리즈는 네 번째로 내가 잘 몰랐던 박인환 시인의 시들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책 뒷 부분에 있는 '김기태의 초판본이야기'도 흥미롭다. 시집을 읽다가, 멈춰보고, 필사해본다면, 이번 겨울 같은 가을의 어느 순간을 오랜 시간 동안 기억에 붙잡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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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찾겠다 꾀꼬리 - 어린이와 어른을 위한 동시 동시문학
송영숙 지음, 양채은 그림 / 아동문예사(세계문예)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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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 할머니로 본인을 소개하는 송영숙의 <못 찾겠다 꾀꼬리!> 동시집

요즘에 동시를 자주 읽고 있어요. 짧은 시간에 동심으로 들어갈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못 찾겠다 꾀꼬리!>의 송영숙 동시작가님은 도동이 할머니로 불린다고 해요. 서관, 시, 야기 할머니의 줄임말이지요. 도서관 관장이었던 도서관 할머니에서 동시 할머니까 되기까지. 아이들이 정말 좋아할 할머니지요? 저는 시인의 말에서 작가님이 쓴 말에 공감이 많이 되었어요.

동시 한 편을 빚어내기 위해서

주위에 있는 사물을

특별한 눈과 마음으로 봐야 한다는 것,

아무런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지나쳐 버리기 일쑤인

모든 것들을 어린이의 마음으로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본다는 것,

그런 마음을 가져야만

동시를 빚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알게 되었지만,

한 편의 동시를 어렵게

빚어 내었을 때의

평온해지는 마음을 숨길 수는 없지요.

송영숙, <못 찾겠다 꾀꼬리!>, p.6

시인의 눈으로 세상을 살면 참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얼마나 다르게 세상이 보일까요? 얼마나 예쁘게 세상이 보일까요? 특히 한 편의 동시를 어렵게 빚어 냈을 때, 평온해진다는 마음이 인상 깊었어요. 잘 써지는 동시도 있겠지만, 매달리고 매달려도 뭔가 못마땅한 동시도 있었을테니까요. 동시를 좋아하는 독자로서 편안하게 훌훌 읽은 게 미안해지기도 하네요.

같은 소재의 서로 다른 동시들, <못 찾겠다 꾀꼬리!>

다양한 동시집을 읽다보면, 시인은 챕터별로 동시를 묶어 놓긴 했지만 공통점을 못 느낄 때도 있어요. 그런데 송영숙의 <못 찾겠다 꾀꼬리!>의 동시집은 목차별로 그 차이점이 확 다르게 느껴졌어요. 무엇보다 소재는 같지만 다른 느낌의 동시들이 있어서 읽는 재미도 쏠쏠했답니다. 텃밭, 매미, 단풍잎, 눈, 나비, 한자 등 같은 단어도 시인의 생각이나 감정에 따라 다르게 표현한 점이 좋았어요. 그 중 요즘 날씨에 딱! 어울리는 가을 소재의 동시 두 편을 소개해 볼게요.


바빠진 가을

쪽빛 하늘이 아주 높다.

짓눌리던 무더위 사라지고

하늘을 날 듯 마음 가볍다.

머리 위로

바람도 선뜻 시원하다.

등짝에 내리꽂히는

햇볕은 따갑다.

따가운 햇볕 따끈따근

벼이삭 익는 소리 들린다.

새콤달콤 맛 드는

과수원의 빨간 사관 보인다.

창밖 감나무 한 그루,

초록색 감에 부지런히

감색 칠을 한다.

너무 더워 게으름 피다가

갑자기 정신 차린,

몹시 바빠진 가을이다.

송영숙, <못 찾겠다 꾀꼬리!>, pp.34-35

여름이 점점 더워지고 길어지고 있는 듯 해요. 낮엔 여전히 덥지만 아침, 저녁으로 서늘해진 날씨가 반갑기만 하네요. "너무 더워 게으름 피다가 갑자기 정신 차린, 몹시 바빠진 가을이다."라는 표현이 공감되고 재밌었어요. 몸시 바빠진 가을아~기다리고 있단다.

곶감

나는 쭈글쭈글 주름이 많아.

그래서 이쁘진 않아.

그래도 모두 날 좋아하지.

왜냐구?

