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사랑
민금순 지음, 김한길 사진 / 아동문예사(세계문예)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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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 동시집을 소개해요. 민금순 시인의 <어쩌면, 사랑>

책 표지만 보았을 때는 동시집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요. 시집 같았거든요. 예전에 '디카시'장르를 알게 된 적이 있어요. 사진과 시의 결합이죠. 제가 보았던 디카시에는 시가 짧고 간결한 편이였어요. 이번에 읽은 동시집은 사진 덕분인지 디카시의 동시 버전이라고 소개하고 싶네요. 동시를 쓰는 엄마와 사진을 찍는 아들. 멋진 합작품이 이번 <어쩌면, 사랑> 동시집을 탄생하게 만들었답니다. 동시집을 읽으며 궁금했던 점은 시인이 시를 먼저 썼을까? 아니면 아들이 사진을 먼저 찍었을까? 하는 점이였어요. 아마도 서로가 서로에게 영감을 주지 않았을까 싶네요.



어쩌면, 사랑

힘차게 봉지를 터트리며

빼꼼히 세상을 구경하는

복숭아!

안녕?

세상은 처음이지?

나도 그래

너처럼 예쁜 열매가

나무에 매달리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어

비바람에도 지치지 말고

더 크고 예쁘게

자라나 줄래?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는 일은

어쩌면, 생각보다

쉬운 일인지도 몰라

민금순, <어쩌면, 사랑>, pp.40-41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과일은 복숭아랍니다. 벌써 복숭아를 몇 박스째 먹는지 몰라요. 맛있게 먹기만 했지, 시인처럼 복숭아의 탄생과 성장을 보며 예쁜 시로 담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네요. 나이가 드니 주변의 예쁜 자연, 특히 꽃을 보면 발길을 멈추고 사진을 찍게 돼요. 그런데 딱! 거기까지만 하지요. 자연과 대화도 나눠보고, 짧은 감상평이라도 써 놓으면 좋았을텐데 말이지요. 이번 민금순 시인의 동시집을 읽으며, 사진만 찍지 말고 그 사진에 제 생각을 짧게라도 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수 향일암

계단을 오르다

뒤돌아보면

더 넓어진 바다

가위바위보로

오르락내리락

즐겁게 웃으며 오라고

재미있는

계단 길 놓여 있다

좁다란 해탈문 지나면

이기려고 기를 쓰던

좁은 내 마음도

탁 트인 바다처럼

넓게 퍼진다

민금순, <어쩌면, 사랑>, pp.96-97

이 시를 읽으며, 사진을 보며 괜시리 반가웠어요. 대학생 때, 친구들과 여행을 갔던 추억이 떠올랐거든요. 향일암까지 힘들게 힘들게 올라갔던 기억이 나는데, 시인의 동시로 만나니 배로 반갑더라고요. 민금순 시인의 <어쩌면, 사랑>을 읽으며 어쩌면 동시는 제게 멀리 있는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글로 편안하게 담백하게 담아낸 것 같았거든요.

자연과 손 잡고 살아가는 시인, 민금순


<어쩌면, 사랑> 동시집의 차례는 참 예뻐요.

제1부 봄이랑 가을이랑 손잡고

제2부 여름이랑 손잡고

제3부 겨울이랑 손잡고

제4부 가족이랑 친구랑 손잡고

어쩌면 , 사랑은 어렵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랑이고요.

즐겁고 신나게 살아가는

것으로도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밝고 환하게 웃고 있는 어린이들처럼 말입니다.

민금순, <어쩌면, 사랑>, 시인의 말에서

제가 동시집을 좋아하는 이유를 알았어요. 너무나 당연한 건데, 바쁜 일상을 살다보면 잊게 되는 게 많잖아요. 그런데 동시집을 읽다보면, 내가 놓치고 있었던 소중한 것들을 생각나게 해주고, 일깨워 주는 것 같아요. 민금순의 동시집도 제게 다시 한 번 이야기해주네요. 어쩌면 사랑이 멀리 있는 게 아니라고요. 이번주에 동서가 임신 소식을 전해 주었어요. 결혼한지 오래 되었지만 소식이 없었거든요. 기쁜 마음으로 축하해 주었지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생명임에도 불구하고 엄마 뱃속에 존재하고 있다는 자체 만으로도 사랑이고, 행복이고, 감사잖아요.

숙제 일찍 안 한다고 혼낸 아들에게 미안하고

분수의 뺄셈을 한 번에 이해 못한다고 혼낸 딸에게도 미안하고

생활비 넉넉하게 주지 않는 남편을 얄미워한 것도 미안해 집니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랑이라는 거!

꼭 기억해야겠어요.

민금순의 동시집, <어쩌면, 사랑>을 읽으며, 다른 분들도 나에게 사랑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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