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호수
위승환 지음, 이정남 그림 / 아동문예사(세계문예)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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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여행 동화, 위승환의 <하늘 호수>

어른이든 아이든 "여행"이 주는 매력은 큰 것 같아요. 이번에 읽은 위승환의 <하늘 호수>는 주인공과 아빠가 라다크로 여행하면서 성장하는 예쁜 동화랍니다. 약150쪽 분량의 책으로 서사도 탄탄하게 구성되어 있어요. 저자인 위승환 선생님은 실제로 라다크에 다녀온 경험이 있더라고요. 라다크 사람들은 힘든 환경 속에서도 없는 것을 탓하지 않고, 있는 것에 감사하며 살고 있다고 해요. 저자가 감동 받은 공간 중에 하나는 "하늘호수"였던 것 같아요. 한별이의 눈으로 본 하늘 호수는 어떤 곳이였는지 책 내용과 함께 소개해 볼게요.



<하늘 호수>의 주인공, 한별이

한별이는 엄마가 암으로 돌아가셨어요. 방송국 카메라 감독인 아빠를 따라 덜컥 라다크게 가게 된답니다. 하늘이가 라다크에 끌리게 된 계기는 "마멋"을 보고 싶기 때문이에요. 금을 캐는 개미라는 별명(마멋이 굴을 팔 때 나온 흙을 체로 쳐 금가루를 모은대요)을 갖고 있답니다.


라다크는 해발 5천m가 넘는 고개를 잇달아 넘어야 갈 수 있는 곳이라고 해요. 한별이는 고산병도 이겨가며 아빠와 잘 도착한답니다. 라다크를 좀 더 소개하면, 이곳은 중국과 파키스탄에 땅을 맞대고 있어요. 그렇다보니 인도는 두 나라 군인들과 서로 대치할 수밖에 없고요.

한별이는 이번 여행에서 여러 고민거리가 스쳐 지나가요. 그 중 하나는 절친 '석진이와의 다툼'이랍니다. 어릴 때부터 친한 석진이와 5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고 사건이 발생해요. 석진이의 찐득이 장남감을 뺏어서 달아난 한별이를 잡으려다, 석진이가 책상 모서리에 부딪치며 이마가 찢어진 것이죠. 석진이 엄마는 이 사건으로 학교 폭력까지 접수하게 된답니다. 무엇보다 한별이의 마음을 아프게 한 일은 석진이 엄마가 한 말이였어요.

한별이 저 녀석은 정말 못돼먹었어.

엄마 없는 아이들은 꼭

티를 낸다니까.

저런 아이와는 절대 같이

어울리면 안 돼.

위승환, <하늘 호수>, p.42

이번 여행을 통해 한별이는 석진이와의 멀어졌던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되어요. 생각해보면, 석진이와 함께했던 소중한 시간들이 하나둘 스쳐지나간 것이죠. 함께 축구했던 기억, 함께 야구장을 갔던 기억 등이 소중하게 다가와요.


한별이가 여행 중 그리워했던 또 다른 인물은 바로 엄마랍니다. 아직 초등학생인 한별이인데, 엄마가 얼마나 보고 싶었을까요? 하늘호수를 보면서도, 하늘의 별을 보면서도 한별이는 엄마를 한없이 그리워한답니다.


'엄마랑 가족 휴가를 왔다면

얼마나 좋을까.'

엄마 생각이 났다.

엄마가 하늘호수 어딘가에

미리 와 있을 것 같았다.

숨이 멎을 것처럼 가슴이 부풀었다.

엄마 생각을 지우려고 쪼그려 앉아,

잔물결이 찰싹이는

호수에 두 손을 담갔다.

차가운 물이 손을 흠뻑 적셨다.

찰싹거리는 잔물결이 손등을

간지럽혔다.

손 바가지로 물을 떠서 혀를 살짝

내밀었다.

'순한 소금물이야.'

