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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원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125
버나드 맬러머드 지음, 이동신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3월
평점 :

점원
버나드 맬러머드 / 을유문화사
가끔 책 속의 한 구절이 읽는 독자로 하여금 강한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바로 그 공감을 준 버나드 맬러머드 라는 작가를 이 책 점원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유대교 미국 소설가이며 개인의 문학성과 유대인만의 철학을 조화롭게 표현한 작가로 손꼽힌다. 이 작품 『점원』에서는 인간이 가지는 고통을 통해 자신만의 인간성을 회복하고 도덕적으로 성숙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주어 최근 가장 감명 깊은 소설이라 나는 이 책에 별★★★★★를 날리고 싶다.
[간단한 줄거리 요약]
유대인 답지 않은 삶을 살면서도 유대인의 정체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살아가는 모리슨은 오랜 기간 잘되지 않는 식료품 가게를 뉴욕 빈민가에서 운영하며 하루하루를 근근이 살아간다. 세상의 모든 고민과 걱정은 다 짊어지고 살아가는 예민한 아내 이다와 더 공부하고 싶었지만 가정 형편상 속옷 공장 비서로 취업해 급여를 부모가 진 빚을 갚는데 쓰는 착한 딸 헬렌이 등장한다. 가게 문을 열어두는 게 더 손해임에도 불구하고 모리슨은 쉽게 가게를 넘기지 못한다. 유대인이기에 그는 마을에서 적대자들을 적지 않게 두고 있었고 수난과 고통, 소외감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리스는 성실하며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착한 심성을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그는 선행의 표본 같은 인물이다.
어느 날 두 명의 괴한이 가게로 들이닥쳐 모리스는 머리를 다치고 이후 식료품 가게를 돕겠다는 불쌍한 이태리 청년 프랭크를 점원으로 받아들인다. 장사도 안되는 가게에 웬 점원이냐며 아내 이다는 부랑자 청년을 받아들인다는 것을 꺼렸지만 이내 수긍한다. 프랭크가 점원으로 일하면서 가게의 수입이 날이 갈수록 많아지기 때문이었다.
프랭크는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살기 위해 일을 했고 벌어들인 돈으로 총을 구입하기도 했다. 그의 내부에는 범죄 본능이 있었고 선에 대한 열망도 존재하고 있어 점원으로 일하면서도 자기분열을 자주 보여준다. 가게에서 먹고 자는 조건으로 말도 안 되는 급여에 노동을 착취 당하며 식료품 가게에 일을 돕지만 때때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면서 장사가 잘 될 때는 모리스 부부 몰래 판매한 돈을 슬쩍해 옷도 구입하고 미래를 위해 저축도 한다. 그런 그가 사랑에 빠진다. 그것도 깐깐한 유대인 모리스와 이다의 딸 헬렌과 말이다.
헬렌은 프랭크의 도덕적 성숙을 돕는다. 그가 더 많은 책을 읽기를 권하고 프랭크의 뜻대로 대학교육도 받기를 원하며 그가 하겠다고 하면 책임지고 대학을 다니도록 지원도 할 생각이었다. 프랭크는 부모에게 받지 못한 사랑을 헬렌을 통해 배우며 도덕적인 인간으로서 성장해 나간다. 그 성장은 단순히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고통이 존재하며 고통을 얼마나 지혜롭게 극복해 나갈 수 있는지가 중대한 문제였다.

[솔직하게 느낀 점]
모리스는 선하고 정직하며 유대인으로서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한다. 이러한 삶에는 고통과 시련이 공존하고 이를 통해 더욱 성장해 나갈 수 있음을 이해하며 받아들이는 이미지로 보였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뉴욕 빈민가에서 영세한 식품점을 운영하며 근근이 먹고 살아가는 것이다. 같은 유대인으로서 건물주 카프는 모리스의 가게 인근에 또 다른 식료품 가게를 허가해 주어 모리스가 더욱 몰락하게 만든다. 모리스가 젊은 시절 그와 함게 동업하던 찰리는 모리스를 속이고 가게를 자신이 독차지해버린다. 모리스에게 고통을 준 이 두 사람은 모두 유대인이다. 유대인은 유대인끼리 결혼해야만 한다는 모리스의 아내 이다의 논리가 맞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들도 역시 서로에게 고통을 주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인종 간에 차별로 서로에게 고통을 주기보다 상대에게 고통을 주는 것은 인간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임을 알게 한다. 정직함이 돈보다 훨씬 가치 있다는 신념을 가진 삶을 살았지만 사람들은 모리스가 말하는 가치 있는 삶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의 딸 헬렌마저도... 유대적 도덕성과 가치관이 삶에 있어서 중요할 수 있지만 가치를 따르기에 그의 삶은 너무도 고통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방황하는 프랭크를 도덕적 인간으로 만들어내는데 기여한 것은 분명하다. 세속적인 삶의 성공을 인간으로서 성공한 삶이라 생각하기보다 이타적인 삶을 살며 타인을 죄를 용서하고 한 사람을 성숙한 인간으로 만들어 냈음에 모리스의 삶은 진정 가치있는 삶이었음을 읽었다.
[책 속의 한줄]
그게 바로 이 사람들이 사는 목표지. 프랭크가 생각했다. 고통을 받으려고 사는거야. 그리고 뱃속의 가장 큰 고통을 변기로 내려보내지 않으면서, 가장 오래된 그 고통을 안고 사는 사람이 최고의 유대인인 거지.
그는 계속해서 자신이 더 나은 운명을 가질 만하다고 생각했고, 그저 한번만 -딱 한번만- 옳은 일을 한다면 그 운명은을 찾을 거라고 기대했다.
어쨌거나 그는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할지 결심을 해야할 때 , 그러지 못하기에 감자기 인생이 엉망이 된다는 것을 머릿속에서 지울수 없었다. 그리고 단 한 번의 잘못된 행동으로 얼마나 쉽게 인생 전체를 망칠 수 있는지를 생각하며 마음이 흔들렸다.
출판사 지원 서평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