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칼 인생공부 - 인간의 마음을 해부한, 67가지 철학수업 인생공부 시리즈
김태현 지음, 블레즈 파스칼 원작 / PASCAL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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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너무 불행해서 심지어

근거 없이도 싫증이 난다.

파스칼

책을 열면 프롤로그에 파스칼의 『팡세』를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나온다. 한 마디로 표현하면 "인간의 본질과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깊이 있는 철학적 작품으로, 읽는 이로 하여금 삶의 본질을 깊이 성찰하게 해주는 책이다" 그러므로 팡세를 통해 우리는 좀 더 나은 삶을 추구할 수 있다.

『팡세』에 대한 네 가지 유익점을 언급하면 첫째, 『팡세』는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파스칼은 인간의 약점과 한계를 솔직하게 드러내며, 이를 통해 독자 스스로 성찰하도록 해준다. 둘째, 『팡세』는 지적 성장을 돕는다. 그의 글은 논리적이고 철학적이다. 그래서 깊은 사유로 들어가게 해준다. 셋째, 『팡세』는 윤리적 성찰을 촉진한다. 파스칼은 인간의 도덕적 본성과 윤리적 책임에 대해 깊이 고민한 자이다. 그래서 독자를 도덕적 성찰로 이끈다. 넷째, 『팡세』는 독자에게 삶의 지혜를 제공한다. 파스칼은 인간의 불안과 고뇌,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신앙과 이성의 역할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하면서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게 해준다.

파스칼을 알게 된 때는 청년 때이다. 아마도 25살이나 되었을까? 그때 그의 글을 보면서 종교적으로도 끌렸고, 철학적으로도 끌렸다. 당대에 있어 그는 천재 수학자이자 과학자인 동시에 당대의 교양인이며 영성가였다. 그가 세상과 종교를 바라보는 것은 예사스럽지 않았다. 팡세를 소개할 때 프랑스 군인들은 전쟁터에 나갈때에 배낭에 꼭 이 책을 소지했다는 말이 있는데 그것은 생사가 엇갈린 전장에서 인간과 죽음과 신과의 절대절명의 물음이 필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즉 팡세의 글귀로나마 그들은 위안을 받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독자 또한 진지하게 세상을 바라보던 때라 그의 책은 내 마음에 위로가 되고, 지표가 되었다.

이 책 『팡세』는 기독교 변증을 목적으로 작성한 초고임에도 인간 심리에 대한 예리한 분석과 사회 문화를 아우르는 심오한 비평이 돋보이는 책이다. 그리고 파스칼은 여기에 인간 속성을 관통하는 신랄한 유머와 서민들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을 곁들인다. 그래서 종교와 기타의 주제에 대한 파스칼의 생각이 담긴 인간 탐구의 관점에서 읽을 때 이 책은 단연 내 삶에 한 획을 그을 정도의 가치를 안겨준다.

사실 이 책을 읽을 때는 팡세에 대한 원문이 새로운 형식으로 실려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번에 출간된 『파스칼 인생공부』는 현대 독자들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저자인 인문학자 김태현 작가에 의해 67개의 대표 구절을 엄선하면서 자신이 거기에 설명을 덧붙인 구성으로 책이 편찬이 되었다. 그래서 팡세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통해 더 깊이 사유의 세계로 가게 하고, 현실적 접근을 더 가능하게 하였다. 그래서 《팡세》의 대표 구절을 더 곱씹게 되는 기회가 되었다.

그 가운데 쳅터 2에서 나온 글이 지금의 내 생각에 가장 울림을 준다.

"인간은 천사도 아니고 짐승도 아니다.

천사가 되려는 자는 짐승이 된다.”

"L'homme n'est ni ange ni bête,

et le malheur veut que qui veut faire l'ange fait la bête."

저자는 당시 프랑스 혁명이라는 격동의 시기에 급진적 지도자로 떠오른 한 사람을 소개한다. 그는 혁명 초기, 자유와 평등을 부르짖으며 민중의 희망을 대표하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의 이상은 점차 어두운 그림자로 뒤덮였다. 반혁명 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그는 잔혹한 공포정치를 펼치며 짐승처럼 변했다. 혁명의 불꽃 속에서 천사와 괴물의 경계를 넘나들던 그의 모습은 비극적인 아이러니로 남아 있는데 파스칼은 그러한 인간성을 이미 알고 인간을 천사와 짐승 사이의 존재라고 말한다. 이는 인간이 도덕적이고 이성적 존재이면서도, 동시에 본능적이고 감정적 존재이며, 인간은 도덕적 이상과 높은 지향을 두고 있지만, 완벽하게 천사와 같은 존재가 될 수는 없을 뿐더러, 짐승처럼 행동하는 것 또한 본질과 맞지 않다. 따라서 너무 지나치게 천사가 되려는 자가 오히려 짐승으로 떨저질 수 있기에 지나친 완변주의는 인간에게 오히려 해가 되는 것이다. 예를 든다면 도덕적 완벽주의를 추구하며 자신이나 타인에게 비현실적인 기대를 강요하는 사람은 종종 타인을 비난하거나 자신을 비하한다. 그러므로 자신과 타인에게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기보다는 인간의 본성과 한계를 이해하고 서로 포용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또 하나의 문구가 36쳅터에 나온다. 이미 많이 알려진 것이며, 평소 이런 글 때문에 혼자 있는 것에 대해 의기소침하거나 두려움을 갖지 않았다. 그것은 아래와 같다.

"모든 인류의 문제는 사람들이 혼자

조용히 앉아 있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인간은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파스칼을 말한다. 그래야 자기 내면을 돌아보고 성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30년 전만 하더라도 혼밥은 없는 문화였다. 그것을 수치로 생각하고, 친구가 없는 불완전한 사람으로 보았다. 그러나 시대가 흐르면서 이제는 혼밥이나 혼술, 나홀로 여행이 얼마든지 눈치보지 않고 가능하다. 현대인을 일컬어 관계에 목매인 자들이라고 한다. 이렇듯 사람들은 관계에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 그런데 팡세의 글을 통해 조용히 혼자 있는 시간을 이미 즐겼고, 더 깊이 나를 마주했다. 이것은 결국 자기 자신과 깊은 유대 관계를 맺고, 더 건강한 사회적 관계를 구축하게 해준다. 즉 나 자신을 알지 못하면서 타인을 이해하고 알아간다는 것은 모순이다.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의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이 타인과의 관계에서 더 성숙하고 안정된 모습을 보인다.

