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하게 먹고
조심스럽게 말하고
아무에게도 상처주지마라.
-호피족
위의 문장은 내 삶의 문장이다. 이 문장을 보게 되면 흐뭇해지고, 그런 삶을 빨리 추구하고 싶고, 이 문명의 세계를 탈피하고픈 마음이 있다. 이것이야말로 인간이 추구해야 될 궁극적 삶이 아닐까?
본 책은 내 자신이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 가운데 하나라 생각되어 선택하게 되었다. 책 소개 가운데 "진짜 혁명은 화염병을 던지며 시위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하지 않는 생활 습관에서 시작된다."는 문구가 확 눈에 들어왔다.
소비 사회에 소비를 거부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일단 현대 사회는 수렵사회가 아니다. 또한 농경사회가 있지만 소수이며 그것도 자연인을 제외한 농업 또한 소비 사회에 물들어 있다. 무엇보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한 주마다 쓰레기를 버릴 때 심각한 고민에 빠지는 것은 나만일까? 이 많은 쓰레기를 소비하는 나는 무엇이며 이렇게 환경을 오염 시키는 먹거리를 언제까지 먹고 소비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
저자는 그래서 스킵 다이빙skip diving을 통해서 먹거리를 채우고 의식주를 해결하는 방법도 해보았다고 한다. 스킵 다이빙이란 스킵이라고 불리는 커다란 쓰레기통에 다이빙해서 먹을 거리나 유용한 물건들을 줍는 행위를 말한다. 미국식 영원권에서는 덤스터 다이빙Dumpster Diving이라 부른다.(p140) TV에서 그런 사람들을 직접 보았는데 그때 느낀 마음은 그렇게 좋아 보이는 삶은 아니었다. 나름 버려지는 음식을 먹고, 버려지는 의류를 입어 세계 환경에 도움을 준다는 가치를 보여준다고 하지만 그냥 노숙자처럼 보이고 삶을 회피하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그렇다. 선진국에서는 생산되는 음식의 40%가 소비자의 장바구니에 담기기도 전에 버려진다고 한다. 국회 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만 연간 유통 및 보관 과정에서 약 350만 톤이 버려진다. 그리고 음식물 처리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8~10%를 차지한다. 그 외에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과 전기, 연료, 토지를 사용함으로 자원이 낭비되고 각종 환경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그래서 누군가는 덤스터 다이빙을 하며 그런 소비를 줄이는데 일조를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러나 산술적 차원과 실제적 차원은 피부로 느껴지지 않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른다. 그런 것은 차치하고라도 이 책은 꼭 소비를 하면서 살아야 하는가를 묻고 있다. 즉 "돈이 없으면 삶도 없는가"이다. 돈이 사라진 세계를 저자는 살고 싶어한다. 아니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저자는 살고 싶어서 참으로 거대한 ‘0원살이’ 프로젝트를 실시하였다.
처음에는 의도적으로 '돈을 사용하지 않는다'라는 규칙을 세웠는데 이제는 그런 규율마저 버리고 싶다고 말한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가는 그런 삶 말이다.
"여정 초기에는 '(돈 없이) 어디에서 자고, 무엇을 먹고, 어떻게 이동할까'하는 걱정이 전부였다. 생존 자체를 위한 여정이 주된 관심사였다. 그러다가 언제인가부터 '어디서 자든, 무엇을 먹든, 어떻게 이동하든' 개의치 않은 채 오직 존재론적 질문의 답을 찾아 세계는 누비는 나를 발견했다. 거리에서 밤을 새워도 좋고, 며칠을 굶어도 좋고, 몇 달 동안 걸어도 좋았다. 진리에 다가갈 수만 있다면 ..." p14
그러고보면 저자의 ‘0원살이’는 진리를 찾기 위한 여정이었고, 진정한 삶을 살고픈 인간 본성의 투쟁이 아닌가 싶다. 여성으로서 이런 여정의 삶은 결코 쉽지 않는 약점이지만 이 여성은 이미 그러한 불편함과 위험을 과감히 벗어버리고 ‘자연’과 ‘자유’, ‘행복’이라는 세 가지 보물을 찾아 길을 떠났고, 그 길 속에서 궁극적 삶(해탈)을 얻었다.
