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속의 환경 열두달 - 봄 여름
최병두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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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환경문제는 시민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이 책에서는 자연적 요소를 매개로 발생하는 환경문제가 자연환경 자체에 기인하기보다는 경제ㆍ정치ㆍ사회ㆍ문화 등 인문환경의 요소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문제임을 서술하고 있다. 따라서 저자는 도시의 환경문제가 시민 사회의 변화와 대책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2001년 4월 중순부터 2002년 4월 초순까지 진행된 대구 문화방송 라디오의 어느 한 프로그램 일부로 마련된 방송 시나리오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한주동안 발생했던 여러 환경문제들 중에서 시사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주제를 선정하여 시나리오를 작성한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1년 동안 발생한 도시 환경문제가 시기별로 정리가 될 것이다.

책 제목에서 ‘열두 달’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방송 시나리오가 1년 동안 집필되었다는 점도 있지만, 책의 구성 면에서 환경문제를 주제별로 유형화하지 않고 시간의 흐름대로 진행되었다는 점이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책 제목의 힌트는 환경론의 바이블로 여겨지는, 알도 레오폴드의 「모래 군(郡)의 열두 달」이라는 고전적인 명저에서 얻어졌다고 한다. 레오폴드가 ‘누옥(통나무집)’에서 1년 동안 경험했던 이야기를 서술했다는 점에서 이 책의 구성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레오폴드의 책이 주로 야생생물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도시환경을 주제로 한 이 책과는 그 성격이 다르기도 하지만, 이 책을 쓴 최병두 교수님은 생태진화론과 토지윤리에 대한 레오폴드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도시를 경제적 부가 창출되는 공간으로만 생각한다면 생태적 가치는 완전히 상실되고, 자연이 없으면 인간도 존재할 수 없다. 그러나 생태적 가치의 복원을 위해 노력한다면, 도시는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장소로 탈바꿈될 것이다.

이 책에서의 환경이야기는 이미 4년여 전에 방송된 것이지만, 문제점과 대안은 현재에도 유효하다. 환경문제들이 많이 공론화되었지만, 환경은 개발보다 우선순위에서 여전히 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환경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에게 허락된 공공재이다. 따라서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내일의 후손들에게 전해줄 수 있는 최대의 선물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남겨주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도시의 환경문제를 정치경제학적인 시각에서 접근한다면, 오늘날의 황폐화된 도시는 사회구조적인 문제의 해결을 통해서 쾌적한 환경으로 되살아날 수 있다. 따라서 환경문제를 배부른 사람들의 이야기로 여기고 분배를 우선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환경문제의 해결이 형평성을 통해 정의로운 사회로 가는 길임을 말하고 싶다. 도시의 환경문제에 대한 고민과 실천을 더 이상 내일로 미루지 말고,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함께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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