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은유하는 순간들
김윤성 지음 / 푸른향기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음... 여행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설렌다. 
늘 꿈꾸지만 여건이 안되어 세계테마여행으로 날마다 여행을 가본다. 

이 책은 그런 생각으로 서평 신청을 했고, 전문 작가가 아닌 여행을 통해 삶을 발견하고자 하는 한 평범한 
여인의 여행을 통해 내가 보지 못한 부분을 글로서 접해 보고 싶었다.  

그런데 프롤로그를 통해 기대감으로 본 순간 조금은 실망한 마음이 들었다. 뭔가는 기대감을 주는 얘기로 글을 잘 만들어 사람들을 책의 세계로 인도하려고 했으나 적절하지 않는 난해한 비유? 예화? 가 오히려 기대감을 뚝 떨어 뜨리게 만들어 버리지 않았나 싶다.

초보 작가이니 그것쯤이야 하며 너그롭게 받아주며 첫 여행에 대한 얘기를 열었는데 아뿔싸 예쁘게 문학적으로 글을 써내려 가려고 애를 썼지만 아직은 글 쓰기가 여행을 처음하는 분처럼 서툰 모습이 보인다.

그렇다.  저자가 말하듯 여행이란게 꼭 특별한게 있어야만 하는가 할때 꼭 그렇지만 않을 것이다. 
그냥 여행은 환상이 아닌 일상의 삶안에 있는 그런 것일게다.

그럼에도 아쉬운건 글쓰기가 조금은 문학적 감각을 가졌으면 이 책이 더 가치있게 빛났으리라 생가된다. 

재작년에 읽은 책 가운데 “헤세가 사랑한 순간들”이라는 책이 있다. 헤세의 여행 스케치이다. 
(헤세가 본 삶, 사람 그리고 그가 스쳐 지나간 곳들)

배수아 역본으로 나왔는데 여기에서 작가가 글쓰기 노하우를 얻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떤 글은 읽으면 그냥 이 사람이 작가구나 하는 직관같은 것이 느껴진다. 

헤세가 이 책에서 한 말이다. 그는 참으로 글솜씨가 뛰어나고 우리나라 번역자도 꽤 글을 글답게 번역해서 사람들의 문학적 감각을 일깨우고 있다. 

“여행의 서정은 일상의 단조로움, 일과 스트레스를 벗어나 휴식을 취하는 데 있지 않다. 다른 사람들과의 우연한 만남과 교제에 있지 않으며, 색다른 풍경을 감상하는 데 있지 않다. 그렇다고 호기심의 충족에 있는것도 아니다. 여행의 서정은 경험에 있다.

그것은 더욱 풍요로워 지는 것, 새로운 획득물을 내 안에 유기적으로 받아들이는 것,다양성 속의 조화를 이해하고 대지와 인류라는 거대한 조직을 이해하는 것, 옛 진리 와 법칙을 완전히 새로운 시각 안에서 재발견는 데 있다.”  - 본문 P61 중

여행을 깊이 보는 감각과 함께 글 솜씨가 아주 쎄련되고 깔끔하게 펼쳐져 보인다. 

따라서 김윤성 작가님은 이 책과 함께 여행을 하며 어떤 사유를 통해서 글을 써야하는 지를 배워보는 것도 좋겠다 생각된다. 그럴 때 자신이 쓴 글이 사람들에게 다가가 말을 하며 생각을 깊이 하게 할 것이다. 

열심히 여행하고 글쓰느라 수고가 많았고 고생했으리라 생각된다. 누구나 처음부터 잘 쓸 수는 없을 거다. 
조금은 독자에게 힘든 여행을 시작하게 했는데 그래도 함께 여기저기 여행을 떠나보고자 한다. 
저자의 눈을 통해 세계를 보고 그의 내면을 들여다 보고자 한다. 

점점 갈수록 책은 깊이를 더해가는 것이 보인다. 몇몇 글들에서는 생각해 볼 것, 스크랩 할 것이 보여서 조금은 만족을 하였다. 그러나 후반부로 가서는 아직도 글쓰기 속에서 여행이 향유하는, 은유하는 것이 조금은 서툴다.

그럼에도 이 책에서 얻은 것은 약간의 여행 정보와 함께 그래도 간간히 보여지고 명언처럼 새겨지는 글이 있다는 것이다. 좋은 여행지 몇 곳을 알게 되었고 여행을 하면서 우리의 마음 가짐이 어떤 마음으로 출발하면 좋을지에 대해서도 어필함으로 의미없이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아쉬운 또 한 가지는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이 작가에게는 의미있는 사진이지만 몇몇 사진 빼고는 독자에게 크게 다가오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이왕 책에 넣어서 아름다운 여행지를 보려주려 했다면 사진 또한 독자에게 눈으로라도 마음을 뺏기게 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 생각 된다. 

마음에 다가온 글을 적어 본다면...

