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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
얀 마텔 지음, 강주헌 옮김 / 작가정신 / 201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나보다 높은 지위에 있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가 어떤 책을 읽는지, 책을 읽기나 하는건지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인간이라면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 거라고 판정할 위치에 내가 있지도 않다. 그러나 나를 지배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가 어떤 책을 읽는지가 나에게는 무척 중요하다. 그가 선택한 책을 근거로 그의 생각과 행동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데 스티븐 하퍼 수상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나 다른 러시아 소설을 전혀 읽지 않았다면, 「줄리 아씨」나 다른 스칸디나비아 희곡을 전혀 읽지 않았다면, 「변신」이나 다른 독일 소설을 전혀 읽지 않았다면, 「고도를 기다리며」와 「등대로」등과 같은 실험소설이나 실험희곡을 전혀 읽지 않았다면, 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과 노드롭 프라이의 「문학의 구조와 상상력」같은 철학적 탐구서를 전혀 읽지 않았다면, 밀크우드 아래에서」나 그 밖의 산문집을 전혀 읽지 않았다면, 「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와 「드라운」및 다른 미국 소설을 전혀 읽지 않았다면,「사라예보의 첼리스트」 「섬은 미나고를 뜻한다」 「시쿠티미의 잠자리」등과 같은 캐나다 소설과 시와 희곡을 전혀 읽지 않았다면, 요컨대 스티븐 하퍼 수상이 이런 문학 작품이나
그에 버금가는 문학 작품을 전혀 읽지 않았다면, 그의 마음속
에는 대체 무엇이 있겠는가? 인간 조건에 대한 통찰력을 어디
에서 얻었겠는가? 인간다운 감성을 어떻게 구축했겠는가? 무
엇을 근거로 상상하고, 그 상상의 색깔과 무늬는 무엇이겠는가?
물론 이런 질문을 누구에게나 물을 수는 없다. 일반 시민
이 상상하는 미래는 그의 재산 상황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참견
할 바가 아니다. 그러나 그 시민이 선거를 통해 공직에 취임하
면, 그의 재산 상황은 우리의 관심사가 된다. 정치인이라면 우
리에게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행동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을 주
기 위해서 재산 상황을 밝히는 것이 원칙이다. 정치인이 가진
상상력이라는 자산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나 자신을 위해서
라도 스티븐 하퍼 수상처럼 나를 지배하는 사람이 어떤 방향으
로 무엇을 상상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의 꿈이 자칫하면 나에
게는 악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설과 희곡과 시는 인간과 세계와 삶을 탐구하는 가공할 만한 도구이다. 지도자라면 인간과 세계와 삶에 대해 당연히 알아야 한다. 따라서 나는 열렬하게 성공을 바라는 지도자에게 ˝국민을 효과적으로 이끌고 싶다면 책을 광범위하게 읽으십시오!˝라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