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학생 책 읽는 샤미 52
김화요 지음, sujan 그림 / 이지북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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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솔직후기




어른도 아이도 아닌 어중간한 자리에서 몸과 마음이 자라느라 바쁜 초등 6학년. 각자의 사연으로 머릿속이 터질 것 같은 아이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비밀스러운 전학생 이하도를 중심으로 겉에서 에워싸는 저마다의 이야기들이 가볍지만은 않았어요. 김화요 작가님의 신작이라고 해서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읽어 내려갔습니다. 작가님의 글은 자글거리는 감정을 쭉 펼쳐서 설명해 주는 묘미가 있거든요. 이 책에서는 네 명의 아이들이 각각의 챕터를 차지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냅니다. 각자의 이야기 같으면서도 오묘한 지점에서 하나가 되어 만나지요.

읽는 내내 문장력에 감탄했고, 섬세한 심리 묘사에 입술이 타들어가기도 했어요. 하나의 감정으로만 표현할 수 없는 각자의 이야기들이 숨을 조여왔지요. 초등 6학년 이하도가 전학을 오면서 교실의 분위기가 달라져요. 당장 아이돌로 데뷔해도 될 정도의 비주얼을 가진 하도는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았지요. 외모만 보고 달려들었던 아이들도 하도의 건조한 말투와 세상과 선을 긋는 태도에 깜짝 놀라게 됩니다. 쉬는 시간이면 이어폰을 꽂고 세상과의 단절을 선언하듯 혼자인 상태를 즐기는 모습이거든요.

6학년 3반의 실세 강혜정은 전학생 이하도를 자기 무리에 속하게 만들고자 다가갑니다. 사실은 혼자 둬도 반짝이는 하도를 가만두고 보는 게 견딜 수 없이 싫었기 때문인데요. 강혜정은 사 남매 중에 셋째였어요. 감이 오지요? 강혜정은 학교에서는 학급의 대장 격이었지만 집에서는 존재감이 없었습니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생일날조차 제대로 된 축하를 받지 못해요. 잘난 언니와 오빠, 태어날 때부터 귀염둥이 사랑둥이인 막냇동생에 비하여 자신은 차별을 받고 있다고 믿고 있답니다. 그래서 학교에서만은 자신이 최고여야 했지요. 그 세계를 위협해 오는 하도에게 혼자만 날을 세우고 있었어요.

전학생이 궁금해서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아이들도 있지만 멀리서 관찰하는 아이들도 있지요. 서아현도 그중에 하나였어요. 마음이 여리고 찌르면 금방이라도 눈물이 새어 나올 것 같이 흔들리던 아현이는 전학생 이하도를 보며 깜짝 놀라게 됩니다. 강혜정이 친해지자고 호의를 베풀어도 싫다고 하고, 이어폰을 꽂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면서도 꿋꿋한 하도가 대단해 보였거든요. 서아현은 아직 중심이 서지 않은 아이였어요. 학교에서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해서 하도에게 다가가지 못하지만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고양이 사건으로 얽히게 됩니다. 소심한 아현이가 하도와 친해지는가 싶었는데 이 또한 반전이 있었어요.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유일한 남학생 오유신. 유신이는 전학생 이하도를 뚫어져라 쳐다봅니다. 예뻐서 쳐다봤다고 하기에는 유신의 시선이 복잡했어요. 예전 어디선가 본 얼굴, 누굴까 생각을 더듬다 보니 자신의 상처까지 들춰내야 했지요. 유신이에게는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사는 동생이 있었어요. 제어되지 않는 행동에 가족 모두 힘들어했는데요. 유신이는 엄마를 도와 동생이 다니는 발달 센터에 같이 가곤 했어요. 그곳에서 하도를 봤던 것! 하도에게도 유신이 동생과 비슷한 언니가 있었답니다. 그 사연을 파고들다 보니 하도를 둘러싼 헛소문의 진실을 알게 되지요. 타인과의 선을 중요시하던 유신이에게는 커다란 형벌이 아닐 수 없었어요. 알게 된 진실을 속으로 묻어 두느냐,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느냐의 문제를 떠안게 되었지요. 어떤 행동이 옳은 것일까요?

