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랑의 종말
그레이엄 그린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11월
평점 :

사랑의 종말
그레이엄 그린/ 현대문학
소설가 벤드릭스가 화자가 되어 1인칭 시점으로 이끌어 가는 이 소설은 그레이엄 그린 본인의 자서전격 소설이었다.
실제로 그레이엄 그린은 친구의 아내와 불륜을 저질렀고 이를 계기로 자신의 아내와 별거하며 지냈다고 한다. 가톨릭이 혼인에 대한 이혼이 쉽게 허용되지 않았기에 이후 창작동기를 굳이 숨기지 않고 소설화 하였다고 한다,
글의 화자인 '나'는 믿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을 것이다. 헨리와 세라는 부부이지만 한 번도 사랑에 빠진 적이 없었던 사람들이라는 것을... 세라라는 존재에게 당신이라는 사람은 나, 벤드릭스 자신 하나일 거라고 믿었다. 헨리의 아내 세라를 사랑하게 되면서 소설가 모리스 벤드릭스는 점점 스토커처럼 변화하는 자신의 모습을 본다.
소설을 쓰기 위한 자료수집에 몰두하던 그는 헨리를 알게되고 이를 계기로 헨리의 아내 세라와 가까워져 밀회를 즐기게 된다.
불행의 감정은 행복의 감정보다 훨씬 전달하기 쉽다. 우리는 고통속에서 우리 자신의 존재를 알아차리는 것 같다. 비록 그것이 무섭도록 자기 중심적인 형태- 나의 이 고통은 내 개인적인 것이다. 라는 식으로 여기는 행태-를 띤다 할지라도 말이다.그러나 행복은 우리를 없애버린다. 행복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정체성을 잃어버린다. (page83)
질투에 대해 생각해 본다. 형체도 없는 단어가 사람을 통째로 흔들기도 하고 사랑이 작동시키는 분비샘과 동일한 작동을 하여 사람을 착각하게 만들고 사랑과 동일한 행동을 초래하게도 한다. 벤드릭스가 그랬다. 열정적인 사랑을 했던 둘의 사이가 전쟁이 끝난 후 갑자기 멀어져 버리자 세라를 잊지못하는 마음에 그녀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심각한 인간이다. 점입가경으로 사립탐정까지 고용해 그녀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려고 한다. 정말 남자로서 우매하고 옹졸하기 그지없어 보인다.
세라가 원래부터 그렇게 독실한 신앙인이었거나 가정에 충실하며 지고지순한 사랑을 추구했던 여성상은 아닌듯 하다. 그녀 또한 벤드릭스와의 밀회를 즐긴 것은 분명한데 폭격이 있던 날부터 그녀는 점점 벤드릭스에게 멀어져 간다. 이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벤드릭스... 그는 신체적 열등감은 있으나 자기절제가 강한 사람이다.
타인에게는 상당히 배려깊고 너그러우나 내면적으로는 이기적이며 소유욕도 강해 질투의 화신으로 표현된다.
바람기가 없는 것은 아니었던 세라가 벤드릭스를 피한 이유는 그를 너무 사랑했기에 폭격이 일어난 후 신에게 올린 기도의 약속을 지키고자 함이었다. 이제는 신에 대한 사랑으로 충만해진 그녀를 보자 이 인간 신을 질투하기 시작한다.
소설의 서평을 쓸 때 스포가 되지 않게 쓰는 일은 참으로 나에게는 어렵다. 헨리와 세라. 그리고 벤드릭스 이 세사람의 사랑과 불륜, 벤드릭스의 질투와 증오.. 그리고 그 불같은 사랑의 종말은 어떻게 마무리 될까?
이 소설은 사랑과 증오의 이야기이고 신앙이 접목된다. 신의 존재에 대해 부정하고 거부하는 성향이 강했으나 어느 순간 귀속되는 부분은 종교를 갖지 않거나 또는 타종교의 독자들이 보았을 때 불편해 질수도 있을 듯 하지만 소설가 모리스가 써 내려가는 이야기는 자신이 너무도 사랑한 한 여인과의 축복받지 못한 사랑과 그 연인을 잃은 후에 느끼는 안타까움의 기록이다. 누구에게나 다가올 수 있는 사랑과 그에 따른 상실의 경험. 그레이엄 그린의 소설은 20세기 인간의 의식과 불안에 대한 궁극의 기록자라는 평이 너무도 적합한 느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