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벨은 영리하고 관대했으며 섬세하고 자유로운 성격으로 보인다. 대다수의 여자들은 어떤 남자가 다가와 운명을 제공해 주기를 바라는 수동적 자세를 취하나 그녀 이사벨은 조금 달랐다. 자기 나름의 의도를 가지고 있었고 운명적인 사랑을 믿고 있었다.
대저택과 막대한 토지를 소유했으며 향후 안정적인 삶이 보장되는 영국인 귀족 워버튼 경과 미국인 사업가 캐스파 굿우드의 청혼을 이사벨은 과감히 거절한다. 병약한 사촌 랠프는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유산을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이사벨에게 나눠주기를 부친에게 부탁했고 터치트 씨가 죽으면서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게 된다.
그렇게 상속받은 재산은 이 후 이사벨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 자기에게 주어진 인생의 가능성을 마음껏 펼쳐 보려던 이사벨은 교양 있고 우아하며 완벽해 보이는 마담 멀의 계략적인 소개로 미국인 길버트 오스먼드를 만나고 그는 쥐뿔도 없지만 진심인지 모를 고상한 취향과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어 뜬금없이 이사벨은 마음을 쥐고 흔든다. 주변 사람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사벨은 좋은 혼처 다 버리고 무슨 생각에서인지 재산도 없고 홀아비인 오스먼드의 청혼을 받아들인다.
랠프는 오스몬드가 본질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척하며 오로지 보여지는 면만 중요시 한다는 점을 간과하고 이사벨의 결혼을 적극 반대한다. 랠프에게 오스몬드는 겉만 번지르한 속 빈 강정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스몬드는 세상을 경시하며 자기 스스로가 훌륭하고 바람직 하다고 생각했고 이사벨은 이를 높이 샀다. 눈에 콩깎지가 덮어 씌였나 보다. 다른 사람이 다 보는 것을 본인만 보지 못하고 있다.
오스먼드와의 결혼을 통해 독립적인 삶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굳게 믿었지만 독단적이며 편협한 그의 본 모습이 드러나면서 엘리사가 가졌던 결혼에 대한 기대는 산산이 부서지고 만다. 자유로운 삶을 살고자 했던 이사벨은 갇힌 새장의 새처럼 오스몬드에게 길들여지고 있다. 새장이라도 자신만 좋으면 된다고 스스로를 위로하지만 어리석음을 깨닫는데는 그렇게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사벨이 새장을 탈출하고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런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앞으로 닥칠 고통과 엘리사 내면의 심리적 변화와 이에 따른 작가의 고통에 대한 묘사를 기대하며 하권을 펼쳐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