달고 쫀득쫀득,

부드럽고 맛이 좋거든.

앞니가 서너 개인 아가들이 좋아하고

앞니만 있는 할머니도 좋아해.

입에서 살살 녹는 맛이거든.

내가 처음부터 주름이 쭈글쭈글?

아니, 아니 너도 알 걸?

바알간 감이 얼마나 이쁜지...

가을 되어 발갛게 익은 감,

껍질 벗겨 가을볕에 말리면

나, 곶감 되지.

너희들 그거 알아?

우는 아기 뚝 그치게 하고

내가 호랑이도 쫓았다는 거.

송영숙, <못 찾겠다 꾀꼬리!>, pp.38-39


큰 아이가 병설유치원을 졸업했어요. 7살 반 담임 선생님이 전통을 중요시 여겼지요. 아이들이 봄에 벼를 심고, 가을에 수확해서 한움큼씩 집에 갖고 오기도 하고, 감을 유치원 입구에 주렁주렁 매달아 곶감으로 만들어서 집에 갖고 오기도 했지요. 추석엔 엄마인 저도 개량한복을 입고 전통놀이를 함께 하기도 했답니다. 겨울엔 아들이 목도리 뜨개질을 여러 개 해오기도 했고요. 곶감을 보면, 그때 아이가 갖고 온 소중한 곶감 2개를 온 식구가 나눠먹었던 추억이 생각나네요.

또 다른 추억은 엄마가 해주는 음식 중에 수정과에 곶감을 넣어서 주셨던 게 생각나요. 곶감 안에 호두를 넣고 돌돌 말아 예쁘게 썰어서 수정과를 먹으면, 최고의 후식이었지요. 송영숙의 <못 찾겠다 꾀꼬리!> 속의 곶감 시는 곶감의 입장에서 시를 써서 특별했던 것 같아요. 최근에 관점 디자이너가 패널로 나온 영상을 본 게 있어요. 관점을 바꿔야 삶을 다르게 살 수 있다는 요지였지요. 사람은 자신 위주로 생각하고 살아가기 마련이잖아요. 동시 중에 의인화된 동시를 만나게 되면, 관점을 바꿔서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하루에 사물 한 개씩, 내가 그 사물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면 창의력도 쑥쑥 늘 것 같아요.

아이들과 따라서 써보고 싶은 동시, <못 찾겠다 꾀꼬리!>

마지막으로 한 편의 동시를 더 소개해 볼게요. 한자를 재치있게 표현한 동시가 꽤 있었는데, 그 중에 아이들과 해봐야 겠다고 찜~해둔 동시랍니다.


우리 가족 생일

한 일() 두 이() 석 삼()

넉 사() 다섯 오()

여섯 육() 일곱 칠()

여덟 팔() 아홉 구() 열 십()

일() 월() 화() 수() 목() 금() 토()

아빠의 수수께끼

우리 가족 생일 한자로 쓰기

아빠의 생일, 九月十日

누워서 떡 먹기지.

엄마의 생일은 더 쉬워.

一月二十三日

내 생일도, 동생 생일도

한자로 쉽게 쓴다.

十月七日, 五月二十三日

송영숙, <못 찾겠다 꾀꼬리!>, p.97

한자를 어려워하는 아이들과 이 동시를 소리내서 읽고, 우리 가족의 생일도 함께 표현해 보려고 합니다. 이 동시집(송영숙, 못 찾겠다 꾀꼬리!)는 작가의 다섯 번째 동시집이라고 해요. 동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시집을 내고 계신 점이 존경스럽네요. 끊임 없는 창작 활동을 하고 계신 송영숙 동시 할머니의 <못 찾겠다 꾀꼬리!>, 많은 분들이 읽어보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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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사랑
민금순 지음, 김한길 사진 / 아동문예사(세계문예)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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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 동시집을 소개해요. 민금순 시인의 <어쩌면, 사랑>

책 표지만 보았을 때는 동시집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요. 시집 같았거든요. 예전에 '디카시'장르를 알게 된 적이 있어요. 사진과 시의 결합이죠. 제가 보았던 디카시에는 시가 짧고 간결한 편이였어요. 이번에 읽은 동시집은 사진 덕분인지 디카시의 동시 버전이라고 소개하고 싶네요. 동시를 쓰는 엄마와 사진을 찍는 아들. 멋진 합작품이 이번 <어쩌면, 사랑> 동시집을 탄생하게 만들었답니다. 동시집을 읽으며 궁금했던 점은 시인이 시를 먼저 썼을까? 아니면 아들이 사진을 먼저 찍었을까? 하는 점이였어요. 아마도 서로가 서로에게 영감을 주지 않았을까 싶네요.



