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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에 속지 마라 - 기대하지 마라, 예측하지 마라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이건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행운에 속지 마라
Fooled by Randomness: The Hidden Role of Chance in Life and in the Markets in 2004
- 지은이: 나심 니콜라스 탈렙 Nassim Nicholas Taleb
- 옮긴이: 이 건
- 출판사: 중앙북스 / 340 쪽 / \15,000
[블랙 스완]으로 유명한 탈렙이 작년 10 월에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하였는데, 당시 모 신문과의 인터뷰 기사 스크랩을 갖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다 생각이 나서, 다시 찾아 보았습니다. 탈렙의 첫 번째 저서는 2004 년 출간된 [능력과 운의 절묘한 조화]로 나와 있습니다. 2007 년 출간된 [블랙 스완] 덕분에 다음 책은 400 만 불의 선 인세를 받고서 ‘인류가 복잡한 세계에서 아이디어를 어떻게 행동으로 옮겨왔는지에 대해 분석’할 계획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는 또 한 명의 비관론자인지 아니면 탁월한 예언자인지 모르겠지만, 공인된 베스트셀러 저자임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어쨌든 처음 인터뷰 기사를 읽던 시점엔 신경을 쓰지 않았었는데, 투자관련 원서를 우리말로 깔끔하게 옮겨 소개하는 이 건님의 번역으로 된 이 책을 만났을 때, 처음 떠오른 생각은 [블랙 스완]의 유명세에 힘 입어 저자의 전작을 번역했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책을 읽던 중에 내용 중 한 부분을 얘기하다 이전에 다른 제목으로 나온 이 책을 읽었다는 분을 만났습니다. 그래서 알라딘에서 검색했더니, 과연 [능력과 운의 절묘한 조화: 2002 년에 이상원씨가 번역]가 바로 이 책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개정판을 낼 때, 친구와 독자들의 요청에 따라 보강하면서 분량이 3분의 1 이상 늘어났다고 합니다. 또한 책을 발간하고 나서 책의 일부 내용에 대해 전보다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제가 읽은 책 중 일부에 대해 독후감을 쓰면서 느끼는 감정과 비슷한 생각이 아닐까 하면서, 공감했습니다
저자는 자신에 대해 평생 확률론적 결과에 감정적으로 휘말리거나 운에 속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불확실성을 진지하게 다룬 전문가 또는 우아하고 세련되고 독창적이고 매력적이면서 온갖 허구에 속고 싶어하는 문학을 사랑하는 인간이란, 두 가지 상반된 행태가 결합되어 있다고 합니다. 책을 읽은 다음의 제 느낌은 두 번째 그가 그리는 인간이란 행태는 어렵겠다 싶었습니다. 사람이란 그렇게 행동하기가 어렵거든요. 앙드레 코스톨라니 영감이라면 몰라도^^
보통 책을 한 번 읽고서 두 번째 속독을 하고 나면, 책 읽은 당시엔 내용 대략을 이해하는 편인데, 그렇지 않은 책을 가끔 만나게 됩니다. 왜 이 책을 잡았을까 하는 자괴감을 느끼게 하는 책들이 있는데, 바로 이 책이 그 중의 하나였습니다. 저자의 말씀처럼 독후감을 쓰면서 좀 더 이해하는 부분이 많았으면 합니다.
저자는 두 가지 목적을 갖고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과학을 보호하려는 목적과 과학자가 진로에서 벗어나면 공격하려는 목적…… 어렵습니다……;;;
또한 저자는 세상/인류를 낙관적으로 보는 부류와 비극적으로 보는 부류로 나누고 있습니다. 저자가 인정하는 칼 포퍼, 하이에크, 밀턴 프리더먼, 조지 소로스 등을 후자에 두면서, 그 역시 후자에 속해 있음을 밝힙니다.
저자는 결과를 보고서 원인을 알았다는, 소위 후견지명(後見之明)이 위험한 생각이며 특히 경제 분야에 큰 해를 끼친다고 주장합니다. 결과를 놓고서 이미 알고 있었다는 뻔뻔스런 학자나 전문가를 많이 봐 온 저로서는 선견지명에 반하는 새로운 사자성어가 무척 반가웠습니다. 또한 저자는 인간은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 없고 역사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은 과거에 전혀 발생한 적이 없는 사건이 닥쳐올 미래에 일어난다는 사실임을 강조합니다.
