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gray님의 추천으로 냉큼 집어들었다.
6개의 시선으로 이루어진 장(章) 중에서
단연 백미는 2번째 장<검은 숨>이었다.
열십자로 포개놓은 시체탑에 쌓여 고깃덩이가 된 정대는
피부가, 창자가 끓고 쪼그라든다
마지막으로 뼈까지 태워진다.
그 어이없이 타버린 자신의 육신을 바라보며 섣불리 떠나지 못한다. 망각의 강을 건너기 전 어릴 적 추억을 담담하게 술회하고 마지막 검은 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죽어간 몸들은
순수했던 내 누이, 내 동생, 내 부모님이었다.

누가 죽였는지,
무었때문에 죽었는지
죽고 나서도 "또 다른 죽임"으로 모멸감을 느껴왔던 시간들

그런 한맺힘으로 남겨진 가족들은 통절한 일생을 살아왔는데..

광주민주화운동이란 이름으로 명예는 회복되었지만
그 따위가 무슨 의미가 있으랴~
현재도 대다수의 기득권을 가진 자들에겐 그들은 "폭도"다.
영화 "화려한 휴가"를 같이 봤던 친구 한놈의 말에 흘리던 눈물마저 빨갱이가 되버린
한마디 "영화 개쓰레기네~"

이렇듯
잔인하고 잔혹한 "광주"는
현재의 대한민국에도 여전히 존재한다는 작가의 말이
또 다시 날 무력하게 만들고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주류의 정치가들이,
주류의 영화감독들이,
주류의 문인들과 예술가들이
이 아픔에 대해서 여전히 "보편적인 침묵"을 유지한다는 이유가 개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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