어쩌면, 사랑

힘차게 봉지를 터트리며

빼꼼히 세상을 구경하는

복숭아!

안녕?

세상은 처음이지?

나도 그래

너처럼 예쁜 열매가

나무에 매달리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어

비바람에도 지치지 말고

더 크고 예쁘게

자라나 줄래?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는 일은

어쩌면, 생각보다

쉬운 일인지도 몰라

민금순, <어쩌면, 사랑>, pp.40-41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과일은 복숭아랍니다. 벌써 복숭아를 몇 박스째 먹는지 몰라요. 맛있게 먹기만 했지, 시인처럼 복숭아의 탄생과 성장을 보며 예쁜 시로 담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네요. 나이가 드니 주변의 예쁜 자연, 특히 꽃을 보면 발길을 멈추고 사진을 찍게 돼요. 그런데 딱! 거기까지만 하지요. 자연과 대화도 나눠보고, 짧은 감상평이라도 써 놓으면 좋았을텐데 말이지요. 이번 민금순 시인의 동시집을 읽으며, 사진만 찍지 말고 그 사진에 제 생각을 짧게라도 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수 향일암

계단을 오르다

뒤돌아보면

더 넓어진 바다

가위바위보로

오르락내리락

즐겁게 웃으며 오라고

재미있는

계단 길 놓여 있다

좁다란 해탈문 지나면

이기려고 기를 쓰던

좁은 내 마음도

탁 트인 바다처럼

넓게 퍼진다

민금순, <어쩌면, 사랑>, pp.96-97

이 시를 읽으며, 사진을 보며 괜시리 반가웠어요. 대학생 때, 친구들과 여행을 갔던 추억이 떠올랐거든요. 향일암까지 힘들게 힘들게 올라갔던 기억이 나는데, 시인의 동시로 만나니 배로 반갑더라고요. 민금순 시인의 <어쩌면, 사랑>을 읽으며 어쩌면 동시는 제게 멀리 있는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글로 편안하게 담백하게 담아낸 것 같았거든요.

자연과 손 잡고 살아가는 시인, 민금순


<어쩌면, 사랑> 동시집의 차례는 참 예뻐요.

제1부 봄이랑 가을이랑 손잡고

제2부 여름이랑 손잡고

제3부 겨울이랑 손잡고

제4부 가족이랑 친구랑 손잡고

어쩌면 , 사랑은 어렵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랑이고요.

즐겁고 신나게 살아가는

것으로도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밝고 환하게 웃고 있는 어린이들처럼 말입니다.

민금순, <어쩌면, 사랑>, 시인의 말에서

제가 동시집을 좋아하는 이유를 알았어요. 너무나 당연한 건데, 바쁜 일상을 살다보면 잊게 되는 게 많잖아요. 그런데 동시집을 읽다보면, 내가 놓치고 있었던 소중한 것들을 생각나게 해주고, 일깨워 주는 것 같아요. 민금순의 동시집도 제게 다시 한 번 이야기해주네요. 어쩌면 사랑이 멀리 있는 게 아니라고요. 이번주에 동서가 임신 소식을 전해 주었어요. 결혼한지 오래 되었지만 소식이 없었거든요. 기쁜 마음으로 축하해 주었지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생명임에도 불구하고 엄마 뱃속에 존재하고 있다는 자체 만으로도 사랑이고, 행복이고, 감사잖아요.

숙제 일찍 안 한다고 혼낸 아들에게 미안하고

분수의 뺄셈을 한 번에 이해 못한다고 혼낸 딸에게도 미안하고

생활비 넉넉하게 주지 않는 남편을 얄미워한 것도 미안해 집니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랑이라는 거!

꼭 기억해야겠어요.

