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들의 사망률이 더 높다는 것은 오랫동안 알려져온 사실이다. 예방 가능한 질병으로부터 교육이 우리를 지켜줄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질병 감염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인데,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그것에 대한 이해도가 더 높다. 인구통계학자 사무엘 프레스턴(Samuel Preston)과 마이클 하이네스(Michael Haines)는 이렇게 주장했다. "20세기 초 질병의 세균 유래설을 폭넓게 받아들이기 직전에만 해도 의사 자식들의 사망률이 평범한 아이들의 사망률과 거의 비슷했는데, 이는 의사들도 생존에 유리하도록 자기 마음대로 동원할 수 있는 무기가 거의 없었다는 사실을 아주 분명히 시사해준다. 1924년이 되자 의사 자식들의 사망률은 전국 평균보다 35퍼센트 낮았다. 교사 아이들의 사망률도 급속히 개선됐고, 모든 전문가들의 사망률이 이때 크게 개선되는 모습을 나타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사는 것이 무가치하고, 사는 것보다 죽는 게 더 나을 것 같을 때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불치병을 앓거나 지속적으로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은 오랫동안 자살하고 싶은 절박감을 느껴왔을 수 있다. 아니면 영국에서 검시관으로 일했던 뒤르켐의 말대로 "마음의 균형이 흐트러졌을 때" 생긴 갑작스런 우울감 때문에 그런 감정을 느꼈을 수도 있다. 대부분의 자살은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을 동반한다. 2017년 미국에서만 4만 7,000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자살은 절망사다. 그러나 자살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도 사람들이 고통, 외로움, 불안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약물이나 술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덜 극단적으로 보인다. 약물과 술은 적어도 일시적으로나마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경감시킬 수 있는 행복감을 유발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몸은 이러한 중독성 물질들에 내성이 쌓일 수 있으므로 예전과 같은 행복 효과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예전보다 더 많은 양이 필요하다. 그러다가 어떤 사람들은 중독된다. 중독은 기술적인 의학 용어가 아니지만, 약물에 대한 욕구가 절대적으로 커져서 만사 제쳐두고 중독의 노예가 돼 중독 물질을 지키고 복용하기 위해 거짓말이나 도적질마저 서슴지 않는 행동을 가리킨다. 흔히 중독을 ‘자물쇠가 안에 있는 감옥’이라고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탈출이 더 어려워진다. ‘이기적인 두뇌’는 단지 습관을 들이는 것에만 관심을 쏟다 보니2 사람들의 행동 방법이나, 그들이 초래하는 대혼란이나, 또는 그들이 파괴하는 삶에 대해 신경 쓰지 못하게 만든다.
회복 중인 헤로인 중독자의 말에 따르면, 중독되면 "(분명) 약물이 만들어내는 감정(따뜻함, 행복감, 소속감) 같은 걸 느끼기 시작하거나 다른 감정(트라우마, 외로움, 불안감)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경향이 생기는데, 보통 두 가지 경험을 동시에 하게 된다".3 따뜻함, 행복감, 소속감은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이 느끼는 감정과는 정반대다. 한 권위자는 이렇게 적었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의 뇌에 쾌락과 고통의 중추(中樞)가 있다. 이러한 중추는 행동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신경전달물질에 의해 지배된다. (중략) 다양한 메커니즘에 의해 남용된 약물은 모두 뇌의 쾌락 중추를 자극하고, 뇌의 통증 중추를 억제한다."4 약물 복용자와 알코올 중독자는 다른 사람보다 자살 확률이 훨씬 높다. 행복감이 실현되지 못하거나, 사라지거나, 또는 사람이 술을 끊으려고 애쓰다가 오히려 상태가 나빠져서 수치심, 무가치함, 우울증을 경험할 때 죽음이 또 다른 중독보다 더 나아 보일 수도 있다. 많은 자살은 중독과 우울증을 동반한다. 심리학자이자 작가인 케이 레드필드 재미슨(Kay Redfield Jamison)은 "약물과 기분장애(기분이 심각하게 왜곡되어 나타나는 정신병리적 상태–옮긴이)는 서로에게 최악의 결과를 초래하는 경향이 있다. 떨어지면 끔찍하고, 합쳐지면 사람을 죽인다."5 알코올 중독은 중독된 사람이나 그들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약물 중독만큼이나 비극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약물이나 알코올 중독은 자살을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든다.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은 종종 살 만한 가치가 있게 만드는 삶의 여러 부분을 상실한다. 하지만 이미 중독됐고,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더라도 다수가 죽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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