한 반의 실세 강혜정의 압박에 하도는 나쁜 프레임이 하나씩 덧씌워지게 됩니다. 심리적으로만 가두어 두는 왕따가 아닌 물리적인 왕따까지 시키는데요. 하도가 전학을 오기까지의 사연을 두고 오해가 더욱 단단해지게 됩니다. 누가 풀어주는 것이 맞을까요? 주변에서 사실을 고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게 폭력이 될까 싶은데요. 이 책의 소개 글에서 폭력이라고 일컬은 그것은 사실, 본인의 몫이 아닌가 싶습니다. 자신을 오해하는 사람들을 가만히 두고, 나만 아니면 된다는 식의 행동은 문제를 키울 뿐이니까요. 우리 초5 어린이도 하도를 격려했어요. 너에 대한 이야기를 하라고...

전학생 하도를 둘러싼 여러 아이들의 이야기들이 하나로 흘러가는 신기한 이야기, 역시 김화요 작가님의 글이었습니다. 빠져들어 읽다 보면 가슴에 박하사탕을 문 것처럼 화한 기운이 맴도는데요. 답답한 응어리가 풀어지는 기분이 든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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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형 교수의 수학 추리 탐험대 4 - 수와 규칙: 특명! 엄마를 구출하라 김민형 교수의 수학 추리 탐험대 4
김민형 기획, 김태호 글, 홍승우 그림 / 북스그라운드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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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을 위한 이야기 수학은 참 다양합니다만 깊이 있게 다가가는 창작 동화는 또 드물지요. 세계적인 수학자 김민형 교수의 수학 추리 탐험대 시리즈는 정말 차원이 달랐어요. 수학자 아빠가 남겨 놓은 단서를 쌍둥이 딸들이 주변의 도움을 받아가며 추리해 나가는 이야기입니다. 그 중에서 아빠의 머릿속 세계를 안내하는 딩가딩거와 아빠가 개발한 생성형 인공지능 유니캣의 존재가 특별했어요.

1권 서두에서는 수학자 아빠가 영국에서 사라지는 내용으로 시작됩니다. 이야기 중간중간에 아빠의 편지 형식으로 지식 페이지가 꾸며져 있는데요. 아빠가 보낸 편지나 평소 대화 내용에서 암호를 해독할 수 있는 힌트가 있어요. 2권에서는 아빠의 비밀 공간을 찾아내고 3권에서는 아빠가 숨겨둔 공식까지 알아냅니다. 이번 4권에서는 드디어 아빠를 찾는가 싶었는데, 글쎄 우주에 있는 엄마가 위험하다고 합니다. 멘붕!

브레인 콘택트로 아빠의 머릿속에 접속할 수 있다는 상상부터 엄청나지 않나요? 기억의 나무에서 수인이와 제인이가 마주한 세상은 너무나 달랐는데요. 천재 수학자 아빠가 만들어낸 컴퓨터로 세상을 지킬 수도 멸망시킬 수도 있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이야기 같았어요. 음악실의 컴퓨터를 제외하고 모든 불빛이 꺼졌습니다. 도시 전체를 블랙아웃 상태로 빠지게 만들어 버린 '아빠가 만든 컴퓨터'의 위력이 느껴졌어요.

아빠가 알아낸 시공간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 구조가 무척이나 궁금했습니다. 만화 중간중간 지식 페이지에서 아빠가 남긴 단서가 있습니다. 수학 개념 속에서 단서를 파악해 추리해 나가는 쌍둥이 자매! 소인수 분해로 이루어진 암호의 세계를 알아챈 쌍둥이 자매가 대단하더라고요. 소인수 분해 계산기를 활용해서 아주 큰 수를 분해하면 새로운 소수가 나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새로운 소수가 자물쇠를 여는 암호였다니!

