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월스트리트 성인의 부자 지침서
존 보글 지음, 이건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월 스트리트 성인의 부자지침서
Enough: True Measures of Money, Business, and Life in 2009
- 지은이: 존 C. 보글 John C. Bogle / 이 건 옮김
- 출판사: 세종서적 / 263 쪽 / \13,000
인덱스펀드로 유명한 뱅가드의 보글이라면 주식투자자를 좀 했다는 분은 그 명성을 익히 알 것입니다. 저 역시 그런 정도로 알고 있으면서 정작 그 분의 책은 한 번도 읽지 않고 있었는데, 이번에 귀한 분의 추천으로 본 책을 대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보글의 명성에도 불구하고 책 읽기를 내켜 하지 않았던 것은 인덱스라면 결국 상장된 모든 종목을 다 편입한다는 것인데, 거기서 뭘 배울 게 있겠느냐는 단순한 논리였습니다. 본 책에서도 인텍스펀드를 발명한 분이 가장 단순한 투자 방법이라고 했으니 제 생각이 잘못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돈이 최고인 월 스트리트에서 성인으로 추앙 받는 보글의 삶과 돈, 사업, 인생 모든 것에 대한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는데, 몇 년 전에 읽었던 템플턴을 연상시키기도 했고 조금은 생뚱맞게도 코스톨라니 영감님이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옮긴이는 보글의 열정적인 생각을 옮기기가 어려웠다고 했는데, 독자인 저는 깔끔한 번역 덕분에 쉽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들어가는 앞머리에 ‘거대한 유혹’이라는 한 페이지에서 미국 건국 이후 벤저민 프랭클린의 근면, 인내, 검소한 미국민의 삶이 지난 30 년 동안 지독하게 타락하였음을 한탄합니다. 시작하는 글에서 이런 얘기가 나옵니다. 한 억만장자가 주최한 파티에 참석한 소설가에게 “이 파티를 연 억만장자 펀드매니저가 하루에 벌어들이는 돈이 당신이 큰 인기를 모은 소설로 평생 모은 돈보다 많다”는 말을 듣습니다. 이에 대해 이 소설가는 “그래, 하지만 나는 그가 꿈도 꾸지 못할 생각을 하고 있어…… 나는 지금도 충분히 가졌다고 생각하니까.” 제목, ‘Enough’이 연상되는 이 대화는 책에서 몇 번 반복됩니다.
1929 년 명문가에서 태어났지만, 대공황으로 인해 정작 가장 어려운 시기에 자라는 통에 힘들게 공부한 저자는 대학에서 작성해서 보낸 뮤추얼펀드에 대한 논문을 보고 채용한 월트 모건의 웰링턴펀드에 1951 년 입사한 후 끝까지 그곳에서 근무하게 됩니다.
금융업에 종사하면서도 금융업자들의 탐욕과 고비용을 질타하는 저자는 책을 읽는 내내 이런 주장을 계속합니다. ‘간단한 산수의 잔인한 법칙’에서 금융시스템은 우리 사회로부터 가치를 빼간다고 지적합니다. 회사를 망치고도 거금을 버는 몇 가지 사례를 들면서 부도덕성과 제도의 잘못을 지적합니다. 각종 헤지펀드, 뮤추얼펀드, 파생상품에 대한 투자는 투자자의 비용만 늘릴 뿐 결국 금융업자의 배만 불린다고 합니다.
2005 년 말까지 25 년 동안 펀드가 올린 수익은 평균 연 10%인데, 이는 S&P500 인덱스펀드의 수익률 12.3%보다 떨어지는 실적이며, 실제 이 펀드의 투자자는 비용 2.7%를 차감하면 7.3%에 불과합니다.
주식이 투기가 아니고 투자라고 생각하게 된 것은 1925 년 에드거 로렌스 스미스의 ‘주식에 장기 투자하라’가 발간될 때부터라고 합니다. 1994 년 출간된 제레미 시겔의 ‘주식투자 바이블’에서 주식투자를 옹호하고 있는데, 저자는 이들이 주식시장의 역사가 되풀이된다고 암묵적으로 가정한다는데 대해 우려하고 있습니다. 주식수익률의 원천은 배당과 이익성장인데, 과거 배당수익률은 5% 정도였고 현재 배당수익률은 2.3%인데 과거의 데이터를 보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느냐고 합니다.
낙관적 편향으로 인해 일반적인 기업회계기준에 의한 이익을 보고하는 것이 아니라 영업이익으로 기본이 바뀌고 있음을 지적합니다. 느슨한 기업회계 기준 덕분에 각종 회계속임수를 사용해서 분식회계가 일상화되었음을 우려합니다.
