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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7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박은정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11월
평점 :

백야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 문학동네
올해 처음으로 도스토옙스키의 책을 마지막까지 읽어낼 수 있었다. 소설 『가난한 사람들』은 너무 처절하고 고뇌가 깊어 읽으면서 즐겁지가 않았다. 그들이 처해 있는 환경이 나아질 기미는 1도 보이지 않고 늘 힘들기만 해 읽는 내내 가슴 한켠이 먹먹하기만 했었다. 한편으로 이번에 만나게 된 『백야』는 그나마 도스토옙스키를 처음 만나는 독자들이라면 금새 친해질 수 있는 좋은 시작점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문학동네의 『백야』는 총 9편의 도스토옙스키의 단편을 만나볼 수 있다. 어느 하나 아쉬움을 가질만한 작품 하나 없이 이제부터 도스토옙스키는 내가 최애하는 작가야!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
백야는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배경으로 한 젊은이들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스스로가 자신에게는 현실적인 삶이 없고 몽상가라고 말하는 화자인 '나'는 길을 걷다 나스텐카를 만난다.
둘은 끊임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그 이야기가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현실인지 가늠하기 힘들다.
첫째날 밤, 둘째날 밤, 셋째날 밤, 넷째날 밤...그리고 또 다른 아침. 마치 공을 주고 받듯 서로의 이야기를 토해낸다.
들어봐요! 좀 들어봐요! 제 말좀 들어보세요! 잠깐만요, 제 말 좀 끝까지 들어보세요!
도대체 이들은 왜 하얀밤을 지새우며 이야기를 하는걸까...그녀에게 있어 사랑의 지속가치는 고작 그 정도밖에 되지 않았던 것인가...
이리도 아름다운 하늘 아래 살면서
어째서 사람들은
온갖 화를 내거나 변덕을 부리는 걸까?
약한마음은 가난하지만 삶의 소중함과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두 청년 바사와 아르카디. 두 청년이 서로에게 가지는 우정의 가치는 무엇으로도 환산하기 어려울만큼 높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스스로 해야 할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을때 오는 책임감과 스트레스에 너무나 괴로워하는 바샤의 모습과 그런 친구를 안타깝게 바라보며 쉬지않고 위로하고 격려하는 소울메이트 아르카디.
행복에 짓눌려 괴로워하면서 자신이 행복해 질 자격이 있는지 의심한다는데, 결국은 어떻게 이 상황에서 벗어날 구실만 찾고 있다는 데, 그리고 얘기치 못한 이 행복 때문에 어제부터 제 정신이 아니라는데 (page62)

예수의 크리스마스 트리에 초대된 아이는 가난한 러시아 아이들이 겪는 고통을 조명한 두 편의 글 『구걸하는 아이』와 『예수의 크리스마스에 초대된 아이』 가 함께 실려있다. 가슴 한켠이 먹먹해 진다. 크리스마스는 누구에게나 축복된 날이다. 예수의 탄생을 축복하며 가진 것을 나누고 함께 기뻐하는 날 임에도 불구하고 소외된 아이들의 모습은 시대를 불문하고 존재한다.
살을 에는 매서운 러시아의 추위속에서 얇디 얇은 옷을 걸친 어림잡아 7살이 채 안되보이는 아이를 만나고 그 아이가 왜 구걸을 하고 다니는지 배경을 짐작하며 아니..이 모든 것은 사실임을 강조하며 도스토옙스키는 예수의 크리스마스에 초대된 아이를 집필한다.
눅눅하고 싸늘한 지하방. 얇은 옷을 걸친채 앓아 누운 엄마 옆에서 배고픔을 달래며 참고 또 참는 아이. 참다 참다 건드린 엄마의 차가운 어깨에서 두려움을 만나고 도시 한 복판으로 뛰쳐 나가 신세계를 맛본다. 날씨만큼 그들의 마음도 쌀쌀하다. 누구 하나 추위에 떠는 어린 소년에 대한 배려 따위는 없다. 크리스마스인데도 말이다. 장작더미에서 만난 엄마와 아이들 그리고 온기 가득한 예수님...
그 시대 러시아 페테부르크에 양육원은 지원금을 아이들을 위해 쓰기보다 방치하고 돈만 챙기는 일들이 허다해 위탁 아동들의 사망률이 높았다고 한다. 마음이 따뜻한 도스토옙스키는 가난이라는 삶에 거부감이 없고 스며들어 아픔을 함께 녹이는 작가라 작품을 만날수록 친근함이 더해진다.
온순한 여인은 자신이 특별히 재능이 있지도 않고, 특별히 똑똑하지도 않으며, 어쩌면 특별히 선량하지도 않은 ...
장점은 떠벌리지 않는 감각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전당포 주인과 그 전당포에 하찮은 물건들을 들고와서 맡기던 여인의 이야기이다. 전당포 주인은 자신이 의지와 이성의 타락일 뿐이라며 전당포 일을 혐오하면서도 자신이 가진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하는 삶을 살아간다.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속에 유달리 자주 출연하는 몽상가들! 이 남자 또한 심각한 몽상가였다. 여인의 선택으로 결혼을 하였지만 이 몽상가는 여인과 대화를 하기보다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온갖 소설을 써댄다. 그들이 정말 사랑했는지 모르겠지만 같은 집에서 각자 따로 지내는 삶을 살며 여인의 말을 듣기보다 몽상가는 늘 혼자 상상하고 정답을 내고 결국은서로에게 안타까운 결론을 맞는다.
선량하고 온순한 사람들은 오래 저항하지 못한다. 그들은 쉽사리 마음을 열지도 않지만, 대화를 피해가는 요령도 전혀 없다. 짧게라도 대답은 반드시 해주는 편이고 , 대화를 오래 끌면 끌수록 점점 더 말이 많아진다.(page336)
우리의 삶은 참 다사다난하다. 도스토옙스키는 그 다사다난한 삶속으로 들어가 마치 세밀화를 그리듯 삶을 묘사한다. 책을 끝까지 읽어내기 힘들고 어려운 작가라고 생각했다. 괴로움이 없는 삶이 있을까? 도스토옙스키는 그 괴로움을 너무나 처절하게 묘사해 왔기에 우리는 책을 읽으며 어렵고 힘들다고 외면하고 피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도스토옙스키를 처음 만나는 독자들이라면 나는 백야를 과감히 추천한다.
인간의 선한 면 , 그리고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악하고 어두운부분, 선과 악, 처절하게 고뇌하는모습을 현실성있게 나타내고 선에 대한 믿음. 인간적인 고뇌와 절망이 느껴지지만 또한 희망이 보여지는...도스토옙스키만의 매력이 철철 넘쳐나는 9편의 단편과 함께 진심 행복한 독서를 할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