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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의 일기
안네 프랑크 지음, 데이비드 폴론스키 그림, 박미경 옮김, 아리 폴먼 각색 / 흐름출판 / 2023년 1월
평점 :

안네의 일기
안네 프랑크 지음| 데이비드 플론스키 그림 |흐름출판
13살, 사춘기의 소녀 안네의 시선을 따라 바라본 2차 세계대전과 좁은 공간에서 다양한 인간들의 군상 등 중고교 시절 책을 통해 만난 안네는 무척 친근감이 들었다. 답답하고 속상한 부분을 가상의 친구인 일기장 키티에게 털어놓고 마음을 추스리는 모습 때문에 말이다. 하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이 많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13살의 어린 소녀가 이해하기 어려운 전쟁의 상황과 이를 피해 2년 이라는 긴 시간 동안 좁은 은신처에 숨어 많은 것을 인내하고 살아야 한다는 고통은 말로 다 표현 할 수 없는 어려움이었을 것이다.
일기는 개인적인 생각과 감정, 하루의 일과를 담아두는 기록이다. 사춘기 소녀답게 생일에 선물로 받은 안네의 일기장은 좀 유치하지만 '키티'라는 이름도 가지고 있다. 처음에는 여느 소녀들과 다를바 없는 평범한 일기가 전부였으나 오랜 은둔생활 속 일기를 써가면서 자신의 감정을 잘 추스리며 성장해 나가는 모습이 열세 살 소녀의 삶이라고 하기엔 놀랍기도 했다. 또래보다 성숙하고 서정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자신만의 유머와 글쓰기 소질로 간결하게 채워져 나가는 내용이라 책으로 읽어도 지루할 틈이 없는데 이번 흐름출판의 그래픽 노블은 책을 읽으며 내용과 상황들을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수 있는 상상의 폭을 확장시키는데 크게 한 몫을 한다.
같은 장소에서 삶의 기본적인 욕구를 제한시키는 삶은 어린 소녀에게 참으로 힘들수 밖에 없었다. 누구 하나 자신의 욕구를 만족하게 사는 사람이 없었기에 각자가 예민했고 자신의 감정을 잘 숨기지 못하고 그저 솔직했던 어린 안네에게 이 모든 삶의 스트레스가 무겁게 와 닿았다. 일기를 통해 함께 은둔하던 사람들의 특징이나 긴박한 상황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으며 일상 속 부딪힘에 대해 어른들보다 더 성숙한 마음을 가지는 안네를 보며 어른이 된 후 다시 읽는 지금의 내 마음은 더 대견함에 놀라울 뿐이다.

사춘기 소녀답게 페터와의 비밀스러운 사랑 이야기, 늘 가질 수 있기에 소중한 것을 모르고 살아가는 일상에 대한 고마움,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꾸준히 인내하는 모습과 단체생활 속에서 어려움을 어린아이의 눈으로 바라보기보다 스스로 받아들이며 이겨 나가는 과정 하나하나가 어른인 나도 반성하게 만들었다. 어린 소녀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어른의 모습은 좀 더 성숙됨을 기대하고 있었다. 지금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속에서 고통받는 또 다른 안네들이 존재할 것이며 그 안에서 어른들의 이기적인 모습도 시대를 초월하며 그대로 존재하고 있는 현실이다. 한 소녀의 기록에 쓰여 있는 작은 바램들이 이 전쟁을 끝으로 모두 사라진다면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 인간의 선한 본성을 끝까지 믿었고 일상의 소중함을 감사하게 생각하는 어린 소녀의 일기를 읽으며 나 자신의 삶도 다시 바라보게 된다. 주어진 것에 만족하고 감사할 줄 아는 삶을 살아야 함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