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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어느 날 - 기댈 곳 없는 사람과 갈 곳 없는 고양이가 만나 시작된 작은 기적
11월 지음 / 아라크네 / 2020년 2월
평점 :
이 책이 단지 고양이와의 생활을 행복하게 그린 책인 줄 알았다.
나는 고양이를 개보다 더 좋아한다.
어릴적 부터 고양이와의 인연으로 모든 고양이가 좋다.
고양이가 눈 앞을 지나가면 항상 나는 말을 건다.
어떤 냥이는 나의 마음을 알아 주지 못하고 도망을
가지만 어떤 냥이는 개냥이처럼 적극적으로 다가와
내 마음을 봄바람처럼 살랑살랑 흔들고 간다.
그러면 내 마음 한편은 저자가 말하듯 고요하고 따뜻한 위로가 내 마음을 감싼다.
그런데 그런 냥이와의 행복한 일상을 말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저자의 마음이 처음부터 훅하고 들어오면서
독자의 마음을 측은하게 하며 저자가 얼마나 힘들었을지를, 아팠을지를, 괴로움에 치를 떨었을지를
읽는 이조차 마음 아프게 한다.
"대학 4학년이 되던 스물셋에 저자는 일곱 살 많은 사람과 결혼을 했다. 스물셋에 첫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스물 일곱에 세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그런데 세명의 아이를 키우는 가운데 온갖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자주 맞았고 죽여버리겠다는 위협을 받았다. 가만두지 않겠다며 머리카락을 뭉텅뭉텅 자르던 그 날 자칫 가위가 조금이라도 엇나갔더라면, 죽여 버리겠다며 폭설에 뒤덮여 인적 하나 없는 보이지 않는 산길로 끌고 가던 날, 길이 험하다며 끝끝내 막아선 스님이 없었다면 저자는 몇번이고 아무도 모르게 죽었을지 모른다고 말한다." p19
독자인 나는 이것을 본 순간 보듬어주고 싶고, 내가 그늘이 되고 싶고, 오빠였다면 남편을 죽일듯이 패고 이혼을 당장에 시켰을 것이다.
저자는 고양이를 통해 자신을 만난거였다. 그동안 사랑받지 못하고 사랑하지 못한 것을 연민이라는 감정 속에서 저자는 고양이와 하나가 되었고 서로가 기대는 존재가 되어 함께 믿어주고 서로의 지붕이 되었다.
저자는 그렇게 힘든 시절에 감자라는 냥이를 만났다. 그때가 어느 해 8월의 여름밤 도로 끝, 낡은 청록생 트럭의 커다란 바퀴 옆에서 저자가 가장 어두운 터널을 건널 때 만나게 되었다. p14
그 감자(냥이)는 그렇게 그녀에게 지붕이 되었다.
책상 아래 너의 집
날 이해해 주는 사람도 맏어 주는 사람도 없던 시절.
마음 편히 두 다리 뻗고 누울 나만의 공간 하나 없던 시절.
모든 것이 송곳처럼 나를 찌르던 시절.
갈곳 없는 감자와 기댈 곳 없는 내가 만나
서로의 지붕이 되고 등불이 되었다.
그 시절 우리는 서로에게
세상의 전부였다. p42
감자를 만나기 전 저자는 한 꿈을 꾸었다.
그리고 그 꿈은 무언가를 암시하는 꿈인지
꿈을 꾼 후 만난 감자로 인해 희망과 행복이 꿈틀되기 시작했다.
묘한 꿈, 예지몽을 주는 꿈이였을까?
감자를 만나기 며칠 전에 이런 꿈을 꾸었다.
온갖 과일이 탐스럽게 주렁주렁 열린 나무가 마당을 빼곡히
채운 집의 2층 테라스에 서서 물기를 촉촉하게 머금은 열매는 내려다 보는데
작고 빨간 뱀이 다가와 내 발목을 꽉 무는 정말 이상한 꿈이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감자를 만났다.
이후 잔고마저 0원이었던 내게 연달아 굵직한 작업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작업들이 아니었으면 나는 감자의 수술비를 마련할 수도
감자와 함께 살 집을 구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p62
아무리 죽을거 같아도 희망은 반드시 있다.
참으로 세상은 죽으라고 우리를 보낸것이 아니라 어떤 경험을 통해 살라고 보낸 것이다.
즉 삶이라는 것이 어려움과 고통을 당할 때는 매우 불행해 보이고 사악해 보이고 신을 저주하고 싶어도 견뎌내면,
살아내면 결국 삶이 인간에게 선물임을 알게 하는거 같다.
그래서 신은 우리에게 자주 고난의 강에 던지는거 같다.
그렇다. 이 책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한낮 미물이라는 존재가 미물로서 존재하고 인간의 장난감처럼 취급받는 이때에
감자(냥이)는 한 인간의 삶을 심폐소생술로 살리듯이, 이식 수술을 통해 새로운 생명과 삶을 다시금 한 인생에게 안겨주듯 한 존재를 살렸고 한 존재에게 삶을 가르쳐주고, 깨우쳐주고, 용기를 주고, 행복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었다.