위승환, <하늘 호수>, p.88

한별이의 마지막 그리움의 대상은 좋아하는 서은이에요. 하늘호수에서 서은이의 환상도 보게 된답니다. 서은이에게 자신의 고민도 이야기 나누고, 그러면서 자신만의 해결 방법도 찾게 되어요. 마멋 인형을 서은이와 석진이에게 주기로 다짐하며 하늘호수를 내려오며 이야기가 마무리된답니다.


이 책(위승환의 하늘 호수)을 읽고 나면, 아이와 여행이 가고 싶어질 거예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어린이들이 낯선 나라의 문화도 느껴보고, 친구와의 우정도 깊어지길 기대한다고 서문에 밝히고 있어요. 사실, 요즘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가지만 쉽고 편한 여행을 선호하는 것 같아요. 저도 호캉스를 참 좋아해요. 편하게 밥 먹고, 놀이시설도 한 곳에 있어서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여행에서 아이들의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누군가 다 제공해주는 곳에서는, 생각도 마음도 클 수 있는 기회를 놓치니까요.

아들이 지난 겨울 방학에 아빠와 둘이서 발리를 다녀왔어요. 처음으로 아빠와 둘만이 함께한 여행이었지요. 아이는 스스로 조금은 달라진 것 같다고 해요. 엄마가 보기엔 크게 달라진 건 없으나 '마음'이 성장하지 않았나 싶어요.


어른인 저는 이 책을 읽으며 한별이의 성장을 응원했어요. 낯선 여행지에서 설렘과 기쁨을 느끼고, 속상하고 슬픈 감정을 떨쳐낼 때는 박수를 보내게 되더라고요. 이 책을 읽는 많은 사람들이, 낯선 곳에서의 여행을 꿈꿔보고, 실행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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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함에 알을 낳았다
변정원 지음, 김지연 그림 / 아동문예사(세계문예)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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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며 피식 웃음이 나는 동시집 한 권을 소개해요.

변정원의 <우편함에 알을 낳았다> 동시집이랍니다.

아직 날씨는 겨울과 봄 중간인 것 같아요. 이번에 읽은 변정원의 <우편함에 알을 낳았다> 동시집 표지는 봄스럽답니다. 이 동시집을 여러 번 읽었는데, 피식 웃음이 나는 구절이 많았어요. 시인은 서두에서 이렇게 말해요.

동시는 아이들에겐

마음을 여는 열쇠가 되고,

어른들에겐 잊고 있던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 됩니다.

이 시들이 아이들에겐 맑은 샘물처럼,

어른들에겐 잠시 마음을

쉬어가는 창이 되어

닿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편함에 알을 낳았다>, 시인의 말에서

시인의 바람답게 저는 이 시들을 읽으며 옛 생각이 나기도 했고, 잠시 휴식의 여정이 되기도 했답니다. 아이들과 어른들이 공감할 만한 시 몇 편을 추천해 볼게요. 음미하며 소리 내서 읽어보세요^^


아이들에게 추천하는 <우편함에 알을 낳았다> 시 몇 편


영업비밀

할머니가 물었다

- 너 유튜브 올릴 줄 아니?

- 4학년이나 되었는데 당연 잘하죠

- 그럼 내 낭송 좀 올려주련?

매번 올릴 때마다

용돈을 주신다

검지손가락 바쁘게

또독거리며

잘도 올린다

- 그거 어떻게 하는 건지 내 좀 가르쳐 줄래?

할머니 말씀에 곰곰이 생각하다 하는 말

.

.

.

- 그건 영업비밀!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아이들이 훨씬 더 잘 적응하고 잘하는 것이 많기도 하다. 우리 집 두 아이도 유튜브에서 원하는 정보를 찾아서 요리도 하고, 춤도 배우는 등 취미 생활을 이어 간다. 나보다 정보를 더 잘 찾는다고 느낄 때가 많다. '영업비밀' 동시는 할머니와 손주의 관계가 이어져 있어서 좋다. 새로움을 기꺼이 배우고, 손주에게 도움을 요청하시는 모습이 멋쟁이 할머니처럼 느껴진다. 손주의 말센스에서는 할머니와의 관계가 멀리 느껴지지 않고 친근하게 느껴져서 좋다.


