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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도시 ㅣ 한울공간환경 12
존 쇼트 지음, 백영기 옮김 / 시인사(한울) / 2000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미국의 저명한 지리학자 존 쇼트(John R. Short)가 1989년에 쓴「The Humane City」의 번역서이다. 책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인정(人情)있는’, ‘인간미 있는’, ‘인간적인 분위기가 넘치는’ 도시에 대해 다루고 있으며, 미래도시를 위한 대안으로서 사람이 중요시되는 도시를 제안하고 있다. 즉 도시는 인간으로서 존엄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도시에 대한 쇼트의 사상을 엿볼 수 있으며, 그가 인간주의 지리학적 마인드를 소유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책의 구성은 크게 전반부와 후반부로 구분된다. 먼저 전반부에서는 사람이 중요시되지 않는 도시로서 ‘자본만이 중요시되는 도시’, ‘전문가들만이 중요시되는 도시’, ‘일부의 사람들만이 중요시되는 도시’를 들고, 각 도시에 대한 입장을 현실과 연관하여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사람이 중요시되는 도시를 위한 아이디어는 후반부에서 제시되고 있다. 일반독자, 학자들, 건설업자들에게 드리는 글 등 세 편의 글들이 부록으로 실렸으며, 독자들의 심층 연구를 위해 쇼트가 흥미롭게 읽은 책들이 주제별로 친절하게 소개되고 있다.
쇼트는 자본의 세계화가 시민의 존엄성을 희생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도시경제의 자립구조를 형성하는 방안에 대해 모색하고 있다. 또한 쇼트는 도시가 인간적으로 존중받지 못하는 장소가 되고 있음을 비판하고 있다. 도시민들의 다수는 도시를 만들어 가는 일에 수동적인 반면, 도시의 생명력을 이끌 수 있는 소수의 사람들은 이기적인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회 전체의 목표를 추구하는 데 전문인들이 동참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유주의, 복지주의, 자본주의, 사회주의 등 기존의 사고에 얽매이지 말고 새로운 권력의 구조로 구성되어야 한다고 쇼트는 역설한다. 즉 시민을 위한 도시는 도시문제의 해결이 시민의 ‘권력부여와 관여’가 형성된 가운데 수립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공공서비스의 민영화와 도시정부의 역할 변화에 주목하여 살펴보고 있다. 쇼트는 공공서비스 공급의 약화가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소외된 인간을 만든다는 교훈을 우리들에게 일깨워 주고 있다.
도시에서 살고 있는 시민들은 쾌적한 환경에서 누구든지 공공서비스를 공급받을 권리가 있는 동시에, 시정의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무도 갖고 있다. 따라서 정책의 집행 과정이 합리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시민들에게 감시와 평가의 권한을 부여할 필요성이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도시는 생산성이 증진되며, 재분배가 향상되는 공간이 될 것이다.
사회의 발전과 함께 인심이 각박해져 가는 현실에서 ‘The Humane City’는 이상주의적인 환상으로 보여질 수 있다. 그러나 이상은 그것을 설계하지 않고서는 실현될 수 없다.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설정하고 낙천적인 사고로 실천한다면 이상은 현실이 될 수 있다. 좋은 도시에 대한 꿈을 잃지 않고 이상이 현실화될 수 있는 방법을 경험에서 찾아 꾸준한 노력으로 실천한다면, 우리의 도시는 분명히 ‘The Humane City’로 발전하게 될 것으로 낙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