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성교육을 합니다 - 소년부터 성년까지 남자가 꼭 알아야 할 성 A to Z
인티 차베즈 페레즈 지음, 이세진 옮김, 노하연 감수 / 문예출판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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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스웨덴 성교육협회에 소속되어 전국 학교를 돌아다니며 청소년들에게 성교육을 하는 언론인 출신 작가 안티 차베즈 페레즈의 책이다.
사실 청소년기때 성교육이라는 것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요즘 학생들이 어떤 성교육을 받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더군다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유치원에 다니는 딸아이에게 언제, 어떻게 성교육을 해야 될지, 으례 성교육은 알아서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배우겠지 하는 마음으로 손을 놓게 마련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가장 얻은 수확이라면 ˝성교육˝은 단순히 남녀의 섹스에 주안점을 둔 교육이 아니라는 것과 ˝성관계˝ 또한 삽입의 행위에 초점을 둔 것이 아닌, 상대의 몸과 성, 젠더를 이해하기 위한 상호 존중과 평등이 사랑의 열쇠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이런 평등이 전제되어져야만 수많은 세월동안 쌓여온 남녀 불평등의 편견을 벗어나 안전하고 건강한 성을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연후에 쾌락 그 자체를 즐기는 것는 죄책감과 허무함을 갖지 말길 당부한다.
특히, 책의 후반부에서는 소수성애자들에 대한 내용, 이를테면 내가 동성애자일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나 주위에 동성애자가 있을 때 어떻게 대해야 할지에 대한 인식의 방향과 소소한 팁들을 공유한다.
약간 아쉬운 점은 섹스의 체위와 방법에 대한 널리 알려진 내용에 대해 지면을 할애한 점이라고 해야 하나. 이 책이 남성, 특히 청소년을 위한 책이라고 보더라도 이미 이러한 방법론은 다 익숙하게 알고 있지 않을까. 많은 분야를 담기 위한 저자의 노력은 공감하지만, 조금 더 ˝관계˝에 대한 철학을 담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청소년, 특히 남자 아이를 키우고 있는 (반대로 남자 청소년과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의 반인 여학생도 포함) 부모라면 꼭 한번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가독성이 좋은 문장으로 잘 읽히고 진도도 빠르게 나아간다. 아래는 난 왠만한 건 다 알아~라고 자부하는 청소년이나 성인에게도 응? 이건 뭐지? 라는.. 그 동안 잘 몰랐던 내용이나, 속설이 정설화된 내용, 재미있는 문장, 또는 아하~ 그렇구나 하고 새롭게 깨달은 문장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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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살이 쪄도 성기가 커지지는 않아요. 왜냐고요? 음경의 피부에는 지방이 없기 때문이에요˝ - 21쪽


˝고환의 위치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여러분이 이동할 때 고환들끼리 부딪히지 않는 거예요˝ - 22쪽


˝우리는 그동안 경쟁에서 이긴 정자가 난자를 차지하는 정복적 스토리를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과학적 사실은 그렇지 않지요. 정자는 여성의 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로 뭉쳐서 돕습니다. 그리고 난자에게 온 첫 번째 정자 팀은 주로 막을 뚫다가 죽습니다. 더 놀라운 건 난자는 자신과 DNA가 다른 정자를 만나면 스스로 막을 열어주기도 한다는 점이예요.˝ - 24쪽


˝특히 아침에는 방광이 소변으로 꽉 차 있기 때문에 곧잘 발기가 일어나요. 아침에 잠을 깨보니 거기가 딱딱하게 서 있는 이유는 방광이 발기를 자극하는 신경을 압박하기 때문이지요.(....) 신체가 잠을 자는 동안 근육이 이완되면, 음경을 감싸는 해면조직에 피가 잘 흘러들어가므로 발기가 일어난다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야한 꿈과는 상관없이.˝ - 27쪽


˝성기를 지나치게 자주 씻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싫을지 모르지만 성기 특유의 냄새는 결코 완벽하게 지울 수 없답니다.˝ - 28쪽