파스칼 탄생 400년이 지난 지금 《성서》 다음으로 널리 읽히는 〈팡세〉는 1670년, 파스칼 사후 처음으로 출간되면서 인류 역사에 깊이 새겨진 철학적 유산이다. 한 쳅터마다 선별된 팡세의 중요 구절과 저자의 생각들이 합쳐진 이 책은 단연 지친 현대인들에게 인생 지침서로 꼭 필요한 책이다!

몇 개의 새로운 (명언)구절들이 눈에 들어와 함께 적어 본다.

침묵은 가장 큰 박해다.

성인들은 절대 침목하지 않았다.

p.58_침묵은 불의를 방조한다.

인간은 필요로 가득 차 있다.

모든 것이 부족하고, 모든 것이 필요하다.

p.79

신은 영혼 보다는 의지를 움직이기를 원하며,

완벽한 명확함은 영혼에 도움이 되지만

의지에는 해가 될 수 있다

p.146

평범함이 가장 좋으며,

이를 피하는 사람은 비난받는다.

p.149

형식에 희망을 두는 것은 미신이요,

형식에 복종하지 않는 것은 오만한 일이다.

p.152

모든 사람이 서로에 대해 말하는 것을 알게 된다면,

진정한 친구는 거의 남지 않을 것이다.

p.173

사람들이 당신을 좋게 생각하길 원한다면,

스스로에 대해 좋은 말을 하지 마라

p.182

인간은 자존심을 통해 고난을 이겨내며,

이는 자존심이 정신적 보호막이기 때문이다.

p.200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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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다정하진 않지만 - 카렐 차페크의 세상 어디에도 없는 영국 여행기 흄세 에세이 5
카렐 차페크 지음, 박아람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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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제가 지금껏 가본 나라들 가운데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가장 추한 나라입니다. 가장 놀랍고 현대적인 산업주의를 발전시켰지만 가장 유기적이고 목가적인 삶을 유지하고 있고요. 모든 나라를 통틀어 가장 민주적인 동시에 가장 오래되고 가장 구시대적인 귀족주의의 잔재를 숭상합니다.

-본문 중-

차페크의 여행기를 보면서 지금까지 보지 못한 여행 산문집임을 보게 된다. 기억에 나는 여행 산문집은 단연 헤르만 헤세다. 그가 쓴 글을 읽고는 다른 여행자들의 책은 그냥 가벼운 일기장처럼 보였다. 헤세의 여행기는 뭐랄까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자기 내면과 대면하는 공간이자 본질을 탐구하는 과정의 산물이다. 그의 글과 묘사는 읽는 이로 하여금 깊은 사유의 길로 이끈다. 그런데 그것과 버금가는 여행기가 차페크 책에서 발견되다니…

이 책 한 권을 통해 그의 모든 책이 궁금해졌다. 요즘 ‘한 강’이라는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으면서 서점과는 온통 그에 관한 책들과 그가 언급한 시시코콜한 얘기도 이슈화된다. 심지어 그의 부친의 책이 판매가 무려 7배 정도 판매 되었다고 하니 한 강의 인기가 이만저만 아니다. 차페크 역시 뛰어난 문학가임에는 틀림 없다. 그를 두고 언급되는 말 중에 체코 출신 가운데 위대한 작가들인 프란츠 카프카, 밀란 쿤데라와 함께 그의 이름도 같은 반열에 손꼽히는 인물로 알려졌다.

여행에 대한 열망은 이제 한국인에게도 바람불듯 찾아왔다. 내 어린 시절이나 2-30대 시절만 하더라도 이런 낭만적인 삶에 대해서는 꿈도 못꾸었다. 그러나 이제는 주말마다, 공휴일마자, 명절마다 국내는 물론 해외로 여행다니기 바쁘다. 그런데 우리의 여행기는 그저 사진을 찍고, 바쁘게 블로그와 SNS를 올리며, 꼭 가야 할 명소와 맛집 리스트를 알리면서 나라는 존재를 알리는데 주력을 한다. 그런데 진정한 여행기는 이런 소비적이며, 과시적인 것이 아니다. 여행은 사유를 위해 떠나는 것이며, 낯선 세상에서 자신을 마주하며, 영혼을 깊이 파는 갈구여야 한다. 그저 떠나서 고기 구워 먹고 오고, 캠핑 도구를 자랑삼아 찍어 올리고, 꾸미며 보여주기에 바쁜 우리의 여행은 일단 한 수가 낮은 여행이다. 여행은 유명한 관광지를 시간에 쫓겨 급급하게 돌아보는 것이 아니다. 한 곳이라도 그곳을 진정으로 알아가는 시간이 있어야 하며, 풍경과 사람을 만나야 한다.

그런면에서 카렐 차페크가 영국을 밟으며 짬을 내며 보여주는 글은 독자들을 매료시키고, 여행의 목적과 산책들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우리에게 채근하듯 알려준다.


일단 전체적으로 느낀점은 제목에서도 보여지듯이 영국을 대놓고 다정하게 보지 않고 언제나 낯선 타자로서 무언가를 꼬집고 객관화시키면서 이상한 사람들인 것처럼 만들지만 그러나 곳곳에 영국인의 위상과 그들이 살아가는 사고방식에 놀라며 동경하는 이야기로 가득차 있다.

제가 보기에 영국은 사람들조차도 아름답고 위엄있게 늙어가는 비결을 알고 있는 나라인 듯합니다.

-영국인들에게-

유년 시절 그가 영국인을 아는 유형은 두가지였다고 한다. 하나는 정치 풍자만화에 나오는 모습으로 그려진 승마 부츠와 반바지 차림을 한 퉁퉁하고 혈색 좋은 사내가 대게 블도그 한 마리를 데리고 다니는 유형이 그것이다. 또 하나는 이른바 스미스 씨 유형으로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체격에 체크무늬 옷을 입고 붉은 수염을 기르며, 틈만 나면 탁자 위에 발을 올리는 사람이다. 그런데 정작 영국에 도착했을 때 대다수 영국인이 체크무늬 옷을 입지도 않았고, 수염도 기르지 않았으며, 탁자에 발을 올리지도 않았고, 눈에 띄게 키가 크거나 퉁퉁한 사람이 없어 실망하였다고 한다. 유년의 환상이 실제를 마주할 때 와장창 깨어져 버렸다.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낯선 나라에 대해 TV를 통해서나 책을 통해서나 조금 아는 것이다. 실제 그 나라를 알기 위해서는 분명 그 나라의 땅을 딛고, 그 나라 사람을 만나 대화를 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차페크는 영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이렇게 소개한다.

