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지리
정장호 외 지음 / 강원대학교출판부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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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와 인간 생활은 어떠한 관계가 있는가? 지표 공간에는 자연이 만든 자연 환경과 인간에 의한 인문 환경이 서로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데, 장소의 독특한 경관을 만들면서 각 지역의 성격을 반영하게 된다. 지리학은 이와 같은 인간과 환경의 관계를 밝혀 지역성을 규명하는 학문이다. 지리학의 연구 대상은 우리가 생활하는 삶의 공간과 환경이므로 어느 학문보다도 대중성이 높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지리에 대하여 암기할 것이 많고 매우 어렵다고 인식하고 있다. 아마 입시 위주의 암기식 지리 수업이 이러한 결과를 낳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지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과 우리에게 친숙한 장소에 대해 항상 관심을 가지면서 어떻게 하면 우리의 삶터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게 하고, 그 대안을 마련하도록 도와주는 교과이다. 그러므로 매우 유익하고 재미있으며 흥미있는 주제가 가득한 과목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책은 강원대학교 지리교육과에 재직하시는 교수님들에 의해 쓰여졌다. 이 책을 집필하게 된 동기는 국토의 올바른 이해와 지리의 대중화를 위함이라고 서문에서 말하고 있다. 각 장마다 교수님들의 세부 전공에 맞게 쓰여졌으므로 내용이 알차며, 무엇보다도 이 책이 매력있는 점은 집필 동기에 충실하기 위해서 읽는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알기 쉽게 쓰여졌다는 것이다.

1장에서는 세계화를 선도하는 학문으로서 지리학의 위상, 지리적 위치의 중요성, 지도의 활용을 설명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지리가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한 학문임을 말하고 있다. 미국의 핵심적인 다섯 과목은 영어, 수학, 과학, 역사, 지리이며 영국, 프랑스, 독일도 지리를 중요한 과목으로 받아들여 교육시키고 있다. 이러한 이유는 지리가 국민으로서의 정체성을 심어주며, 국익을 위한 세계적인 안목을 키워준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2장에서는 뛰어난 관광 자원으로서의 지형, 지형과 마을 입지의 관계, 땅의 형상과 땅 이름에 관해 살펴보았다. 3장에서는 기후와 인간 생활에 대해 다루면서 기후와 의상, 기후와 가옥, 그리고 기후와 관련된 속담과 지명에 대해 고찰하였다. 4장에서는 향토지리와 풍수지리에 대해 알기쉽게 설명하였으며 5장에서는 어떤 지역에 어떤 산업이 왜 발달하는지를 주제로 하고 있다. 구체적인 예로 비닐하우스, 구멍가게, 첨단 산업을 들었다. 6장에서는 인간이 왜 도시로 모여들고 도시의 내부 구조는 어떻게 구성되었는지를 다룬다. 7장에서는 오늘날 심각한 지구 환경 문제와 관련해 산성비와 골프장 건설의 문제점을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하였으며, 환경 보전의 필요성과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지리의 모든 분야를 소개하지는 않는다. 예컨대 기후 변화, 경관생태, 교통 환경, 도시의 경관과 문화, 사회적 공간 등의 주제는 포함되지 않아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하였다. 그러나 지리 전 분야를 다룬다면 이 책을 더욱 부담스럽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지표상의 사물과 지리적인 현상, 그리고 삶의 공간과 환경을 지리적으로 바라봄으로써 인간 생활을 이해하는 데 새로운 안목을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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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의 데이트
스코트 커비 지음, 이영희 옮김 / 생명의말씀사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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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인 젊은이들이 공통적으로 큰 관심을 가지는 주제가 있다면, 아마도 그것은 '성과 사랑', '연애와 데이트'일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중요한 공통 관심사인 '사랑과 성'에 관한 세상적인 지식은 성의 자유를 말하고 있으며, 이러한 왜곡된 정보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성에 대한 가치관을 무의식적으로 흐리게 만든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이 그리스도인들에게도 적용되어 잘못된 길로 빠져드는 것을 보았고, 따라서 성에 관한 성경적인 원리와 가르침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라고 안타까운 심정으로 말하고 있다.