탈렙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단어가 ‘운’입니다. 저자는 지나치게 ‘운’을 강조하는 통에 실력이 있어도/없어도 운만 있으면 된다는 것인가 하는 오해를 하게 됩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시장 여건을 요행히 맞춰 성공한 경우 또는 실패한 자는 사라지고 성공한 자만 부각되는 확률의 오해 등으로 인해 실제 실력보다는 운이라고 지칭된, 다른 요소가 성공의 큰 원인임에도 불구하고, 성공 = 실력으로 오해되는 것을 경계하면서 강하게 비난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검은 백조로 정의되는 갑작스런 사태를 피하기 위해 저자는 월 스트리트와 거리를 두는 한편 신문 등 대중매체를 보지 않는다고 합니다. 심지어 TV를 켜둔 상태에서 볼륨만을 꺼둚으로써 TV에 출연해서 시장을 예측하고 설명하는 전문가들을 비웃기까지 합니다.
저자는 노력, 일정한 업무와 이에 따른 일정한 수입, 식별 가능한 능력을 치과의사라는 직업으로 표상하고 무모하고 운이 좌우하면서 식별이 어려운 능력을 러시아 롤렛이라는 게임 또는 로또 당첨을 통해 일확천금을 번 것과 비교합니다. 또한 전혀 위험이 없어 보이는 국공채에만 투자하는 네오라는 트레이더와 위험을 감수하면서 승승장구하는 트레이더 존과의 비교를 통해 운의 한계를 설명합니다.
존이 몰락하고 이를 지켜보며 즐기면서도 절대 위험 회피로 위기를 잘 넘어가던 네로가 출퇴근 시간을 줄이기 위해 헬리콥터를 이용하다 출근길 사고로 죽음을 맞는 책 말미의 장면은, 행운의 끝, 검은 백조의 출현을 보여주는 서스펜스 영화의 마지막 반전과 같은 극적인 재미를 주었습니다.
책에서 구체적으로 직시하지 않았지만 제가 읽은 인터뷰에서 저자는 블랙 스완의 시대에 살기 위한 방책 네 가지를 제시합니다.
첫째, 과거 데이터를 통해 만들어진 ‘모델’보다는 경험을 믿어야 한다
- 데이터를 맹신하면서 생기는 오만은 파멸을 낳는 법이다
둘째, ‘무엇을 하라’고 하기보다는 ‘하지 말라’는 부정적 조언에 주목하라
- 빚을 지지 말라는 전래의 금언이 있지만 대다수 비즈니스스쿨에서는 차입해서 투자해 이익을 내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현실이고 결국 전 세계를 위기로 몰고 갔다
셋째, 과도한 낙관을 경계하라
- 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4 달러를 버는 것보다 보험에 가입하고 2 달러를 버는 곳이 훨씬 낫다
넷째, 이기는 것 보다는 실수를 피하는 것이 결국은 이익이다
- 실수만 피해도 꾸준히 노력하면 일류보다 앞서가고 행운을 누릴 수 있다. S&P 500 상장기업들의 흥망사를 보면 큰 기업들은 사라지지만 작은 기업들이 위기 때 더 잘 버티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밑줄 친 문장 몇 개를 옮기면서 제 이해 부족을 보충합니다
- 온갖 상황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불행을 돌아보면, 우리는 현재의 기쁨에 자만해서도 안 되고, 언제든 바뀔 수 있는 행복을 보고 감탄해서도 안됩니다. 수없이 다양한 형태로 펼쳐지는 불확실한 미래가 아직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신이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행복을 허락한 사람에 대해서만 행복한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겠지요.
- 정제된 생각이란 의미 없는 소음은 제거하고 제대로 된 정보를 바탕으로 하는 생각을 뜻한다. 소음은 언론에 비유할 수 있고 정보는 역사에 비유할 수 있다.
- 우리는 일상생활에 있어서까지 합리적이고 과학적일 필요는 없다. 우리에게 해를 입히고 생존을 위협하는 경우에만 합리적이면 된다. 현대 생활은 우리를 정반대 방향으로 몰고 가는 듯하다. 종교나 개인적 행동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지성적이 되는 반면,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처럼 운에 지배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지극히 비합리적이 된다.
- 일정 시점에서 보면, 가장 큰 성공을 거두는 트레이더는 시장의 최근 순환에 가장 잘 맞는 트레이더다.