"전반적으로 영국제도의 주민들은 외국인들이 보기에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독특합니다. 영국처럼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나라는 드물 겁니다. 한 가지 조건이 있다면 영국에 직접 가서 봐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면 영국인들의 풍습과 절제된 배려, 예절과 간소함, 다른 수십가지 영국적인 삶의 특성에 반하고 말 테니까요." p.196

그러나 차페크는 제목 그대로 대놓고 다정하지 않게 영국을 여전히 바라보며 이렇게 영국을 슬쩍 깐다.

"분명한 사실은 이미 땅으로 다닐 수 없다는 겁니다. 현대 문명의 눈부신 성과죠. 작은 그림을 그려 보았지만 실제로는 여기에 공장처럼 요란한 소음이 더해져 훨씬 더 지독하게 느껴진답니다. 하지만 운전사들이 미친듯이 경적을 울려대지도, 사람들이 서로에게 욕을 하지도 않습니다. 어쨎든 이곳 사람들은 조용한 사람들이잖아요." p.31

"영국 신사는 간단하게 정의하기가 어렵습니다. 적어도 클럽의 웨이터나 기차역의 매표원, 하다못해 경찰관이라도 사귀어봐야 합니다. 과묵함과 호의, 위엄, 스포츠, 신문, 예절 등이 절제된 형태로 융합된 모양새라고 할까요? 기차에서 맞은편에 앉은 신사가 두 시간 동안 눈길 한번 주지 않으면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어 속이 부글부글 끓을 겁니다. 하지만 짐을 내리려 할 때 손이 닿지 않아서 낑낑 대면 그 신사가 불쑥 일어나 가방을 내려주죠. 이곳 사람 들은 언제든 기꺼이 서로를 돕지만 날씨 얘기 말고는 이렇다 할 대화거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영국인들이 그렇게 많은 놀이나 경기를 고안한 게 아닐까 싶네요, 놀이나 경기를 하는 동안에는 서로 말을 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워낙 과묵하다보니 공공장소에서도 정부나 기차, 세금 따위에 대해 욕을 퍼붓지 않습니다. 영국인은 대체로 재미없고 조용한 사람들입니다. 그래서인지 함께 둘러앉아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술집 대신 선 채로 술을 마시며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바를 만들었습니다. 그나마 수다스러운 사람들은 로이드조지처럼 정계로 나가거나 작가가 됩니다. 그래서 영국의 책들은 400쪽을 가뿐히 넘어가죠."

p.171-172

"마지막으로 몇 가지 나쁜 점을 폭로할까 합니다. 예를 들면 영국의 일요일이 지독하다는 것이죠. 사람들은 시골로 떠나기 위해 일요일이 있는 거라고들 하지만, 사실은 아닙니다. 사람들이 시골로 떠나는 건 영국의 일요일이 끔찍하게 두려워서입니다. 모든 영국인은 토요일만 되면 어디론가 떠나고픈 우울한 충동에 사로잡힙니다 .(...) 도망칠 수 없는 이들은 하다못해 기도와 노래로 이 끔찍한 하루를 견디기 위해 예배당으로 향합니다. 일요일에는 아무도 요리하거나 돌아다니거나 구경하거나 사색하지 않습니다. 대체 영국이 어떤 말 할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기에 하느님이 일요일마다 이런 벌을 내리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p.182

차페크가 영국이라는 도시를 보는 시선은 이렇듯 문학가 기질이 다분히 드러난다. 일반인들은 아마도 이렇게 표현하지도 못하고, 그저 그들의 삶이 고리타분하게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차페크는 이 책에서 잉글랜드부터 스코틀랜드, 북웨일스, 아일랜드까지 영국 여행기를 지루함과 떠들썩함, 인공과 자연, 부와 빈곤이 기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영국의 면면을 시니컬하면서 유머러스하게 파헤친다. 자신들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문명의 발전 속에 숨 막힐 듯 복닥거리는 런던의 거리와 정체가 일상인 도로를 보았을 때 차페크는 인간성의 말살을 눈물겹게 걱정하였다. 그리고 우울할 정도로 지루한 일요일을 견디기 위해 정처 없이 걷는 중에 하이드 파크 앞에서 마주친 잔디와 공원의 아름다움, 그리고 다양한 연설자들이 흥미로울 만큼 마음대로 각자가 가진 의견을 내뱉는 열정에 차페크는 신선한 충격을 받기도 하였다.

현대인의 여행은, 특히 한국인의 여행은 ‘관광지 도장깨기 여행’을 지향하며, 어딘가 다녀왔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그러나 여행이란 유튜버들이 관광지를 소개하고, 소비하도록 부추기는 그런 류의 소비적 여행이 아니다. 한 번은 “헤세가 사랑한 순간들”이라는 책을 보았다. 헤세의 여행 스케치가 기록된 책이다. 헤세는 여행을 이렇게 표현하였다.

“여행의 서정은 일상의 단조로움, 일과 스트레스를 벗어나 휴식을 취하는 데 있지 않다. 다른 사람들과의 우연한 만남과 교제에 있지 않으며, 색다른 풍경을 감상하는 데 있지 않다. 그렇다고 호기심의 충족에 있는것도 아니다. 여행의 서정은 경험에 있다. 그것은 더욱 풍요로워 지는 것, 새로운 획득물을 내 안에 유기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다양성 속의 조화를 이해하고 대지와 인류라는 거대한 조직을 이해하는 것, 옛 진리와 법칙을 완전히 새로운 시각 안에서 재발견는데 있다.” - P.61

그렇다. 차페크의 여행 에세이는 영국이라는 그 당시 사회를 매우 치밀하면서도 위트있게 그려준다. 책을 읽는 내내 어쩌면 차페크의 마음에는 영국을 향한 시기어린 마음에 영국을 비판적 시선으로 많이 보지 않았나 싶다. 당시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이었다. 그가 살고 있는 체코와는 별개의 나라이다. 어쩌면 놀라움을 금치 못해 낯선 타인으로서 계속 그들을 살폈는데 그러나 그들 안에도 삶이 있었고, 그들만의 인생이 있었음을 보게된 것이다. 즉 대놓고 다정하지는 않지만 그러나 동경하는 마음으로 칼럼을 쓴 부분이 많다고 생각된다.


