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부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6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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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부는 읽기 어렵다.
카프카의 <성>만큼이나 지리한 길찾기의 연속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의 작품 <해변의 카프카>에서
갱부를 언급한다. 1867년생 나쓰메소세키의 작품을 1949년생 무라카미 하루키가 소설속 주인공을 내세워 어떻게 평가하는지 적어본다.


˝<고후(갱부)>라....˝ 하고 오시마 상은 희미한 기억을 더듬듯이 말한다.

˝도쿄의 학생이 우연찮게 광산에서 일하게 되고, 갱부를 사이에 섞여서 혹독한 체험을 한 후, 다시 바깥 세계로 돌아온다는 이야기지? 중편소설이고, 아주 오래전에 읽은 적이 있어. 그것은 그다지 소세키답지 않은 내용이고 문체도 비교적 거칠어서, 일반적으로 말하면 소세키 작품 가운데서도 가장 평판이 안 좋은 것 중 하나인 것 같은데...... 그 책의 어디가 재미있었을까?˝

나는 그 소설에 대해 그때까지 막연히 느끼고 있던 것을, 어떻게든 형태가 있는 말로 풀어보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작업에는 까마귀 소년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는 어디선지 모르게 나타나서, 날개를 크게 펼치고 몇 개의 단어를 나를 위해찾아준다. 나는 말한다.

˝주인공은 부잣집 아들인데, 연애 사건을 일으켰다가 그것이 잘 안 되자 모든 것이 싫어져서 가출을 합니다. 정처 없이 걷고 있을 때, 수장쩍은 사내가 갱부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을 걸자, 그 길로 얼떨결에 따라갑니다. 그리고 아지오 도잔(구리를 파내는 산)에서 일하게 됩니다. 깊은 땅속으로 들어가서, 그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체험을 합니다. 세상 물정을 모르는 도련님이 사회의 가장 밑바닥 같은 데를 기어 다닌 셈입니다.˝

(....)


˝그것은 죽느냐 사느냐 하는 체험입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겨우 빠져나와 다시 본래의 지상생활로 돌아옵니다. 그러나 주인공이 그런 체험에서 무슨 교훈을 얻었다든가, 그래서 삶의 양식이 달라졌든가, 인생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든가, 사회 본연의 상태에 의문을 갖게 되었다든가, 그런 것은 별로 씌어 있지 않습니다. 그가 인간적으로 성장한 반증 같은 것도 그다지 없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어쩐지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소설은 도대체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하고, 그러나 뭐라고 할까. 그러한 ‘무엇을 말하고 시은 건지 알 수 없는‘ 부분이 이상하게 마음에 남았습니다. 잘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만˝

(....)


˝그래서 너는 자신을 그 <갱부>의 주인공과 어느 정도 오버랩시키고 있다는 얘기인가?˝

나는 고개를 흔든다.
˝그런 건 아닙니다. 그런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어요˝

˝하지만 인간은 무엇인가에 스스로를 밀착해 살아가는 존재지˝ 하고 오시마 상이 말한다.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는 거야. 너도 부지불식간에 그렇게 하고 있을 거야. 괴테가 말하듯 세계의 만물은 메타포거든˝

- 해변의 카프카 본문 204~2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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