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과 함께 정치9단으로 불리는 김영삼의 무모하리만큼 신속한 저돌성이 연출해 낸 정치적 빅쇼였다. 그것은 정권을 잡자마자 번개치듯이 단행한 '하나회'해체 작전이었다. 하나회는 초등학생들까지 다 알만큼 말썽이 많았던 군부 내 사조직이었다. 그건 박정희의 영구 집권을 옹위하기 위해 꾸며진 음험한 조직이었다.


'국민들은 투표하는 순간에만 주인이다. 투표가 끝나자마자 다시 노예로 전락한다']

또 어떤 유명한 사람의 말이 루소 말의 대구(對句)처럼 떠올랐다.

'정치인에게 국민이란 정권을 잡기 위한 방편이고 구호일 뿐이다'

'국민이 정치에 무관심하면 가장 저질스러운 정치인들에게 지배당한다'

플라톤의 말이었다.

플라톤은 2,300여 년 전의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인간 세상에서는 그 기나긴 세월 동안 정치인들은 줄기차게 국민들을 속이고 이용해 먹고, 국민들은 정치에 별 관심없이 그저 지배당해왔다는 것이었다.


"예, 어떤 사람이 말했어요. 인간은 세 겹의 노예다. 신을 만들어 종교의 노예가 되었고, 국가를 만들어 권력의 노예가 되었고, 돈을 만들어 황금의 노예가 되었다. 거기다가 네 번째로, 핸드폰을 만들어 스마트폰의 노예가 되었다"


국민 대중의 집단 망각증, 그리고 집단 무관심. 국민들이 이 두 가지 중병에서 완전히 벗어나 두 눈 부릅뜨고 각 분야 공무원들과 여러 권력 집단들을 감시, 감독하지 않고서는 백 년, 천 년이 지나도 안 고쳐져"


중고등학생 몇십 명에게 물었다. '만약 10억이 생긴다면 1-2년 감옥살이해도 상관없다' 이 도발적인 설문에 90퍼센트 이상이 '그렇다'에 응답했다.


서울에는 도시 미관과 생활 환경을 위해서 엄한 고도 제한이 실시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을 풀어버린 것이 시장 이명박이었다. 그때부터 서울에는 밤낮없이 고층 건물들이 치솟기 시작했다. 그 바람을 타고 아파트들도 30층을 넘어 50층을 향해 솟아올랐다. 그 고층 짓기 경쟁은 주위의 자연환경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었던 서울을 완전히 망치고 말았다 '600년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유서깊은 예술적인 고도를 반문화적인 시멘트 정글의 지옥으로 망쳐버렸다' 어떤 외국 건축가의 탄식이었다.

(.....)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다 파괴하며 난립한 서울의 고층 아파트들과 죽임을 당한 4대강은 이명박이 세운 지대한 2대 업적이었다.

김영삼의 IMF사태와 함께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위업이 아닐 수 없었다.


국회의원들은 참여연대 하면 겉으로는 다 반기는 척 밝게 웃음 짓지만 속으로는 정반대로 얼굴 찌푸리고, 거북해하고, 경계했다.

참여연대는 일찍이 국회를 손바닥위에 올려놓고 국회의원들의 낙천 낙선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했던 것이다.

한 번만이 아니라 네 차례에 걸쳐서 진행된 그 해괴한 운동에서 그들에게 지목된 대상자 86명 중에 자그마치 59명이 낙선이라는 사실을 당하고 말았다. 그런 끔찍스러운 일을 겪어야 했으니 국회의원 그 누가 참여연대를 진심으로 좋아할 수 있을 것인가.


민변은 처음 출발할 때 50여 명이었는데, 30여 년 활동해 오는 동안에 회원들이 자그마치 1천1백명이 넘게 불어났어요. 그리고 참여연대도 몇백 명으로 시작했는데, 25년의 연륜을 쌓아오면서 후원자들이 1만 5천 명이 넘었어요. 이건 우리 사회의 새로운 희망이고, 민주 사회가 열려가는 새로운 빛이잖아요.(........)

민변은 자발적으로 회비를 내고, 자발적으로 무료 변론을 하는 이 나라의 유일한 순수 봉사 단체였다.