이 책을 평가하는 영국의 철학자 로저 스크루턴의 말을 들어보자. 그는 이 책이 그 자체로도 훌륭한 여행기이지만 “중유럽 문화의 기록으로서 매우 중요하며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책” 가운데 하나라고 단언을 했다. 아울러 가벼우면서도 온화하며 어떠한 선동의 의도도 없는 이 책이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불안하고 힘든 시기를 겪는 이들에게 인간성을 잃지 않는 법을 일깨워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여행을 할 때 어떠한 자세와 마음으로 해야하는 지를 이 책을 통해 배우게 될 것이다!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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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학자의 세계 - 인체의 지식을 향한 위대한 5000년 여정
콜린 솔터 지음, 조은영 옮김 / 해나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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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체에 대한 궁금증에서 보게 된 책이다. 인간의 몸을 해부해서 본다는 것은 호기심과 더불어 우리 자신을 아는 것이기에 인체의 신비전도 그래서 비롯된 전시라고 본다. 이 책에서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인체에 대한 해부 삽화이다. 놀라울 만큼 세밀하고 적나라하며 아름다운 해부 삽화가 심도 있게 그려져 있다. 여는 글에 나오는 첫 그림 두 장은 인간이란 존재가 어떠한 존재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삽화이다. 특히 케임브리지대학교 해부 극장(1815)이란 그림은 인간 해골을 해부용 테이블 위에 달아 놓았는데, 이 해골은 수업용 교구라고 한다. 그런데 실제 해골이라면 정말 섬찟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이곳을 찾는 해부학자들이 죽음을 깊이 생각하며 인간 실존에 대해 무언가 큰 인사이트를 받고 돌아가지 않았을까 싶다.(해골은 메멘토 모리 즉 언젠가 죽는다는 것을 명심하라 뜻의 상징이었다)

해부학은 수천 년 전 기록이 남아 있는 아주 오래된 과학이다. 이 책 『해부학자의 세계』에서는 고대 이집트의 전쟁 중 상처 처치법을 설명한 「에드윈 스미스 파피루스」로 시작해 21세기 기술 발전을 반영하는 『근골격계 MRI』의 최신판, 오랫동안 사회가 해부학을 둘러싼 미신과 불신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보여주는 아동서 『인체 해부학 및 생리학 컬러링북』까지 5000년 동안 해부학자의 서재를 채워온 150권의 책을 다룬다. 5000년 동안 해부학자의 서재를 채운 책 속에는 인체 이해, 예술적 기법, 사회 변화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해부학 지식이 처음 적용된 곳은 고대 전쟁터였다. 문명 간 전쟁은 인체를 향한 호기심의 첫 번째 원천이었다. 그 이유는 역사에서 자주 그랬듯이 당시에도 심한 외상과 부상이 살아 있는, 또는 죽어가는 사람의 몸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다. 물론 미라를 만드는 이집트의 전통에서도 내부 장기에 접근했지만 그건 과학이 아닌 의례의 차원이다. 단순한 지적 호기심에서 사람의 몸을 가른다는 것은 영혼의 보관소를 침해하는 행위로 철학적으로나 법적으로 금지된 일이었다. p22

그 이유는 과학적으로 신체를 보기 전에는 영적인 면이 더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 사상가들이 철학을 발전시키면서 영혼의 개념이 탄생하게 되는데, 해부학 초기에 보면 "영혼은 어디에 머무는가? 이성의 자리는 어디인가? 해부학적 서열을 따진다면 심장이 머리를 지배하는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하는 것이 중요한 논점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인류 역사에서 전쟁의 시기에 부상병의 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하면서 해부학 책이 출간되었다. 특히 5세기에 로마제국이 무너지고, 서유럽에서 야만의 시대가 도래할 무렵, 동방에서는 새로운 배움터가 세워지며 해부학에 대한 막대한 기여를 한 이슬람 황금시대가 시작된다 그리고 그 시대가 저물어가는 시기에 서양 학자들은 에스파냐의 과거 이슬람 학술기관을 찾아가 그곳에 소장된 문헌들을 라틴어로 옮겼다. 20세기에는 제 2차 세계대전의 공포와 함께 역사상 최고의 해부학 삽화집이라고 일컬어진 출판물들이 제작되었다. 그러나 해부학자들이 해부학 이론에 대한 종교의 입김에서 벗어나기까지 많은 이의 용기와 고난이 있었다. 특히 중세에 카톨릭교회는 사회에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가운데 해부학자 미켈세르베트 같은 경우 교회의 교리에 도전했다는 괘씸죄로 자신의 책과 함께 산 채로 불태워졌다. 그러나 과학은 르네상스와 더불어 교회와 국가에서 서서히 분리되었다. 근대 해부학은 16세기에 탄생했는데 초기에 진리를 향한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갈증에 덩달에 휩쓸려 버린 것이다. 인체에 관심을 보인 사람이 외과의사만 아닌 조각가와 화가도 인간의 형태를 완벽하게 구현하기 위해 해부 구조를 배웠다. 심지어 해부 기술을 익혀 시신에 직접 칼을 댔다.

그런데 해부학이 인기를 끌었던 17~19세기에는 해부용 시신이 부족하여 시신 도굴꾼이 기승을 부려 사회 문제를 일으켰으며, 이를 계기로 해부 관련 법이 제정되기도 하였다. 그런중에 17세기 해부학자 마르첼로 말피기는 자신의 몸을 부검해달라는 유언을 남겨 최초의 해부용 시신 기증자가 되었다.