쌍둥이 자매는 아빠의 컴퓨터를 어떻게 작동시킬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찾기 위해 부리 마스크 일행과 속도전을 펼칩니다. 아무래도 똑부러진 쌍둥이 자매가 먼저 찾아낸 것 같은데요. 악보를 통해 데이터를 입력하는 것까지 찾아냈거든요. "0과 1로 된 데이터를 음으로 바꾸고 소리의 중첩을 이용한다면? 소리 컴퓨터는 양자 컴퓨터처럼 작동한다!" 이제는 악보를 만드는 프로그램을 빨리 찾아내야 합니다. 충돌 위기에 빠진 엄마의 우주선을 구해야 하니까요.

아빠의 동료인 첸 박사가 자꾸만 수상한 행동을 해서 의심스러웠는데요. 주변 사람들을 따돌리고 아빠의 컴퓨터를 찾아내기 위해 혈안이 된 이유가 궁금했답니다. 영국에서 사라진 아빠에 이어 우주에 있는 엄마까지 부리 마스크 일행에 의해 쫓기게 되고... 위기에 빠진 엄마의 우주선이 죽음의 공포로 가득하게 됩니다. 엄마는 과연 살아서 돌아올 수 있을까요? 두근거리는 수학 추리 동화, 5권을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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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가는 기차에 호랑이가 탔어요 미래엔그림책
마리사 둘락 지음, 레베카 코브 그림, 엄희정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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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발걸음을 분주하게 옮겨 봅니다. 주인공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주변을 바라보니 각기 다른 다리들만 가득합니다. 저기 저 구석에서 호랑이 발이 보인다고 우리 초2 어린이가 호들갑을 떨었는데요. 어? 역시 아이들은 어른보다 관찰력이 더 좋을 때가 많아요.

"말도 마. 그날 바다로 가는 기차에서 무슨 일이 있었냐 하면~"

다음 장을 넘기자마자 호랑이 신사가 눈에 확 들어옵니다. 호랑이가 탔다고요! 점잖은 모자를 쓰고 아침 인사를 건네고 호랑이 만화책을 읽고 있네요. 그러나 아빠는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어요. 아빠가 봤겠냐고요 ㅎㅎ 와! 이 부분에 뜨끔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요. 아빠가 고개를 들었지만 별다른 점을 발견하지 못해요. 이내 핸드폰으로 눈을 돌리지요.

치크치크 추크추크 치크치크 추크추크

우당탕탕 악어들이 들어왔습니다. 휴가를 가는 건지 양동이에, 삽에, 선글라스까지 난리 법석인데요 아이의 아빠는 요지부동이었어요. 책장을 넘겼더니 아빠는 핸드폰에 들어가게 생겼네요? 아니 정말 아이가 옆에 있는데 뭐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이번엔 하마가 들어왔어요. 캐러멜을 먹으라고 권해 주었어요.

치크치크 추크추크 냠냠 추크추크

돼지가족까지 합세해서 기차 안은 복잡하면서도 재미가 넘쳐흘렀지요. 그러나 아빠만 혼자만의 세상에 있네요. 핸드폰과 함께... 이번에는 우아한 차림의 퍼그 두 마리가 들어왔어요. 복잡한 기차 안에서 찻잔이 쓰러져서 바닥은 질척거렸지요.

치크치크 추크추크 질척질척 추크추크

이쯤 되니 기차가 움직이며 내는 소리에도 규칙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치크치크 추크추크 사이에 장면 포인트를 쏘옥! 다른 글자보다 강조되어 있고 크기도 좀 다르고요. 글자에서도 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요? 이처럼 가독성을 높여서 문자를 디자인한 것을 타이포그라피라고 하더라고요. 아이에게 말해주니까 똑똑해진 것 같다고 좋아했어요 ㅎㅎ

타이포그라피 효과로 인해 자꾸만 소리 내어 읽고 싶어지는 문장들인데요. 읽다 보면 리듬감도 전해져서 말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지요. 북적거리던 기차 안에서 호랑이가 어흥거려도 아빠는 핸드폰에 빠져 있습니다. 모두가 긴장한 순간인데도 아빠는 아무것도 느끼는 게 없었어요. 긴장을 깨고 돼지가 재채기를 해대도 꿈쩍하지 않고 통화 중인 문제의 아버지!

