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은유하는 순간들
김윤성 지음 / 푸른향기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음... 여행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설렌다. 
늘 꿈꾸지만 여건이 안되어 세계테마여행으로 날마다 여행을 가본다. 

이 책은 그런 생각으로 서평 신청을 했고, 전문 작가가 아닌 여행을 통해 삶을 발견하고자 하는 한 평범한 
여인의 여행을 통해 내가 보지 못한 부분을 글로서 접해 보고 싶었다.  

그런데 프롤로그를 통해 기대감으로 본 순간 조금은 실망한 마음이 들었다. 뭔가는 기대감을 주는 얘기로 글을 잘 만들어 사람들을 책의 세계로 인도하려고 했으나 적절하지 않는 난해한 비유? 예화? 가 오히려 기대감을 뚝 떨어 뜨리게 만들어 버리지 않았나 싶다.

초보 작가이니 그것쯤이야 하며 너그롭게 받아주며 첫 여행에 대한 얘기를 열었는데 아뿔싸 예쁘게 문학적으로 글을 써내려 가려고 애를 썼지만 아직은 글 쓰기가 여행을 처음하는 분처럼 서툰 모습이 보인다.

그렇다.  저자가 말하듯 여행이란게 꼭 특별한게 있어야만 하는가 할때 꼭 그렇지만 않을 것이다. 
그냥 여행은 환상이 아닌 일상의 삶안에 있는 그런 것일게다.

그럼에도 아쉬운건 글쓰기가 조금은 문학적 감각을 가졌으면 이 책이 더 가치있게 빛났으리라 생가된다. 

재작년에 읽은 책 가운데 “헤세가 사랑한 순간들”이라는 책이 있다. 헤세의 여행 스케치이다. 
(헤세가 본 삶, 사람 그리고 그가 스쳐 지나간 곳들)

배수아 역본으로 나왔는데 여기에서 작가가 글쓰기 노하우를 얻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떤 글은 읽으면 그냥 이 사람이 작가구나 하는 직관같은 것이 느껴진다. 

헤세가 이 책에서 한 말이다. 그는 참으로 글솜씨가 뛰어나고 우리나라 번역자도 꽤 글을 글답게 번역해서 사람들의 문학적 감각을 일깨우고 있다. 

“여행의 서정은 일상의 단조로움, 일과 스트레스를 벗어나 휴식을 취하는 데 있지 않다. 다른 사람들과의 우연한 만남과 교제에 있지 않으며, 색다른 풍경을 감상하는 데 있지 않다. 그렇다고 호기심의 충족에 있는것도 아니다. 여행의 서정은 경험에 있다.

그것은 더욱 풍요로워 지는 것, 새로운 획득물을 내 안에 유기적으로 받아들이는 것,다양성 속의 조화를 이해하고 대지와 인류라는 거대한 조직을 이해하는 것, 옛 진리 와 법칙을 완전히 새로운 시각 안에서 재발견는 데 있다.”  - 본문 P61 중

여행을 깊이 보는 감각과 함께 글 솜씨가 아주 쎄련되고 깔끔하게 펼쳐져 보인다. 

따라서 김윤성 작가님은 이 책과 함께 여행을 하며 어떤 사유를 통해서 글을 써야하는 지를 배워보는 것도 좋겠다 생각된다. 그럴 때 자신이 쓴 글이 사람들에게 다가가 말을 하며 생각을 깊이 하게 할 것이다. 

열심히 여행하고 글쓰느라 수고가 많았고 고생했으리라 생각된다. 누구나 처음부터 잘 쓸 수는 없을 거다. 
조금은 독자에게 힘든 여행을 시작하게 했는데 그래도 함께 여기저기 여행을 떠나보고자 한다. 
저자의 눈을 통해 세계를 보고 그의 내면을 들여다 보고자 한다. 

점점 갈수록 책은 깊이를 더해가는 것이 보인다. 몇몇 글들에서는 생각해 볼 것, 스크랩 할 것이 보여서 조금은 만족을 하였다. 그러나 후반부로 가서는 아직도 글쓰기 속에서 여행이 향유하는, 은유하는 것이 조금은 서툴다.

그럼에도 이 책에서 얻은 것은 약간의 여행 정보와 함께 그래도 간간히 보여지고 명언처럼 새겨지는 글이 있다는 것이다. 좋은 여행지 몇 곳을 알게 되었고 여행을 하면서 우리의 마음 가짐이 어떤 마음으로 출발하면 좋을지에 대해서도 어필함으로 의미없이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아쉬운 또 한 가지는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이 작가에게는 의미있는 사진이지만 몇몇 사진 빼고는 독자에게 크게 다가오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이왕 책에 넣어서 아름다운 여행지를 보려주려 했다면 사진 또한 독자에게 눈으로라도 마음을 뺏기게 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 생각 된다. 

마음에 다가온 글을 적어 본다면...

블랑시가 그랬듯 나에게도 항상 낯선 사람의 친절이 필요했다. 여행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여행에서 수없이 많은 낯선 사람들의 친절을 만났다. 어떤 친절은 여행을 도와주기도 했고, 어떤 친절을 여행을 망치게도 했다. 그러나 어떤 친절이 여행에 필요한지 구별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은 전적으로 여행자인 나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어떤 친절을 선택하든, 여행길에서 만났던 낯선 사람들의 친절은 늘 여행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었다. p45


혼자 여행을 하다 보면 외로움이 한계치에 이르는 순간이 있었다.
세상에 나와 나 자신만 존재하는 것 같은 순간이었다.
평소 만날 수 없던 나 자신과의 만남은 너무 어색해서 고통스럽기까지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점점 익숙해지면서 자신과 차분히 대화하는 나를 발견했다.
그 놀라운 경험 때문에 잃어가는 나를 찾기 위해 종종 혼자서 여행을 떠났다.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사람으로 기억되기 보다, 길에서 만난 또 하나의 풍경이 되었다.

내가 스위스에 이민 와서 살고 싶다 했더니, 그는 겉으로 보는 것보다 스위스에 사는 것이 녹록치 않다고 했다.
최소한 네 게 국어를 익혀야 하고 물가도 살인적이라는 것이다.(스위스 기념품 가게 한국 사장에 말에 의하면)
p56-57


일상 속의 시간은 관리 대상이었다. 화려한 스케줄표로 장식할 수 없는 시간은 헛된 시간이었다.
하지만 스케줄표를 장식할 것들이 전혀 없는 체르마트에선 시간은 관리되지 않고, 제 스스로 흘러갔다. p58

느긋한 장크트 볼프강의 오전은 아무 일이 없어도 특별하기만 했다.
특별함은 사건이 아니라 느낌이다. 도시에서는 사건이 있는 날이 특별한 날이다.