해부학이 철학에서 과학으로 넘어감으로 우리는 우리 신체에 대한 실제적인 비밀의 문을 열어가게 되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되는데 그것은 잘못된 신체 이해를 과학으로 뭉게 버린 것이다. 해부학의 재건자 몬디노는 메우 훌륭한 해부학자이다. 그는 해부학을 계통학적으로 연구하였으며 공식적으로 사람 몸을 해부한 사람이다. 몬디노가 1316년 저술한 『인체의 해부』는 사람해부학에 대한 최초의 근대적인 책으로, 1543년 베살리우스의 『사람 몸구조에 관하여(파브리카)』가 나올 때까지 200년 동안 유럽에서 표준 교과서였다고 한다. 그런데 그는 하나의 예를 들면 자궁에 대한 심각한 정보를 제공하였다. 몬디노는 이미 볼로냐에서 논란을 불렀던 옛 이론을 끌고 왔는데 중세 초기에는 자궁에 7개의 방이 있고 그 안에서 태아가 발달한다고 믿었다. 오른쪽 3개는 남자 아기, 왼쪽 3개는 여자 아기용이며, 가운데 있는 방은 자웅동체가 잉태될 경우를 대비해 남겨둔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정도의 오해는 해부로 쉽게 바로잡을 수 있는데 왜 그럴까? 그것은 몬디노가 해부를 수행하기는 했지만 공개적인 시범은 해부학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했다고 본다.

그것이 무엇이든 점점 시대가 변화하고, 과학이 발전하면서 또한 현미경의 발명으로 모세혈관을 확인할 수 있게 되어 윌리엄 하비의 폐쇄 순환계 가설이 검증되었고, 내시경, 마취술과 냉장술, 시신 방부 처리의 발명은 해부학 연구에 기여를 하게 된다. 사진술의 발명과 19세기에 컬러 인쇄술의 발달은 더욱더 해부도의 실재감을 더해주었으며, 정교해졌고, 원하는 부위를 상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발전은 17세기 현미경부터 19세기 초의 내시경까지, 엑스레이에서 현재의 CT와 MRI까지 인체의 내부 구조를 들여다보는 기술의 발전을 이루어 해부학의 시각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현재는 스켄된 이미지에 인위적으로 색을 입혀 세부 사항을 강조할 수도 있다.

해부학의 역사는 인류가 자신의 신체적 한계를 극복한 역사이기도 하다. 반면에 해부학은 인간의 한계를 밝히고 있다. 신체는 과히 신묘막측하다. 해부학을 아는 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우리 자신을 아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과연 인간이란 무엇이며, 해부학이 보여주는 그 모습이 인간일까하는 생각을 다시 깊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인간의 신체가 중요한 것은 어쩌면 그 신체에 깃든 영혼 때문은 아닐까?

끝으로 해부학의 역사에서 자주 간과되는 해부학자의 실험실이 되었던 몸과 그 영혼을 생각해 보자. 그들이 없었다면 해부학의 발전은 한없이 더뎠을 것이다. 이들은 살아 숨 쉬던 진짜 사람이었다. 이들에 대해 빈 의과 대학의 설립자 카를 폰 로키탄스키(1804-1874)가 쓴 모든 의대생의 필독서가 된 『병리해부학 편람.1876』에 기록된 글 하나를 보고 서평을 마치고자 한다.

당신이 이름 모를 시신 위에 허리를 숙이고 딱딱한 메스의 칼날을 들이댈 때, 그 몸은 두 영혼의 사랑으로 태어난 존재임을 기억하라. 그는 그를 가슴으로부터 아끼고 보호한 사람의 믿음과 희망으로 키워졌다. 어린이였을 때, 젊은이였을 때, 그는 당신과 같은 꿈을 꾸며 미소 지었다. 그는 사랑했고 사랑받았으며, 행복한 내일을 희망하고 소중히 여겼고, 먼저 떠난 이들을 그리워했다. 이제 그는 이 차가운 슬레이트 위에 그를 위해 눈물 한 방울 흘려줄 이 하나 없고, 기도해줄 이 하나 없이 누워 있다. 그의 이름은 신만이 아실 것이다. 그러나 거침없는 운명이 그에게 인류에게 봉사할 힘과 위대함을 주었음을 기억하라.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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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백가, 인생 불변의 지혜 - 공자·맹자·순자·묵자·노자·장자·한비자
옥현주 지음 / 유노책주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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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백가의 철학은 춘추전국 시대라는 극도의 혼란기 속에서 탄생한 사상들의 집합이다. 이 책은 공자 · 맹자 · 순자 · 묵자 · 노자 · 장자 · 한비자 등 제자백가 핵심 사상가 7인의 가르침이 담겨 있다. 익히 우리가 일상 속에서 들어본 인물이다. 우리가 이 책에서 얻어야 할 것이 있는데 그것은 제자백가의 사상을 통해 일상적인 경험을 돌아보고 그 속에서 철학적 통찰을 발견하는 것이다.

물론 이 책은 당장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방법론이나 처세술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대신, 보다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진리를 통해 삶의 방향을 깨닫게 해준다. 또한, 다양한 문제를 여러 사상가의 시각으로 바라보도록 하여 균형 잡힌 사고를 키우고 인생을 꿰뚫는 통찰력을 길러주고 있다.

삶은 다채로운 것을 우리에게 안겨준다. 그래서 잘 가는가 싶은데 아프고, 괴롭다. 내가 잘 살아도 다른 이들이 우리 인생 주위에서 어렵게 한다. 누가 인생살이를 쉽다고 하는가? 아마도 그는 인생을 모르고 살아가는 철부지나 온실 속의 화초일 것이다. 또한 잠시 잠깐 행복한 세상을 누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삶은 갑자기 인생의 고비를 안겨준다. 이때에 넉다운 되지 않으려면 이러한 삶의 철학을 읽고 내면을 단단하게 해야 할 것이다. 제자백가서는 고전이다. 현대인들의 삶과 동떨어져 있는 가르침일 거라는 생각을 하지는 말라. 오랫동안 사랑을 받은 이유는 다름 아닌 인간의 보편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어서 읽다가 수긍을 넘어 무릎을 치는 경우가 생긴다. 물론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 인생을 알 나이에 이 책은 깊은 사고를 하게 하고 큰 깨달음을 준다. 따라서 사람의 생사 문제에서부터 사람과 자연의 관계, 사람의 도리, 정치, 사람 간의 사랑, 백성이 먹고사는 문제, 배움과 수양의 문제, 운명론 등이 망라되어 있는 가르침을 통해 삶의 진수를 배워보자. 이천오백 년이 지난 오늘에도 제자백가의 철학은 우리에게 분명한 삶의 지혜와 통찰을 제공해 줄 것이다.