블랑시가 그랬듯 나에게도 항상 낯선 사람의 친절이 필요했다. 여행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여행에서 수없이 많은 낯선 사람들의 친절을 만났다. 어떤 친절은 여행을 도와주기도 했고, 어떤 친절을 여행을 망치게도 했다. 그러나 어떤 친절이 여행에 필요한지 구별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은 전적으로 여행자인 나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어떤 친절을 선택하든, 여행길에서 만났던 낯선 사람들의 친절은 늘 여행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었다. p45


혼자 여행을 하다 보면 외로움이 한계치에 이르는 순간이 있었다.
세상에 나와 나 자신만 존재하는 것 같은 순간이었다.
평소 만날 수 없던 나 자신과의 만남은 너무 어색해서 고통스럽기까지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점점 익숙해지면서 자신과 차분히 대화하는 나를 발견했다.
그 놀라운 경험 때문에 잃어가는 나를 찾기 위해 종종 혼자서 여행을 떠났다.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사람으로 기억되기 보다, 길에서 만난 또 하나의 풍경이 되었다.

내가 스위스에 이민 와서 살고 싶다 했더니, 그는 겉으로 보는 것보다 스위스에 사는 것이 녹록치 않다고 했다.
최소한 네 게 국어를 익혀야 하고 물가도 살인적이라는 것이다.(스위스 기념품 가게 한국 사장에 말에 의하면)
p56-57


일상 속의 시간은 관리 대상이었다. 화려한 스케줄표로 장식할 수 없는 시간은 헛된 시간이었다.
하지만 스케줄표를 장식할 것들이 전혀 없는 체르마트에선 시간은 관리되지 않고, 제 스스로 흘러갔다. p58

느긋한 장크트 볼프강의 오전은 아무 일이 없어도 특별하기만 했다.
특별함은 사건이 아니라 느낌이다. 도시에서는 사건이 있는 날이 특별한 날이다.

그 문장 하나를 위해 도시의 사람들은 어쩌면 특별한 느긋함을 잃어가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렇게 우리가 사는 도시는 느낌을 버리고 사건들만 남게 되었다. p65

산악열차에서 내려다보이는 산 아래 풍경은 인간보다 훨씬 창조적인 무언가가 없다면 절대 설명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었다. p66


피렌체에 가면 해가 지기 전에 미켈란젤로 언덕으로 가야 한다. 그 언덕에서 해가 지는 광경을 보지 않고서는 세상의 모든 노을을 보있다고 말할 수 없다. 우리는 어쩌면 세상의 모든 노을을 보기 위해 여행을 하는지도 모른다. p119

그 순간 내 여행을 이유를 알게 되었다.
여행은 기대만큼 아름답거나 근사하지 않다.
오히려 우리의 일상보다 훨씬 비루할 때가 더 많다.
그러나 가끔 오늘처럼 말도 안 되는 풍경을 여행에서 만난다.
그래서 우리는 여행을 한다.
이 한 풍경을 목도하기 위해, 평생을 바쳐도 아깝지 않을 풍경을.  p133

여행을 통해서 나는 가난, 기아, 질병과 직접적으로 접했다. 그러나 나는 병든 아이들을 충분히 치료할 능력이 없음을 깨달았다. 내게는 충분한 약품과 도구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계속적인 압제로 생긴 그들의 비굴한 모습을 보았다. 거기에서 내게 분명해진 것은 유명한 학자나 의학에 훌륭한 공헌을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음을 안 것이다. 이 억압받고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것이었다. -체 게바라 평전 p148-149


우리가 읽어버린 별

우리는 언제부터 그 알량한 불빛을 소유하려고 별을 버렸을까?
어둠은 결코 두려운 것이 아닌데 왜 우리는 그토록 어둠을 내쫓지 못해 야단이었을까?
별과 어둠을 내쫓고 얻은 것이라곤 밤의 노동뿐인데...p161

몽골 여행에서 우리가 얼마나 대수롭지도 않은 일상 중독자인지 알게 되었다.

한때는 여행을 의심하기도 했다. 여행이 점점 내 기대를 저버렸기 때문이었다.
여행이 더 이상 기대만큼 흥분되지도 아름답지도 않았다. 그래서 한동안 여행을 떠나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날 여행은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행에서 기대의 반대말은 실망이 아니라 우연히 마주치는 예기치 못한 행복이다.
여행에서 만나는 예기치 못한 행복을 마음을 활짝 열고 자신의 삶의 은유로 받아들이면 된다.
시를 쓴다면 시로, 그림을 그린다면 그림으로 은유하면 된다.  p206-207

밑에 시시프스의 해피엔딩은 작가가 쓴 것인지 어디서 인용한 것인지 모르나 생각해 볼 수 있는 글이라
내가 간직하기 위해 적어본다.

그리고 혹시나 작가가 이 서평을 볼지는 모르나 책은 그래도 내 마음의 한쪽을 스쳐지나갔다고 말하고 싶다.

 

다른 시지프스의 해피엔딩

by 김 윤 성

존재는 참을 만큼 가볍다.

그 만큼 시지프스의 돌도 가볍다.

한 시지프스는 그 사실을 몰랐다.

그래서 점점 커져만 가는 돌을

매일 매일 밀어 올리다가

어느날, 돌을 놓아 버리기로 했다.

그래서, 한 시지프스는 돌에 깔려 죽었다.

다른 시지프스는 돌을

조금씩 조금씩

깨어버리기로 했다.

어느날 주먹만한 돌을 손에 든 그는

돌을 저 멀리 던져 버렸다.

그리고

수천년을 살았던 산을 유유히 내려왔다.

산을 내려온 다른 시지프스는

호수가에 집을 지었다.

그리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어두운 밤

버려진 판자로 만든 집에도

별을 모아 불을 지폈더니

따스하고 환해지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다른 시지프스의 해피엔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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