그 문장 하나를 위해 도시의 사람들은 어쩌면 특별한 느긋함을 잃어가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렇게 우리가 사는 도시는 느낌을 버리고 사건들만 남게 되었다. p65

산악열차에서 내려다보이는 산 아래 풍경은 인간보다 훨씬 창조적인 무언가가 없다면 절대 설명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었다. p66


피렌체에 가면 해가 지기 전에 미켈란젤로 언덕으로 가야 한다. 그 언덕에서 해가 지는 광경을 보지 않고서는 세상의 모든 노을을 보있다고 말할 수 없다. 우리는 어쩌면 세상의 모든 노을을 보기 위해 여행을 하는지도 모른다. p119

그 순간 내 여행을 이유를 알게 되었다.
여행은 기대만큼 아름답거나 근사하지 않다.
오히려 우리의 일상보다 훨씬 비루할 때가 더 많다.
그러나 가끔 오늘처럼 말도 안 되는 풍경을 여행에서 만난다.
그래서 우리는 여행을 한다.
이 한 풍경을 목도하기 위해, 평생을 바쳐도 아깝지 않을 풍경을.  p133

여행을 통해서 나는 가난, 기아, 질병과 직접적으로 접했다. 그러나 나는 병든 아이들을 충분히 치료할 능력이 없음을 깨달았다. 내게는 충분한 약품과 도구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계속적인 압제로 생긴 그들의 비굴한 모습을 보았다. 거기에서 내게 분명해진 것은 유명한 학자나 의학에 훌륭한 공헌을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음을 안 것이다. 이 억압받고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것이었다. -체 게바라 평전 p148-149


우리가 읽어버린 별

우리는 언제부터 그 알량한 불빛을 소유하려고 별을 버렸을까?
어둠은 결코 두려운 것이 아닌데 왜 우리는 그토록 어둠을 내쫓지 못해 야단이었을까?
별과 어둠을 내쫓고 얻은 것이라곤 밤의 노동뿐인데...p161

몽골 여행에서 우리가 얼마나 대수롭지도 않은 일상 중독자인지 알게 되었다.

한때는 여행을 의심하기도 했다. 여행이 점점 내 기대를 저버렸기 때문이었다.
여행이 더 이상 기대만큼 흥분되지도 아름답지도 않았다. 그래서 한동안 여행을 떠나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날 여행은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행에서 기대의 반대말은 실망이 아니라 우연히 마주치는 예기치 못한 행복이다.
여행에서 만나는 예기치 못한 행복을 마음을 활짝 열고 자신의 삶의 은유로 받아들이면 된다.
시를 쓴다면 시로, 그림을 그린다면 그림으로 은유하면 된다.  p206-207

밑에 시시프스의 해피엔딩은 작가가 쓴 것인지 어디서 인용한 것인지 모르나 생각해 볼 수 있는 글이라
내가 간직하기 위해 적어본다.

그리고 혹시나 작가가 이 서평을 볼지는 모르나 책은 그래도 내 마음의 한쪽을 스쳐지나갔다고 말하고 싶다.

 

다른 시지프스의 해피엔딩

by 김 윤 성

존재는 참을 만큼 가볍다.

그 만큼 시지프스의 돌도 가볍다.

한 시지프스는 그 사실을 몰랐다.

그래서 점점 커져만 가는 돌을

매일 매일 밀어 올리다가

어느날, 돌을 놓아 버리기로 했다.

그래서, 한 시지프스는 돌에 깔려 죽었다.

다른 시지프스는 돌을

조금씩 조금씩

깨어버리기로 했다.

어느날 주먹만한 돌을 손에 든 그는

돌을 저 멀리 던져 버렸다.

그리고

수천년을 살았던 산을 유유히 내려왔다.

산을 내려온 다른 시지프스는

호수가에 집을 지었다.

그리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어두운 밤

버려진 판자로 만든 집에도

별을 모아 불을 지폈더니

따스하고 환해지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다른 시지프스의 해피엔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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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어느 날 - 기댈 곳 없는 사람과 갈 곳 없는 고양이가 만나 시작된 작은 기적
11월 지음 / 아라크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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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단지 고양이와의 생활을 행복하게 그린 책인 줄 알았다.

 

나는 고양이를 개보다 더 좋아한다.

 

어릴적 부터 고양이와의 인연으로 모든 고양이가 좋다.

고양이가 눈 앞을 지나가면 항상 나는 말을 건다.

 

어떤 냥이는 나의 마음을 알아 주지 못하고 도망을

가지만 어떤 냥이는 개냥이처럼 적극적으로 다가와

내 마음을 봄바람처럼 살랑살랑 흔들고 간다.

그러면 내 마음 한편은 저자가 말하듯 고요하고 따뜻한 위로가 내 마음을 감싼다.

 

그런데 그런 냥이와의 행복한 일상을 말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저자의 마음이 처음부터 훅하고 들어오면서

독자의 마음을 측은하게 하며 저자가 얼마나 힘들었을지를, 아팠을지를, 괴로움에 치를 떨었을지를

읽는 이조차 마음 아프게 한다.

 

"대학 4학년이 되던 스물셋에 저자는 일곱 살 많은 사람과 결혼을 했다. 스물셋에 첫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스물 일곱에 세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그런데 세명의 아이를 키우는 가운데 온갖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자주 맞았고 죽여버리겠다는 위협을 받았다. 가만두지 않겠다며 머리카락을 뭉텅뭉텅 자르던 그 날 자칫 가위가 조금이라도 엇나갔더라면, 죽여 버리겠다며 폭설에 뒤덮여 인적 하나 없는 보이지 않는 산길로 끌고 가던 날, 길이 험하다며 끝끝내 막아선 스님이 없었다면 저자는 몇번이고 아무도 모르게 죽었을지 모른다고 말한다." p19

 

독자인 나는 이것을 본 순간 보듬어주고 싶고, 내가 그늘이 되고 싶고, 오빠였다면 남편을 죽일듯이 패고 이혼을 당장에 시켰을 것이다.

 

저자는 고양이를 통해 자신을 만난거였다. 그동안 사랑받지 못하고 사랑하지 못한 것을 연민이라는 감정 속에서 저자는 고양이와 하나가 되었고 서로가 기대는 존재가 되어 함께 믿어주고 서로의 지붕이 되었다.

 

저자는 그렇게 힘든 시절에 감자라는 냥이를 만났다. 그때가 어느 해 8월의 여름밤 도로 끝, 낡은 청록생 트럭의 커다란 바퀴 옆에서 저자가 가장 어두운 터널을 건널 때 만나게 되었다. p14

 

그 감자(냥이)는 그렇게 그녀에게 지붕이 되었다.

 

 

책상 아래 너의 집

 

날 이해해 주는 사람도 맏어 주는 사람도 없던 시절.

마음 편히 두 다리 뻗고 누울 나만의 공간 하나 없던 시절.

모든 것이 송곳처럼 나를 찌르던 시절.

갈곳 없는 감자와 기댈 곳 없는 내가 만나

서로의 지붕이 되고 등불이 되었다.

 

그 시절 우리는 서로에게

세상의 전부였다. p42

 

 

감자를 만나기 전 저자는 한 꿈을 꾸었다.