일단 첫 장을 열면 너무나 익숙한 인물인 공자의 가르침이 나온다. 유가학파의 개조(開祖)로서 춘추시대의 정치가이자 사상가이며 교육자이다. 그를 통해서는 공자의 천인관계, 학문의 자세, 사명과 운명, 살신성인, 제사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읽는 부분마다 너무 좋은 가르침이 많아서 무엇을 적어야 하고, 인용해야 될지를 모르겠다. 일단 《논어》 부분을 보니 피할 수 없는 운명을 다룬다.

"내가 들은 바로는 죽고 사는 것은 명에 달려 있고, 부귀는 하늘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공자가 말한 것이었다. 명심보감에도 보면 '큰 부자는 하늘이 내고, 작은 부자는 근면에서 나온다'라는 말이 있듯이 인간에게는 사람의 노력이 개입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운명이 있음을 그대로 받아들여 본다. 공자는 제자인 백우가 중한 병에 걸린 모습을 보면서, 또한 아끼는 제자 안회가 단명했을 때 "하늘이 나를 망하게 하는구나! 하늘이 나를 망하게 하는구나!"하며 크게 울며 더욱 '명'에 대해서 받아들였다. 특히 안회가 죽고 일년 뒤에 제자 자로가 죽게 되는데 이때 공자는 "아! 하늘이 나를 끊으려 하는구나!"라며 애통해 했다. 즉 공자는 사람의 수명을 하늘의 소관으로 보았다.

공자 위정편에 나오는 글이다. '나이 오십에 천명을 안다'는 지천명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은 흔히 나이 오십이 되면 하늘의 명령을 깨닫게 된다는 의미로 아는데 중국에서는 지천명이 다른 의미로 이해된다고 한다. 즉 "사람의 나이가 오십이 되면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는 일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라는 것이다. 그렇다. 인생을 보면 아무리 원하고 노력해도 안 되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인생사라는 것이 꼭 그렇게 된다고 하고 포기하기에는 운명이란 장난이 심한 경우가 있다고 본다. 그러니 최근에 본 강지영 아나운서의 "버티면 분명 기회가 올 거야."라는 말을 되새기며 열심히 가보자. 그러다가 막히면 그때 가서야 포기하는 것이고 말이다.

제사에 대한 공자의 생각을 보게 되었다. 이 부분은 현대인들에게 매우 좋은 정보를 제공해 주어 더 이상 제사 문제로 집안 다툼에서 해방되길 바란다. 논어 '팔일'편에 보면 "예는 사치하기보다는 차라리 검소해야 하고, 상喪은 형식적으로 잘 다스려지기보다는 차라리 슬퍼해야 한다."

이 말은 효를 생각할 때 너무 제사라는 형식에 얽매이지 말라는 것이다. 공자는 효에 대해 "어김이 없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즉 예에 어김이 없으며, 지나치지 않아야 한다. 다시 말해 과장하지 말고 분수에 맞는 효를 하라는 것이다. 형편에 맞지 않는 무리한 봉양을 효라고 생각지 않는다. 그래서 형식보다는 진심에 더 가치를 두어야 한다. 따라서 상례의 본질은 부모를 잃은 자식의 애통함과 서글픔에 있다. 슬픔이 없는 형식적인 상례와 제례는 본질을 잃은 문화인 것이다. 그러므로 형식적이고 사치스러운 제례보다는 조상을 향한 그리움과 슬픈 마음을 바탕으로 한, 분수에 맞고 정성스런 제례가 바람직한 것이다. 그러나 공자가 간과한 것이 있으니 진정 살아있을 때 잘하는 것이다. 죽어서 잘한들 조상들이 알아준다는 사상은 이제 변할 때가 된 것이다. 조상에게 잘해야 복 받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을 때 잘해야 복을 받는 것이다.

2장은 맹자에 대해서 나온다. 공자의 사상을 이어서 발전시킨 유학자이자 정치가이며, 이상주의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맹자를 통해서는 맹자의 왕도정치, 사생취의, 성선설, 수양론, 우환의식을 이야기한다.

3장은 순자에 관해서이다. 전국시대 후기의 유학자로서 공자의 사상을 계승했으며, 맹자보다 현실적인 사상가이다. 순자를 통해서는 성악설, 화성기위, 비판적 사고, 예론, 상례와 제례를 이야기 한다. 4장은 묵자에 관해서인데 하층계급의 입장을 대변한 사상가이자 실천가이다. 그를 통해서는 겸애교리, 명정론 비판, 삼표볍, 후장구상 비판, 묵가의 실천력을 이야기 한다. 5장은 노자에 관해서이다. 도가학파의 개조로서 춘추시대 초나라의 철학자이다. 노자를 통해서는 무위자연, 도와 덕, 유약과 견강, 섭생의 원칙, 양생법을 다룬다. 6장에서는 장자에 관해서인데 노자의 사상을 계승한 사상가로서 전국시대에 활동했다. 여기서는 가치판단, 무용지용, 상대주의, 기화 사상, 물화 사상에 대해 이야기 한다. 마지막 7자은 한비자에 관해서인데 순자의 제자이며 법가 사상을 집대성한 사상가이다. 한비자에 대한 책을 따로 읽어본 적이 있는데 가히 뛰어난 철학자이다. 춘추전국 시대에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이 가장 주목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한비자》를 쓴 적국 '한비韓非'이다. 한비자의 저술을 읽고는 "이 사람을 한번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고 하는데 이 책에서도 그런 대단한 가르침과 통찰을 얻게 될 것이다.

이렇게 《논어》, 《장자》, 《도덕경》, 《한비자》와 같은 제자백가의 고전에는 당대의 혼란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 치열하게 고민한 사상가들의 삶의 지혜와 교훈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은 분주한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여러 감정에 휘말리며 살아간다. 그때 예상치 못한 혼돈과 위험이 닥칠 때, 무기력에 빠질 때 ‘내 삶은 이대로 괜찮은 걸까?’, ‘이토록 애쓰는 이유는 무엇인가?’ 하는 질문들의 답을 우리는 찾아 나서야 한다. 그냥 이 하루를 넘기고 정신 없이 하루를 보내다 보면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채 반복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이때 인생 나침반이 필요한데 인생 선배들의 귀한 충고와 통찰이 담긴 이 책을 읽었으면 한다.