치크치크 추크추크 와들와들 추크추크



마침내 도착했습니다. 썰물처럼 모두가 싹 밀려나오는데요. 이때 아빠에게 희한한 일이 생겨요. 호랑이의 활약으로 아빠는 아이와 눈을 마주치게 됩니다. 아빠와 손을 잡고 바닷물에 첨벙거리며 걸어가는 아이의 표정이 어느 때보다도 밝고 귀엽네요!

꿈일까요? 상상일까요? 우리 아이와 대화 끝에 내린 결론은 다른 사람들의 특징일 수도 있다는 것이었어요. 호랑이 같은 점잖은 사람들, 악어같이 우탕탕거리는 사람들, 돼지같이 본능에 충실한 사람들, 하마같이 아무 때나 먹는 사람들, 상황에 맞지 않는 옷차림으로 다니는 사람들 등. 아이가 바라본 세상이 동물들에 비유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보았답니다.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는 것이 그림책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상상력을 자극하면서도 현실적인 문제를 꼬집는 재미있는 그림책이었어요. 느림과 쉼을 찾아 떠나는 바다행 열차 내에서조차 핸드폰을 쥐고 놓을 줄 모르는 아빠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지요? 휴대폰만 들여다보다가 일상 속에 언제 찾아올지 모를 환상적인 순간을 놓치지 말아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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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퇴마사, 경성의 사라진 아이들 오늘의 청소년 문학 46
한정영 지음 / 다른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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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퇴마사 특별 가제본을 읽고.

우리 집 소녀, 12세 어린이가 받자마자 책을 너덜거리게 만들었고, 한참 뒤에 제 손에 겨우 들어왔는데요. 뜨거운 여름에 함께 읽고 싶어서 신청했던 것인데 저희 모녀에게는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흑백 가제본 총 116페이지!

처음에는 조금 적다 싶었는데 읽다 보니, 이 책의 매력을 알기에 충분했습니다. 곱씹으며 천천히 읽었어요. 한 페이지 안에 담아낸 상황 묘사가 겹겹이 아주 탄탄했어요. 이거 4D 아닌가 싶었는데요.

시작부터 임팩트 있었답니다.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를 채령과 엄마 장면에서 음산한 냄새가, 뜨거운 기운이, 섬뜩한 비명 소리가 온몸을 옭아맸지요. 운명을 거스를 수 없는 절절함과 신비한 능력이 대물림되는 과정에서 고개를 천천히 주억거렸어요. 너만은 아니길 바랐던 엄마의 애끓는 마음이 느껴져서였겠지요. 음, 그럴 수 있지. 설득력 있었어요.

혼자 남겨진 채령이 며칠을 앓다가 이모와 만나게 되고 개성에서 열차를 타고 경성역에 내렸지만, 이때부터 혼자가 아닌 혼자가 되어 버립니다. 느닷없이 누군가 쫓아오고, 의문의 아이들에게 도움을 받기도 하고, 이신귀를 만나고, 그 이신귀를 처리하고! 꿈인가 싶지만 손안에 남은 선명한 삼족오 자국에 이건 필시 엄마의 능력을 물려받았구나 싶게 스토리가 흘러갑니다.




거친 쇳소리, 불쾌하고 더러운 냄새와 기운으로 등장을 알리는 악귀에 등골이 오싹했어요. 악귀의 정체들은 채령이 놓인 시대와 장소의 특징에 오묘하게 녹아들었어요. 경성에서 사라지는 아이들을 찾아 나서는 추리 퇴마 이야기는 일제강점기의 비극을 입체적으로 표현한 느낌이었습니다. 전체 페이지가 궁금해요.