그리고 그 꿈은 무언가를 암시하는 꿈인지

꿈을 꾼 후 만난 감자로 인해 희망과 행복이 꿈틀되기 시작했다.

묘한 꿈, 예지몽을 주는 꿈이였을까?

 

감자를 만나기 며칠 전에 이런 꿈을 꾸었다.

온갖 과일이 탐스럽게 주렁주렁 열린 나무가 마당을 빼곡히

채운 집의 2층 테라스에 서서 물기를 촉촉하게 머금은 열매는 내려다 보는데

작고 빨간 뱀이 다가와 내 발목을 꽉 무는 정말 이상한 꿈이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감자를 만났다.

 

이후 잔고마저 0원이었던 내게 연달아 굵직한 작업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작업들이 아니었으면 나는 감자의 수술비를 마련할 수도

감자와 함께 살 집을 구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p62

 

아무리 죽을거 같아도 희망은 반드시 있다.

참으로 세상은 죽으라고 우리를 보낸것이 아니라 어떤 경험을 통해 살라고 보낸 것이다.

즉 삶이라는 것이 어려움과 고통을 당할 때는 매우 불행해 보이고 사악해 보이고 신을 저주하고 싶어도 견뎌내면,

살아내면 결국 삶이 인간에게 선물임을 알게 하는거 같다.

 

그래서 신은 우리에게 자주 고난의 강에 던지는거 같다.

 

그렇다. 이 책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한낮 미물이라는 존재가 미물로서 존재하고 인간의 장난감처럼 취급받는 이때에

감자(냥이)는 한 인간의 삶을 심폐소생술로 살리듯이, 이식 수술을 통해 새로운 생명과 삶을 다시금 한 인생에게 안겨주듯 한 존재를 살렸고 한 존재에게 삶을 가르쳐주고, 깨우쳐주고, 용기를 주고, 행복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었다.

 

따라서 이 미물은 인간에 눈으로 볼 때의 기준이고, 새로 태어난 존재에게는 이 미물은 한 존재요, 스승이며 저자가 몇번식이나 말하듯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인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무언가를 잘해내면, 특히 선한 일을 한 경우에는 정부를 통해서든 지자체를 통해서든 표창장을

주기도 하는데 이 책을 읽으며 감자에게 표창창을 주고 싶어진다.

 

 

 

그게 뭐라고...

 

고양이들이 내 몸 어딘가에

작고 따뜻하 몸을 기대 누어 있으면

마치 세상을 다 얻은 것만 같고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그게 뭐라고. p160

 

 

보영이의 새로운 세상

 

때로 인생이 살얼음판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럴 때면 곤히 잠든 감자의 손을 잡아 본다.

나란희 누워 감자의 냄새를 맡고 숨소리를 듣는다.

부드럽고 따뜻한 감자.

어느새 마음이 환해진다.

 

감자와 함께라면 무엇이든 아무래도 상관없고

전부 다 괜찮을 것만 같다

너와 함께하면... p176

 

여기서 저자의 마음을 보면 자녀가 주는 행복감과는 다은 반려 동물이 주는 삶의 만족도가 보인다.

저자에 의하면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일수록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낮아진다고 한다.

 

 

사랑하는 것이 늘어 갈수록 이별의 순간도 늘어 간다, p190

 

사람은 사람보다 개를 더 사랑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p203

 

 

 

버려진 동물에 대한 저자의 생각

 

저자는 버려진 동물의 사연을 듣고는 예를 들어 '결혼해 보니 배우자가 싫어해서, 알레르기가 심해서, 아이가 생겨서, 이민을 가서, 유학을 가서, 이사하는 곳이 지금 집보다 작아서' 등등의 이유로 버리는 것에 대해 결국 버려도 된다는 생각을 해서 버리는 거라고 말한다.(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말하며 울기도 하는 사람에 대해 저자는 동정보다는 핑계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즉 결국 버려도 될 만해서 버리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물쯤이야 한두 마리 버린다고 나의 인생이 그리 달라질리 없으니, 마음이야 조금 아프지만 그렇다고 죽진 않을 테니까, 버려진 동물이야 어떻게 되든 나는 죽지 않으니까, 동물에게 자신이 엄마이자 아빠이며 세상의 전부이며 유일한 집이라는 사실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이..'

 

그러면서 마지막 말에 저자는 "그런 동물을 버리고도 정말 괜찮나여, 당신은?"하고 묻는다. p210

 

동물을 얼마만큼 사랑하는 지는 이 책을 보면 안다. 그런데 p208에도 나오지만 동물을 사랑한 나머지 어떤 이유로 버리게 되는 사람을 바르지 않는 존재로 보게 되니 그 마음 이해 가지만 섣부른 판단이지 않나 생각된다.

물론 개중에는 아주 못된 사람이 있고, 그 동물이 어떻게 되는지 마는지 상관없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어떤 동물을 주인을 떠나 다른 존재에게 가는 것이 더 좋은 환경일 수 있고, 어쩔 수 없이 떠나보내야만 하는 심정을 이해하면서 조금은 살갑게 대해주면 좋겠다.

 

아마도 내가 받은 냥이를 키울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시골집에 갔다 놓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나는 냥이를 사랑한다. 좋아한다. 그러나 키울 수 없는 환경이 있다는 것을 알면 좋을 거 같다. 물론 사랑하면 어떤 환경에도 키운다. 그러나 꼭 그것만이 정답은 아닌 것은 아닌가?? 내 생각이다.

 

동물을 사랑하게 되면 사람이 싫어지고 세상이 싫어져 어느 순간 나 자신조차 싫어지는 때와 수도 없이 대면하게 된다. 하지만 버려진 개 한 마리가, 날마다 위태로운 수많은 길 고양이가 하루를 버티고 또 하루를 견디며 살아남도록 도울 수 있는 것도 사람이다. p227

 

동물을 사랑하면서 자칫 사람을 사랑하는 것을 등한히 하고 당연시 하는 경우가 있다.

즉 동물은 한 없이 무조건 적으로 사랑하는데 사람은 조건에 따라 대한다는 것이다.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은 특정한 사람 아니고는 사랑하고 있다. 또한 특정한 사람만이 더 사랑한다.

그런데 모든 것을 내 마음에 맞춰서 세상을 판단하게 되면...즉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는 편견을 가지게 되면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하는 조심스러운 마음을 가져본다.

 

 

 

아이들도 감자와 보리가 집이 되었다.

 

자녀를 사랑하지 못했던 저자의 시절이 있었다. 그런 자녀에게 어찌 상처가 없으랴.

그런데 감자와 보리가 저자의 마음에 집이 었듯이 아이들에게도 집이었고 행복이었음을 말한다.

 

첫째의 기억 속에 있던 말이다. 첫째는 중학생이었을 때 사는 게 아무런 재미가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성인이 된 첫째는 언젠가 이런 얘기도 하였다.