불청객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신나게 놀았다

발가락에 착 달라붙은

작은 모래

씻고 또 털어내도

붙어 있다

발톱에 끼어

떨어지지 않는다

싫어도 할 수 없다

데려갈 수밖에...

동시를 읽다 보면, '제목'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는 동시가 있다. 제목이 시를 더 멋스럽게 살려낸다고나 할까? '불청객' 동시도 그랬다. 여름 바닷가에서 한두 번은 겪어 봤을 상황. 만약 제목을 바꿔본다면 어떨까? 내가 떠오른 제목은 '추억', '더 놀고 싶어' 정도다. 발에 붙은 모래를 씻으며 즐거웠던 추억을 다시 한번 되새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모래 입장에서는 더 놀고 싶어서 발에 붙어 온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할머니 댁 시간 창고

방학이다

할머니 댁에 갔다

하루 종일 놀고

숙제하고

책 읽어도

잘 시간이 멀었다

집에 있을 때는

학교 가랴

학원 가랴

없던 시간이

할머니 집에는

시간이 많다

시간이 모두

시골에 있는 게 분명하다

이 시는 어른도 아이도 공감하지 않을까? 할머니 댁에는 무슨 마법이라도 있는 것처럼 시간이 느리게 가는 편이다. 달리 말하며 면 "심심하다"고도 할 수 있다. 맛있는 걸 항상 해주셔서 먹고 또 먹었던 기억이 난다. 먹고 나면 TV 보고, 다시 간식 먹고의 반복. 심심하지만 그런 여유가 지금은 그립기만 하다. 이 시는 마지막 연이 재밌다. "시간이 모두 시골에 있는 게 분명하다"라는 시인의 표현에 맞아맞아! 맞장구를 치고 싶어진다.

어른들에게 추천하는 <우편함에 알을 낳았다> 시 몇 편


커다란 벼루 위에

까만 돌 하나

골똘히 생각하며

혼자 돌고 있다

먹는 거라곤

그저 물 한 모금

눈을 지그시

감은 채로

사그락거리며

온갖 생각들을

쏟아 놓는다

새까맣게

토해 낸다.

딱! 나의 초등학교 미술 시간이 생각났다. 벼루에 먹을 한없이 갈았던 기억. 같은 방향으로 갈아야 색이 더 진하고 예쁘다고 하여 정성을 들이며 먹을 갈았다. 글씨는 잘 못 썼지만 한지에 한 필 한 필 꾹꾹 눌러 글씨를 썼던 기억이 이 동시를 읽으며 쓱~하고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이런 게 동시의 매력이지!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학교에서 이렇게 먹을 갈지 않는다. 붓글씨 펜 하나로 해결! 옛날 감성을 느끼지 못해서 아쉽기만 하다.


아버지 구두

아침이면

이슬 밟고

먼저 나가고

밤이면

달님 손잡고

조용히 돌아온다

한밤중에야

현관 신발 맨 뒤에서

쉰다

이 시는 요즘 계속 늦게 퇴근하는 남편이 생각난 동시다. 신발장, 구두와 관련한 시는 꽤 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가 특별했던 건 마지막 연에서 생각할 거리를 주었다. 생각해 보면, 집에 일찍 오는 순서대로 신발장 앞쪽에 신발을 벗어놓는다. 특별히 정리하지 않는 이상. 우리 집은 보통 내 신발, 아이들 신발, 마지막에 남편 신발이 저 멀리 뒤에 놓여있다. 이 동시를 보며 남편 신발을 정리해서 다음날 좀 더 편하게 출근할 수 있도록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정원의 <우편함에 알을 낳았다> 동시집 안에는 이처럼 피식 웃기도 하고, 공감도 하고, 생각해 보기도 하는 동시들로 가득 차 있다. 아직 내가 살고 있는 동네는 봄 꽃이 피지 않았다. 좀 더 따뜻해지면, 이 동시집을 들고 한번 더 음미하며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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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와 까마귀
김란희 지음 / 비공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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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우와 직녀 이야기의 다른 버전, <까치와 까마귀>

