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 머릿속에 ‘만약 정말로 내가 살아온 모든 삶이, 의식적인 나의 생활이 잘못된 것이었다면 어떡하지?’라는 의심이 들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전에는 절대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던 일, 그러니까 그가 살아온 인생이 송두리째 잘못된 것일 수 있고, 또 어쩌면 그것이 진실일 수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사회적 신분이 높은 사람들이 옳다고 여기는 것에 맞서서 저항하고 싶었던 마음속의 희미한 유혹들이, 자신이 깜짝 놀라서 곧바로 떨쳐 버리고 말았던 이 은밀한 유혹들이 어쩌면 진짜였고, 나머지는 모두 잘못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자신의 일도, 삶을 살았던 방식도, 가족도 그리고 사교계와 직장에서 친분을 쌓은 사람들까지도, 어쩌면 그 모든 것들이 다 거짓일 수 있는 노릇이었다. 그는 눈앞의 이 모든 것들을 지키고 변호하려 했다. 하지만 돌연 자신이 변호하는 이것들이 헛되고 무력한 존재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똑똑히 느껴지는 것이었다. 지키고 변호해야 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