 

"학교 갔다 학원 가고, 학원 끝나면 밤이고, 집에 와 졸린 거 참아가며 숙제하고, 겨우 숙제 좀 마쳤다 싶으면 잘 시간이고 그렇게 몇 시간자면 또 학교 가고, 그땐 집이 정말 너무 싫었는데, 근데 감자가 오고 나서 달라졌어요. 우리 처음엔 되게 작은 집에 살았잖아요. 지금 집의 반의반도 안 됐지 아마. 그런데도 그 집이 나는 세상에서 제일 좋고 재미있었어요. 학원에서 아무리 늦은 시간에 끝나도 집에 가면 감자가 있다!하며 달려오게 되었고, 아침엔 아무리 졸음이 쏟아져도 눈 뜨면 감자가 와서 인사를 하고 그런 게 얼마나 좋았나 몰라요. 진짜 좋았지.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감자가 집에 있고...." p235-236

 

동물이 주는 위로가 그런거 같다. 인간에게서 받지 못한 사랑, 감정, 기분좋음, 행복을 느끼게 해준다.

심지어 자기를 낳은 부모 조차도 자녀를 사랑하지 못하고 자녀가 기댈 언덕이 되지 못하는데 동물은 그런 부모가 되기도 하고 기댈 언덕이 된다. 동물이 약자여서 어려서 그런 마음을 가질까?

 

신은 정말 놀랍다. 인간에게 이런 행복과 치유를 줄 만한 것을 많이 만들어 놓았다.

우울증이 있거나 삶의 의미가 없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좋아하는 동물을 키워보았으면 한다.

 

나는 여건이 허락되지 않아 이런 행복을 못 누리지만 은퇴를 하게 되면 동물에 둘러싸여 있을 것이다.

특히 냥이에게 말이다...

 

 

또 다시 행복한 외침

 

어딜 가든 늘 감자, 보리도 함께 갈 수 있으면 좋겠다.

 

감자, 보리와 함께 살기 시작한 이후로는

혼자서는 어딜 가도, 누굴 만나도

늘 신발 한 짝 멀리에 두고 온 사람처럼

마음이 그렇다. p278

 

이 마음은 아는 자만이 아는 고백일 것이다.

물론 우리는 어떤 대상을 사랑하면 그 대상과 늘 함께 있고 싶어한다.

단지 저자는 냥이들에게 마음을 주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사랑은 이렇게 아름답다. 그런데 인간과 인간과의 사랑은 그렇게 길지 못하고

문제를 야기하며 서로가 언어라는 것 때문에 다투며 토라지기도 한다.

인간은 참으로 동물들에게도 많이 배워야 하는 제자이다.

 

 

 

누군가 좋아지면 단점 같은 것도 다 좋아지는 마음

 

감자는 허피스 항체가 없어서 1365일 중 300일 정도는 눈물과 눈곱, 콧물을 달고 산다.

그 때문에 바닥이나 벽 심지어 이불과 옷에도 감자의 눈물 자국투성이가 된다.

하지만 저자는 그것마저 다 좋아서 매일 물티슈를 들고 다니며 "우리 감자가 여기서 이렇게 얼굴 흔들었나봐" "그루밍도 했나" "콧물 핑 했네"하고 웃는다. p292

 

어쩌면 우리 또한 타인을 싫어하는 것은 타인을 싫어하며 데면데면 하고 지내는 사이인지 모른다.

사랑한다면 단점도 승화가 된다. 한 예쁜 자매가 있었는데 머리에 비듬이 보였다. 어떻게 이럴수가...

그런데 나와 함께 사는 배우자가 그런 일이 있을 때 그것 자체도 그렇게 밉지 않아 보이는 건 아마도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ㅎㅎ

 

 

저자의 에필로그

 

저자의 아픈 삶은 처음부분에 언급했다.

저자는 변변헌 재산도 위자료도 이렇다 할 벌이도 없는 처지였다.

아이들까지 떠맡게 되는 책임감과 함께 유일하게 믿고 기대었돈 부모는 끝내 저자의 이혼을 지지하지 않는

가장 가깝고도 가장 먼 타인이 되었다.

저자는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그 어디에도 온전한 집이 없는 상태로 살아갔다.

 

그런데 어디선가 감자가 다가와 포테이토가 되고 삶은 감자가 되었다.(독자가 감자를 좋아하는 이유다. )

삶을 포기하고 싶었고, 놓아버리고 싶었던 저자가 감자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보고, 따뜻한 세상을 다시 마주하게 되며

희망을 얘기하면서 우리들에게 '살아남으라고, 어떻게든 버티라고' 권면하며 위로한다.

 

그래..어떤 사람에게도 "그리하여 어느 날"로 시작되는 하루가 분명 올 것이다.

 

저자는 끝으로 이런 말을 하였다.

 

저는 이제 감자와 보리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합니다.

끝끝내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

 

감자와 보리를 통한 내적 치유의 메시지.

반려동물이 한 인간보다 훨씬 많은 것을 줄 수 있다는 행복한 여정의 동반자.

신은 결코 의미 없이 만들어 놓은 것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감자+보리와의 사랑 얘기.

 

알고 싶다면, 내면이 위로 받고 싶다면, 지금 힘들다면, 누구보다 아프다면 이 책을 보고

다시금 힘을 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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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살아보는 인생이라서 그래 괜찮아
오광진 지음 / 미래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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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신간 코너를 보면 수많은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번역서만 아니라 한국의 작가들도 수없이 책을 내고 자신의 글을 피력한다.


이 책을 접함에 있어 그냥 또 하나의 평범한 에세이처럼 좋은 글을 담아 둔 평범한 글로 보았다.

그러나 읽어갈수록 저자의 마음이 투영된, 경험되어진 삶의 아포리즘(aphorism)이 가득한 책임을 보게 된다.


저자의 삶을 보면 어릴적 가난으로 생긴 어머니의 병환으로 인해 태어나자마다 죽음의 기로에 서 있다가 기적적으로 살아나 사람들에게 '기적으로 살아난 아이'로 불렸지만 그 이후의 삶은 희망이 아닌 절망의 기로에 서서 가난으로 인한 고난, 고통을 고스란히 겪어 나갔음을 말해준다. 그러나 고통은 그를 힘들게만 하지 않고 고통을 승화시키는 비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지를 저 밑바닥 부터 배우고 체득하게 하여 '오늘의 시련이 훗날 반드시 복이 되어 돌아온다'는 분명한 삶의 철학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그는 그 체험된 진리,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지를 긍정적 마인드와 순리를 바탕으로 역지사지의 자세로 처음 살아보는 인생에게 큰 위로로 다가가 괜찮다고 속삭이며 다독여 준다.


오광진 작가는 이미 위로에 관한 에세이를 두 권 출간하였다. 

<요즘 괜찮니? "괜찮아">,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들>이 그것이다.