시민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시민단체와 달랐고, 국가의 지원이나 시민 모금으로 운영되는 봉사 단체와도 달랐다.

민변 회원들은 각기 개인적으로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하루 일과를 끝내고 6시부터 민변 사무실에 모여 분과별로 무료 변론 일을 해나갔다. 그들은 5년 차까지는 5만원씩, 6년차부터는 10만원씩 매달 회비를 냈다. 그러나 회비를 안내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그렇지만 독촉하지 않았다. 자발적인 모임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2년 동안, 24개월 정도를 안내면 동행의 의사가 없는 것으로 여겨 탈퇴 처리를 했다. 그렇게 떠난 사람보다 모여든 사람이 훨씬 많아 회원 1,100명이 넘는 거대한 변호사 집단이 된 것이었다.

그 이름도 숭고하고 진솔하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돈하고 혈통 앞에서는 서울대 아니라 하버드, 옥스퍼드 졸업장도 쪽을 못 쓴다는 걸 모르셔?"


사람이 부리는 여러가지 욕심 중에서 가장 큰 욕심이 돈 욕심일 것이고, 그 탐욕을 가장 높이 쌓아 올린 것이 재벌일 것이다.

재벌이란 곧 탐욕의 거대한 탑이다.


자기보다 10배 부자면 헐뜯고

자기보다 100배 부자면 두려워하고

자기보다 1,000배 부자면 고용당하고

자기보다 10,000배 부자면 노예가 된다.


2,100여 년 전의 중국의 역사학자 사마천은 어떻게 이렇게도 예리하게 인간의 심리를 꿰뚫을 수 있었을까. 그는 단순히 역사학자만이 아니라 철학자이고 심리학자의 경지를 이루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일찍이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설하셨습니다.

'뭇 짐승들은 모아 쌓지 않고 서로 나눔으로 모자람이 없다. 그러나 사람만이 모아 쌓아두려는 탐욕때문에 늘 다툼이 생기고 모자란다고 느낀다.또 같은 부처님의 땅인 인도의 간디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구상에서 나오는 모든 생산물은 인류가 고루 나누어 먹고도 남는다.

그러나 부자들의 욕심을 채우기에는 모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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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선생의 대하소설 3부작에서 느끼던 재미를 이 책에서 다시 맛본다.

3부작에서의 자연풍광의 묘사는 현대의 빌딩숲으로 묘사했고, 일제 치하, 한국전쟁, 그 이후 박정희 개발독재의 그늘에서 신음하던 민중은 돈돈돈의 시대에서 고통받고 있는 현재의 서민들을 그려내고 있다.

특히나 민변, 참여연대는 언론에서 그 활약상을 전혀 다루고 있지 않았기에, 아니 어쩌면 빨갱이라는 무기로 그들울 처절하게 깎아내리고, 이슈화시키지 않으려는 노력을 하였기에 머릿속에서 그 위상을 실감하지 못했고 내 나름의 좌표를 구하지 못했다.

태백산맥이 빨치산에 대한 나의 생각을 균형감있고 묵직하게 가르쳐주어 살아가는 내내 이념분쟁에서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 저울추를 선사해줬다면, 1권에서 민변, 참여연대에 대한 조정래 선생의 친절한 설명은 사회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준거틀을 제공해 주었다.

그것만으로도 1권을 읽은 보람이 생기고 뿌듯해진다.

사실 <풀꽃도 꽃이다> 작품에서  몇 가지 이유로 살짝 실망했는데..

이 책은 어떤 스토리와 질책으로 성공적으로 마무리할지 기대된다.

돈의 세상, 권력의 암투, 무지몽매한 국민.. 특히 망각하는 국민들을 위해 준엄하게 꾸짖어 주는(독자가 되는 우리가 될 수도 있기에) 선생의 의기가 대단하기도 하고 내 자신이 부끄럽기도 하다. 나조차도 내 안일함만 추구하는 편이니.

지금 현재, 일본과 미국, 북한과 중국, 러시아에 껴 있는 우리 민족이 이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조정래 선생의 일갈처럼

더 이상 '망각'하는 국민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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