특히 인류정신사의 혁명적 전환의 시기인 칼 야스퍼가 말한 '축의 시대'에 살았던 핵심 사상가들의 가르침이 필요하다. 이 시기는 인류 지성사에 획기적인 지적 유산이 발흥한 시기이다. 이 축의 시대는 기원전 900년부터 기원전 200년 사이인데, 이 시기를 위대한 시기라고 말하는 이유는 지구의 여러 곳에서 동시에 인류의 미래에 영향을 끼칠 핵심적인 사상가들이 태어나서 활동했기 때문이다. 그 인물들은 이 책에 나오는 인물이다. 그들의 삶과 가르침은 책상 머리에서 나온 것이 아닌 치열한 삶의 전투 속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므로 충분히 현대인들에게도 공감가는 가르침이 수두룩 할 것이다. 고전을 통해 깊은 삶의 진수를 만나고자 한다면 단연 이 책을 손에 들고 읽으면 된다.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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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신박한 정리 - 한 권으로 흐름을 꿰뚫는 우리 역사
박영규 지음 / 김영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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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역사 대중화 열풍을 불러일으킨 역사 저술가이자 밀리언셀러 실록 작가이다. 그는 베스트셀러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을 출간한 이후 고대사부터 현대사에 이르기까지 20여 년간 아홉 권의 ‘한 권으로 읽는 실록’ 시리즈를 펴내 누적 판매 300만 부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달성한 신박한 작가이다. 책 제목에서 독자는 물만난 고기처럼 그동안 고대했던 책이 등장했구나 하는 경탄을 금치 못했다. 누군가가 쉽게, 명료하게 한국사를 정리해 줄 분이 나타나리라 생각했다.

어쩌면 게으른 역사적 호기심자들에게 박영규 저자는 큰 선물을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이면서 한국사에 대해 잘 모르는 부분이 많다. 딱히 관심도 가지 않기도 하고, 필요한 대로 역사를 이해하며 습득하였다. 무엇보다 기존 학교의 역사책은 방대한 역사를 간략하게 압축하다 보니 사건 위주로만 구성되어 감흥 없이 읽게 된다. 한 마디로 역사에 대한 공감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저자의 『한국사』 책은 읽으면서 그 흐름이 보였고, 공감적 역사가 나열 되었고, 일목요연하게 집필되었다. 교과서라고 할 때 이젠 이러한 교과서를 바탕으로 역사를 이해한다면 역사 의식과 함께 한국의 역사가 어떻게 흘러 가고 있는 지를 이해하는 역사관이 생기리라 본다.

본 책은 고조선부터 대한민국까지, 단군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약 5,000년 우리 역사를 《신박하게 한 권으로 압축하여 정리한 책》이다. 저자는 역사에 관해서 30년간 다져온 내공으로 한국사의 핵심만 명쾌하게 담아 이 책을 완성하였다. 그러니 평소 역사 공부에 소홀히 한 분들에게 한국사의 전체적인 맥락을 일목요연하게 살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특히 왕조마다 왕위 계승도를 삽입함으로 시대의 흐름을 연결해주며, 간략한 사건과 몇몇 주요 인물에만 집중한 역사를 다양한 면에서 즉 입체적으로 살피도록 도와주고 있다. 정말 읽기만 해도 저절로 내 것이 되는 한국사 수업이다.

저자는 역사를 바라보는 중요한 관점으로 ‘상식을 깨야 역사를 올바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저자는 《삼국유사》 《제왕운기》 등 한국 사서는 물론이고 《사기》 《한서》 등 중국 사서까지 수많은 사료를 섭렵해 지금까지 배운 우리의 역사가 어떻게 기록되었는지 깊이 있게 분석하고, 그 안에 숨어 있는 새로운 사실들을 발굴하여 기존 역사 상식을 되짚어주는 재미를 선사한다. 사람은 새로운 것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 있어 신선하고도 새로운 통찰에 대한 기대를 걸게 된다. 이 책은 그런 신선한 발견을 보여주며 역사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해준다.

특히 『들어가며』 부분 안에서 당쟁에 대해 다루는 글을 보면서 상당히 호기심을 자극했다.

즉 조선은 정말 당쟁 때문에 망했을까?

요즘 현시대 정치를 보면 여야가 국민을 위해서 일하기 위해서 뽑혔는지 아니면 자기 당은 물론 당대표를 지키기 위해서 국회의원이 되었는지 헷갈린다. 그만큼 지금 정치인들의 형태는 꼴보기 싫은 정치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받는 세비(歲費)가 그렇게 아깝다. 자료를 살펴보니 올해 1억5천700만원으로 책정돼 지난해보다 1.7% 인상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민생 법안의 통과는 차일피일 미루면서도 급여에 대해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모습에 국회 개혁을 위해서라도 세비 삭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사견을 전제로 국회의원 세비를 국민 중위소득 정도로 낮추자는 제안을 하기도 하였는데 국민둘이 이 부분에 민감하여 세비를 낮추며 진짜 국민을 위해 일하는 일꾼을 세우면 좋겠다. 무엇때문에 우리가 그들을 세우고, 그들에게 어울리지도 않는 세비를 주어 국고를 낭비하는가? 특권에 쩔어 있는 자들이며, 국민을 위한 것에는 이용할 줄만 알지 실제 체감적으로 와닿는 정치인이 사라졌다. 말도 안 되는 억지 싸움에 화가나고, 비상식적인 언어들과 지저분한 행동을 보면 그들에게 우리가 왜 미래를 맡겨야 하는지에 대해 우리는 정말 실망감을 금치 못한다.

그런 가운데 당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이 책을 통해 보게 되었다. 많은 우리 국민이 당쟁이 조선을 망하게 했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주장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대개 당쟁은 선조 이후 붕당정치 시기부터 나타났다고 여긴다. 하지만 당쟁은 조선 초부터 꾸준히 이어졌다.