- 옵션 매수자의 90%가 손실을 보기 때문에 자신은 옵션을 매수하지 않는다는 짐 로저스에 대해 저자는 짐 로저스는 확률과 기댓값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치고는 매우 크게 성공한 사람으로 보인다면서 비웃고 있습니다. - 저 역시 짐 로저스의 최근 몇 년간의 발언을 보면서 미심쩍은 마음이었는데, 샘통이다 싶었습니다.
- 신이 존재한다면 신을 믿는 사람은 보상받을 것이고 신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신을 믿는다고 해서 손해 볼 것은 없으므로 신의 존재를 믿는 것이 낫다는 파스칼의 논리처럼 통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주장합니다. ‘통계라는 과학이 나에게 이득이 된다면, 나는 사용할 것이다. 반면 내게 위협이 된다면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아무 위험 없이 과거를 최대한 이용하고 싶다. 따라서 나는 통계학과 귀납적 기법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지만, 위험을 관리하는 용도로는 사용하지 않을 생각이다.’ – 탈렙은 통계학 박사입니다.
- 사람들은 버핏이 억만장자이면서도 검소한 생활을 한다고 입을 모아 칭송하지만, 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 검소한 생활이 목적이라면, 버핏은 수도사가 되거나 사회사업가가 되어야 한다. 부자가 된다는 것은 순전히 이기적인 행위이지 사회적 행위가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 맞아요^^
- 우리는 수많은 대체역사 가운데 실현된 사건 하나를 보고 이를 가장 대표적인 사건으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간단히 말해서, 생존편의는 실적이 가장 좋은 사건이 가장 눈에 잘 띈다는 뜻이다. 왜 그럴까? 패배자는 모습을 감추기 때문이다. – 역사에서 사라진 불운한 사람들이여……
- 운에 좌우되지 않고 성공하는 길이 많음에도 끝까지 끈기를 발휘하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 남들보다 더 노력하는 사람은 보답을 받는다. 투자의 세계에서는 시장이 하락했을 때 증권을 보유하면 이득을 얻지만, 사람들은 임계점에 도달할 때까지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대부분 보상을 받기 직전에 포기해버린다. – 그렇습니다.
- 내가 평생 만나본 사람 중 최고의 트레이더는 나이젤 배비지인데, 자신의 과거 신념에 전혀 얽매이지 않는 사람이다. 어떤 통화가 약세가 될 거라고 강하게 주장했으면서도, 불과 몇 시간 뒤에는 전혀 거리낌 없이 충동적으로 그 통화를 매수한다. 왜 생각이 바뀌었을까? 그는 설명할 필요조차 느끼지 않는다. 이런 특성을 타고난 유명한 인물이 조지 소로스다. 그가 지닌 강점 중 하나가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순식간에 자신의 견해를 뒤집는 것이다. – 군자는 표변한다고 했는데, 그런 것인가요?
- 만족을 추구하는 사람과 최대화를 추구하는 사람 사이에는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행복하게 사는 사람은 대개 만족을 추구하는 유형이다. 그는 인생에서 원하는 바를 미리 정해놓았고, 만족을 얻는 순간 멈출 줄 안다. 목표를 달성해도 욕망을 계속 키워나가지 않는다. 생활수준이 향상되더라도 이에 따라 소비수준을 끊임없이 높이려고 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그는 탐욕스럽지 않기 때문에 만족할 줄을 안다.
- 반면, 최대화를 추구하는 사람은 세율을 몇 퍼센트만 낮출 수 있다면 언제라도 이삿짐을 꾸리는 유형이다. 부자가 되고 나서 그는 상품과 서비스에 대해 까다로워진다. 커피가 식었다고 불평을 한다. 최고 등급의 레스토랑에서도 요리가 형편없다고 투덜댄다. 끊임없이 수준을 높이려 하기 때문에 불행한 것인지, 아니면 불행한 사림이 최대화를 추구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저는 사무실에서 읽는 책, 집안의 거실소파나 책상에서 읽는 책 그리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읽는 책 등 보통 매일 읽는 책이 3 권/종류입니다. 이 책을 읽던 시점에 침대 옆에 있던 책은 법정스님의 설법집인, [일기일회]입니다. 저자의 마지막 문장에서 두드러진 그의 생각에서 스님의 무소유 정신(소욕지족)을 느꼈습니다. 검은 백조를 만나게 된다면, 그 사태가 과거에서 배울 수 없었던 전혀 뜻밖의 사건일지라도, 어쩌면 그것은 개인/집단의 탐욕이 초래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