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지주머니에서 성냥을 꺼내 그었다. 소담스럽게 살아나는 성냥불을 그녀의 얼굴 가까이로 가져가 비춰보았다. 그녀의 얼굴을 적시고 있던 어둠의 여백들이 한 켜씩 지워져 나가면서, 한껏 만개한 한송이의 노란 양귀비꽃이 눈앞에 아련하게 떠올랐다. 아름답기 그지없지만, 일 년 중에 단 하루 동안만 혼자서 핀다는 꽃. 간절하게 기다리는 마음이 없는사람에겐 얼굴도 마주할 수 없다는 도도한 자태의 노란 두메양귀비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