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함에 알을 낳았다
변정원 지음, 김지연 그림 / 아동문예사(세계문예)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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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며 피식 웃음이 나는 동시집 한 권을 소개해요.

변정원의 <우편함에 알을 낳았다> 동시집이랍니다.

아직 날씨는 겨울과 봄 중간인 것 같아요. 이번에 읽은 변정원의 <우편함에 알을 낳았다> 동시집 표지는 봄스럽답니다. 이 동시집을 여러 번 읽었는데, 피식 웃음이 나는 구절이 많았어요. 시인은 서두에서 이렇게 말해요.

동시는 아이들에겐

마음을 여는 열쇠가 되고,

어른들에겐 잊고 있던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 됩니다.

이 시들이 아이들에겐 맑은 샘물처럼,

어른들에겐 잠시 마음을

쉬어가는 창이 되어

닿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편함에 알을 낳았다>, 시인의 말에서

시인의 바람답게 저는 이 시들을 읽으며 옛 생각이 나기도 했고, 잠시 휴식의 여정이 되기도 했답니다. 아이들과 어른들이 공감할 만한 시 몇 편을 추천해 볼게요. 음미하며 소리 내서 읽어보세요^^


아이들에게 추천하는 <우편함에 알을 낳았다> 시 몇 편


영업비밀

할머니가 물었다

- 너 유튜브 올릴 줄 아니?

- 4학년이나 되었는데 당연 잘하죠

- 그럼 내 낭송 좀 올려주련?

매번 올릴 때마다

용돈을 주신다

검지손가락 바쁘게

또독거리며

잘도 올린다

- 그거 어떻게 하는 건지 내 좀 가르쳐 줄래?

할머니 말씀에 곰곰이 생각하다 하는 말

.

.

.

- 그건 영업비밀!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아이들이 훨씬 더 잘 적응하고 잘하는 것이 많기도 하다. 우리 집 두 아이도 유튜브에서 원하는 정보를 찾아서 요리도 하고, 춤도 배우는 등 취미 생활을 이어 간다. 나보다 정보를 더 잘 찾는다고 느낄 때가 많다. '영업비밀' 동시는 할머니와 손주의 관계가 이어져 있어서 좋다. 새로움을 기꺼이 배우고, 손주에게 도움을 요청하시는 모습이 멋쟁이 할머니처럼 느껴진다. 손주의 말센스에서는 할머니와의 관계가 멀리 느껴지지 않고 친근하게 느껴져서 좋다.


불청객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신나게 놀았다

발가락에 착 달라붙은

작은 모래

씻고 또 털어내도

붙어 있다

발톱에 끼어

떨어지지 않는다

싫어도 할 수 없다

데려갈 수밖에...

동시를 읽다 보면, '제목'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는 동시가 있다. 제목이 시를 더 멋스럽게 살려낸다고나 할까? '불청객' 동시도 그랬다. 여름 바닷가에서 한두 번은 겪어 봤을 상황. 만약 제목을 바꿔본다면 어떨까? 내가 떠오른 제목은 '추억', '더 놀고 싶어' 정도다. 발에 붙은 모래를 씻으며 즐거웠던 추억을 다시 한번 되새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모래 입장에서는 더 놀고 싶어서 발에 붙어 온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할머니 댁 시간 창고

방학이다

할머니 댁에 갔다

하루 종일 놀고

숙제하고

책 읽어도

잘 시간이 멀었다

집에 있을 때는

학교 가랴

학원 가랴

없던 시간이

할머니 집에는

시간이 많다

시간이 모두

시골에 있는 게 분명하다

이 시는 어른도 아이도 공감하지 않을까? 할머니 댁에는 무슨 마법이라도 있는 것처럼 시간이 느리게 가는 편이다. 달리 말하며 면 "심심하다"고도 할 수 있다. 맛있는 걸 항상 해주셔서 먹고 또 먹었던 기억이 난다. 먹고 나면 TV 보고, 다시 간식 먹고의 반복. 심심하지만 그런 여유가 지금은 그립기만 하다. 이 시는 마지막 연이 재밌다. "시간이 모두 시골에 있는 게 분명하다"라는 시인의 표현에 맞아맞아! 맞장구를 치고 싶어진다.

어른들에게 추천하는 <우편함에 알을 낳았다> 시 몇 편


커다란 벼루 위에

까만 돌 하나

골똘히 생각하며

혼자 돌고 있다

먹는 거라곤

그저 물 한 모금

눈을 지그시

감은 채로

사그락거리며

온갖 생각들을

쏟아 놓는다

새까맣게

토해 낸다.

딱! 나의 초등학교 미술 시간이 생각났다. 벼루에 먹을 한없이 갈았던 기억. 같은 방향으로 갈아야 색이 더 진하고 예쁘다고 하여 정성을 들이며 먹을 갈았다. 글씨는 잘 못 썼지만 한지에 한 필 한 필 꾹꾹 눌러 글씨를 썼던 기억이 이 동시를 읽으며 쓱~하고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이런 게 동시의 매력이지!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학교에서 이렇게 먹을 갈지 않는다. 붓글씨 펜 하나로 해결! 옛날 감성을 느끼지 못해서 아쉽기만 하다.


아버지 구두

아침이면

이슬 밟고

먼저 나가고

밤이면

달님 손잡고

조용히 돌아온다

한밤중에야

현관 신발 맨 뒤에서

쉰다

이 시는 요즘 계속 늦게 퇴근하는 남편이 생각난 동시다. 신발장, 구두와 관련한 시는 꽤 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가 특별했던 건 마지막 연에서 생각할 거리를 주었다. 생각해 보면, 집에 일찍 오는 순서대로 신발장 앞쪽에 신발을 벗어놓는다. 특별히 정리하지 않는 이상. 우리 집은 보통 내 신발, 아이들 신발, 마지막에 남편 신발이 저 멀리 뒤에 놓여있다. 이 동시를 보며 남편 신발을 정리해서 다음날 좀 더 편하게 출근할 수 있도록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정원의 <우편함에 알을 낳았다> 동시집 안에는 이처럼 피식 웃기도 하고, 공감도 하고, 생각해 보기도 하는 동시들로 가득 차 있다. 아직 내가 살고 있는 동네는 봄 꽃이 피지 않았다. 좀 더 따뜻해지면, 이 동시집을 들고 한번 더 음미하며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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