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지 모르겠어. 아빠가 죽고 난 뒤, 몸져눕기를 잘 했던 예쁜 엄마도 겨우살이 풀에 상처를 입고 고생하다 죽고 말았지. 그때부터 난 눈만 내리면, 가슴이 사무쳐서 미칠 것만 같았어. 눈이 내려 덮인 길만 보면, 어디든지 곧 장 가고 싶었어. 엄마에겐 겨우살이 풀에 독이 있었고, 나한텐 눈에 독이 있는가 봐, 가고 싶은 건 지금도 마찬가지야, 가지 못하면 눈 위에 오줌이라도 갈겨야 속이 시원하단 말이야. 날개를 달고 내 맘대로 휘젓고 다니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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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머니의 오랜 기다림은 슬퍼서 아름다운 것이었고, 좌절과 희생, 권태와 기대, 그리고 때로는 설레는 희열과 어둡고 답답한 환멸과 울적함까지도 모두 버리지 않고 껴안은 섬뜩한 애증이었다. 어쩌면 나보다 더 애타게 눈 내리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도 어머니가 가진 그 환멸과 모순 덩어리의 사랑을 속속들이 표백당하는 단련을 통해 어디엔가 도달하고 싶은 소망 때문인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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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바지주머니에서 성냥을 꺼내 그었다. 소담스럽게 살아나는 성냥불을 그녀의 얼굴 가까이로 가져가 비춰보았다.
 그녀의 얼굴을 적시고 있던 어둠의 여백들이 한 켜씩 지워져 나가면서, 한껏 만개한 한송이의 노란 양귀비꽃이 눈앞에 아련하게 떠올랐다. 아름답기 그지없지만, 일 년 중에 단 하루 동안만 혼자서 핀다는 꽃. 간절하게 기다리는 마음이 없는사람에겐 얼굴도 마주할 수 없다는 도도한 자태의 노란 두메양귀비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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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절망의 치료제다. 책은 희망이 들어 있는 작은 상자다. 조용히 책을 펼치는 사람에게 책 속의 글자들은 희망의 소리를 전한다. 사방이 꽉 막혀 답답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나 인생의 위기를 맞은 사람들에게 책은 가까이 다가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그럴 때 독서는 닫힌 마음이나 상처난 가슴을 달래주는 치료제가 된다. 책은 병원의 장기입원 환자나 감옥에 갇힌 사람 들에게 지루함과 답답함을 달래주는 치료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책은 인생을 살다가 환멸을 느껴 삶이 무의미해졌을 때 절망의 웅덩이에서 우리를 끄집어낸다. 배우자나 자식, 가까운 친구가 세상을 떠나 그 상실을 견딜 수 없을 때 책은 가까이 다가와 새로운 삶의 길을 열어준다. 치솟아오르는 몸의 욕망에 시달리며 세상과 삶의 존재의미를 찾는 청소년들에게도 책은 정신적 고통을 덜어주는 치료제이면서 새로운 삶의 길을 열어주는 안내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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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이 세상을 24시간 단위로 보게 한다면, 주간지는 세상을 일주일 단위로 보게 하고, 월간지는 한 달 단위로 생각하게 하며, 계간지는 3개월 단위로 사고하는 습관을 갖게 한다. 인터넷 같은 속도지상주의 미디어는 신문이나 잡지보다 더 짧은 단위로 파편화된 정보와 단편적 지식을 제공한다. 그러나 책은 그런 급박한 시간단위를 넘어서 현재를 기점으로 하여 과거와 미래로 이어지는 긴 사고의 발걸음을 천천히 내딛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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