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사랑하는 두 사람의 서로에 대한 영원한 신뢰이자 약속이라고 생각한다. 도돌이표처럼 되풀이되었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기쁠 때나 슬플 때도 영원히 함께 하자던 약속이 아니었던가! 사람이니 흔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흔들리는 것은 아이를 낳기 전까지의 가능성이다. 두 사람의 결실로 아이가 태어나고 그 아이를 위해서라도 자신의 마음을 다잡고 엄마로서의 삶을 살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에드나 퐁텔리는 마치 "이 세상에 나보다 소중한 것은 아무 것도 없어! "라는 듯 자신의 감정에 충실히 따를 뿐이다. 뜬금없이 후반부에 나타나는 아로뱅은 에드나의 성적 잠재력(?)을 깨워준 인물이고 로베르는 자신의 이성적 사랑을 눈뜨게 해 준 사람이었다.
에드나 퐁텔리에게 남편 퐁텔리씨와 두 아들은그녀 삶의 일부일 뿐이었다. 가족이지만 그들은 그녀 에드나의 육신과 생각, 사유를 소유할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면 절대 안되는 것이었다. 여성이 자신의 삶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본다는 설정은 좋았으나 그 과정이 신뢰로 이루어진 가정을 깨트려가면서 자아를 찾아나간다는 것은 솔직히 보수적 취향의 나로서는 크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결말이 좋았다면 또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었겠지만 작가는 희미한 결론을 남겨 독자의 창의적 과제로 남긴다.
작가 케이트 쇼팽의 섬세하고 유려한 문체의 묘사력은 높이 평가하며 이 한 문장에서 그녀 에드나 퐁텔리의 생각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