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 룸
레이철 쿠시너 지음, 강아름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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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것들은 본능적으로 외면하게 된다스트레스를 받고 울고 싶고화내고 싶은 것들내 이야기가 아닌 남의 이야기로 끝나기만을 바라게 되는 것들이 있다마음 한쪽에서 진득하게 붙어 떨어질 줄 모르고 내내 붙어있게 되는 이야기그런 의미에서 이 책 <마스 룸>은 저 먼 미국의 교도소마약과 살인범죄가 이루어지는 낯설고도 불편한 세계였다그렇기 때문에 책을 시작하면서 읽기 힘들어 몇 번이고 내려놓았다책을 읽어나갈 수 있는 유일한 끈이 있다면 소설 속 이 낯선 세계의 불편한 이야기는 현실 속 나와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불편한 이야기들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로미의 주위는 불운으로 가득했고 그녀 역시 불운했다.
 
로미 홀은 클럽 '마스 룸'에서 일하는 이십 대 싱글맘이다. 집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그녀를 몇 달 동안 스토킹한 남자를 타이어 공구로 내려쳐 죽였다. 그녀의 편이 아닌 국선변호사에게 변호 받은 그녀는 종신형을 받는다. 누구도 그녀가 스토킹 당했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았다. 스토커가 의자에 앉은 채였다는 것, 살려달라고 외치는 소리는 스토커의 소리를 들었다는 이웃의 이야기가 증거로 채택되었다. 로미는 싱글맘이었고, 스트리퍼였다. 그녀를 도우려는 이웃 역시 체포영장이 발부되어 있어 그녀를 도울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녀를 도울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가 스토킹을 당할 때도, 스토커가 집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 때도, 그녀가 법정에 섰을 때도. 

로미 홀에게는 일곱 살짜리 아들 잭슨이 있었고 어머니가 있었고 그녀의 연인이 있었다. 그녀가 종신형을 받고 교도소에 간 후, 그녀의 연인이 떠났고 그녀의 어머니가 잭슨을 돌봤다.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죽은 후 잭슨에게는 아무도 있어 줄 수 없었다. 로미는 잭슨에게 갈 수 없었다. 그런 로미에게 교도관은 말한다. "부모 노릇을 하고 싶으면 사고 치기 전에 그 생각부터 했어야지."

잘못된 논리로 이끌어낸 잘못된 결론을 지켜보는 느낌이었다. 로미 대신 내가 소리쳐 반항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것들이 잘못되어 있었고, 그 결말은 불운이었다. 

불운은 로미뿐만이 아니었다. 수많은 것들이 불운으로 가득했다. 이 책 자체가 불운을 가득 담고 있었다. 성 소수자들, 인종, 모든 결핍된 환경에서 나오는 수 많은 소수의 불운으로 가득했다. 책에는 불편한 것들이 너무 많았고 그것을 다 지켜보는 것은 너무나도 힘들었다. 읽는 내내 답답했고 끝내 불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쇠사슬의 밤, 호송버스로 끌려가는 독자들은 끔찍한 어둠과 끔찍한 악몽을 가지고 돌아온다. 책과 함께 오는 팝콘은 내가 감옥에 있지 않다는 것, 소설의 밖에서 단순한 이야기를 읽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현실의 끈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사소한 궁금증이 있었다면 작가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교도소와 어두운 세계에 대해 잘 아는가였다. 책 앞에 나온 작가의 소개에서 작가 레이철 쿠시너는 인생이 탄탄해 보였고, 성공한 사람으로 보였다. 교도소나 스트리퍼 마약거래가 오가는 숙소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기 때문이다. 후에 옮긴이의 말에서 그녀가 교정법제를 공부하고 교도소에 자원봉사를 하러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의 관심과 관찰력, 통찰력이 세세하고 현실성 있는 작품을 만들어냈다. 

"저 밖엔 좋은 사람들도 있는 법이야." 코넌이 말했다. "진짜로 좋은 사람들이."  -p.399

최근 일어나는 많은 사건들과 이제까지 묻혀졌던 모든 이야기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책이었다. 소설은 허구였지만 소설에 담긴 어둠은 현실이고 진실이었다.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관심이다. 이 불편한 진실을 끝까지 바라볼 수 있는 끝없는 관심. 어둠은 끝까지 어둠으로 남지 않을 수 있다. 빛을 비추면 어둠에도 빛이 든다. 작고 가벼운 소설책 하나에서 다시 한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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