그 책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분명 이 책처럼 편하게 '늘 옆에서 동네 친구처럼 조곤조곤 말하듯 독자에게 삶의 메시지를 매우 친근하게 전해 준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 수많은 것을 겪게 되며 마주하게 된다. 이때 어떠한 지혜와 자세로 헤쳐나가야 하는 지를 조언을 듣게 된다면 훨씬 삶을 더 잘살게 되고 힘들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딸이 먼저 보게 되었다. 24살의 딸이 보면서 무엇이 그의 마음을 위로하고 눈물나게 했는지 모르지만 이 책을 읽고는 너무 좋다며 단숨에 이 책을 읽어 나갔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이 책이 평범한 내용으로 가득찬 좋은 내용의 나열정도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책은 언제나 진중하게 읽어야 하며, 그리고 어떤 책은 독자에게 분명 말을 걸고 메세지를 준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느끼게 된다.


훌륭한 글은 나를 볼 수 있는 기회다. 이분의 글에는 나를 보게하는 글들이 많이 실려있다. 


나에게 실망하고 너에게 실망하며 세상에 실망한 사람들이 꼭 읽어보았으면 하는 책이다.

반드시 진중하게 겸허하게 보아야 한다. 쉬운 글 쓰기지만 진중한 아포리즘이 많다.


저자가 이 글을 다 경험해 보고 통과해서 쓴 글임을 책을 통해서 느끼게 되었다.


마음에 남긴 글을 남겨 본다.


"내가 남들의 인생을 부러워하는 건 남들의 인생은 멀리서 보고, 

  내 인생은 가까이에서 보고 있어서 그런 건 아닐까?"


"인간은 불편한 것을 못 견뎌 하기에 인간은 누구나 좋은 쪽에 서고 싶어 한다."


"인간의 삶이란... 한창 꽃다운 청춘도, 죽을 것처럼 아팠던 슬픔도, 그 시절 동반자였던 친구도,

  불같이 뜨거웠던 사랑도 마지막일 것 같은 인연도 때가 되면 다 지나가고 사라지는 것...

  그리고 다시 찾아오는 것. 그러니 인생이 진부하다고 낙심하지는 말자.

  다 지나간다는 건 새로운 무언가가 온다는 말과 같은 말이니까."


"소나무는 자라면서 스스로 가지치기를 한다.

  거목으로 크기 위해서 가지치기는 필수이다."


(추신: 금강소나무는 스스로 가지치기를 하기 때문에 일반 소나무와 다르게 옹이가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수령 230년되고 키가 23m가 된 금강소나무 한 그루면 집 한 칸을 지을 수 있다고 한다.)


"인생이라는 것이 참 요상해서

  비관하는 사람은 계속 비관 속에서 살게 하고

  많이 힘들어도 웃는 사람에겐 어떤 식으로든 햇살을 깃들게 하니까."


"감정은 지나가고 생각은 의지로 바꿀 수 있다."


"준비된 자만이 성공으로 다가갈 수 있어.

  준비된 자만이 기회가 오면 잡을 수 있고.

  그러니 기회가 생기면 망설이지 말고 도전해야 해.


  사람이 위대한 건 하고자 하는 마음을 먹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기 때문이야.

  다만 실행하느냐 안 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누구나 정상까지는 올라갈 수 있어.

  거기까지는 올라가는 것은 순전히 나의 능력이야.

  하지만 인격이 갖추어 있지 않으면 머무를 수 없어."




"따뜻한 온기가 있는 건

  그게 뭐든 의지가 되더라.

  그래서 개나 고양이를 키우나 봐."



"사랑은 누군가를 살게 해주는 거야."


"진실이 휘어질지 몰라도

  절대로 부러지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의 진실은 물에 뜬 기름처럼

  항상 거짓을 누르고 떠오르기 마련이다."


"인도 속담: 사람이 배우려는 마음을 먹으면 신이 스승을 보낸다."

"그러니 무엇을 배우고자 할 때는 망설이지마. 뜻이 있는 곳에 길도 있으니까."


"상처받는 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어.


누군가 나에게 썩은 쥐를 던져주었다고 화가 나서

그 쥐를 다시 주워서 던지면 내 손에 오물이 묻잖아.

굳이 오물을 묻힐 필요는 없어. 세상이 알아서 다 갚아주거든."


"이 세상엔 성숙한 사람은 있어도 완벽한 사람은 없어." 


"아인슈타인이 그랬어.

  연약한 사람은 복수하고

  강한 사람은 용서하고

  똑똑한 사람은 무시한다고."


"성공하려면 하나의 철칙이 있어.

  자신을 이용하려는 사람은 가차 없이 멀리한다는 거야."


"죽만 먹이면 영양 섭취느 좋으나

  소화기관과 이는 발달하지 않는 다고 해.

  그래서 거친 음식도 먹여야 하듯

  때론 거친 일과 말이

  나를 강건하게 만드는 역할을 해준다고."


"사람이 헤어질 때는 그 사람의 얼굴이 아니라 얼굴 표정과 말하는 방식(말투)을 기억한대.

  그 언어가 마음에 들면 관계를 지속시킬 수 있어."


"과시욕은 가진 게 없는 사람이

  부리는 객기지.

  그러므로 불쌍히 여겨야 하는 거야."


"인간관계에서 헤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무시이다."


"인성이 곧은 사람은 약자 또한 인격적으로 대하거든."


"인생엔 프로가 없어.

  모두 한 번 살고 처음 사는 인생들이기에.

  그러니까 아마추어가 하는 말에 너무 상처받지는 마.

  누가 악성 루머를 퍼뜨리건

  뭐라 하건, 무슨 짓을 하건

  신경 쓰지 마.

  본질적 가치는 변하지 않아

  그냥 결과로 보여주면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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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작은 아씨들 1 (1868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초호화 벨벳 에디션) - 영화 원작 소설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박지선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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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느낌은 좋네요. 그런데 같은 가격대에 1부만 실려있어 약간은 손해나는 느낌이랄까 그러네요. 번역자마다 다른 느낌으로 번역을 해서 소장하려고 하는데 같이 샀던 책은(영화 장면을 넣은 1-2부 책- 강미경 역 / 영화 공식 오리지널 커버) 1-2부가 다 넣어져있어 왠지 풍성해 보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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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정약용의 인생강의 - 다산은 아들을 이렇게 가르쳤다
정약용 지음, 오세진 옮김 / 홍익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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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은 아들을 이렇게 가르쳤다.

이 문장이 가지는 의미가 책을 읽으면서 마음 깊이 다가왔다.

멋진 아버지며 훌륭한 면모를 두루 갖춘 인물이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아버지와 이 책을 읽지 않는 아버지의 마음 가짐은 분명 다를 것이다.

본 받고 싶은 인물 중에 꼭 한 두 사람을 추천하라고 한다면 이분의 이름을 이제 거론 할 것이다.

역사 속 인물을 오세진 편역자를 통해서 이렇게 세세하게 볼 수 있고 자세한 해설까지 곁들여 주니 이 책을 읽는 독자가 매우 편하게 이해하고 다산의 삶을 더 이해하게 되었다.(가독성이 너무 좋음)

이 책은 총 4개의 주제로 되어 있는 책이다.


