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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혼전계약서 1~2 세트 - 전2권
플아다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5월
평점 :
"어디서 50억이 뚝 떨어졌으면 좋겠다. 50억만 있으면 내가 1년 안에 200억으로 불릴 수 있는데."
현대로맨스 소설의 여자주인공에서 이렇게 멋있는 말을 듣게 되다니. 초반에 무심하게 내뱉는 이 말에 여자주인공에게 한눈에 팬이 되어버렸다. 혼자 부자고 멋있고 카리스마 있고 다 해주세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소액 자산 관리 및 제테크 서비스 시스템 운영 컴퍼니를 차릴 정도로 똑 부러지고 능력 있는 여주인공 승희. 트윙클에셋이라는 센스있는 회사명과 소규모지만 화기애애한 사내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멋진 여주인공이다. 이런 사장님 밑에서 일하게 되면 야근을 해도 행복할 것 같다.
하지만....
"내가 한부자한테 받은 땅문서를 2억에 팔았는데 말이야. 거기 땅값이 지금 스물다섯 배가 됐더라고. 근데 그걸 갚지 않아도 되는 조건이 있었어. 네가 그 집 손주랑 결혼만 한다면 말이야."
23년 전에 다섯 살 딸을 의도치 않게 2억에 팔아버린 승희의 아버지...초반에는 정말 뭐 저런 아버지가 다 있나, 딸에게 계약서를 몰래 집에 들어가 가져오라는, 사실 말이 그렇지 사실상 도둑질에 무단 가택 침입하라는 말에 황당하기가 그지없었지만 그 착한 딸은 하러 갑니다..
"잔말 말고 식장으로 입장하는 게 좋을 거예요. 존중해줄 테니까."
잠입한 금왕 그룹 저택에서 무결과 만나게 된다. 처음에는 제멋대로 사는 남자 주인공인 줄 알고 실망했다가 예의 바르고 다정하고 승희가 힘들 때면 어디서 나타났는지도 모르게 옆에 있어 주는 여주 바라기인 남자주인공이라 읽는 내내 대리만족하는 행복이 있었다. (다 읽은 후에는 저 대사도 무결이 하니 멋지다).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로는 코딩하는 사람이 정말 멋있다고 생각하는데 디버그까지 무심하듯 잡아주는 쿨함...무결이 너무 탐난다.

승희가 보냈던 혼전계약서. 당연히 승희가 원하는 결말도 혼전계약서도 무의미해질 것을 아는 결말을 읽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는 독자로써는 그저 재밌을 뿐이다.
승희 무결 두 주인공의 성격도 마음에 들고 둘의 러브스토리도 좋았는데 팻녹작가님 일러스트까지 더하니 금상첨화였다. 책에도 일러스트 북에도 둘의 꽁냥꽁냥 사진이 한가득!

<당신을 주문합니다>부터 네이버 웹소설에서 연재를 시작했던 플아다 작가님이 최근에 연재하신 <혼전 계약서>가 단행본으로 나왔다. 한동안 로맨스 소설은 읽지 못했었기 때문에 <당신을 주문합니다>와 <누구에게나 악마가> 작품까지 내신 것만 알고 있었는데 그새 다작하신 작가님이 되어버리셨다.
작가가 되시기 이전 경력이 화려하고 멋지시고 조금 독특하신데 그 덕분인지 현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쓸 때 아무래도 직업이나 회사 이야기가 들어가기 마련인데 내용이 자세하고 자연스러워서 좋다. 생각보다 다양한 회사 세계도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재미도 있어서 좋다.
1권이 다 갈 때까지 썸만 타긴 하지만 끝이 보여서 어떻게 2권이 한 권 분량의 내용이 남을 수 있는 건지, 2권마저 썸으로 끝나게 되는 건지 궁금했는데 2권은 스릴러가 섞여 있었다. 책 처음부터 계속 마음에 걸리게 만든 사건이었는데 단순히 과거일 줄만 알았는데 파멸로 치닫게 되는 것을 보며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끝에 다다르기까지 막장 가도를 달리는 등장인물에 동정과 경멸이 섞인 시선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그 모든 힘든 일을 꿋꿋하게 견디고 헤쳐가는 승희를 보며 역시 내가 팬이된 여주인공이야! 하는 생각으로 승희를 응원하고 있었다.
"결혼하고 싶다면, 날 구속하려고 하지는 마요.
날 사로잡으려고 하지 말고 내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해봐요.
내 마음을 얻으면 나도 얻게 되는 거니까."
내 연애의 모토를 이렇게 멋있게 읊어줘서 너무 좋다. 자기 주관도 뚜렷하고 남에게 휘둘러 무너지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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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마지막이야 우승희, 나랑 사귀자."
벚꽃잎이 쏟아지는, 눈이 부시도록 찬란한 날.
"미안해."
그 예쁜 날, 매정한 한마디를 하고서 돌아섰다. 돌아서는 시야에 그 애의 실망한 듯한 표정이 슬쩍 스쳤다.
"네가 나 안받아주면."
"..."
"죽을 거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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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보고나면 작가님이 책 초반을 잘 쓰셨다고 생각하게 된다. 소설 전체적인 줄거리를 이미 짜둔 상태로 글을 시작하신 건지, 다시 돌아가서 책을 훑어보면 균형잡히게 글을 쓰신 것이 느껴진다.
작가님의 전 작품 <반드시 해피엔딩>의 제목이 떠오르듯 마지막은 꽉 닫힌 해피엔딩! 독자들을 위한 서비스로 에필로그 2개까지 있다. 매력적인 주인공들에 더해 일러스트도 많고 에필로그까지 있어 독자들을 위한 팬 서비스까지 단단한 작품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