민금순의 동시집, <어쩌면, 사랑>을 읽으며, 다른 분들도 나에게 사랑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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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다, 고맙다 고맙지 - 어린이와 어른을 위한 동시 동시문학
안종완 지음, 박서연 그림 / 아동문예사(세계문예)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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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에겐 응원을, 어른에게 위로를 건네는 동시집, <참 좋다, 고맙다 고맙지>

읽으면서 위로를 받은 동시집 한 권을 만났다. 안종완 시인의 <참 좋다, 고맙다 고맙지> 동시집이다. 시인 안종안 시인은 <아동문예> 사장, 박종현 시인의 사모님이다. 저자는 교장 선생님으로 정년퇴임을 하고 <아동문예>지 편집을 하며 아동문학 공부를 하셨다. 44년간 <아동문예>지를 이끌어오신 박종현 사장님이 별세하신 후, 안종완 시인이 운영자가 되었다고 한다. 이 동시집을 통해 내가 좋아하는 <아동문예>지의 간략한 역사를 알게 되어서 흥미로웠다. 동시를 사랑하는 남편과 사는 삶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아마도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고, 시로 지어내지 않았나 싶다. 동시집 <참 좋다, 고맙다 고맙지>의 수많은 동시들에서 이 마음이 느껴진다.



나도 이런 마음으로 살고 싶은 동시집 3편 소개

동시는 어른이 쓴 어린이를 위한 동시라고 한다. 안종완 시인의 <참 좋다, 고맙다 고맙지>는 어른이 읽어도 좋은 동시들이 참 많았다. 그 중 '감사'의 주제로 묶을 수 있을 동시 3편을 소개해 본다.

나는, 오늘

나는, 오늘

몇 번이나 보았지

구름 동동 하늘을.

나는, 오늘

친구와 인사할 때

눈맞춤 했던가?

나는, 오늘

"그래, 잘했어"라고

나를 칭찬했었나?

일기를 쓰면서

나에게 묻는다.

안종완, <참 좋다, 고맙다 고맙지>, p.39

나도 종종 다이어리에 일기를 쓴다. 보통 한 두줄의 감사 일기를 쓰는 편인데, 쓰고 나면 좋은 점이 몇 가지 있다. 하루 중에 감사한 일을 뒤돌아 보기도 하고, 과거에 썼던 일기를 보며 '아, 그때는 이런 일이 있었구나.' 다시금 과거의 좋았던 기억이나 힘들었지만 잘 극복해낸 일을 되새김질 할 수 있어서 좋다. 하지만 때로는 반성일기가 될 때도 있다. 육아를 하면서 내 몸이 힘들거나 일이 바쁘면, 아이들에게 짜증과 화로 대한다.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은 알지만 이상과 현실의 괴리라고나 할까. <참 좋다, 고맙다 고맙지>의 안종완 시인은 왠지 한결같은 감사의 마음을 지녔을 것만 같다. 책날개의 사진만 보아도 인자해 보이신다.

이 동시집의 제목이 좋아서 소리내서 몇 번을 말해 보았다. 참 좋다! 고맙다. 고맙지. 얼마나 좋은 말인가. 사실 이 동시집의 제목은 안종완 시인의 남편 분이 자주 하신 말인 듯 하다. 내가 최근에 참 좋다고 느끼는 장소는 우리집으로 들어올 때, 지나치게 되는 아파트 풍경이다. 물소리를 들으며 힐링하고 가는 장소이기도 하다. 세상을 살아가며, 나이를 더 먹어가며, 나도 긍정의 말을 자주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안중근 의사를 동시집에 담은 시인의 노련함이 느껴지는 동시

안중근 의사

2월 14일은 무슨 날?

"밸런타인데이"

아니, 그보다 훨씬 중요한 날,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날,

바로 안중근 의사가 사형 선고를 받은 날이란다.

안 의사는 여섯 번의 재판에서

일본이 저지른 침략에 대한 죄,

동양 평화에 대한 본인의 생각,

우리나라가 독립해야 할 이유를 세계에 알렸지.

"일본이 공들여 진행한 이 재판의

진정한 승리자는 안중근이다.

그는 월계관을 쓰고 법정을 떠났다."고

영국 더 그래픽 특파원을 말했어.

그런데도 일본은 자기나라의 형법에 따라

억지로 사형선고를 내렸거든.

억울하고 분한 일이었지.

