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 - 주식투자에서 상식으로 성공하는 법, 완전개정판
피터 린치.존 로스차일드 지음, 이건 옮김 / 국일증권경제연구소 / 200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 One up On Wall Street by Peter Lynch in 2000
- 지은이: 피터 린치/ 존 로스차일드 Peter Lynch/ John Rothchild
- 옮긴이: 이 건
- 출판사: 국일증권경제연구소 / 469 쪽 / \23,000
몇 손가락에 꼽히는 투자의 고전, 무엇 하나 버릴 것 없이 중요한 내용으로 가득한 책인데, 뭘 옮겨놓고 잘 읽었음을 증거로 남길 수 있을까 고민하게 만듭니다. 같은 출판사에서 한국신용평가㈜ 평가부의 번역으로 나온 책을 2004 년에만 세 번 읽은 것으로 표시된 책이 서가에 꽂혀있지만, 올해 초 다시 번역을 잘하는 것으로 유명한 이 건님의 번역본으로 나온 새 책을, 이제야 읽게 되었습니다.
이런 일은 흔한 일은 아니지만 제겐 다른 경험이 있습니다. 또 다른 투자의 고전,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 역시 2004 년에 몇 번 읽었었는데, 2007 년에 나온 증보판을 다시 구해 읽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다시 번역되어 출판된 책이 앞서 나온 책보다 책값 빼고 모든 면에서 나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옮긴이 이 건님은 좋은 책을 잘못된 번역으로 인해 내용 전달을 잘못하는 데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합니다. 제가 많은 책은 읽지는 않지만 번역된 책을 읽으면서 갑갑함을 느낀 경험은 상당했던 것 같습니다. 가장 기억나는 것이 자본시장 초기의 투기꾼들의 얘기를 다룬 ‘타이쿤’, 영국의 영웅,‘넬슨’ 등이 있습니다. 오죽 답답했으면 제 독해력 부족이 이유일 것이라는 생각에 다음에 시간 많을 때, 꼭 다시 읽어야 할 책으로 기억하고 있겠습니까. 어쩔 수 없는 영어 실력으로 인해 원서를 읽지 못하는 한탄까지……
이 책을 몇 번 읽었던 2004 년에도 내용 요약을 하려고 생각했었는데, 이미 많은 분이 정리된 내용을 온라인상에 올려놓았고 제가 더 보탤 것도 없어 포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이번엔 제 나름 읽고 느낌이 강했던 부분을 옮겨보기로 하였습니다.
2004 년 피터 린치의 책을 처음 읽었을 때, 펀드매니저로써 최고의 성과를 내고 있는 시점에서 가족과 개인 생활을 위해 직장을 떠나는 데 대해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 1999 년, 나이 40세가 되었을 때, ‘대망’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던 저는, 오다 노부나가가 술 먹고 칼춤 추면서 불렀던 ‘인생 사십’이란 장면을 생각하며, 과감/무모하게 직장을 때려치우고서 어려움에 처해 한창 아내의 눈총을 받고 있던 때였습니다.
비슷한 나이에 비슷한 이유로 관두고서 한 사람은 이렇게 성공적인 삶을 영위하면서 자신의 삶을 자랑하고 있는데, 나는 어디서 잘못되었을까 하는 반성 겸 자책…… 책을 다시 읽으면서 근본적인 자질의 차이를 확실히 알았는데…… 어쨌든 나중에 친구와 이런저런 얘기 중에 ‘오다 노부나가가 인생 오십이라고 했는데’, 하는 말은 충격이었습니다. 억, 그렇다면 아직은 열심히 일해서 돈 많이 벌어놓고 이제 은퇴를 준비할 나이가 됐는데, 책 내용을 잘못 기억한 죄로 내가 잃어버린 10 년을 살았단 말인가…… 다시 ‘대망’ 그 부분을 찾으려고 했지만, 게으름에 미뤘고 확인한들 달라질 것이 없으니 괜한 수고를 하지 않겠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구시렁거리는 것을 보면 아직 미련이 많이 남았나 봅니다^^
피터 린치는 1963 년, 대학 2 학년 때 플라잉타이거 항공을 주당 7 달러에 매수한 것이 첫 5 루타 종목이 되었다고 자랑합니다. 당연히 제 첫 투자 경험과 겹쳤는데, 1986 년쯤 두어 달 고심 끝에 나름 고른 ‘부산투자금융’이란 주식을 한 달 월급 정도의 돈을 들여 매수했었는데, 거래 당일 제 매수량이 전체 거래량일 정도로 거래가 없는 종목이었습니다. 이후 이틀인가 거래가 없다 3 일 연속 상한가를 쳤는데, 그 3 일 동안 안절부절못하다 결국 3일째 매도해서 두어 달 용돈을 벌었던 기억입니다.
