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말 - 2,000살 넘은 나무가 알려준 지혜
레이첼 서스만 지음, 김승진 옮김 / 윌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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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나무들과 함께 살고 있다. 꽃도 있지만 나무는 더 특별하다. 아기만한 크기였던 나무들이 어느새 훌쩍 자라 나보다 더 커진 것을 보면 뿌듯하기도 하고 대견하고 기특한 마음이 가득하다.

 

코로나로 사람들이 외출을 못하며 생겨난 집콕 취미 중에는 반려식물 키우기도 있다. 푸르른 잎들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평온해진다. 한해살이 식물도 있지만 길게는 몇 십 년, 몇 백 년을 살아가는 나무도 있다. 플랜테리어로도 유명한 올리브나무는 크레타에 이미 3천 년을 살고 있는 올리브 나무가 있다. 식물의 생에서 인간은 잠시 머물다 간 존재일 뿐이다.

 

굉장히 긴 수명을 가진 생물들은 우리가 영원이라는 거짓 감각을 믿게 만든다 -p110

고령의 생물들은 우리를 심원한 시간에 연결시켜준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찰나적인 감각, 생각, 감정에 묶여 있고 그것들로 구성돼 있다. - p186

 

이 책 <나무의 말> 은 작가인 레이철 서스만이 2천살이 넘은 생물체들을 사진으로 찍으며 다닌 기록을 남긴 작품이다. 주로 나무가 많지만 이끼와 균류인 버섯, 작은 미생물인 방선균도 포함된다. 전세계 방방곡곡 찾아다닌 그녀의 작업을 보고 있으면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올리브나무와 유칼립투스, 너도밤나무처럼 많이 들어본 나무도 있지만 꿀버섯이나 판도, 야레타나 웰위치아 같은 전세계의 낯선 식물들도 만나게 된다.

 

 

긴 세월을 살아온 생명체들을 찾아 10년 동안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나는 필멸에 대해 더 생생하게 느기게 됏다. 내 이해의 범위를 넘어선 영원의 광대함에 직면할 때면 한 인간의 인생이 얼마나 짧은지 더 즉각적으로 와 닿았고, 그와 동시에 분자처럼 작지만 미시적, 거시적 규모에서 계속해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순간들과 연결됨을 느낄 수 있었다. 어떤 순간이라도 의미가 있으며 그 안에서 우리는 모두 함께 존재한다. -p40

 

 

책의 서문에서 나온 ‘지질학적 시간’이라는 말이 인상깊다. 우리는 기원전과 기원후로 나누어 2020년이라는 짧다면 짧은, 길다면 긴 시간을 셈하고 있다. 하지만 인류는 그보다 더 오래전 존재해왔으며 생물은 그보다 더 몇 십만 년 전 존재해 왔으며 지구는 46억년 전부터 존재해왔다. 최대 60만년 전부터 존재해왔다고 생각되는 시베리아 방선균부터 1만 3천살인 유칼립투스와 미국의 박스 허클베리를 보면 기원후라는 빙산의 일각에 갇혀 있던 시각에서 수면 아래의 기원전의 기나긴 시간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판도는 사시나무 무성번식 군락인데 하나의 거대한 뿌리 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며 각각의 ‘나무’는 하나의 뿌리에서 나온 줄기들이다."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생물은 미국 유타주의 사시나무 ‘판도’다. 가느다란 나무가 많은 숲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각각의 나무는 하나의 뿌리에서 나온 줄기들로 이루어진 거대한 하나의 개체이다. 환경 여건이 달라지면 군락 전체가 더 나은 환경을 가진 곳으로 천천히 이동해 간다고 한다. 거대한 생물체가 의 작은 움직임을 상상하면 위대한 자연의 비밀 중 하나를 엿본 것 같아 짜릿함을 느낀다.

 

이 사시나무는 개벌에 의해 많은 피해를 입었다. 많은 지구의 오래된 터줏대감들이 인간에 의해 피해를 입은 사례는 많다. 미국 플로리다의 사이프러스 나무, 흔히 상원의원 나무로 불리는 이 3500살의 나무는 20대의 불장난에 의해 타버려 현재는 불사조라는 이름으로 같은 자리에 접목이 자라고 있다. 남아공의 지하 삼림은 도로건설에 의해 없어졌다.

 

<나무의 말>은 우리는 지구의 주인이 아닌 잠시 머물다 가는 존재라는 것을 상기시킨다. 지배가 아닌 공존의 의미로 우리가 가져야 할 자연에 대한 경의와 예의에 대해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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