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 1~3 세트 - 전3권 에세
미셸 드 몽테뉴 지음, 심민화.최권행 옮김 / 민음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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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먼저 살아간 분이 전하는 지혜로운 삶의 지침서같은 느낌을 소개글에서 받았습니다. 올해가 가기 전 꼭 도전해 볼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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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위의 낱말들
황경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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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위의 낱말들

황경신/소담출판사

낱말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야기를 보태어 글을 써 낸 작가의 에세이를 읽으며 이렇게도 글이 되고 책 한 권을 만들 수 있구나! 하며 감탄을 쏟아냈다. 작가의 당부대로 순서대로 읽지 않고 어느 페이지를 펼쳐 읽기 시작해도 뚝딱 글이 되어 작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어 경이롭기도 했다. 낱말 속에 숨어 든 작가의 소중한 기억과 삶들을 어떻게 단어를 통해 글로 이끌어 내는지, 각각의 낱말들에서 또 다른 낱말들과의 작은 소실점을 통해 고리처럼 연결되어 있는 또 다른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작가가 보여주는 글쓰는 소질이라는 것에 감탄만 있을뿐이다.

가령 터지다 라는 보조동사를 글감으로 받는다면 나는 어떤 주제를 만들어 낼까 생각해 보았다. 풍선이, 꽃망울이, 폭죽이, 봇물이, 바지가, 종이 백이... 등등 터지다는 보조동사로 다양하게 해석이 된다. 작가는 구구절절 세상의 터지는 것들을 나열한다. 운수가, 일복이, 웃음이, 코피가, 분통이... 내가 미쳐 생각하지 못한 어휘들을 꺼내두어 한 수 가르침을 준다.

낱말의 숲 속에서 자라는 낱말의 나무, 나무마다 주렁주렁 열려 있는 낱말의 열매를 땄다. 던져보고 굴려보고 핥아보고 깨물어 보았다. 잘 익은 낱말 한 알을 당신에게 주려고 사랑을 품듯 마음에 품었다.

작가가 글을 쓰는 궁극적 목적인가 생각했지만 책을 읽으면서 바뀌어 가는 것이 보였다. 타인을 위해 예쁜 말들을 만들어 갔지만 결국 썪어 문드려져 돌아오기 일수였다. 길고 긴 망각의 시간을 보낸 후 얻어낸 것은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삶이다. 글쓰기를 통해 승화된 아름다운 본보기이다.

아침은 밤 같고

밤은 제대로 된 밤

같지 않다.

page144

이 글을 어떤 주제에서 뽑아왔을까? 펼치는 대로 담겨 있는 글을 읽고 추리해 본다. 여행에 지쳐 피곤한 객이 제대로 쉬지 못할 때의 상황이 들여다 보였다고 나는 추측했다. 피곤함?



이 글의 주제는 침묵이었다. 반지하에 살면서 작은 틈으로 들어오는 짧디 짧은 빛의 유무에 따라 낮과 밤을 겨우 구분했던 삶, 그 삶 속에 끌어온 가난한 자취생의 기억과 이 후 3층으로 이사해 하루 종일 들어오는 빛을 끌어낸다. 주제는 침묵인데 침묵은 언제 나올지 의아해지기 시작한다. 빛을 소리와 연관 시킨다. 빛이 없는 상태는 무음이다. 음이 죽은 상태(死音)라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 빛에 빚대어 '너'를 소환해 이것저것 캐묻는다. 너는 곧 나 자신이다. 읽는 독자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노선을 따라가야 한다.

그렇다면 작가는 왜 낱말들을 끌어모아 책을 쓰게 되었을까?글쓰기는 멀고도 가깝고 익숙하면서도 낯설고, 친한 듯 하면서도 거리감있는 작업이 아닐까? 그 복잡한 길을 걸어가며 길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또 지름길을 발견하기도 하며 분명 걸어갔던 길인데 낯설어 보이는 길도 발견하고 있다는 메세지를 주면서 길 가에서 쉽게 마주치는 단어들로도 글감을 빼낼 수 있음을 호기롭게 보여주기 위한 재능발표회를 보는 느낌이다. 잘 써도 어렵고 힘든길이 글 쓰는 길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고 싶다면 이렇게도 하나의 방법이 있어! 라는 참고서 같은 친절한 책이라고 하면 될까?무튼 참으로 글 잘 쓰는 작가, 아니 글 쓰는 방식이 남다른 작가라고 이해하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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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 2 열린책들 세계문학 279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허진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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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가의 네딸들, 훌쩍 나이가 든 지금 그 딸들을 다시 만난다면 나는 어떤 감정을 기억해낼지 너무 궁금해 지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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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 1 열린책들 세계문학 278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허진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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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조의 긍정적인 성격이 부러워 늘 닮고 싶었답니다. 훨씬 나이가 든 지금 읽으면 누가 더 사랑스러울지 기대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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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 열린책들 세계문학 246
케이트 쇼팽 지음, 한애경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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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