공부하는 법:  1장 집안을 일으킬 수 있는 방법은 공부뿐이다.

돈을 벌고 쓰는 법:  2장 자식들에게 경제생활을 이야기하다

사람을 사귀는 방법:  3장 남에게 도움을 주지 않았다면 바라지도 마라

삶을 살아가는 법:  4장 제사상을 차리기보다 나의 책을 읽어다오


각각의 네 쳅터 속에서 가르쳐 지는 인생 선배의 구체적인 조언은 다산의 아들로서 한 나라의 백성으로서 삶을 아주 참되게 하는 실제적인 조언으로 가득차 있다.








유배지에서 자식들에게 편지를 쓰며 참된 삶을 살게끔 하려는 아버지의 고뇌가 책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느껴졌다. 참으로 부지런한 아버지며 선비정신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는 면모가 내 눈앞에서 보일 정도로 다산의 삶은 정갈하고 매우 문인다우며 자상한 아버지로서의 모습이 계속 눈에 띄인다.

다산의 마음이 표현된 문장 하나에서 다산이 얼마나 위대한 인물이며 틀에 박힌 사고를 벗어나 실용적인 실학 사상에 대가임을 보게 된다.


"제사상을 차리기보다 나의 책을 읽어다오!"



다산 정약용 (茶山 丁若鏞, 1762~1836)

그는 조선 후기 최고의 실학자이자 지식인이다. 그는 1789(정조 13) 문과에 급제하여 부승지형조참의 등 벼슬을 지냈으며 정조의 특별한 총애를 받았던 사람으로서 문장과 유교 경학에 뛰어났고 천문과학지리 등에도 밝아 1793년에는 수원성을 설계하는 등 기술적 업적을 남기기도 한 인물이다. 안타깝게도 당시 금지되었던 천주교를 가까이했다는 이유로 1801(순조 1)에 강진으로 귀양을 갔으며무려 18년에 걸친 귀양살이를 하면서 그곳에서 여생을 유유자적하며 보내지 않고 무려 500여 권의 책을 저술한 사람이다.


그런데 다산은 학문에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자녀 교육에서도 매우 세심하며 다산의 아들로서의 귀품을 잃지 않도록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힘들어 하는 자식들에게 폐족으로서의 위치에 그대로 머물지 말고 공부를 통해 자신의 가르침을 통해 가문을 올곧게 세워가고자 하였다.


오늘날 너희는 폐족의 자식들이다. 만약 폐족이라는 어려움을 딛고 잘 처신하여 이전보다 더 훌륭한 가문을 만든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으로 놀랄만 하고도 훌륭한 일이다." p 10



                                       ⓒ한국민족문화대백과


 

다산이 자녀들에게 왜 이토록 편지를 통해 끊임없이 소통하고 자녀들이 의기소침하여 지내는 것을 그냥 놔두지 않았는지 이 책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페족인데다 교양과 학식마저 없다면 더 미움을 받는다. 사람들이 폐족이라고 천시하고 세상이 얕잡아보면 그 자체로 이미 비참한 일이다. 그런데 너희들이 먼저 자신을 천지하고 얕잡아 보니 스스로를 비참하게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너희들이 끝내 배움을 거부하면 내가 저술하고 간추려 놓은 그 모든 것을 장차 누가 수습하여 책으로 엮고 교정하고 편집할수 있겠느냐? ....그러면 나의 저술은 후세에 전해지지 못할 것이고 후세 사람들은 사헌부의 판결문만을 보고 나를 판단할 것이 아니냐. 그러면 나는 장차 후대에 어떤 인물로 기억되겠느냐? 너희들은 반드시 이것을 생각해야 한다." p 15

다산은 글 짓는 전통이 벼슬보다 중요함을 말해주고 강조하고 있다.

폐족이 된 집안이 사람으로서 제대로 처신하며 ​학자 집안의 정체성을 지켜나가기 위해서 '오직 공부'가 중요한 것임을 재차 강조하며 채근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다.

"공부란 사람이 할 수 잇는 일 중에서 가장 고아한 일이지만, 아무나 그 참맛을 아는 것은 아니다." p 20

다산은 공부의 진면목을 자녀들에게 귀에 박히도록 알려 주었다. 건강이 좋지 않아 중풍에 걸려 몸이 많이 나쁘다고 하였지만 그럼에도 다산은 팔다리와 허리를 가혹하게 혹사시켜 가면서, 밤을 세워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글을 쓰고 피곤하면 잠시 쪽잠을 자다가 다시 일어나 글쓰기를 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둘째 학유에게 편지를 쓰며 이렇게 말하였다.


"남자가 독서하고 인격을 갈고 닦으며 집안을 경영하고, 어떤 일을 떠맡아 하는 등 일체의 일을 처리할 때 정신력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해낼 수 없다. 정신력은 부지런한, 날래고 똑똑함, 지혜로움, 성취를 뒷받침한다.....나는 몇 해 전부터 독서의 진면목을 대략이나마 알게 되었다. 아무 생각없이 읽기만 해서는 매일같이 수천 번을 읽어도 읽지 않은 것과 다름이 없다. 하나하나의 글자를 볼 때마다 그 뜻을 정확히 모르면 다양하게 찾앚보고 세밀하게 연구해서 근원을 파헤쳐 글의 면목을 파악해야 한다. 날마다 이렇게 하게 되면 한 종의 책을 읽을 때 백종의 책을 참고하게 되고, 해당되는 책의 내용에 대해서도 훤히 알게 된다. 이 점을 잊지 말거라.....초서(책에서 중요 내용을 가려 뽑아서 쓰는 일) 하는 법은​ 먼저 자신의 생각을 미리 정한 다음 만들 책의 규모와 차례를 정하고 그 후에 책에서 내용을 가려 뽑아야만 절묘한 일관성이 있게 된다." p21-23

참으로 다산은 이렇게 세심하게 어떻게 공부하며 무엇이 중요한 논점인지 어떤 사실을 어떻게 파악하고 기록해 두어야 하는 사항까지 설명해 주고 있다.

이어서 다산은 책을 쓰고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간됨됨이가 바탕이 된 사람이길 원했다.

왜냐하면 작품이 훌륭해도 칭송받지 못하고 사람들에게 외면받는​ 인생들을 본 것이다.

"​예전에 선배들의 저술을 보면 거칠고 품격이 떨어지는데도 세상의 추앙을 받은 것들이 많다. 반면에 상세하고 해박한 저술이 도리어 배척을 받아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예도 있다. 이러한 이유에 대해 여러 번 생각을 해보았는데, 나는 끝내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야 나는 깨달았다. 군자는 의복과 갓을 바쁘게 하고, 시선을 위엄 있게 하고, 장중하고 고요하고 단정하게 앉아 마치 흙으로 만든 인형처럼 위엄이 있고, 말과 글은 진실하고 엄격하고 바르게 해야 한다. 이렇게 한 후에야 대중들에 권위가 생겨 대중을 납득시킬 수 있고 명성이 오래가고 멀리 퍼지는 것이다." p.60



다산은 자식들에게 경제관념을 심어주는 일에도 매우 실제적으로 가르침을 주고 있다. 그는 근검절약(勤儉節約)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귀중한 샘플이다. 음식과 옷에 대한 생각은 지나칠 정도로 자녀들의 삶을 옥죄는 듯이 보이지만 다산은 비싸고 좋은 옷, 음식이 허상이며 헛된 것임을 알고 거기에 마음 쓰지 않도록 하였다.

