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시대 - 지구생태 이야기
김소희 지음 / 학고재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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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인간이 자연과 떨어져 살 수 있을 만큼 강한 존재로 착각하면서, 실제로도 그렇게 생활하는 것 같다. 가령 지구를 자원의 행성으로 단순하게 생각하고, 관리의 차원이 아닌 정복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기술력이 자연의 힘을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은 매우 위험한 발상으로서, 그것은 결국 인간 스스로의 죽음을 의미한다. 자연환경은 인간이 없어도 존재할 수 있지만 인간은 자연환경 없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구를 살리기 위한 방법으로 인간과 자연의 공생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비교적 최근까지는 인간활동의 내용이 대단하지 않아 지역적(local scale)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지구적(global scale) 차원의 환경 복원력을 위협할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그러나 오늘날 지구적 수준에서 진행되고 있는 각종 환경문제는 도시화·산업화의 결과로 지구환경의 복원력이 위협받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다. 세계 인구 58억 명 중 24억 명이 도시에 살고 있으며, 이 중에서 절반이 넘는 13억 명은 제3세계의 메갈로폴리스에 거주한다고 한다. 따라서 오늘날 전 지구적 환경문제의 원천지는 도시라고 말할 수 있다. 실제로 도시에서는 높은 인구밀도에 의한 과밀한 토지이용, 환경 용량을 초과하는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 책에서는 지구환경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21세기 도시 형태의 대안으로서, 인간과 환경이 공생하는 생태도시를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구체적인 사례로 독일의 베를린과 프라이부르크를 들고 있다. 프라이부르크에서는 단열재와 태양에너지를 이용한 에너지 저소비형 건물이 건축되고 있는데, 이러한 정책은 우리 도시가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희망의 도시로서 브라질 쿠리티바의 교통통합시스템이 소개되고 있다. 서울시는 쿠리티바의 교통체계를 부분적으로 도입하여 작년 7월 1일 버스체계를 전면 개편하였다. 서울과 쿠리티바는 도시규모와 시민의 생활방식 면에서 차이점이 매우 크므로 쿠리티바의 환경이 서울에 적합한 모델로서 적용될 수 있을까 의심스러웠지만, 문화 ・환경 시대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그 가치가 높다고 생각한다. 한편 영국의 밀턴킨즈 사례를 통해서 주거와 직장 생활은 한 도시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할 필요성을 더욱 인식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분당 신도시와 같이 베드타운을 건설하고 있는데, 신도시에서 서울로 통근할 때의 비용을 해소한다면 시간과 에너지를 상당 부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지구환경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른 생명체도 인간과 동등하게 생각하면서 그들과 공생해야 한다는 환경관을 정립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8학년까지 오전의 기본 수업만 끝나면 오후 내내 달팽이 잡기와 채소 가꾸기 등 자연 학습을 하는 독일의 발로도프 학교, 그리고 아이와 선생님이 함께 농사지으며 자연 학습을 하는 가평군 두밀리 자연학교의 사례를 살펴보면서 환경교육은 바로 아이들 스스로 자연의 일부가 되게 하는 것이 중요함을 깨닫게 되었다. 왜냐하면 자연을 생각하는 작은 실천에서 생각과 삶의 태도를 바꿔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의 위기는 심각하게 전개되고 있지만 이 책에서 어느 정도의 희망을 찾을 수 있었다. 인간은 무지와 어리석음의 결점을 갖는 동시에 지성과 재주와 상상력이 매우 풍부한 만물의 영장이기도 하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신이 허락한 양심이 우리 모두에게 있으며, 마음 깊은 곳에서는 건강한 삶과 안전한 환경, 그리고 다음 세대에 대한 걱정도 함께 존재한다고 확신한다. 지구 환경 문제의 해결은 한 국가나 한 세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위기감을 공유하면서 삶의 공간인 지구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각자의 헌신적인 노력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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