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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인간혐오자 ㅣ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5
몰리에르 지음, 김혜영 옮김 / 미래와사람 / 2022년 12월
평점 :

인간 혐오자
몰리에르 / 미래와 사람
17세기 활동했던 몰리에르는 프랑스 고전 희극의 거장이다. 당시에는 희극이 단순한 오락거리로 취급되었지만 몰리에르의 노력으로 희극이 비극과 동등한 위치가 되도록 이끈 장본인이기도 하다. 작품속에서 인간군상의 삶과 희노애락을 보여주며 본성을 예리하게 파고들어 시대적 문제를 직시하기도 했고 당시에 만연했던 권위주의를 지적하며 희극 인간혐오자를 내세워 비판하기도 했다.
몰리에르는 이 작품의 부제를 『사랑에 빠진 우울한 사람』이라 칭했다. 주인공 알세스트는 사교계 인사들이 위선과 아첨을 일삼고 있음을 극혐오한다. 속마음은 그렇지 않으면서 겉으로는 아닌 척 신사처럼 위선적 행동을 하고 그에 따른 아첨 섞인 언어를 보태는 사람들은 그를 분노하게 한다. 알세스트가 사랑하는 셀리멘은 뭇남성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지만 앞에서는 상대를 칭송하나 그 자리에 당사자가 없으면 뒷담의 일인자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런 위선과 가식의 최고봉인 셀리멘을 사랑하는 알세스트의 이중성이다.
알세스트를 분석해 보면 부정적이며 우울감에 사로잡혀 고통받고 자신의 감정을 잘 추스러지 못하며 늘 분노하고 그 감정을 스스럼없이 표출하고 있다. 스스로도 자신이 지나치게 솔직함을 인정하고 있지만 잘 제어되지가 않는다. 생각해 보건대 내 주위에 알세스트 같은 부류의 사람이 있다면 나 자신은 기꺼이 손절할 것이다. 이유라 할 것도 없이 타인에 대한 생각을 정제와 절제되지 않은 언어로 거침없이 쏟아내는 사람, 상대가 받을 수치심이나 감정 따위는 알 바 아니라 생각하며 오로지 자신의 생각이 맞는다고 생각하며 지나치게 솔직함을 표현한다면 상당히 부담스럽다는 말이다. 아무튼 알세스트라는 인물은 사교계에 만연해 있는 관행에 맞서 끊임없이 자신을 역행시키는 불안함을 도출시킨다.
책을 읽다 보면 공통적으로 설득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필랭트는 엘리앙트를 사모하고 설득하고자 한다. 그런 엘리앙트는 알세스트를 설득하고 알세스트는 자신이 사랑하는 셀리멘을 설득한다. 끊임없이 썩어빠진 사교계를 버리고 함께 떠나자며 구애하지만 셀리멘은 20대의 나이에 사교계를 떠난다는 것을 상상조차도 하고 싶지 않아 알세스트를 거부한다. 그 거부의 표징은 셀리멘이 여러 사교계 인사들에게 편지를 써 알세스트의 진심을 모욕하는 데 있다. 알세스트의 분노는 사교계를 탈퇴하고 사회적으로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극단적 선택을 한다.

알세스트는 상대가 어떻게 생각하든 자신이 생각하는대로 보여주어야 하는 인물이고 친구 필랭트는 상대의 분위기를 보고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는 기본적인 예의를 아는 사람이다. 자신에 대한 도덕적 잣대는 지극히 바람직하고 타인은 그릇되었다는 알세스트의 신념은 그의 오만에서 나온 어리석은 착각일 뿐이다. 이 책에서 결국 사회에 걸맞는 사람은 적절하게 타협할 줄 아는 필랭트와 엘리앙트이다. 시대를 막론하고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을 책을 통해 만나본다. 문명이 바뀌어도 알세스트와 동일한 사람은 당연히 존재할 것이다. 인간의 본성을 직시하고 위선과 권위주의에 냉담했던 몰리에르의 작품을 통해 또 다른 시대의 군상을 읽을 수 있어 흥미로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