다가오는 설날에 읽으면 좋을 동화 한 편을 소개해 드릴게요. 바로 김란희 작가님의 <까치와 까마귀>랍니다. 제목을 보고는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제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노래가 떠올랐아요. 또다른 생각은 우리나라에서 길조인 까치와 흉조인 까마귀가 어떤 이야기를 해줄까 궁금한 마음으로 읽었지요. 읽고 나니, 이 책은 오히려 우리가 알고 있던 설화인 "견우와 직녀"의 새 버전 동화라고 소개하고 싶어졌어요. 견우와 직녀 이야기는 은하수를 사이에 둔 두 별이 칠석에 까마귀와 까치가 놓은 오작교에서 만난다는 이야기잖아요.



이 책은 그 견우와 직녀를 새들이 어떻게 오작교를 만들어 주었을까? 에 대한 상상력을 보태줍답니다. 제가 보는 까치는 다 까치요. 까마귀는 다 까만 까마귀인데요. 저자는 까치와 까마귀의 특징을 재치있게 설정했어요. 이 중 큰부리까마귀가 주인공이랍니다.

도대체 해마다 이날만 되면 왜 비가 오는 거야?

김란희, <까치와 까마귀> 중에서

하늘에서 비가 굉장히 많이 내리고, 천둥도 우릉쾅쾅 치는 바람에 마을의 많은 세간살이가 떠내려가요. 덩달아 새들이 먹을 먹이도 거의 없게 되지요. 원인이 궁금한 큰부리까마귀가 하늘에 올라가보니, 그 비는 바로 견우와 직녀의 눈물이었어요. 두 눈물이 만나면 천둥이 치는 것이였고요. 고민 끝에 새들은 견우와 직녀를 돕기로 한답니다. 과연 견우와 직녀는 무사히 만났을까요?

캐릭터가 살아있는 까치와 까마귀의 이야기

우리가 알고 있듯이 까치와 까마귀는 사이가 썩 좋지는 않아요. 특히 풀빛까치는 큰부리까마귀와 투덜투덜하지요. 물론 풀빛까치의 일방적인 미움이지만 나중에는 큰부리까마귀를 도와주게 된답니다.

풀빛까치는 몸을 움추립니다.

여러 번 큰부리까마귀에게 싫다고 말한 것이 떠오릅니다.

큰부리까마귀는 풀빛까치에게 나쁘게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말이에요, 오히려 큰부리까마귀는 은하수까지 다녀왔잖아요.

풀빛까치는 큰부리까마귀의 너른 어깨가 생각납니다.

마음이 든든합니다.

'서로 힘을 모은다고?

나도 힘일 될까?

사실,

나도 조금은 힘이 되고 싶어.'

저는 풀빛까치의 저 문장이 굉장히 좋았아요. "사실, 나도 조금은 힘이 되고 싶어" 이런 이야기는 새들의 이야기로 읽는 것이 아닌, 인간들의 이야기로 읽어야 더 제 맛이겠죠? 저의 인생관은 큰부리까마귀처럼 용기있는 삶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런 용기 있는 사람들은 우러러보는 쪽에 가깝지요. 하지만 그런 사람들 옆에서 조금의 힘은 보태고 싶은 제 마음을 풀빛까치가 대변해 준 것 같았어요. 대견하고 고마운 장면이였답니다.

웃긴 장면도 있었어요. 김대감님의 마을의 배부른까마귀는 언제나 먹을 것이 풍족하지요. 이렇게 많은 비가 내렸음에도 불구하고요. 하지만 다른 까마귀나 까치는 그렇지 못하답니다. 큰부리까마귀가 힘겹게 먹은 애벌레를 비행하다 보니 "똥"이 마려운거예요. 그 때, 입을 벌리고 있는 배부른까마귀 입 속에 빗물과 함게 똥이 떡! 떨이질 때, 통쾌하게 웃으면 읽었답니다. 우리 주변에도 내 배만 부르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때로는 그들에게 이런 똥같은 벌이 살포시 내려지기를 바라봅니다.