예수님께서는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말씀하셨으며, 사고 바울은 "자기 아내 사랑하기를 제 몸 같이 하라"고 남편들에게 권고한다. 여기에서 다른 사람을 사랑하기 전에 자신을 먼저 사랑해야 함을 당연한 사실로 전제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이러한 사실은 데이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므로 자신을 사랑해야 이성을 사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자기애(self-love)는 건전하고 성실한 데이트의 기초가 될 수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나님께서는 나를 향하신 놀라운 계획이 있고, 나 스스로 불만스러워하는 외적인 용모보다는 내적인 인격에 관심이 많으시며, 나의 분량에 맞게 달란트를 주셨다. 자기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건전한 자아상(self-image)을 확립해야 하는데, 저자는 이러한 사실을 통해 건강한 자아상을 확립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누구든지 자기 자신에 대해 100% 만족하는 사람은 없으며, 대부분 외모와 성격에 불만족스러워 하여 스스로 생각하는 결점을 가지고 고민하게 된다. 건전한 자아상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야 하고, 스스로 존중하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불신자와의 교제 문제에 당면하게 되면, 전도해서 결혼하면 된다고 하면서 자기가 처한 상황을 합리화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그러나 가정은 축복의 통로이지 선교지가 아니며, 비그리스도인을 사랑으로 품을 수 있어도 영적으로 관계할 수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나는 이러한 저자의 주장에 충분히 동감한다. 대학 2학년 때 비그리스도인과의 교제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비그리스도인과는 영적인 교감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 교제에 대한 미련을 깨끗이 버린 기억이 있다. 데이트는 하나님의 섭리 속에 예비된 상대를 만나는 과정이고, 결혼을 위해 하나님의 뜻을 찾고 분별하는 과정이므로 처음부터 비그리스도인과의 교제를 시작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왜냐 하면 데이트는 데이트에서 끝날 수도 있지만 결혼과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이 고리타분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겠지만, 바로 이것이 성경적인 원리이자 가르침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하나님 뜻을 어기고 데이트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데이트를 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데이트의 상대자가 반드시 결혼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오늘의 데이트 상대가 내일 다른 사람의 짝이 될 수도 있음을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진지한 데이트 관계를 도덕적으로 순결하게 지키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성적인 부도덕의 결과는 우리와 우리의 상대자를 반드시 파멸의 길로 이끌게 하므로 우리의 행동을 부지런히 지킬 필요가 있는 것이다.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혼전 관계를 요구한다면 그것은 이미 사랑이 아니다. 남녀간의 진정한 사랑은 성적인 기다림, 다시 말해서 결혼할 때까지 서로의 순결을 지키고자 하는, 적극적인 결단으로 완성되며, 이것은 결국 행복한 결혼 생활과도 연결된다. 순종이 제사보다 낫다는 말씀을 기억하여 참고 기다린다면 그것은 분명 가치있는 일이라고 확신한다.

누구든지 이상형이 있으며 완전한 짝을 만나게 되길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완전한 사람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에 완전한 이상형을 만날 수는 없다는 저자는 말한다. 따라서 이상적인 배우자상을 갖고 있어야 하겠지만, 어떤 점에 대해서는 우리의 고집을 굽힐 자세도 되어 있어야 한다고 충고한다. 이상형을 만나는 최상의 방법은 자기 스스로가 그러한 유형의 사람이 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므로 이상형을 만날 수 있게 되기를 바라지 말고, 자기 스스로 먼저 이상형에 맞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객관적으로 매우 매력적인 사람이 될 것이며, 이상형에게도 매력적인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 자신을 가꾸기 위해 인격을 함양하고 하나님께서 주신 달란트를 계발하는 데 충실하기를 다짐해 본다. 행복한 결혼을 위한 하나님의 계획하심을 확신하며, 아름다운 만남의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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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살아야 할 이유 옮겨야 할 이유
강일모 지음 / 지평선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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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11평 아파트 값은 3억원이 넘는데도, 팔려고 하는 사람보다 사려고 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을 보면 참 신기하면서도 염려스러운 일이다. 정부가 특단적인 조치의 부동산 개혁안을 발표해도, 공급보다 수요가 많으니 아파트 값이 계속 오르는 것은 시장 경제 원리에 의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여진다. 이와 같이 서울의 집값이 오르는 근본적인 원인을 살펴보면, 서울에서 살아야 할 이유가 있으므로 사람들이 서울로 모여들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포화 상태에 있는, 현재 서울의 위기를 냉철하게 진단하고, 앞으로 서울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과제를 제안하고 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수도권에 모여들면서 교통 문제, 환경 문제, 주택 문제 등이 생겨나고, 이러한 수도권 문제 때문에 저자는 서울을 옮겨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그리고 이것은 수도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 균형 발전의 효과도 함께 기대할 수 있다고 말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수도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행정수도를 이전해야 하며, 이것은 곧 지역 균형 발전의 효과를 기대해도 좋다고 국민들에게 정책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그래서 행정수도 이전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고, 현재 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어 행정수도 설계가 곧 가시화될 전망이다.