"우리 존재의 근본은 '하나의 연결'이며 '사랑'이다. 이기심과 탐욕과 두려움이 아니다. 모든 인간이 수행을 통해 마음을 정화하며 '사랑'의 진리에 다가가야 한다. 나와 네가 하나님을 깨달으면 미움과 이기심이 사라진다. 필요한 모는 것이 이미 '연결' 속에 주어져 있음을 알면 갈망과 탐욕 또한 사라진다. 우주 전체가 나를 보살피고 사랑하고 있음을 온전히 믿으면 두려움과 불안도 사라진다. [...] 마음이 순수를 회복하면 인간은 모든 괴로움과 번뇌에서 벗어난다. 이것이 바로 인간 의식의 참된 진화이며 인간이 이뤄야 할 참된 문명이다. 자아실현과 유토피아는 인간의 마음 수행, 그리고 '깨어남'을 통해 이를 수 있다." p 446
저자는 워킹 홀리데이로 런던에 왔었다. 직장을 얻고 다른 사람처럼 지옥 같은 직장 생활을 하면서 지내게 되었는데 런던 또한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이에 상사를 향해 반항심을 표출했고, 결과는 해고였다. 2014년의 추운 봄, 런던 회사에서 쫓겨나 한국으로 돌아갈지 말지를 망설이던 중 돈으로 소비되는 자신의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우울함 속에 숨만 쉬고 있었는데 문득 오싹한 질문 하나가 저자의 심장에 덜컥 걸려 소리 쳤다.(당시 런던 방 값이 1달에 150만원이었다)
"뭐야, 숨이 돈이야?"
숨만 쉬어도 물가가 비싼 런던에서는 살아 있는 것 자체가 돈이었음을 문득 깨닫게 된다. 숨만 쉬면서 살겠다는데 돈이 없으면 그마저도 안 되는 현실 말이다. 그래서 저자는 "돈을 벌기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그 자체로도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았다. 그건 바로 '돈을 쓰지 않는 것이었다.' 그런 단순하면서 명쾌하게 떠오른 답을 안고 저자는 이제 새로운 인생을 출발하게 되었다."
먼저 영국 웨일스에 있는 자급자족이 원칙인 유기농 농장인 ‘올드 채플 팜’부터 들어가서 지냈다. 채식주의자 친구가 '우핑WWOOFing'이란 것을 소개해 이곳으로 가게 되었다. 우푸는 자원봉사자와 유기농 농장을 연결하는 상호 교환 네트워크다. 자원봉사자에게는 무료 숙식과 친환경 농사법, 현지 문화 등을 배울 기회를 제공하고, 호스트에게는 일손을 제공함과 동시에 전 세계 여행자와 문화를 교류하도록 해주는 곳이다.(World Wide Opportunities on Organic Farms) 이곳에서 얻은 자신감으로 저자는 남서부 서머싯의 친환경 공동체 ‘팅커스 버블’, 자전거의 도시 브리스틀의 자전거 수리 전문 카페 ‘롤 포 더 소울’, 중부 우스터를 지나 런던에 돌아왔고, 노동력 교환 커뮤니티에 장기간 머물 수도 있는 방법도 있었지만, 저자는 이것을 벗어나 단순한 생존에서 나아가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찾기로 결정하였다.
그 여정이 보여주는 저자의 인생살이는 독자들이 한 번쯤이면 살고픈 그런 삶을 대신 보여주고 있다. 결코 쉬운 삶도, 이상적인 삶도 아니다. 친구들과 가족은 저자의 기이한 행동에 탐탁지 않아 했지만 저자가 보여주는 삶을 통해 무언의 응원을 하고 있다.
경쟁이 난무하며 소비 세계를 촉진시키는 현실 속에 살아가는 사람 가운데 이런 삶 자체가 답답한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은 낙원과 같은 도피처가 되어 줄 것으로 본다. 한번쯤이면 이런 삶을 살고픈 자들은 이 책이 위안을 넘어 삶의 진짜 가치를 찾도록 도와 줄 것이다.
그렇다. 이 책은 TV에서 보여주는 '자연인'의 실제이다. 아니 그 자연인 보다 더 찐한 자연인이 바로 이
이 책의 저자이다. 자유롭고 싶고, 탐욕 없는 사회를 꿈꾸며 자연과 함께 유유히 흐르는 그런 삶을 살고픈 자들에게 이 책은 큰 위안과 도전을 주고 있다. 저자는 인류가 깨어나기를 원한다.
그건 바로 '좀 더 나은 삶'이다. '좀 더 깊은 삶'이다. '좀 더 행복한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