개인주주에서 금융자본인 기관투자자의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주주의 이익보다는 기업이 대리인과 금융인 자신의 금전적 이익을 앞세우게 됩니다. 양심적인 대리인이 아니라 자신의 보상을 우선하는 CEO가 대세입니다.
많은 사례와 경험을 얘기합니다. 투자를 한다면 제반 비용과 펀드운영자의 실적으로 판단하건대, 인덱스펀드를 권합니다. 한편 부정직하고 재물만능의 현 세태를 한탄합니다. 대안을 제시하지만, 현실에서 받아들여질 것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성공은 행복의 열쇠가 아니다. 행복이 성공의 열쇠다. – 아인슈타인
행복을 결정하는 요소:
1. 자율성: 우리 인생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
2. 관계 유지: 가족에 대한 사랑, 친구/동료와의 우정, 온갖 계층의 사람들과 개방적 관계를 맺는 능력
3. 능력 발휘: 타고난 재능과 자신이 개발한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는 것
자신은 얼마면 충분한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 자신과 아내와 함께 안락한 생활을 보장할 수 있고, 6 명의 자녀에게 얼마간 재산을 물려줄 수 있으며, 12 명의 손자들에게 얼마간 남겨줄 수 있고, 자신이 몇 년 전에 세운 아담한 재단에 적지 않은 금액을 보탤 수 있다.
- 지난 20 년 동안 수입의 절반을 다양한 사회사업에 기부했는데도, 이렇게 많은 재산을 모을 수 있었다.
다른 펀드 산업의 대표들과 비교하면 금전적 보상 면에서 실패했지만, 의도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세가지 이유에서 만족하며 감사한다.
첫째, 태어나서부터 소비 대신 절약을 하도록 배우면서 자랐다. 오랜 직장생활을 하면서 내가 번 돈보다 많이 지출한 해는 한 번도 없었다.
둘째, 1951 년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래 확정납입형 퇴직연금을 급여의 15%씩 계속 불입했다. 현재 그 가치는 굉장한 수준이다.
셋째, 현명하게 투자했다. 투기를 삼가고 보수적으로 운용되는 저비용펀드(바로, 인덱스펀드^^)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1999 년 말 주가가 투기적 수준까지 상승한 점이 걱정되어 주식비중을 35%로 낮추었고 채권 비중을 65%로 높였다. 이후 이 비중이 다소 움직이기는 했지만, 자산배분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요즘처럼 시장이 출렁거릴 때도, 나는 펀드의 시장가치를 들여다보려는 유혹을 물리치고 있다.
워렌 버핏에게서 뭔가 부족했던 부분을 보글로 인해 채울 수 있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나름 기업에 대해 따져보고서 투자금 배분의 재미를 즐기면서, 평균 지수보다는 나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건방을 떠는 저로선 보글의 투자방식에 동의는 하데 따를 수는 없습니다. 한편 80세를 넘어선 저자만큼의 여유가 없기에 자산배분의 방식도 따를 수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그의 삶을 귀감으로 삼아 흉내 내는 것을 목표로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글 마지막, 옮긴이의 말이 있습니다. 실제 투자업무에 종사했던, 옮긴이는 투자의 거장 가운데, 저자를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라고 합니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부자가 되는 길을 열어주었고, 세계 최초로 인덱스펀드를 개발한 뒤 거부가 될 수도 있었지만, 그 과실을 거의 모두 투자자에게 돌려주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저 역시 좋아하기로 하였습니다. 우선 보글의 다른 저서, ‘모든 주식을 소유하라’, ‘존 보글 투자의 정석’ 등을 틈나는 대로 읽기로 하였습니다.
책 읽으면서 좋았던 문장을 옮기는 식으로 두서없이 나열하였습니다. 좋은 책을 욕되게 하지 않았나 모르겠습니다. 좋은 문장이 많지만, 제게 많이 와 닿았던 두 꼭지를 옮겨 적었습니다.
- 계속 전진하라: 끈기를 대신할 것은 세상에 없다. 재능은 아니다. 재능을 갖고도 실패한 사람은 세상에 널려있다. 천재도 아니다. 천재가 소용없다는 말은 속담이 되다시피 했다. 교육도 아니다. 세상에는 고학력 낙오자가 넘친다. 끈기와 결단만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계속 전진하라”는 슬로건이 인류의 문제를 풀어왔고, 항상 풀어낼 것이다.
- 자만심과 겸손의 균형 유지: 아마도 우리가 타고난 열정 가운데 자만심처럼 정복하기 힘든 것도 없다. 아무리 숨기고, 대항하고, 억누르고, 꾹 참고, 극복하더라도 여전히 살아남아서, 때때로 기회를 엿보다가 모습을 드러낸다. 내가 자만심을 완전히 정복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나 자신의 겸손에 대해 자만심을 드러낼 것이기 때문이다. – 밴저민 프랭클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