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사물에 대한 묘사력, 부자 친구 하기와라가 입은 정장의 오돌도돌한 촉감이 햇빛을 받아 은모래처럼 반짝인다거나 엉덩이가 곤약처럼 떨린다는 표현은 사물을 바라보는 작가의 섬세함이 드러나 보였다. 『문신』 이라는 작품은 여성의 몸에 대한 아름다움이 거의 찬양급으로 드러나 있어 그가 작품에서 여성의 신체를 일생동안 쫓았다는 남성적인 시선이 그대로 투영되어 보였다. 그 시대 일반적이지 않고 반사회적이라는 편견이 강한 문신을 소재로 하여 작가가 보여줄 수 있는 감각을 총동원하였고 신체를 통해 시대적으로 억압되어 있던 여성의 욕망을 드러내며 독자들의 마음을 강하게 끌어당긴다.

독자가 작품을 통해 현실적인 제약에서 벗어나 또 다른 삶을 상상할 수 있다는 것은 소설을 읽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니자키의 작품은 시대를 비껴간듯한 일반적 서민들의 삶보다 개성있고 특이한 일본 고유의 미를 배경으로 하는 인물이 다수 등장한다. 『문신』에 나오는 젊은 문신사가 소녀의 등에 그림을 그려넣으며 희열을 느끼는 모습은 개인의 성적 욕구를 가장 아름답게 예술로 승화시킨 일본 최고의 탐미주의 작가라는 평이 무색하지 않다.
이 책의 제목을 왜 슌킨이야기로 정했는지 7편의 단편 중 가장 읽는이의 마음을 두드리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부잣집 딸로 태어나 아름답고 뛰어난 샤미센 연주가인 슌킨은 앞을 보지 못하는 장님이다. 보지 못하면 마음도 정화되어 착해야 하거늘 슌킨은 제멋대로이고 하인 사스케를 다루는 모습을 보면 표독스러우며 도도하기까지 하다. 이런 슌킨을 극진한 사랑으로 돌보는 하인 사스케가 슌킨에게 샤미센을 배우면서 스승과 제자 더 나아가 연인처럼 희생하는 모습은 소설 속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이다. 워낙 작가의 삶이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이야기라 어쩌면 사스케의 무조건적인 사랑의 행위는 작가인 다니자키 준이치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랑의 모습이 투영된 것 일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구절구절 묘사가 아름다웠던 탐미주의 대가의 작품이 향후 읽어나가야 할 과제처럼 단편 하나하나가 소중하게 와 닿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