말을 예쁘게 지어내시는 김란희 작가님

김란희 작가님의 <까치와 까마귀>을 읽다보면, 말이 참 예쁘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작가님이 시도 쓰지지 않을까 유추해 보았는데, 다른 동화만 더 책날개에 소개가 되었어요. 몇가지 재미난 문장을 만나 볼까요?

  • 큰부리를 내밀려 발딱발딱 제자리 뛰기를 합니다.

  • 물기를 머금고 있는 지붕을 배로 시르르르르 타고 내려옵니다.

  • 쭈르르 매끄러지고 또 떼굴떼굴 구르고 놉니다.

  • 도코리골로 포롱포롱 날아갑니다.

  • 까치와 까마귀들은 날개가 근질근질합니다.

  • 그때 떡더글 떡더글 엄청난 소리르 내며 천둥이 울렸어요.

  • 큰부리까마귀를 시새우며 생긴 슬미움이 없어져 버린 거예요.

무엇보다 까치와 까마귀들의 이름이 예뻐서 애정을 갖고 읽게 되더라고요.




약 20년 뒤에 출판했지만 여전히 따듯한 동화 <까치와 까마귀> , 이런 분들에게 추천해요.

김란희 작가님은 1991년 청년통일문학상공모전에서 <까치와 까마귀>로 통일상을 수상했어요. 까치와 까마귀를 남과 북의 상징성으로 읽어도 손색이 없겠지요. 저는 그렇지 않더라도 이 책은 아이와 어른에게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기는 책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76쪽의 분량으로 저자가 전달하고 싶은 메세지를 독자가 받았다면, 참 좋은 동화겠지요?

작은 날개짓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까치와 까마귀> 책 표지

저는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 사람의 인생에서도, 사회에서도, 나라에서도, 지구촌 차원에서도 말이죠. 우리의 선한 날개짓이 주변에 많은 좋은 영향력을 끼쳤으면 좋겠어요. 그럼 의미에서 이 책은 누구나 읽어도 참 좋다고 결론지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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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에 멈춘 풀꽃시계
윤삼현 지음, 김천정 그림 / 아침마중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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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역사를 서사 동시로 풀어낸 동시집, <4시에 멈춘 풀꽃시계>

특별한 동시집 한 권을 소개할게요. 바로 윤삼현 시인의 서사 동시랍니다. 다양한 동시집을 읽어본 편인데, 서사 동시로만 시집 한 권을 꽉 채운 동시는 처음이었어요. 그것도 주제가 하나로 귀결된답니다. 시인은 머릿말에서 4.19 서사 동시를 쓰게 된 계기는 오롯이 형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어요. 네 발의 총탄을 맞고 죽게 된 형이 얼마나 사무치게 보고 싶었을까요.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이 사회 시간에 '한국사'를 배우고 있어요. 역사를 배우는 방법은 다양하지요. 학교 교과서로 접할 수 있지만 내용이 너무 축약되고, 정보도 한정적인 아쉬움이 있어요. 소설이나 영화로 접하게 되면, 오히려 그 시대의 역사를 더 생생하게 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한강 소설의 <소년이 온다>를 읽고, 마음이 먹먹해지며 한동안 그 시간에 저도 다녀온 것 처럼 마음이 아팠어요. 이번에 이 시집, 윤삼현의 <4시에 멈춘 풀꽃시계>를 읽으며, 동시로도 역사를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꽃 피고 새 노래하는 사월이 오면

더욱 그리워지는 형.

그날 형을 데려간 사월의 꽃바람은

가슴을 긋는 아픔이다.

그날 물큰한 아픔은 붉은 노을처럼

강렬한 기억으로 머물고 있다.

그러나 형의 죽음은 헛되지 않았다.

고귀한 피를 흘려

자유민주주의의 새 하늘을

활짝 열어놓은 형.

형의 용기있는 삶과 생생한 기억이

시가 되었다.

- 시인의 말 중에서 -




서사 동시 몇 편을 소개해요.

