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문명의 이기인가 파괴자인가 따님 환경신서 10
스기타 사토시 지음 / 따님 / 1996년 9월
평점 :
절판


사회적 현상의 모든 문제에는 약자와 강자의 대립이 존재한다. 여기에서 공공정책의 방향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혜택을 받게 되는 집단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느 집단의 입장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정의로운 사회라고 할 수 있을까?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공리주의 원리가 사회 정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한 롤스의 정의론(正義論)에 의하면, 사회적 약자를 우선순위로 설정하는 정책이 설정되어야 한다. 사회적으로 적은 혜택을 받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배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고 싶은 곳에 자유롭게 갈 수 있는 권리는 인간의 기본적 권리이다. 그러나 장애인, 노인, 어린이들의 교통 환경은 이동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특히 장애인들에게 보행과 대중교통의 이용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은 인간답게 살아야 할 권리의 박탈을 의미한다. 따라서 장애인을 위한 교통 시설은 가장 기본적으로 갖추어져야 한다.

사회적 약자들의 주요 교통수단은 대중교통이다. 그러므로 대중교통을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만드는 일은 곧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 교통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교통 혼잡으로 불편한 생활을 경험하게 된다. 만일 자가용 이용자들을 제도적으로 제약하여 전체적인 교통량을 줄게 한다면, 대중교통 이용자들의 편의가 증진될 것이다. 따라서 교통량을 의도적으로 감소시키려는 정책은 교통의 형평성에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스기타 사토시는 인간의 두 속성에 대해 이기심과 이타심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즉 자기를 만족시키려는 성향과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자 하는 마음인데, 자동차는 앞의 입장을 취하려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구체적인 예로써 자동차에 의한 인명 손실, 대기 오염을 발생키는 배기 가스, 차량 소음, 교통 약자들의 이동권 상실 등을 들고 있다.

저자는 위와 같은 문제점의 대안으로 자동차가 다니는 길을 불편하게 만들고, 사람이 편하게 걸을 수 있는 도로를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운전면허의 발급을 제한하여 부주의한 운전에 의한 교통사고의 위험을 줄이고, 자동차 구조를 개선하여 공해의 요인을 감소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즉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불편함을 감수할 때 자동차는 문명의 이기(利器)로서 제 역할을 담당하게 되며, 이와 동시에 대중교통은 더 이상 불편함이 아니라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모든 사람들에게 교통권이 존중되는 정책이 실행되어야 한다. 특히 장애인, 어린이와 노인들의 교통권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길의 주인이 자동차에서 사람으로 회복되며 대중교통이 자가용보다 편리하게 이용될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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