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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잘못일까? 1 - 인간 VS 동물, 제8회 미래엔 어린이책 공모전 우수상 수상작 ㅣ 재판으로 읽는 우리 사회
곽영미 지음, 윤소진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26년 2월
평점 :
#협찬 #솔직후기

초등 사회 교과연계 도서가 새로 나와서 기대를 안고 읽어 보았습니다. 표지부터 시선을 사로잡았어요. 빨간 바탕에 누구의 잘못이 크고 작은지 따져 보는 이미지가 매우 강렬했는데요. 술술 읽히는 본문의 매력은 이루 말할 수 없었어요. 완독 후에 이 책을 한 줄로 평가하자면, '재미있는 법정 드라마 한 시즌을 몰아서 읽은 느낌'이었답니다.
[누구의 잘못일까?]는 법과 관련된 딱딱한 이론이 아니라, 생각을 유연하게 만들어 주는 에피소드 중심의 재판 이야기였는데요. 1권은 인간과 동물이 주인공이었어요. 인간 VS 동물. 실제 재판 사례를 읽어 보면서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 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콕 찍어 독자에게 판단을 맡겨 보는 구성이 참 좋았어요.
인간 중심적인 사고에서 보면, 모기는 극악무도한 연쇄 살인범이고, 까치는 반성을 모르는 폭력범, 들개는 인간에게 겁을 주는 무시무시한 범죄 조직, 참매미는 소음을 유발하는 원인 등으로 파악되기도 하는데요. 동물의 입장도 들어봐야 확실히 알 수 있잖아요. 시끌벅적한 법원 외관의 모습을 시작으로 법정의 분위기와 법정 용어 등을 재미있는 그림으로 간단히 정리하고 시작했어요.
모기는 수많은 사람을 죽인 살인마일까? 까치는 사람을 다치게 하고 정전을 일으키는 폭력범일까? 들개는 무리 지어 다니면서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범죄 조직에 해당할까? 매미는 시끄럽게 울어대서 소음을 유발하는 원인일까? 등 동물에게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인간들의 이야기가 줄줄이 이어집니다. 그러나 반전은 인간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동물들의 사연에 있었습니다. 재판 형식이기에 양쪽의 의견을 모두 들어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지요.
첫 번째 재판부터 흥미진진했는데요. 모기에게 잘못이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모기가 사람에게 끼친 영향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데 오, 그럴듯했어요. 모기가 옮기는 말라리아, 뎅기열, 지카바이러스 감염증 등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감염병들이잖아요. 하지만 모기는 사람을 죽이려고 마음을 먹은 적이 없다는 데 방점을 찍어 볼 수 있었어요. 알을 만들려면 인간이나 동물의 피에서 영양분을 얻을 수밖에 없었고, 모기의 의도와 상관없이 병원체가 인간에게 옮겨진 것뿐이라는 것이었지요.

오호라? 발상의 전환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만화에서는 모기도 달콤한 꿀이 더 좋지 않겠냐는 생각에까지 닿게 만들었어요. 또한 세상의 일부에서는 모기의 활약을 반기기도 하는 사례를 읽어 볼 수 있었어요. 북극에서 모기는 꿀벌처럼 식물의 수분을 돕고, 순록 떼를 이동시켜 북극 생태계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기도 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어요. 게다가 모기는 다른 동물의 먹이가 된다든지, 인간에게 필요한 발명품을 만들어내는 데 아이디어가 되어 주는 등 다양한 순기능도 안고 있었어요. 어메이징!
재판은 서로의 입장을 주장하는 날선 공방을 이어가며 후끈 달아올랐는데요. 증인의 진술과 변호인의 반대 신문, 마지막 변론까지 푹 빠져 읽었네요. 독자가 배심원이 되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생각 상자가 아주 유용했고요. 페이지를 넘겨 <이의 있습니다> 코너에서는 인간이 모기를 마구 죽이는 것은 죄가 아닌지 묻고 있었어요.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의 생명은 우습게 보는 인간의 태도에 대해 반성하게 만들었어요. 누구의 잘못인지 가만히 판단하게 만드는 쓰기 칸의 여백이 반가울 줄이야! ㅎㅎ 휘몰아치는 전개에 법정 드라마를 보는 듯한 긴장감이 어마어마했거든요.
구체적인 재판 사례를 통해 갈등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어요. 이럴 때 어떻게 판단하면 좋을지 자신의 입장 또한 세워 볼 수 있었지요. 단순한 법 지식을 넘어서 스스로의 논리를 세워 볼 수 있는 기회였다고 여겨지는데요. 앞으로의 입시는 단순 암기가 아닌 배운 지식을 활용하는 방식에 초점을 둔다고 할 때, 이런 책이 반가울 수밖에요. 생각의 틀을 깨는 세상에 없는 재판 이야기, 다음 편도 몹시 기다려졌답니다.
[누구의 잘못일까?]에서는 쉽고 정확한 줄글 설명과 적절하게 상황을 묘사한 이미지, 몰입도와 내용 이해를 높이는 만화 등 하나의 에피소드 안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가 위아래로 요동쳤어요. 피고 측 주장과 원고 측 주장 등을 읽어 보면서 서로 다른 입장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단순한 법 지식을 꾸역꾸역 전달하는 이야기가 아니라서 뜻깊었지요.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비롯된 다양한 갈등 상황에 대해 온 가족이 함께 읽고 대화하기에 좋았습니다. 마지막에 비인간 동물이 인간 동물을 법정에 세운 부분에서는 아찔했어요. 인간 동물에게 어떤 판결이 내려질까요? 초등 사회에서 다루는 민주주의와 자치, 법과 인권의 보장, 민주주의와 시민 참여 등과 직접 연결되는 이야기들입니다. 진심을 담아 추천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