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가는 기차에 호랑이가 탔어요 미래엔그림책
마리사 둘락 지음, 레베카 코브 그림, 엄희정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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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솔직후기




바다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발걸음을 분주하게 옮겨 봅니다. 주인공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주변을 바라보니 각기 다른 다리들만 가득합니다. 저기 저 구석에서 호랑이 발이 보인다고 우리 초2 어린이가 호들갑을 떨었는데요. 어? 역시 아이들은 어른보다 관찰력이 더 좋을 때가 많아요.

"말도 마. 그날 바다로 가는 기차에서 무슨 일이 있었냐 하면~"

다음 장을 넘기자마자 호랑이 신사가 눈에 확 들어옵니다. 호랑이가 탔다고요! 점잖은 모자를 쓰고 아침 인사를 건네고 호랑이 만화책을 읽고 있네요. 그러나 아빠는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어요. 아빠가 봤겠냐고요 ㅎㅎ 와! 이 부분에 뜨끔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요. 아빠가 고개를 들었지만 별다른 점을 발견하지 못해요. 이내 핸드폰으로 눈을 돌리지요.

치크치크 추크추크 치크치크 추크추크

우당탕탕 악어들이 들어왔습니다. 휴가를 가는 건지 양동이에, 삽에, 선글라스까지 난리 법석인데요 아이의 아빠는 요지부동이었어요. 책장을 넘겼더니 아빠는 핸드폰에 들어가게 생겼네요? 아니 정말 아이가 옆에 있는데 뭐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이번엔 하마가 들어왔어요. 캐러멜을 먹으라고 권해 주었어요.

치크치크 추크추크 냠냠 추크추크

돼지가족까지 합세해서 기차 안은 복잡하면서도 재미가 넘쳐흘렀지요. 그러나 아빠만 혼자만의 세상에 있네요. 핸드폰과 함께... 이번에는 우아한 차림의 퍼그 두 마리가 들어왔어요. 복잡한 기차 안에서 찻잔이 쓰러져서 바닥은 질척거렸지요.

치크치크 추크추크 질척질척 추크추크

이쯤 되니 기차가 움직이며 내는 소리에도 규칙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치크치크 추크추크 사이에 장면 포인트를 쏘옥! 다른 글자보다 강조되어 있고 크기도 좀 다르고요. 글자에서도 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요? 이처럼 가독성을 높여서 문자를 디자인한 것을 타이포그라피라고 하더라고요. 아이에게 말해주니까 똑똑해진 것 같다고 좋아했어요 ㅎㅎ

타이포그라피 효과로 인해 자꾸만 소리 내어 읽고 싶어지는 문장들인데요. 읽다 보면 리듬감도 전해져서 말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지요. 북적거리던 기차 안에서 호랑이가 어흥거려도 아빠는 핸드폰에 빠져 있습니다. 모두가 긴장한 순간인데도 아빠는 아무것도 느끼는 게 없었어요. 긴장을 깨고 돼지가 재채기를 해대도 꿈쩍하지 않고 통화 중인 문제의 아버지!

치크치크 추크추크 와들와들 추크추크



마침내 도착했습니다. 썰물처럼 모두가 싹 밀려나오는데요. 이때 아빠에게 희한한 일이 생겨요. 호랑이의 활약으로 아빠는 아이와 눈을 마주치게 됩니다. 아빠와 손을 잡고 바닷물에 첨벙거리며 걸어가는 아이의 표정이 어느 때보다도 밝고 귀엽네요!

꿈일까요? 상상일까요? 우리 아이와 대화 끝에 내린 결론은 다른 사람들의 특징일 수도 있다는 것이었어요. 호랑이 같은 점잖은 사람들, 악어같이 우탕탕거리는 사람들, 돼지같이 본능에 충실한 사람들, 하마같이 아무 때나 먹는 사람들, 상황에 맞지 않는 옷차림으로 다니는 사람들 등. 아이가 바라본 세상이 동물들에 비유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보았답니다.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는 것이 그림책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상상력을 자극하면서도 현실적인 문제를 꼬집는 재미있는 그림책이었어요. 느림과 쉼을 찾아 떠나는 바다행 열차 내에서조차 핸드폰을 쥐고 놓을 줄 모르는 아빠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지요? 휴대폰만 들여다보다가 일상 속에 언제 찾아올지 모를 환상적인 순간을 놓치지 말아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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