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뮈의 인생 수업
알베르 카뮈 지음, 정영훈 엮음, 이선미 옮김 / 메이트북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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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뮈는 일찍이 “행복과 부조리는 같은 땅에서 나온 두 아들”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들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로,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큰 기둥이기도 하다

고등학교 1학년 때인가 어느 때에 아버지가 대화 중에 갑자기 힘든 시절을 말씀하시고는 이런 시를 읊어주었다. 알렉산드르 푸시킨이 지은 시인데 처음 듣는 것이었지만 또렷이 기억이 난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슬픔의 날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늘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에 지나가고

지나간 것은 다시 그리워지나니...

내 삶에도 여러 번 아버지가 읊었던 것이 생각날 때가 많았다. 삶은 우리를 속이고, 아프게하고, 심하게 때린다. 이럴 때 참으로 슬프고 노여움이 일어 난다. 그런데 이 시는 참고 견뎌내라고 하고 있다. 그러면 기쁨의 날이 오고야 만다나...ㅠㅠ

삶이주는 괴로움은 누구나 겪는다. 쇼펜하우어가 인생에 한 부분을 말하길 ‘인생은 고통과 권태 사이를 오가는 시계추와 같다.’고 했다. 고통과 권태를 왔다 갔다하는 인생이라니...

참 쉽지 않는 인생 때문에 많은 이들이 울고, 괴로워하고, 극단적으로는 자살을 한다. 왜 그럴까? 한 마디로 '부조리한 세상' 때문일 것이다. 세상살이는 부조리함을 겪는 자들로 가득차 있다. 아니 세상은 부조리하기 때문에 모두가 부조리한 삶에서 허덕이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름 깊은 생각과 고민을 하고, 철학책을 읽고, 상담을 하고, 종교를 찾아서 이 문제를 해결함 받고자 노력한다. 이것을 해결함 받지 못하면 어떤 이는 미쳐버리기 때문이다. 실제 이 때문에 미친 사람이 많기는 하다. 그러나 나머지는 고통에 직면하면서 그저 버텨내고 살아내고 있다.

이 책을 소개하는 책 뒷편에는 그래서 "세상이 부조리해 보인다면, 불안과 공허에 지쳤다면 카뮈를 만나자!"라고 소개한다. 부조리 앞에서 고독에 무너져 가짜 인생을 살아가지 않기 위해선 이 책이 희망이 된다는 것이다. 한 직장인은 "세상이 던지는 무의미함 속에서 길을 잃고 불안할 때 이 책을 펼쳤습니다. '왜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응시할 용기를 주었고, 카뮈의 언어가 이렇게 쉽고 명료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부조리를 외면하지 않고 껴안는 것이 진정한 반항이자 자유라는 메시지에 깊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이 책은 불안한 마음을 다잡아주는 가장 든든한 철학적 길잡이입니다."라며 추천사로 적극 이 책을 권한다. 그렇다 인생을 볼 때 마치 시지프의 형벌처럼 무거운 바위를 매일 들어 올려야 하는 이유가 뭘까하며, 인생 자체를 원망하며 저주할 때 카뮈는 오히려 부조리한 세계가 우리 인간을 위대하게 한다고 말해주고 있다.

삶의 의미는 없지만

사는 것 자체는 의미 있다.

이 책은 알베르 카뮈의 사유가 121개의 명쾌한 아포리즘 형태로 우리의 마음을 흔들어 버리고 있다. 특히 『카뮈의 인생 수업』은 소설과 에세이, 수첩, 철학적 성찰 등 그의 방대한 전작에서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문장'만을 선별하여 작업해낸 책이다. 저자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압축해 놓았는지를 알 수 있다.