풀꽃시계

빈 들판을 키 작은 들풀이 채우고

솔밭 새 불어오는 바람이 이마를 깨웠다.

소년은 들로 나가 염소 풀을 뜯긴다

내년이면 아기 염소 같은 일학년 동생들이 생긴다

1960년을 떠올리면 희망이 물살친다

툭 터진 들판을 향해 손나팔을 하고 외친다

새 해야 어서 와라!

문득 서울에서 공부하는 형이 그립다

신문배달을 하면서 공부하는 형은 고교 2학년

진학반이 눈앞이라 공부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지난 방학 때 내려온 형이랑 봇둑에서

토끼풀 풀꽃시계 두 개를 만들어 손목에 동여맸다

-자유당이 떡 주무르듯 제 맘대로 정치를 하고 있지만

반드시 자유 정의가 꽃피는 봄날이 꼭 올 거야

이 풀꽃시계는 그 날을 불러내는 민주의 시계란다

마음 속 째깍째깍 돌아가는 풀꽃시계

풀꽃시계가 꿈틀 살아 반짝거렸다.

윤삼현, <4시에 멈춘 풀꽃시계>, pp.20~21

서사시 속 주인공과 형은 나이차가 꽤 납니다. 큰 형이 얼마나 위대하게 보였을까요? 작은 동생이 얼마나 귀여웠을까요? 자주 못 보는 형이라 형과 함께한 추억 하나하나가 시에서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형과의 시간을 그리워하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시 곳곳에 뭍어나요.



붉게 물든 풀꽃시계

서대문 국회의장 자택 앞

오후 3시를 넘기자 대학생 천 여명이 달려와 합세했다

선두에 선 형과 흥분한 학생들이 저지선을 밀어붙였다

- 바리게이트가 무너졌다!

-와!

시위대가 황소처럼 들이닥쳤다

의장 자택에 5미터까지 다가섰다

시위대는 의장 집을 겹겹이 에워쌌다

애국가를 부르고 태극기를 휘둘렀다

위험수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한 경찰이 오후 4시 경

일제사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 탕! 탕탕탕!

시위대 맨 앞의 형이 쿡 쓰러졌다

네 발의 총탄이 박힌 형,

아까운 꽃잎이 고개를 떨구었다

붉은 피가 아스팔트를 물들였다

붉은 피는 가슴에 품은 형의 풀꽃시계를 물들였다

형의 민주의 시계바늘이 뚝 멈추었다.

윤삼현, <4시에 멈춘 풀꽃시계>, pp.104~105

시를 읽으며, 마음이 계속 아팠다. 시인은 괜찮았을까? 1960년대, 시인은 초등학생이었다. 책에 수록된 44편의 서사시를 통해 형에 대한 애잔한 마음이 조금은 녹아졌기를 바라본다.

윤삼형의 서사 동시, 이런 사람들에게 추천해요!

  • 아침 마중에서 나온 청소년 시집으로, 역사를 배우는 중고등학생이 읽으면 좋아요.

  • 초등학생이 이 책을 읽고, 역사에서 관심을 갖게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 민주주의 정신을 잊지 않을 어른이 읽어보아도 좋겠어요.

보통 동시집은 짧은 시간에 금새 읽게 되지요. 하지만 이 동시집은 읽다가 자꾸 멈추게 되더라고요. 마음이 아팠거든요. 이런 특별한 시집을 내준 저자와 시의 주인공이자, 우리나라를 위해 애써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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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매실 2025-11-21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픈 현대사를 배경으로 안타까운 가족사가 맞물려 더욱 찡한 감동을 낳는 서사동시집, 인상 깊은 책입니다.
 
장석주 따라쓰기 - 큰 고니가 우는 밤 처음책방 필사책 5
장석주 지음 / 처음책방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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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 한 알'의 시인은 누구일까요?