당쟁에 대한 자료를 이해하기 위해 역사를 살펴보자. 조선초엔 훈척 세력이 모든 권력을 장악했다. 훈척 세력이란 공훈 세력과 왕실의 인척 세략을 합쳐서 부르는 말이다. 건국이나 반정에 공을 세운 이들을 공훈 세력, 왕실과 친인척 관계를 형성한 이들을 인척 세력이라고 한다. 이들을 하나로 묶어 부르는 이유는 인척 세력의 대다수가 공훈 세력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훈척 세력의 힘에 대항하기 위해 세력을 키운 왕은 세종이다. 세종은 집현전을 세워 신진 세력을 형성하고 그들이 훈척 세력에 대항하도록 했다. 이것이 조선 최초의 당쟁이다. 비록 어떤 당파를 형성하지만 않았지마 양대 세력이 서로를 견제하며 나아갔다. 그렇다면 세종은 왜 집현전 신진 세력을 키웠을까? 왕은 신하들이 양립하여 대립할 때 그 힘을 강하할 수 있다. 신하들의 권력을 조절함으로써 왕권을 강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세종이 키운 양대 세력의 균형은 세조 이후 깨진다. 세조의 반정을 도운 훈척 세력이 다시 권력을 독점했기 때문이다. 세조는 반정을 도모한 측극들만 신뢰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훈척 세력의 힘을 강화시키고 왕권은 약화시켰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조치가 바로 성종의 사림士林(조선 중기에 사회와 정치를 주도한 세력을 가리키는 말) 중용 정책이었다. 사림을 끌어들여 훈척 세력과 대립하게 한 성종은 이를 통해 양 세력의 팽팽한 균형을 꾀하고 자연스럽게 왕권을 확립하게 된다. 하지만 연산군의 폭정과 중종의 반정으로 다시 한번 권력은 훈척이 독점했고, 이로 인한 4대 사화를 겪은 후에야 비로소 사림이 권력의 정점에 서게 되었다. 하지만 사림의 권력 독점은 훈척의 권력 독점과 마찬가지로 왕권을 약화시켰다. 선조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붕당정치를 합법화하고 동인과 서인이라는 양대 붕당을 중심으로 정치를 이끌어가면서 왕권을 세웠다.

그런데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인들은 죽고 죽이는 당쟁을 치열하게 전개해 나갔는데, 그것이 치열할수록 나라는 되레 평온한 것이다. 즉 격렬한 당쟁으로 정치인들은 희생되었지만 그 희생 덕분에 백성들은 평온한 시대를 누릴 수 있었다고 한다. 특히 조선시대에 당쟁이 가장 극심했던 시기는 숙종, 영조, 정조 때였다. 이 시기엔 치열한 당쟁으로 수많은 정치인이 죽거나 유배되었지만, 나라는 태평했다고 한다. 그러나 순조 이후 외척 독재가 이뤄지자 국가 기강이 무너지고 백성은 고통받았다. 조선사는 이렇듯 치열한 당쟁 속에서 권력이 균형을 이룰 때 태평성대를 누렸고, 외척 등 일부 세력이 권력을 독점할 때 혼란을 겪었다. 즉, 당쟁이 나라를 망치는 것이 아니라 독재가 나라를 망친다는 것이 역사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보수와 진보, 민주 세력과 수구 세력의 팽팽한 대립 속에 여야는 연일 대립 관계 구도로 나아가는 것을 보며 우리는 '저 인간들 만날 싸우기만 하고 일은 언제하나?'하고 욕을 하는데 그런데 저자 말로는 "정치인은 국민을 대신하여 싸우는 사람들이며 그것이 대의정치라 한다. 즉 그들이 싸우지 않으면 국민이 직접 싸우게 되며, 그들이 싸우는 덕에 국민이 직접 싸우는 일을 피할 수 있는 거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한국의 정당들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그 대립의 강도가 세계 어느 나라 보다 세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의 민주주의가 발전되었다는 의미라 보면 된다고 한다. 다시 말해 정당의 힘이 균형을 이루어야 그들을 심판하는 국민의 힘이 강화되고, 국민의 힘이 강화되어야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국민들은 정치인들을 향해 싸운다고 비난하지 말고 되레 싸우지 않는 정치인들을 비난해야 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이런 역사적 사고를 이 책을 통해 일단 먼저 배우게 된다. 그래... 이런식으로 보니까 역사 공부는 새로운 재미와 이해를 준다. 또 다시 눈에 들어온 대목은 태종이 세종에게 왕위를 넘길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태종은 1418년 5월에 장남인 세자 양념을 폐위하고 삼남 충년을 세자로 삼은 뒤, 불과 2개월 뒤 전격적으로 용상에서 물러났다. 왕이 살아 있는 상태에서 왕위를 내놓는 것은 역사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다. 이렇게 왕위를 물려주게 되면 조정朝廷의 안정도 나라도 불안하다. 그런데 왜 태종은 세종에게 왕위를 일찍 물려주었나이다. 그건 바로 태종이 가지고 있던 종기라는 병 때문이다. 1418년 7월 당시, 태종은 건강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종기라는 병은 지금과는 다르게 다루기 힘든 악병 중 하나다. 종기 때문에 병상에 누워 제대로 정사를 돌보지 못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그만큼 심각한 병이다. 그런데 왕위를 넘긴 지 겨우 9개월 때에 목위에 난 그 종기가 목욕을 하면서 중풍으로 이어졌다. 중풍은 지금도 사람 구실을 못하게 하는 심각한 질병이다. 결국 그 중풍으로 제대로 거동하지 못했고, 더 악하되어서 1422년에 그는 영영히 잠들고 말았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명언과 같은 말이 있다. ‘돈을 잃으면 조금 잃은 것이요, 명예를 잃으면 많은 것을 잃은 것이며, 건강을 잃으면 전부 잃은 것이다

태종 이방원이라는 드라마가 2021년도에 방영되었다. 재미있게 본 드라마다. 그가 왕이되기 위해 수많은 사람을 죽이며 숙청했다. 그러나 그의 평가는 500년 조선조 국가 운영의 밑그림을 완성한 군왕으로 위대한 성군처럼 드라마에서 보여주었다. 그런데 그런 거국적 왕이 종기라는 병 하나로 인해 무너지는 것을 보며 우리의 삶과 역사를 돌아보게 한다.

이 책은 이렇게 한국인이라면 꼭 알아야 할 최소한의 역사 상식뿐만 아니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흥미로운 사건, 우리가 미처 몰랐던 인물의 생애와 업적 또한 놓치지 않고 보여준다. 일제강점기를 지나 대한민국이 세워지고 민주주의가 세워지는 그 역사적 과정 또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정말 읽기만 해도 한국사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니 망설일 필요가 없이 역사적 이해가 적고, 나같이 게으른 한국인들은 이 책 한 권을 통해 한국에 관한 모든 역사를 살피는 계기를 맞게 될 거라고 본다.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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