케이트 쇼팽/ 열린 책들

케이트 쇼팽은 1850년 탄생한 미국 작가이다. 어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외가댁 식구들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자랐으며 가까운 가족들의 비극적인 죽음을 목격해서인지 어느 순간 외부 출입을 삼가고 독서에만 열중했다고 한다. 스무 살에 결혼해 여섯 자녀를 낳았고 남들의 눈을 의식하지 않으면서 당당하고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해서인지 그 시기에 맞지 않는 페미니즘적인 성향을 드러낸 여성으로 읽힌다. 19세기 후반 미국 남부여성들의 삶과 자신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투쟁을 쟁점으로 드러냈으며 이후 남편의 죽음으로 자녀들을 돌보며 주치의의 영향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녀는 특히 에밀 졸라나 모파상 같은 작가를 추앙하였으며 모파상으로부터 전통과 권위에 얽매이지 않는 사상과 직접적이고 간결하며 역설적인 표현법을 배우고 실천했다고 한다. 1899년 출간된 이 책 『각성』은 여성의 부도덕함을 이유로 출간이 금지될 정도의 이슈를 불러왔다.

온 가족이 휴가차 들린 미국 남부의 피서지 그랜드 아일 섬을 배경으로 28세의 젊은 에드나 퐁텔리 부인이 자신의 성적, 심리적 정체성을 찾아나간다는 약간은 헷갈리는 남녀상열지사적 이야기였다. 퐁텔리 부인이 자아를 찾으며 자기개발을 하고 성장하는 부분은 나쁘지 않았으나 두 아이의 엄마이고 한 가정의 아내로서 지켜야 할 신뢰는 완전히 잃어버린 케이스였다. 아이를 사랑하지만 마치 놀러 온 이모처럼 잠시 예뻐할 뿐이고 보모나 시어머니의 손에서 자라게 하였으며 가정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남편을 위한 써포트는 자신의 기분에 따라 무시해 버릴 정도로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여성이다.

남편 퐁텔리씨는 지역 신문에 근황이 실릴 정도로 영향력이 있는 사업가이다. 자신의 삶과 일상이 사업에도 영향을 주다 보니 아내 에드나 퐁텔리가 자신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손님 접대 같은 부분을 알아서 신경 써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대신 경제적으로는 상당히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하였다. 워낙 자신의 사업이 바쁘고 아내를 믿고 모든 살림을 책임져 주기만을 바랄 뿐 그녀에게 특별히 원하는 것은 없다.

그녀, 에드나는 이유 없이 남편이 싫다. 남편이 가져다주는 많은 돈과 명성, 지위도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감정이 중요하고 휴가지에서 만난 숙소의 아들인 로베르에게 푹 빠져 삶이 위태로울 정도이다. 로베르는 에드나 퐁텔리 부인을 다룰 줄 아는 무심한 듯 시크한 남자였으나 실상은 그 역시 에드나 부인을 무척 사랑한 것은 확실했다. 사랑하기에 떠난다는 유행가 가사처럼 로베르는 그녀 에드나를 떠나 멕시코로 가버린다. 그곳에서 자신의 소식을 에드나를 제외한 여러 사람들에게 편지로 알리기도 하는데 이 또한 에드나를 안달 나게 하는 어설픈 작전 같아 보인다. 에드나는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며 서서히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자각하기 시작한다. 남편이 주는 부유한 삶이 싫어 대저택 근처에 작은 집으로 자신이 벌어들인 수입(그림을 팔고 경마로 벌어들인 돈)으로 이사를 하며 자아를 찾아간다.



결혼은 사랑하는 두 사람의 서로에 대한 영원한 신뢰이자 약속이라고 생각한다. 도돌이표처럼 되풀이되었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기쁠 때나 슬플 때도 영원히 함께 하자던 약속이 아니었던가! 사람이니 흔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흔들리는 것은 아이를 낳기 전까지의 가능성이다. 두 사람의 결실로 아이가 태어나고 그 아이를 위해서라도 자신의 마음을 다잡고 엄마로서의 삶을 살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에드나 퐁텔리는 마치 "이 세상에 나보다 소중한 것은 아무 것도 없어! "라는 듯 자신의 감정에 충실히 따를 뿐이다. 뜬금없이 후반부에 나타나는 아로뱅은 에드나의 성적 잠재력(?)을 깨워준 인물이고 로베르는 자신의 이성적 사랑을 눈뜨게 해 준 사람이었다.

에드나 퐁텔리에게 남편 퐁텔리씨와 두 아들은그녀 삶의 일부일 뿐이었다. 가족이지만 그들은 그녀 에드나의 육신과 생각, 사유를 소유할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면 절대 안되는 것이었다. 여성이 자신의 삶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본다는 설정은 좋았으나 그 과정이 신뢰로 이루어진 가정을 깨트려가면서 자아를 찾아나간다는 것은 솔직히 보수적 취향의 나로서는 크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결말이 좋았다면 또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었겠지만 작가는 희미한 결론을 남겨 독자의 창의적 과제로 남긴다.

작가 케이트 쇼팽의 섬세하고 유려한 문체의 묘사력은 높이 평가하며 이 한 문장에서 그녀 에드나 퐁텔리의 생각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때로는 절망과 고통에 사로잡힐 때가 있죠.

하지만 제 방식 이외의 다른 어떤 것도

따르고 싶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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