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므로 이 소설은 누가 뭐래도 ‘부산‘ 이야기고, 여기서 부산은 하나의 세계다. 부산은 이 소설의 모든 사건들 ‘사건‘이라 부르기엔 밋밋하고 평온한 ‘나의 산책, 먹고 마시고 말하고 생각하는 모든 행위들 - 이 이루어지는 수행되는 지역으로서, 『미래 산책 연습』의 소재, 배경, 주제, 서사 등에 거의 전면적으로 작용하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거꾸로 이 장소는 ‘나‘가 (부산에서) 생활하는 수행하는 일들에 의해, 다시 말해 그의 부산 산책‘에 의해 이 소설의 소재, 배경, 주제, 서사 등에 주요하게 자리잡게 된 요소라고도 할 수 있다. 나와 그 외의 등장 요소들이 보통의 경우와 달리 비/매개되면서 형성된 "드문 관계"
의 네트워크가 바로 ‘부산인 것이다. 이미 벌어진 일들의 배경이 아니라 여전히 구축중인, 앞으로 나가 (부산에서) 생활하며 수행하며 이루게 될 또다른 네트워크까지 잠재되어 있는, 아직 완결되지 않은 세계의 이름이 곧 ‘부산‘이다. 따라서 이 소설에서 부산은 이야기 내부의 모든 상호관계를 포함하는 테두리라기보다 이야기 내부의 모든 상호관계가 이루어낸 산물에 가깝다. 부산은 요소들에선행 또는 후행하는 전제나 결과가 아니라, 차라리 일련의 과정이다. 그렇다면부산은 어쩌면 부산이 아닐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