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파파테카 ㅣ 돌개바람 55
안나 니콜스카야 지음, 김혜란 그림, 김선영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22년 5월
평점 :
그림책 지도사이자 독서지도사인 내게 직업병을 불러 일으킨 책이였다.
처음엔 내용 재미있구나 하면서 몇 페이지 읽다보니,
초등학생들과 수업할 때, 정말 좋은 책이겠구나 생각하며,
노트북을 키고, 질문지를 만들며, 핵심문장에 빨간 줄을 긋고 있는 나를 발견하다보니
이미 아이들과 수업을 하고 온 기분이 든다.
주인공 비챠는 열 살 아이이다.
천재 동물학자인 엄마가 갈라파고스에서 희귀 박쥐를 연구하게 되면서,
비챠는 아빠와 둘이 살게 된다.
엄마의 빈자리도 큰 열 살 아이에게, 아빠의 요구와 잔소리는
열살 아이에게는 '우리 아빠가 사라졌으면 좋겠어' 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자리메김하는 게 마땅하다.
아빠는 미용실 비용을 절약하겠다며, 비챠의 머리를 직접 자르게 되고,
비챠는 엉망이 된 머리에 그동안 쌓였던 분노가 폭발하였는지 집을 나가게 된다.
그러다 마주하게 된 새로운 세상 '파파테카'
이 곳은 마음에 드는 아빠를 콕 찍어 자유롭게 빌려 갈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비챠가 파파테카를 마주하게 되는 처음에 쓰여있는 어휘가 참 좋다.
문해력이 논란되는 시기에 초등학생 아이들이 이런 글을 많이 접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아이들에게 꼭 강조해서 읽어주고, 이야기 나누고 싶은 문장이였다.
' 창문에 비친 그림자는 움직이지 않았다.
난 이제 어둠에 완전히 익숙해져서 창턱에 놓은 하얀 손을 또렷이 볼 수 있었다.
손은 지나치게 길었고 아주 야위고 울퉁불퉁했다.
그리고 마치 몸에서 떨어져 나와서 저 혼자 따로 놓여 있는 것 같았다.
- 파파테카 35p
무작정 집을 나와서 두렵기도 하고, 새롭기도 한 열 살 아이의 마음을
정말 잘 표현한 것 같다.
파파테카에서는 원하는 아빠를 빌려주는 대신 나의 아빠 또한 빌려줘야 한다.
비챠는 계약서를 내미는 노인에게
"설득할 생각 마세요.
우리 아빠가 나쁜 건 맞지만, 그래도 아무한테도 안 줄 거에요"
라고 이야기 한다.
아이의 마음에서 가장 현실적인 반응이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이내 비챠는 서명을 하게 되고, 그렇게 새로운 아빠를 고르게 된다.
비챠가 정말 새로 고른 아빠를 더 좋아하게 될지,
또 새로 고른 아빠와의 만남에서 생기는 이야기의 전개가 좋다.
가정의 달 5월에 <진짜 가족의 의미>를 전하는 책으로 추천하는 동화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