˝어쩌면 자위의 또 다른 명칭인 ‘오나니즘(Onanism)‘이 성경 속 인물 오난(Onan)에게서 유래했기 때문일까요. 오난은 섹스는 즐기되 자손은 낳지 않으려 했기 때문에 신에게 벌을 받아 죽었습니다. ˝ - 43쪽


˝음핵에는 8천 개 이상의 감각 세포가 있어서 직접적인 접촉은 너무 자극적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음핵은 스스로 포피 안으로 들어가 간접 자극을 통해 성적 만족을 느낍니다.- 70쪽


˝성관계 빈도는 질의 크기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경험이 많은 여자는 거기가 ‘느슨해진다‘는 말은 사실이 아닙니다.˝ - 72쪽


˝흥분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음핵이 음경보다 더 깁니다. 음핵의 대부분이 몸속에 위치해 있어서 우리가 그 크기를 잘 모를 뿐이지요.˝-74쪽


˝질주름은 혈관이 없는 조직입니다. 그러니까 질주름이 손상된다고 해서 반드시 피가 나란 법은 없어요(...) 질주름은 질 입구 3분의 1에 위치해 있어요 근육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늘어나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하지요. 자위나 섹스를 한다고 해서 질주름이 반드시 찢어지는 건 아닙니다.˝-85쪽


˝이미 삽입 섹스를 경험한 질인지, 그런 경험이 없는 질인지 판별할 방법은 없습니다.˝-86쪽


˝남학생들에게 월경 중인 여자와도 섹스를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포궁에 있는 물질을 몸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포궁 경부(자궁 입구)가 열립니다. 또 평상시에 비해 질내 PH산도가 낮아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섹스를 한다면 월경혈이 역류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질의 산도가 약해지고 포궁 경부가 열려 있어 세균 감염에 쉽게 노출되지요. 그래서 저는 월경 중에는 섹스를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고 대답합니다. ˝ - 91쪽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싸우고 울고 하면서 관계를 원만하게 이어나가려고 노력하는 겁니다. 다툼은 연애가 글러 먹었다는 뜻이아닙니다. 오히려 서로 좋아하기 때문에 다투기도 합니다. 삶에서 사랑만큼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것도 없습니다.˝-97쪽


˝서로 딱 달라붙어 지내고 싶어하는 시기가 지나자마자 터지는 전형적인 문제는, 함께하는 시간이 너무 많아서 숨 막힌다는 겁니다.(...) 이 문제에 대처하는 가장 나쁜 방법은 아무 것도 바꾸지 않는 겁니다.(...) 대화를 나누고 솔직히 이 문제를 다루는 게 최선이에요.˝-115쪽


˝섹스에서 부정적 신호는 부정적 신호일 뿐이고, 싫다고 했으면 싫은 겁니다.! 예외가 없다는 것을 똑똑히 알아두세요.˝-1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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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부에서 동성애간 섹스나 항문 섹스 등에 대한 편견과 그 행위 자체에 대한 낙인찍기는 올바른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안전하고 정확한 방법을 설명해 준다.
조금 놀란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책은 이야기한다.
섹스란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성인 남녀간 서로 존중과 상호 동의하에 위생과 안전을 담보한다면 누구든지 그 섹스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그 쾌락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행복을 누리는데 결정적인 열쇠를 쥐고 있다는 것을.
나 자신도 그렇게 쉬쉬하며 속설과 편견 사이에서 때론 숨기고, 때론 자책하며, 한편으론 센척, 호기당당하게 위선으로 포장해왔던 날들을 돌이켜 보면, 적어도 내 딸애한테는 건강하고 합리적인 성에 대한 인식을 전해주고 싶다. 건강한 식욕, 건강한 잠, 건강한 성욕을 누리면서 살았으면.


#일단성교육을합니다
#남성성교육
#청소년성교육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책을 읽고 남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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