그때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는

"옳은 일 하다 받은 형벌이니

항소하여 목숨을 구걸하지 말고 당당하게 죽어라." 하셨다지.

안중근 의사는 사형 직전에도

"5분만 더 시간을 주십시오.

아직 책을 다 읽지 못했습니다." 하셨대.

- 자기 자신을 보배처럼 생각하라.

- 나의 뜻을 이어 자주독립을 해 다오.

- 나의 뼈는 하얼빈 공원 옆에 묻어 두었다가

나라를 되찾거든 고국으로 옮겨다오.

의사의 뼈를 아직도 찾지 못해

유언을 들어드리지 못한 우리가

밸런타인데이라고 떠드는

초콜렛의 달콤한 유혹에 흔들려서야?

안종완, <참 좋다, 고맙다 고맙지>, pp.86-88

이런 동시는 어린이들이 꼭 읽고 많은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 2월 14일에 초콜릿보다는 안중근 의사의 나라를 향한 애절한 마음이 더 먼저 생각이 나기를...

동시 그림이 특이하고 예뻐서 좋았다

안종완 시인의 동시집, <참 좋다, 고맙다 고맙지>의 그림은 특별하다. 바로 시인의 손녀가 그려준 그림이기 때문이다. 손녀의 이름인 '서연이'는 동시 곳곳에도 등장한다. 할머니와 손녀의 서로를 향한 애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손녀가 얼마나 기특했을까. 할머니가 얼마나 사랑스러웠을까. 많은 사람들이 이 동시를 통해 응원과 위로를 받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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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 17번 - 어린이와 어른을 위한 동화
김경희 지음, 한혜현 그림 / 아동문예사(세계문예)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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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편의 이야기 속에서 반짝이는 아이들, <우리 반 17번>

진수를 따라 학교를 처음 다니는 할머니.

새엄마를 만나 형이 생기는 수빈이.

이주 가정의 대한이.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부족한 영표.

조금 늦은 친구를 이해하고 도와주는 지혜.

가족의 해체로 말문을 닫어버린 현수.

그리고 어른들의 귀염둥이 서로와 친구 유모차.

작가의 말



초등 저학년이 읽으면 좋을 동화책 한 권을 소개할게요. 바로 <우리 반 17번>이랍니다. 표지 제목을 봤을 때는 11번인 줄 알았는데, 17번이었네요. 총131쪽에 일곱 편의 이야기가 밀도있게 수록되어 있답니다.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공통점이 있어요. 어려운 환경에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예쁜 친구들이랍니다. 저자 김경희님의 관찰과 생각으로 태어난 아이들은 내 주변에 있기도 하고, 내 주변에서 찾아보기 힘들 수도 있어요. 가까운 내 친구 중에 비슷한 아이가 있다면 '공감'을 할테고, 내 주변에 없는 친구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면, 사람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 같아요.

일곤 편의 이야기 중에서 인상 깊게 읽었던 두 편의 이야기를 소개해 볼게요.

<우리 반 17번>의 이야기는 할머니의 이야기가 매력적이에요.

이 책, <우리 반 17번> 동화에서는 유독 할머니가 자주 등장해요. 그 중 책 제목과 동일한 단편, <우리 반 17번> 이야기의 할머니는 진수와 함께 초등학교에 등교해요. 왜 그럴까요? 진수가 전학을 왔는데, 그만 다리를 다쳐서 휠체어를 타야 했어요. 할머니의 도움을 빌려 학교에 오고, 생활도 같이 하게 된 것이지요. 그런데, 진수 할머니의 캐릭터가 참 웃겨요.

  • 교실 뒷문에 낙서하는 할머니

  • 그네 탈 때 순서도 안 지키는 할머니

  • 글자를 틀리게 쓰는 할머니

  • 같은 반 친구를 놀리는 할머니

  • 손자를 놀리는 아이를 혼내주는 할머니

  • 반칙까지 하며 달리기에 진심인 할머니

그런데 어느 날부터 할머니가 진수만 학교 앞에 데려다주고, 함께 수업을 듣지 않으시네요. 무슨 일일까요?