그 이유는 '세상의 모든 의복, 음식, 모두 시간이 지나면 옷은 헤어지고 음식은 목숨을 보존하는 정도에서만 유용한 것이지 목으로 넘어가면 결국 변소에서 큰일 보는 일에 사용될 뿐이라는 것이다. 오마이갓!!


의복은 패션을 뽑내고 자기 개성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몸을 가리기에만 충분하면 되고, 고운 비단의 옷은 입다가 헤어지면 볼품이 없지만 투박하고 값싼 옷은 헤어지더라도 크게 나빠지지 않기에 거친 원단의 싼옷이 더 실용적이라는 것이다. 자녀들이 다산의 이런 생각을 얼마나 잘 반영하고 살았는지 모르지만 다산의 삶은 검소했고 부지런 했으며 재치있는 음식법을 먹는 법도 소개하면서 불필요한 곳에 마음을 뺏기지 않도록 하였다. p72


*TV를 틀면 온통 먹거리와 패션의 아이템이 넘쳐나는 시대에 다산의 충고가 사람들에게 얼마나 어필될지..??




다산은 재물을 사용하는 법에 대해서도 매우 좋은 가르침을 준다. 재물은 자손에게 물려주면 결국 탕진되어 흩어지기에 재물 보다 재물을 쓰는 가치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한미한 집안이나 가난한 친구에게 베풀어주는 것만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재화를 비밀스럽게 저장해두는 방법 중 가장 좋은 것은 남에게 베푸는 것이다그러면 도둑에게 빼앗길 염려도 없고화재로 인해 소실될 걱정도 없으며소나 말이 운반하는 고생을 치를 것도 없다게다가 자기가 죽은 후에도 꽃다운 명성을 가져갈 수 있으니 세상에 이보다 더 큰 이익이 어디 있겠느냐재물은 꽉 쥐려고 할수록 손에서 더 미끄럽게 빠져나간다재물이란 점어(鮎魚)와 같은 것이다." p.78


목민심서에서 다산은 이런 내용도 언급했었다.


"내가 오랜 세월 귀양살이를 하면서 수령들을 살폈는데 나를 동정하고 도움을 주는 사람의 의복을 보면 반드시 검소한 것을 입었고, 화려한 옷을 입고 얼굴에 기름기가 돌며 음탕한 것을 즐기는 수령은 나를 돌보지 않았다. 못에 물이 괴어 있는 것은 장차 흘러내려서 만물을 적셔주기 위함이다. 절약할 수 있는 사람은 베풀 수 있기 마련이요, 절약할 수 없는 사람은 베풀지 못하기 마련이다."



다산은 또한 남편의 역할, 아들로서의 역할, 며느리로서의 역할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가정을 화목되게 하는 일에도 조언을 준다.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라는 말이 있는데 다산은 지금 '여자는 남자하기 나름이다'는 말을 하고 있다. 효성을 다하여 지극히 어머니를 섬기며 두 며느리를 잘 인도하여 아침 저녁으로 어머니를 살피라는 당부와 함께 며느리의 표정까지도 다산은 당부하며 부모를 섬기는 자세에 있어 한치의 흐트러짐이 없도록 하였다.

특히 가화만사성에 대한 예를 들어 가정이 화목하면 하는 모든 일들이 잘 되고 가정의 동식물까지도 잘 자라게 된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며느리들은 반드시 단정하고 밝은 얼굴로 시어머니를 섬기고 여러가지 방법으로 즐겁게 해드리도록 노력해라...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잘지내고, 조금이라도 어긋남이 없게 되면 반드시 서로를 깊이 믿고 의지하게 된다. 집안의 부녀자들이 아무 갈등 없이 화목하게 지내게 되면 하늘과 땅도 그에 맞춰 조화를 이루고 닭이나 개, 채소나 과일도 쭉쭉 자라서 일찍 죽는 일이 없다. 또한 하는 일마다 막히는게 없게 되고, 나 역시 임금의 특별 사면을 받아 석방되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될 것이다." p83-84


다산의 글 안에는 삶의 구석구석을 면밀하게 들여다보면서 참 인간답게 사는 것이 무엇임을 통찰한 흔적들이 많이 보인다. 삶의 세세한 부분까지 자녀들에게 조언하며 자신이 지닌 가치관을 습득하고 깨닫고 실행하기를 원하였다.  심지어 둘째 학유에게 닭을 키우더라도 고상하고 상스러움이 있고, 깨끗하고 탁함의 구분이 있음으로 양계쟁이가 되지 말고 양계를 하면서도 닭의 습성을 이해하고 이익을 위한 번식이 아닌 닭을 살찌우고 잘 키울 수 있는 다양한 방법과 시도를 통해 '양계가 무엇임을 학문적 관점에서도 시적 관점에서도' 볼줄 아는 식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다산은 술마시는 법에 대해, 친구를 가려서 사귀는 방법에 대해, 참된 우정에 관해서, 일가친척간의 화목을 유지하는 법에 대해, 위대한 사람이 되는 방법에 대해, 넓은 도량을 가지고 사는 마음에 관해, 재해를 당한 자의 마음 가짐에 대해, 심지어 편지 하나를 쓸 때 명심해야 될 사실을 적어서 가르쳤다.


"매번 편지를 한 통 쓸 때마다 세번 읽어보면서 '이 편지가 예기치 않게 사람들이 많은 사거리 한복판 바닥에 떨어져서 마침 원수가 열어 본다고 하더라도 나를 비난할 여지가 없겠는가라고 생각하면서 써야 한다. 또한 이 편지가 수백 년 뒤에 전해져서 식견 있는 사람이 보더라도 비판할 것이 없겠는가라는 생각으로 편지지를 봉해야 한다. 이런 것이 군자가 가진 신중함이다."


그리고 다산은 마지막 4장 부분에서 끝부분에 안타까우면서  중요한 얘기를 하고 글을 맺는다.


제사상을 차리기보다 나의 책을 읽어다오
절대로 서울을 벗어나 살지 마라
내가 죽거든


다산은 자신의 학문이 땅에 그대로 묻어져 드러나지 못하게 될까봐 못내 아쉬움을 금치 못한다.

끝부분에서는 조금 마음이 아팠다. 다산의 자식이라고 해서 다산처럼 뛰어날 수 없건만 마치 서울대(하버드대학) 나온 아버지가 자식들을 못내 못 마땅하게 바라보는 마음이 보였다.