무섭고 두려운 존재가 단순히 악귀일까, 악귀보다 더 고약했던 일제의 만행일까? 광복 80주년을 맞았던 어제, 우리 집 소녀와 오랜만에 딥토크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저도 모르게 가슴이 두방망이질을 쳐대는 소녀 퇴마사 채령의 슬픈 사연과 활약상,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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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안녕 안녕 스콜라 어린이문고 45
윤슬빛 지음, 차야다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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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마조마하며 건네는 안녕,
반가워서 큰소리가 절로 나는 안녕,
다음에 또 보자며 아쉬움 가득한 안녕!

주변을 돌아보면 인사말조차 하기 어려워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어른이 볼 때에는 별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힘들어할까 싶어서 답답하기도 하잖아요. 하지만 하루 중 절반 이상을 학교에서 친구들과 보내는 아이들에게는 안녕이라는 말 한마디가 큰 과제일 수도 있지요. 위즈덤하우스에서 뜨거운 여름에 어울리는 책을 보내 주셨어요. 덕분에 초등 아이들의 일상 속 고민을 환상적인 스토리라인으로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게 건네던 안녕이었지만, 다시 만나면 더욱 반가울 수 있는 안녕을 건네며 친밀감을 쌓아가는 이야기였답니다.

열 살 린아는 한 학기가 끝나가지만 친한 친구를 아직 만들지 못했어요. 고모하고는 스스럼없이 별 이야기를 다 나눌 수 있는데 친구에게 말을 거는 것이 너무 어렵다네요. 조용히 시를 쓰는 것이 소소한 재미였어요. 작은 노트를 가지고 다니고, 긴장하거나 이상한 기분이 들 때면 주머니 속에서 작은 돌멩이 두 개를 달그락거리며 만지작거렸지요. 그러던 어느 날 고모가 일하는 사우나 화장실에서 민꽃게를 만납니다. 민꽃게를 바다로 돌려보내기 위해 애쓰는 린아는 이게 진짜일까 싶은 희미한 목소리를 듣게 됩니다. 와, 민꽃게가 말을 걸어왔답니다.

바다로 향하던 린아는 같은 반 친구와 그 아이의 동생까지 만나게 되는데요. 글쎄 이 자매는 망둥이를 데려다주던 중이었다고 해요. 민꽃게와 망둥이를 바닷속 학교로 돌려보내는 미션에 참여하게 된 세 명의 아이들. 평소라면 친구 앞에서 얼음이 되었을 린아지만 어쩐지 용기 있게 말을 걸 수 있었어요. 아마도 특별한 경험을 같이 하고 있다는 생각에서 그랬겠지요. 린아보다 더 소극적이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던 친구를 보며 누구나 말을 트기까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초등 저학년 친구들은 이렇게 작품 속에서 자신과 같은 모습의 등장인물들을 지켜보며 위로를 받기도 하니까요.




아이들은 바닷속 학교에서 서로의 마음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습니다. 친한 친구는 어떻게 만들면 될까요? 이 아이들은 기특하게도 시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작은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상대방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알아주는 태도가 필요하다.'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바닷속 학교에서 수업에 참여하며 조금 더 자연스럽게 가까워진 아이들이었어요. 린아를 꼭 닮은 민꽃게는 소극적이고 부끄러움이 많았던 모습에서 당당한 모습으로 변화해 가는데요. 이것 또한 린아의 발랄함에 힘을 보태 주는 기분이었지요.

아이들이 고만고만 그대로인 것처럼 보여도 매일 새롭게 안녕이라는 인사말을 건네며 성장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는 매일 안녕 안녕]은 매일이 새로운 우리 아이들에게 마음에 위로를 주고 용기를 심어 줄 수 있는 자연스러운 이야기였습니다. 초등 아이들의 공감을 사는 개인적인 문제를 다루면서도 사회적인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일 수 있도록 주제를 확장해 주는 느낌이었는데요. 환경 오염으로 숨길이 희미해진 점이나 휠체어로 다니기 힘든 길 등을 언급하면서 자연에 대한 사랑과 약자에 대한 배려 등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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