카뮈의 '이방인'을 본적이 있는데 그때부터 카뮈라는 작가의 책에 관심이 가졌다. 그런데 이번에 '부조리'에 근거한 그의 삶의 철학을 이렇게 직접 선별된 글을 통해 맛보게 되니 카뮈가 얼마나 깊은 관념과 주시(注視, gaze) 속에서 세상을 바라보았는지를 더욱 알게 된다. 삶은 얼마나 '응시'하느냐에 따라 삶의 성숙을 이룬다. 현대인들은 그저 살아가고 있지만 철학자들은 삶을 깊게 관조하며 산다. 종교인 또한 관조를 하지만 그것은 신에게 귀의하며 맡기는 차원이라면, 철학자는 고민과 원인을 따지며 고통의 인과관계를 끝없이 추구하는 자이다. 그래서 인간적 차원으로 뭔가를 풀어내려고 노력하며 풀어낸다. 물론 이것을 읽는다고 해서 속 시원하게 세상의 만사가 풀리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읽다보면 "부조리한 세계를 사랑하는 법"을 만날 수 있다.

한 문장, 한 문장이 뇌와 가슴을 파고든다. 그리고 점점 부조리한 세상이 결코 나쁜 것이 아니고, 필요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더군다나 그동안 시지프 신화를 언뜻 설명으로 들었을 때, 인간은 그렇게 부조리한 세상을 살아야만 하는 고통에 벗어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으로만 알았는데, 시지프의 신화가 주는 메세지가 오히려 인간에게 희망적 서사임을 알게된 것이 큰 소득이다.

인간은 이 부조리한 세상을 당당하게 마주대하며 살아야 한다. 부조리가 끊임없이 삶에 들이 닥쳐도 인간은 그것을 밀어 내버리려는 야망을 갖고 살아가야 한다. 그렇다. 인간은 고통에 짓눌리기도 하지만 그 고통을 이겨내어 다이아몬드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래서 카뮈는 책 본문에서 "바다의 파도처럼, 인간은 무의미한 운명에 맞서 매 순간 새로운 의지로 반항을 재개해야 한다"고 말한다. 즉 바다는 모든 것이 항상 다시 시작된다는 증거라는 거다. 그러므로 부조리는 피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것임을 역설한다. 인간은 살아있는 모순이며, 삶의 의미는 없지만, 사는 것 자체는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살아가는 것 외에 아무것도 의미를 갖지 않는다는 카뮈의 역설적 진리는 우리의 삶을 더욱더 숨쉬게 만든다.

세상이 부조리한 것은 분명 맞다. 그러나 불합리해 보이는 세상을 보며 화를 내며, 이해가 되지 않는 다고 해서 삶의 의욕을 꺾고 주저 앉거나 불평과 원망을 하기 보다는 카뮈가 전해주는 책으로 한 벌 발을 담궈보면 좋겠다. 불안과 공허함을 다잡아주는 훌륭한 철학적 에세이다.

"인간의 삶은 본질적으로 부조리합니다. 세계는 우리의 질문에 침묵하고, 죽음은 모든 기획을 무너뜨리는 피할 수 없는 한계 입니다. 우리는 이 우주의 무관심 앞에서 근원적인 고독에 홀로 남겨집니다. 그러나 바로 이 고독 속에서, 우리는 반항을 결단합니다. 초월적 구원이나 거짓 희망에 의탁하지 않고, 부조리와 고독을 정면으로 마주해 받아들일 때 비로소 실존적 자유가 열립니다. 운명에 굴복하지 않고 '아니오'라고 외치는 이 고독한 반항은, 결국 부조리한 삶 자체를 열정적으로 긍정하는 태도로 이어집니다. 우리는 태양과 바다, 대지를 동반자로 삼아 현재의 삶을 끝 까지 밀어 올리고, 이 현세적 충실함 속에서 비로소 타인과 연대하고 사랑하게 됩니다" p.178

매일 아침, 빛은 우리에게 새로운 시작을 선사한다.

이것이 자연의 충실함이다.

세상의 모든 아침에는 행복의 약속이 있다.

이 약속은 영원한 구원에 대한 신적인 보증이 아니라, 부조리한 운명에 맞서 오늘 하루를 다시 한번 긍정하겠다는 인간 스스로의 반항적인 의지에서 비롯된다. 자연의 변함없는 충실함처럼, 우리도 현재의 순간에 모든 것을 바치는 관대함을 통해 삶의 무한한 가치를 획득한다. 매일의 빛 속에서 삶을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부조리에 대한 우리의 최종적인 승리이다.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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