아이들한테 미안해서 교실에 오지 않았지만, 사실 할머니는 학교가 처음이어서 너무 재밌게 학교 생활을 한 것이였어요. 공부하는 것도, 노래 부는 것도, 청소하는 것도, 운동하는 것도 다 재밌다는 할머니. 진수가 이 반의 16번이라면, 할머니는 17번 학생이 된 셈이예요. 할머니도 아이들도 행복하게 학교 생활을 할 수 있겠죠?

이 이야기를 읽으며 저의 엄마 생각이 많이 났어요. 제 엄마도 '학교'에 다니고 싶어하셨거든요. 시골에서 자란 엄마는 할아버지가 학교를 제대로 보내주시지 않았거든요. 예전에 엄마가 공부하러 다니실 때, 행복해 하던 모습이 떠올라서 좋았아요. 한편으로 이 이야기를 읽으며 궁금한 점이 생기기도 했어요. 아무래도 단편동화이다 보니,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아 세부적인 내용들이 궁금해 지더라고요.

  • 민수의 부모님은 왜 안 나왔을까?

  • 민수는 할머니와 둘이 사는 가정일까?

  • 아이들은 할머니로부터 어떤 점을 배웠을까?

  • 현장학습을 간 할머니는, 그곳에서 어떤 재미난 사건을 만들었을까?

  • 할머니가 교실에 있으면 담임 선생님은 편할까? 불편할까?

  • 아이들은 진정으로 할머니는 학급의 학생이라는 생각이 들었을까?

단편 동화의 매력은 이런 궁금증을 떠올려보고, 생각해 보는 맛도 있는 것 같아요. 저는 할머니가 그 누구보다도 학교 생활을 잘했을 거라고 믿어요.^^

<내 친구 온달> 속 진호와 지혜의 우정과 사랑 이야기

"지, 지혜야, 우, 우리 다, 당번 활동하자."

"나, 당번 아닌데."

"머, 먼저 오, 온 사람이 그, 그냥 하면 되지."

진호는 친구들과 달리 조금 느린 아이예요. 말도 행동도요. 그렇다보니 친구들에게 인기가 없지요. 학급 임원 선거에도 나가지만 아무도 진호를 뽑아주지 않아요. 1학기 때 전학을 온 진호는 지혜 덕분에 학교 생활에 점차 적응을 하지요. 엄마 친구 아들인 진호는 지혜와 유치원도 같이 다닌 사이랍니다. 어느 날, 미술 시간에 진호의 진가가 발휘돼요. 진호가 벌거벗은 남자 아이를 만들었는데, 진짜처럼 느껴질 정도로 잘 만든 거지요. 친구들의 만들기도 도와주고, '정형외과 의사'라는 멋진 별명도 생겨요.

하지만 한 달쯤 지나자, 진호는 다시 혼자가 됩니다. 친구들은 진호 옆에서 도와주는 지혜를 보며 둘을 바보온달과 평강공주라고 놀기기까지 하지요.



진호는 언어 교정원도 다니고, 동화책도 열심히 읽어요. 그 실력으로 놀리는 친구들에게 멋지게 한 방을 날립니다. 온달장군이 어떤 사람인지 친구들에게 당당하게 말한 거지요. 그런 모습을 본 지혜는 마음이 살짝 심쿵해요. 예쁜 단편이지요?

이 이야기를 읽으며 이 단편 속 진호 같은 친구는 친구들이 학급에서 충분히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딸도 지금 4학년인데, 매년 장애인 친구 한 명과 같은 반이 되고 있어요. 어떤 날은 그 친구가 소란스럽게 해서 수업에 집중할 수 없었다고 하소연하기도 하고, 어떤 날은 같은 반 친구들이 모두 그 친구와 놀려고 쉬는 시간마다 그 친구 자리에 가서 함께 논다고도 하네요. 불편한 점도 있고, 좋은 점도 있나봐요. 엄마 마음으로는 걱정되는 순간도 있지만 다양한 친구와 함께 생활해보는 좋은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나와 다르다고 해서 이상하게 생각하고 배척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함께 수업하고 함께 밥 먹으며, 모두 같은 '친구'라는 생각을 몸으로 배우고 익힐 수 있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딸은 가족 중에 유독 배려심이 깊답니다.

이런 따뜻한 마음인 담긴 이야기를 더 많은 친구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소개하지 못한 다른 이야기에도 짧지만 여운이 많이 남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답니다. 아이와 엄마가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눠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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