시인의 이름을 잘 몰라도 시를 보거나 듣다 보면, "아!"할 때가 있지요. 저도 이번에 장석주 시인의 이름을 보고는 내가 모르는 시인이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시집을 읽다보니, 유명한 '대추 한 알'을 쓴 시인이더라고요. 한동안 저의 화장대 앞에 놓아두고 필사한 책을 소개합니다. 바로 <장석주 따라쓰기> 지요. 50년이 되는 세월동안 시를 썼다고 해요. 그 중 이번 <장석주 따라쓰기> 필사시집에서는 76편이 수록되어 있답니다. 필사할 때, 좋았던 점은 책이 예쁘게 펴져서 편했답니다. 편집을 신경써서 한 게 느껴졌어요.



<장석주 따라쓰기> 필사한 시 몇 편을 소개해요






대추 한 알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낱

<장석주 따라쓰기>, p.186

대추 한 알의 시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충격이었어요. 어떻게 저 작은 대추 한 알을 보며, 시인은 저리 깊은 생각을 했을까? 하는 마음이었지요. 저는 지금 제 아들을 키우는 마음이 대추 한 알과 비슷해요. "내가 알아서 할게!"를 달고 사는 아들에게 이 시를 헌사하고 싶은 마음이랍니다. 육아의 보답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때론, 엄마의 말을 들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거든요.

가을의 시

주여 가을이 왔습니다

연인들은 헤어지게 하시고

슬퍼하는 자들에겐 더 큰 슬픔을 얹어 주시고

부자들에겐 귀한 걸 빼앗아

재물이 하찮은 것임을 알게 하소서

학자들에게는 치매나 뇌경색을 내려서

평생을 닳도록 써먹은 뇌를 쉬게 하시고

운동선수들의 뼈는 분리해서

혹사당한 근육에 긴 휴식을 내리소서

스님과 사제들은

조금만 더 냉정하게 하소서

전쟁을 하거나 계획중인 자들은

더 호전적이 되게 하소서

폐허만이 평화의 가치를 알게 하니

더 많은 분쟁과 유혈혁명이 일어나게 하소서

이 참담한 지구에서 뻔뻔스럽게 시를 써온 자들은

상상력을 탕진하게 해서

더는 아무것도 쓰지 못하게 하소서

휴지로도 쓰지 못하는 시집을 내느라

더는 나무를 베는 일이 없게 하소서

다만 사람들이 시들고 마르고 바스러지며

이루어지는 멸망과 죽음들이

왜 이 가을의 축복이고 아름다움인지를

부디 깨닫게 하소서

<장석주 따라쓰기>, pp.72-75

충격적이고 재밌는 시지요? 처음엔 지금 계절인 '가을'이 눈에 들어와서 읽게 됐는데, 내용을 읽다보니 흥미롭더라고요. 문장 하나하나가 저주가 아닌 소중한 것을, 당연한 것을, 이미 갖고 있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게 하는 시 같아요. 저는 보통 아프고 나서야 건강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깨닫게 되더라고요. 얼마 전에도 아이가 열이 38도가 넘자, "아이의 열이 떨어지게 해주세요"이 마음 하나뿐인 기도를 했었어요.

필사를 한다는 것은

시 필사는 단지 시를 베껴 쓰며 시를 감상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고요 속에서 자신을 성찰하며 시와 감응하는 일이고,

시를 마음으로 품고 톺아보는 일,

시를 가장 온전한 방식으로 향유하는 행위이다.

시를 베껴 쓰는 일에 몰입할 때

단지 묵독으로 읽으며 놓쳤던 시의 숨은 의미를 수확학는

뜻밖의 행운을 거머쥘 수도 있다.

<장석주 따라쓰기> 중에서

이번에 장석주 시인의 시를 필사하며 잠시나마 마음이 평화로워서 좋았다. 오래만에 손가락이 아프다는 것도 느꼈다. 장석주 시인의 시들은 길이가 꽤 길다. 내 글씨가 예쁘지 않아서 다 쓰고 나서 자꾸만 내 글씨가 아닌, 원래 시집의 시를 읽게 되기도. 대추 한 알의 시로만 알고 있었던 게 미안할 정도로 좋은 시들이 많았다. 다른 분들도 이번 가을에 <장석주 따라쓰기>의 시집 한 편을 소장해서 필사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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