본 책에서는 2 년이 채 지나기 전에 32.75 달러에 도달했다고 합니다. 과거 번역본을 찾아봤더니, 두 달이 채 못되어 올랐다고 되어있더군요. 당시에도 이 내용에 밑줄을 쳐두었는데, ‘두 달이라니…… 너무 짧은 것 아냐?’하는 의문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이후 문장에서 대학원 비용을 충당했다는 것을 봐서 2 년이 맞을 것 같습니다. 아~ 이런 게 오역이구나 싶었습니다.
피터 린치와 저의 차이는 첫 투자경험에서 이미 확연히 드러납니다. 당시 3 일 상한가는 아마 20%쯤 상승이었을 것으로 기억합니다. 피터 린치는 500% 상승할 때까지 가만 있었는데 20% 상승에 안절부절^^
피터 린치는 와튼 스쿨(대학원)을 마친 후 1967 ~ 1969 년, 한국에서 포병장교로 군 복무를 하면서 우리나라와 인연을 맺습니다. 그래서였겠지만 책 여러 곳에서 우리나라를 들먹입니다. 괜히 반갑죠^^
워렌 버핏처럼 그 역시 주식시장에 필요한 수학은 초등학교 4 학년 산수로 충분하며 차라리 역사, 철학공부가 더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월 스트리트의 똑똑한 바보들 편에서는 위대한 저서나 교향곡 가운데 위원회가 만든 작품이 없듯이 훌륭한 포트폴리오 역시 위원회가 구성한 사례가 없다면서 펀드매니저의 독립적 사고를 방해하는 펀드운용방식에 대해 비난합니다. 재작년엔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M사에서는 투자위원회에서 투자종목을 결정한다는 식의 펀드운용방식을 자랑스럽게 얘기한 적이 있는데, 책 많이 읽는다는 그 분은 피터 린치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모양입니다.
주식을 보유하면 회사의 성장이 당신 몫이 된다. 당신은 번창하고 있는 회사의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채권을 보유할 경우, 당신은 언제든지 교체할 수 있는 자금 공급자에 불과하다. 누군가에게 자금을 빌려줄 경우 기대할 수 있는 최상의 결과는 원금에 이자를 보태서 돌려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 주식투자가 채권투자에 비해 더 나은 투자방법이라는, 이보다 더 명확한 표현이 있을까요?
진정한 역발상 투자자는 시장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종목, 특히 월 스트리트가 하품하는 종목을 매수한다. - 말이 쉽지. 얼마나 힘들고 지겨운 일인지요. 그래도 대가가 그렇다고 하면 그렇게 해야겠죠^^
시장은 투자와 아무 상관이 없다. 이 한 가지만 당신에게 납득시키더라도 이 책은 제값을 다한 셈이다. 당신이 내 말을 믿지 않는다면, 워렌 버핏의 말을 믿어라. 그는 이렇게 썼다.
“내가 아는 한, 주식시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 바보 같은 제안을 하고 있는지 참고 삼아 살펴보는 장소에 불과하다.”
피터 린치는 주식을 6 가지 유형으로 나눠 그 성격과 매입 시점, 매도 시점까지 설명합니다. 각자의 성격에 맞는 유형을 골라서 투자하라는 말씀인데, 제 경우엔, 제게 편안한 유형의 주식이 뭔지 상당히 인식하고 있고 꽤 오랜 투자경험을 갖고 있지만 늘 남의 떡이 커 보여 실수하는 것을 보면, 분류해서 대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습니다. 타고난 자질, 그게 안 된다면, 끊임없는 공부가 부족함을 채워줄까요?