"나는 나라의 은혜를 입어 실날같은 목숨을 보존하며 빈궁하게 여러 해를 살면서 저술한 책이 제법 많다. 하지만 한탄스러운 것은 너희들이 곁에 없어서 미묘한 언어의 뜻을 전할 기회가 적고, 너희들이 문리가 트이지 못하고 학문에 흥미를 붙이지 못하는 점이 너무 아쉽다."


'문리가 트이지 못하였다'라는 글을 자식들이 읽었을 때 그 자식들은 마음에 큰 상처를 입지 않았을까?

거기다가 한 가지 예를 들며 다시금 다산은 자식들을 자극하는 말을 한다.


"억지로 한두 가지를 들려주어도 마치 진나라 효공이 상앙으로부터 제왕의 도리를 듣는 것처럼 흥미를 갖지 못하니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내 아들이 이러하니 천 년 뒤에 나의 저서가 읽히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나의 저서가 담긴 상자가 후세에 알아줄 만한 사람을 어찌 만날수 있겠느냐?" p236


"너희들은 외롭고 함께할 사람이 없는데다 성품이 경전을 좋아하지 않고 요즘 사람들이 지은 시나 조금 알아보는 정도이니 <주역사전>과 <상례사전> 이 두 책이 끝내 빛을 못 보고 사라져버릴까봐 걱정이구나" p238


이 말을 요즘 쓰는 일상적인 용어로 말해 본다면 '머리가 왜 그 모양이니? 너희들은 하나같이 누구를 닮아서 책에 관심도 없고 그저 노는 것에만 관심있니? 한심하구나' 라는 말일 것이다.


제사상을 차리기보다 나의 책을 읽어다오


그래서 다산은 이렇게 말하며 제사상 보다는 내 책을 읽고 문장을 옮겨 적는 일에 시간을 쓰라고 한다.




"내가 죽은 후에는 아무리 훌륭하고 정갈한 제사상을 차려준다고 해도, 그보다 내가 더 즐거워 할 일은 너희들이 나의 책 한 편을 읽고 나의 문장을 옮겨 적는 일이다. 너희들은 늘 이 점을 명심하여라." p.237

훌륭한 조언이며 귀담아 들어야 할 가르침이다. 전통의 명목하에 정해진 날짜만 되면 제사상에 열을 올리고 제사가 마치 가문의 위세를 대외적으로 과시하기 위한 수단처럼 무게감을 주었는데 자신들이 훌륭한 가문이라고 생각한다면 다산의 말을 새겨 들어야 할 것이다.



이어서 다산은 '말은 나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라'는 말을 적극 권면한 사람일 것이다.

그 이유는 서울에 가까이 할수록 문화적 소양을 유지하게 되며 천한 백성으로 전락하지 않고 다시금 가문을 일으켜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문명이 온 나라에 고루 퍼져 궁벽한 시골이나 먼 산속 마을에서 살더라도 성인이나 현인이 되는 데 큰 장애가 없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아서 서울 문밖 몇 십리만 떨어져도 태고의 원시시대가 된다. 그러니 멀고 외딴 곳이야 오죽하겠느냐? 사대부 집안의 법도는 벼슬길에 올랐을 때는 빨리 산언덕에 샛집을 내어 살면서 처사의 본색을 잃지 않아야 하고, 만약 벼슬길이 막히게 되면 빨리 서울에 가까이 살면서 앞서가는 문화의 안목을 떨어뜨리지 않아야 했다. 나는 지금 죄인의 명부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에 너희들을 우선 시골집에 숨어 살게 했지만 앞으로의 계획은 오직 서울의 십 리 안에서 거처하게 만드는 것이다." p243


왜왜왜???


다산은 상당히 자신에 대한 프라이드가 상당하다.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한 부분을 보면 정조 임금이 자신의 저술에 대해 칭찬하는 대목을 말하면서 정조 임금의 평을 서문으로 책에 올려지기를 바라는 뜻이 강하게 내포되어 있다. 그리고 다산은 비록 현재의 아들은 빛을 발하지 못하지만 그 아들의 아들이, 손자가 과거시험에도 뜻을 두고 집안 경제에도 신경을 쓰면서 천한 백성으로서 가문이 전락해 버리지 않을까 매우 걱정하며 두려워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p239, 245


다산의 마음은 모든 아버지들의 마음일 것이다. 나 또한 내 자녀들이 나 보다 더 나은 자가 되기를 원하고 삶을 대하는 자세가 부지런하며 검소하며 학문과 세상 이치에 밝아 사회적 중요 위치에서 자신의 일을 능력있게 감당하면서 세상을 이롭게 하는 지혜로운 자녀로 살아가길 바라고 있다.


마지막으로 다산은 죽음을 앞두고 자녀들에게 자신의 '삶'을 영광되게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도록 요청한다. 그것은 다산이 현재 정치적인 탄압으로 억울하게 죄인이 되어 있는데 언젠가는 자신에게 씌어진 누명이 벗겨지고 면죄부를 받을 날이 온다는 것이다. 즉 몰락한 집안이 다시 복귀되어 사람들의 기억과 역사 속에 자신이 펼친 학문과 연구들이 사람들 입에 오르 내리기를 간곡히 원했다.


다산의 바램대로 모든 누명을 벗고 고향 마현으로 돌아와 18년간의 삶을 더 살다가 그는 조선 후기 역사 가운데 최고의 유학자 중 한 명으로, 원효이황과 함께 한국 철학 사상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로 평가받는 존재로 우뚝 서있게 되었다. 


다산의 마지막 공부라는 책에 보면 이런 내용의 글이 있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 싶지만 시대가 나를 휘감고 내가 시대에 살고 있는 한 삶에서 비겁해 질 수 밖에 없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생의 비겁함을 인정하고 그것과 화해하는 것이다."


다산은 마지막 남은 삶까지도 방대한 저술에 몰두하며 자신의 꿈을 펴쳐보려고 했다. 그러나 조정에는 여전히 자신을 반대하는 대신들이 있어 쉽게 그 뜻을 펼치지 못한거 같다. 그러나 자기 생을 충실하게 살다가 자기에게 주어진 운명과도 화해하며 받아들이는 모습에 역시 대인다운 군자의 모습이 보인다.


다소 다산의 가르침이 아들의 입장에서는 매우 불편하고 극성맞은 아버지로서 비칠수 있을 것이다.

어떤 분의 한줄 평가를 보면 "시대를 뛰어넘어 많은 가르침을 준 학자는 맞지만, 아들들에게는 잔소리꾼이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좋은 아버지며 훌륭한 아버지임은 분명하지만 자식들의 인생에 보면 아버지의 편지가 두려웠을지도 모르겠다.

자랑스러운 아버지를 두어서 행복했지만 그 역량을 쫓아서 따라가지 못한 아들들은 아비의 부끄러움이 되지 않으려고 자신들의 삶을 많이 잃어버리고 살지는 않았을지도 생각해 보게 된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아버지로서 자녀들에게 주어야 훌륭한 잠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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