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야 산다.

 

 

 

 

p. 128

질병이란 특수한 고통과 결여의 상태가 아니라 생명이 태어나기 위해선 반드시 수반해야 할 필연적 조건이다.

(.....)

 

모든 존재는 원초적으로 질병을 안고 태어날 수 밖에 없다. 아니 질병이 곧 존재의 표현방식이다.

(.....)

 

완벽한 조건에선 차이가 형성되지 않고 차이와 균열이 일어나지 않으면 에너지나 열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

 

그런 점에서 평형상태란 곧 정적과 죽음을 의미한다.

 

 

p.130

일찍이 르네 듀보가 말했듯이, 건강은 근대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환상이다

"그에 따르면 건강은 생명체와 환경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인 적응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균형일 뿐 도달해야 할 목표가 아니다"(강신익, <건강은 없다:복잡성의 진화와 의학>_인문의학 1집, 20쪽)

근대 이전에는 건강이라는 말이 없었을뿐더러 "영어단어 헬스(health)의 어원은 신성함, 전체성, 치유의 뜻에 있어 종교적 뉘앙스가 강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17세기 이후 해부병리학이 확립되면서 "질병을 신체의 부분적 현상으로 축소시켰다. 그리고 세균을 발견하여 병의 '실체'를 확인하 18-19세기, 항생제와 각종 첨단장비를 발명해 병의 실체에 직접 접근할 수 있게 된 20세기를 거치면서 건강은 점차 '질병의 부재'를 뜻하게 되었다.

(.....)

하지만 진화론적 관점에 의거하면 기본적으로 정상적인 몸의 상태라는 건 있을 수 없다.

진화란 거창한 설계하에 이루어지는 장엄한 작업이 아니라, 국소적 차원에 따른 우연한 변화들이 뒤엉킨 비뚤비뚤한 세계다.

이런 과정속에선 무엇이 정형이라 규정할 수가 없다. 또 인간은 질병이 있음으로 해서 고통을 받기도 하지만, 그 질병 때문에 목숨을 유지할 수도 있다.

<아파야 산다>의 저자 샤론 모알렘에 따르면 혈색증이나 당뇨는 분명 치명적인 질병이지만, 인간은 이 병들이 있었기 때문에 페스트를 이겨 내고 빙하의 추위를 견뎌낼 수 있었다.

결국 병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병이 "있음으로 해서" 내가 살 수 있는 것이다.

 

 

------------------------

 

 

공염불 정도로 치부하느냐,

공감하긴 하는데, 모든 내용을 은유와 상징으로 받아들이느냐.

저자는 이 2가지 반응에 다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공염불로 치부하지 않는 사람도 인간과 우주 사이의 긴밀한 연관성에 대해 깊이 공감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헛다리를 짚고 온갖 신비주의적 망상을 싹틔운다고 우려한다.

우주에 지수화풍(地水火風)이 있듯이 곡기에 지수화풍, 음양오행의 기운이 다 담겨있고, 자신의 몸이 곧 자연이고, 우주임을 사무치게 깨달아야만 동양의학을 이해할 수 있다.

 

암에 걸린 사람들이 "질병은 죽을때까지 안고 가는 친구다"라는 말.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죽음 앞에서 첨단 의료 시술을 거부하고 자연으로 들어가는 이의 내면적 고뇌와 그 이면의 통찰도 

함께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