따라서 이 미물은 인간에 눈으로 볼 때의 기준이고, 새로 태어난 존재에게는 이 미물은 한 존재요, 스승이며 저자가 몇번식이나 말하듯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집"인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무언가를 잘해내면, 특히 선한 일을 한 경우에는 정부를 통해서든 지자체를 통해서든 표창장을
주기도 하는데 이 책을 읽으며 감자에게 표창창을 주고 싶어진다.
그게 뭐라고...
고양이들이 내 몸 어딘가에
작고 따뜻하 몸을 기대 누어 있으면
마치 세상을 다 얻은 것만 같고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그게 뭐라고. p160
보영이의 새로운 세상
때로 인생이 살얼음판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럴 때면 곤히 잠든 감자의 손을 잡아 본다.
나란희 누워 감자의 냄새를 맡고 숨소리를 듣는다.
부드럽고 따뜻한 감자.
어느새 마음이 환해진다.
감자와 함께라면 무엇이든 아무래도 상관없고
전부 다 괜찮을 것만 같다
너와 함께하면... p176
여기서 저자의 마음을 보면 자녀가 주는 행복감과는 다은 반려 동물이 주는 삶의 만족도가 보인다.
저자에 의하면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일수록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낮아진다고 한다.
사랑하는 것이 늘어 갈수록 이별의 순간도 늘어 간다, p190
사람은 사람보다 개를 더 사랑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p203
버려진 동물에 대한 저자의 생각
저자는 버려진 동물의 사연을 듣고는 예를 들어 '결혼해 보니 배우자가 싫어해서, 알레르기가 심해서, 아이가 생겨서, 이민을 가서, 유학을 가서, 이사하는 곳이 지금 집보다 작아서' 등등의 이유로 버리는 것에 대해 결국 버려도 된다는 생각을 해서 버리는 거라고 말한다.(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말하며 울기도 하는 사람에 대해 저자는 동정보다는 핑계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즉 결국 버려도 될 만해서 버리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물쯤이야 한두 마리 버린다고 나의 인생이 그리 달라질리 없으니, 마음이야 조금 아프지만 그렇다고 죽진 않을 테니까, 버려진 동물이야 어떻게 되든 나는 죽지 않으니까, 동물에게 자신이 엄마이자 아빠이며 세상의 전부이며 유일한 집이라는 사실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이..'
그러면서 마지막 말에 저자는 "그런 동물을 버리고도 정말 괜찮나여, 당신은?"하고 묻는다. p210
동물을 얼마만큼 사랑하는 지는 이 책을 보면 안다. 그런데 p208에도 나오지만 동물을 사랑한 나머지 어떤 이유로 버리게 되는 사람을 바르지 않는 존재로 보게 되니 그 마음 이해 가지만 섣부른 판단이지 않나 생각된다.
물론 개중에는 아주 못된 사람이 있고, 그 동물이 어떻게 되는지 마는지 상관없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어떤 동물을 주인을 떠나 다른 존재에게 가는 것이 더 좋은 환경일 수 있고, 어쩔 수 없이 떠나보내야만 하는 심정을 이해하면서 조금은 살갑게 대해주면 좋겠다.
아마도 내가 받은 냥이를 키울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시골집에 갔다 놓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나는 냥이를 사랑한다. 좋아한다. 그러나 키울 수 없는 환경이 있다는 것을 알면 좋을 거 같다. 물론 사랑하면 어떤 환경에도 키운다. 그러나 꼭 그것만이 정답은 아닌 것은 아닌가?? 내 생각이다.
동물을 사랑하게 되면 사람이 싫어지고 세상이 싫어져 어느 순간 나 자신조차 싫어지는 때와 수도 없이 대면하게 된다. 하지만 버려진 개 한 마리가, 날마다 위태로운 수많은 길 고양이가 하루를 버티고 또 하루를 견디며 살아남도록 도울 수 있는 것도 사람이다. p227
동물을 사랑하면서 자칫 사람을 사랑하는 것을 등한히 하고 당연시 하는 경우가 있다.
즉 동물은 한 없이 무조건 적으로 사랑하는데 사람은 조건에 따라 대한다는 것이다.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은 특정한 사람 아니고는 사랑하고 있다. 또한 특정한 사람만이 더 사랑한다.
그런데 모든 것을 내 마음에 맞춰서 세상을 판단하게 되면...즉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는 편견을 가지게 되면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하는 조심스러운 마음을 가져본다.
아이들도 감자와 보리가 집이 되었다.
자녀를 사랑하지 못했던 저자의 시절이 있었다. 그런 자녀에게 어찌 상처가 없으랴.
그런데 감자와 보리가 저자의 마음에 집이 었듯이 아이들에게도 집이었고 행복이었음을 말한다.
첫째의 기억 속에 있던 말이다. 첫째는 중학생이었을 때 사는 게 아무런 재미가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성인이 된 첫째는 언젠가 이런 얘기도 하였다.