* 6 가지 유형: 저성장주/ 대형우량주/ 고성장주/ 경기순환주/ 회생주/ 자산주
완벽한 투자종목을 고르는 ‘13 가지 기업의 속성’은 다시 읽어도 그의 탁견에 고개를 끄떡이게 됩니다. 촌스러운 이름에 따분하거나 혐오스런 사업을 하는 기업…… 재미있지만 정말 공감 가는 말씀
‘가장 인기 있는 업종에 속한 가장 각광받는 주식’, 없어서 아쉽다고요. 피터 린치는 가장 기피하는 종목이라는군요. 또한 검증되지 않은 기업은 투자를 계속 미루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잘 아는 얘기지만 실천이 너무 어렵다고요? 그래서 읽었던 책이지만 또 읽으라는 말씀 아닐까요?
일반적으로 PER이 성장률의 절반이라면 매우 유망하며 성장률의 두 배라면 매우 불리하다. 나는 펀드에 편입할 종목을 분석할 때 항상 이 기준을 사용한다.- 피터 린치가 그랬다면 당연히 저도 그렇게 해야겠죠. 문제는 이익성장률을 어떻게 아느냐는 것인데, 미래의 성장률을 알 수 있다면 최고지만, 불가능한 얘기가 되겠고, 과거 성장률을 감안해서 판단하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존 록펠러는 “나의 유일한 기쁨이 무엇인지 아는가? 배당을 받는 일이라네.” 당대 최고의 갑부가 배당 받는 일이 가장 기쁜 일이라는데, 제가 배당을 많이 주는 기업을 좋아하는 것은 칭찬받을 일이지 비난 받을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현금을 쌓아놓고 배당을 하지 않거나 인색하게 하는 기업에 대해 휴 리드케가 제시한 기업금융의 방광이론을 믿는다고 합니다. 기업에 자금이 쌓이면 쌓일수록 방광에 압력이 높아져서 오줌을 누듯이 아무 곳에나 돈을 써 버린다는 이론입니다. 퍼뜩 생각나는 우리나라 몇 개 기업이 있지 않습니까?
펀드 운용할 때, 없는 종목이 없다고 할 정도로 많은 종목을 편입하기로 유명한 저자는 개인별로 편입 종목의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고 합니다. 소규모 포트폴리오라면 3 ~ 10 개 보유하면 마음이 편할 것 같다고 합니다. 저는, 그 보다 좀 더 많아야 편한 것 같습니다.
투자종목을 고르는 13 가지 기업의 속성만큼이나 유명한 ‘가장 어리석고 위험한 열두 가지 생각들’을 배울 수 있습니다. 떨어지는 칼날, 바닥에 잡을 수 있다. 지하실아래 또 지하실, 내릴 만큼 내렸으니, 더는 안 내려. 동트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 칠흑 직전이 가장 어두울 때도 있다는군요.
제게 가장 위로가 된 말이 거의 끝 무렵에 나오더군요. ‘내가 바위의 심전도라고 부르는 몇 년 동안 꼼짝 않는 현상은 사실 좋은 징조다.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나? 질문에 답이 됐나요?
옮긴이 이 건님은 번역한 책에 대해 늘 성의 있는 자신의 의견을 남깁니다. 본 책에서도 어김없이 그의 탁월한 식견으로 끝까지 독자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이 책을 끝까지 읽은 당신은 행운아라고 합니다. 저는 앞서 번역된 책으로 세 번째, 이번에 내용 정리하면서 두 번까지 합하면 다섯 번이나 읽었으니 엄청난 행운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본 책은 늘 옆에 두고서 계속해서 읽을 책이지, 이렇게 정리한 요약본이나 13 가지 속성, 어리석은 12 가지 생각 등을 워드로 만들어 프린터해서 옆에 두고 보는 것으로 만족할 책이 아닐 것 같습니다.
진정한 행운아가 되기 위해서는 만남으로 한 번 읽음으로써 실현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요즘 수목요일 즐겨 보고 있는 드라마 ‘아이리스’의 이병현은 한 번 쓱 보면 줄줄 외우던데, 원래 기억력이 둔한데다 이제 쓸데없이 나이까지 많이 먹은 저로선 앞으로도 여러 번의 더 많은 숙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