"학교 갔다 학원 가고, 학원 끝나면 밤이고, 집에 와 졸린 거 참아가며 숙제하고, 겨우 숙제 좀 마쳤다 싶으면 잘 시간이고 그렇게 몇 시간자면 또 학교 가고, 그땐 집이 정말 너무 싫었는데, 근데 감자가 오고 나서 달라졌어요. 우리 처음엔 되게 작은 집에 살았잖아요. 지금 집의 반의반도 안 됐지 아마. 그런데도 그 집이 나는 세상에서 제일 좋고 재미있었어요. 학원에서 아무리 늦은 시간에 끝나도 집에 가면 감자가 있다!하며 달려오게 되었고, 아침엔 아무리 졸음이 쏟아져도 눈 뜨면 감자가 와서 인사를 하고 그런 게 얼마나 좋았나 몰라요. 진짜 좋았지.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감자가 집에 있고...." p235-236
동물이 주는 위로가 그런거 같다. 인간에게서 받지 못한 사랑, 감정, 기분좋음, 행복을 느끼게 해준다.
심지어 자기를 낳은 부모 조차도 자녀를 사랑하지 못하고 자녀가 기댈 언덕이 되지 못하는데 동물은 그런 부모가 되기도 하고 기댈 언덕이 된다. 동물이 약자여서 어려서 그런 마음을 가질까?
신은 정말 놀랍다. 인간에게 이런 행복과 치유를 줄 만한 것을 많이 만들어 놓았다.
우울증이 있거나 삶의 의미가 없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좋아하는 동물을 키워보았으면 한다.
나는 여건이 허락되지 않아 이런 행복을 못 누리지만 은퇴를 하게 되면 동물에 둘러싸여 있을 것이다.
특히 냥이에게 말이다...
또 다시 행복한 외침
어딜 가든 늘 감자, 보리도 함께 갈 수 있으면 좋겠다.
감자, 보리와 함께 살기 시작한 이후로는
혼자서는 어딜 가도, 누굴 만나도
늘 신발 한 짝 멀리에 두고 온 사람처럼
마음이 그렇다. p278
이 마음은 아는 자만이 아는 고백일 것이다.
물론 우리는 어떤 대상을 사랑하면 그 대상과 늘 함께 있고 싶어한다.
단지 저자는 냥이들에게 마음을 주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사랑은 이렇게 아름답다. 그런데 인간과 인간과의 사랑은 그렇게 길지 못하고
문제를 야기하며 서로가 언어라는 것 때문에 다투며 토라지기도 한다.
인간은 참으로 동물들에게도 많이 배워야 하는 제자이다.
누군가 좋아지면 단점 같은 것도 다 좋아지는 마음
감자는 허피스 항체가 없어서 1년 365일 중 300일 정도는 눈물과 눈곱, 콧물을 달고 산다.
그 때문에 바닥이나 벽 심지어 이불과 옷에도 감자의 눈물 자국투성이가 된다.
하지만 저자는 그것마저 다 좋아서 매일 물티슈를 들고 다니며 "우리 감자가 여기서 이렇게 얼굴 흔들었나봐" "그루밍도 했나" "콧물 핑 했네"하고 웃는다. p292
어쩌면 우리 또한 타인을 싫어하는 것은 타인을 싫어하며 데면데면 하고 지내는 사이인지 모른다.
사랑한다면 단점도 승화가 된다. 한 예쁜 자매가 있었는데 머리에 비듬이 보였다. 어떻게 이럴수가...
그런데 나와 함께 사는 배우자가 그런 일이 있을 때 그것 자체도 그렇게 밉지 않아 보이는 건 아마도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ㅎㅎ
저자의 에필로그
저자의 아픈 삶은 처음부분에 언급했다.
저자는 변변헌 재산도 위자료도 이렇다 할 벌이도 없는 처지였다.
아이들까지 떠맡게 되는 책임감과 함께 유일하게 믿고 기대었돈 부모는 끝내 저자의 이혼을 지지하지 않는
가장 가깝고도 가장 먼 타인이 되었다.
저자는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그 어디에도 온전한 집이 없는 상태로 살아갔다.
그런데 어디선가 감자가 다가와 포테이토가 되고 삶은 감자가 되었다.(독자가 감자를 좋아하는 이유다. ㅎ)
삶을 포기하고 싶었고, 놓아버리고 싶었던 저자가 감자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보고, 따뜻한 세상을 다시 마주하게 되며
희망을 얘기하면서 우리들에게 '살아남으라고, 어떻게든 버티라고' 권면하며 위로한다.
그래..어떤 사람에게도 "그리하여 어느 날"로 시작되는 하루가 분명 올 것이다.
저자는 끝으로 이런 말을 하였다.
저는 이제 감자와 보리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합니다.
끝끝내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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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와 보리를 통한 내적 치유의 메시지.
반려동물이 한 인간보다 훨씬 많은 것을 줄 수 있다는 행복한 여정의 동반자.
신은 결코 의미 없이 만들어 놓은 것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감자+보리와의 사랑 얘기.
알고 싶다면, 내면이 위로 받고 싶다면, 지금 힘들다면, 누구보다 아프다면 이 책을 보고
다시금 힘을 내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