행정수도의 건설은 정말로 지역 균형 발전의 효과를 기대하기에 충분한가? 행정수도에 행정 기능만 이전한다면, 상징적인 의미만 있을 뿐 지역 균형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행정 기능뿐만 아니라 경제, 산업, 교육, 문화 기능도 부분적으로 이전되어야 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현재 서울이 가진 기능의 대부분을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상 불가능하며, 실제로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수도권의 공동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복잡한 서울을 쾌적한 도시로 탈바꿈시키면서 지역 균형 발전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행정수도의 건설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수도권의 인구를 최대한 끌어들일 수 있는지에 대해 방법을 강구하는 것은 행정수도 건설의 실천적 과제이다.

고속전철이 개통되면 행정수도까지 서울의 통근권에 포함되므로 도시가 공동화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공무원들이 행정수도에 완전히 정주할 수 있도록 아름답고 살기 좋은, 도시 환경의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은 이 책에서 저자가 주장한 새 서울의 6대 비전에 기본적으로 충실해야 할 것이다. 저자는 동북아 중심 도시로 성장하기 위한, 새 서울의 6대 비전으로 '기회의 도시(Opportunity City)', '재미있는 도시(Cheerful City)', '환경도시(Eco City)', '기능적 도시(Functional City)', '디지털 도시(Digital City)', '편안한 도시(Comfortable City)' 등을 제시하고 있다.

20세기에 새로 건설된 신 수도의 대표적인 도시로는 브라질의 브라질리아와 호주의 캔버라가 있다. 두 도시 모두 계획 도시로서 쾌적한 이상 도시의 모범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공무원 도시라는 인상이 강해 도시의 분위기가 한가롭고 단조로워 보인다. 따라서 우리 나라에 새롭게 건설되는 행정수도에는 공무원만이 아닌,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활기차게 활동하는 분위기가 연출되어야 한다. 도시 경관 면에서 브라질리아와 캔버라는 각각 오스카 니마이어와 벌리 그리핀이라는 건축가의 단독 설계로 이루어져서 건축 경관의 다양성을 찾기 어려운데, 우리 나라의 행정수도에는 여러 건축가의 활발한 참여로 건축 경관의 다양성을 높이길 기대해 본다.

이 책에서 저자의 주장에 많은 부분을 공감하면서 읽었지만,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비현실적인 부분도 적지 않게 있었고, 어떤 것은 지나치게 이상주의적이어서 저자 견해에 반대의 생각을 가진 부분도 있었다.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생태적으로 안정하면서 인간적인 분위기가 연출되는, 전혀 새로운 차원의 신도시가 설계되어 서구 선진 도시에서 배워갈 수 있는 도시가 세워지길 소망한다. 또한 서울과 수도권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 균형 발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행정수도의 모습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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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수도, 프라이부르크에서 배운다 - 에너지자립.생태도시로 가는 길
김해창 지음 / 이후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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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의 지리적 지식이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알아내기 위하여, 일반적으로 그 사람에게 두 가지를 질문한다. 첫 번째는 어떤 도시나 국가가 지도상에서 어디에 위치하는지 알고 있는가이고, 두 번째는 지역(regions) 또는 장소(places)가 가지고 있는 사건(events), 의미, 기능을 설명할 수 있는가이다. 위와 같은 방법을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도시, 독일의 프라이부르크에 적용하여 지리적 지식의 수준을 조사한다면 어떠한 결과가 나올까? 아마도 잘 알려지지 않은, 생소한 지명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프라이부르크를 지도에서 찾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 지역이 가진 고유한 특성도 설명하기 어려울 것이다.

도시의 특성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그 도시가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프라이부르크가 어디에 있는지 지도를 펼쳐 보자. 인지도가 그리 높은 도시가 아니므로 세계 지도가 아닌, 유럽 지도를 보아야 할 것이다. 유럽 지도에도 확인이 안된다면, 좀더 자세한 유럽 지도 또는 독일 지도를 펼쳐야 한다. 프라이부르크는 독일 남서부 지방의, 거의 끝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인구 20만 명 정도의 작은 도시이다.

프라이부르크가 환경선진국 독일의 '환경수도'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992년 지방자치단체 경연대회에서 1위의 환경도시로 선정되면서부터이다. 프라이부르크는 '태양의 도시(solar city)'라고 불릴 정도로 태양 에너지를 추구하여 '지역자가발전'을 지향하는 에너지 정책, 자가용 이용을 억제하고 효율적인 대중교통 체계를 확대하는 창조적인 교통 정책, 쓰레기 분리 수거와 철저한 재활용을 실천한 쓰레기 제로 정책 등이 환경 정책의 핵심이다.

비록 프라이부르크가 유토피아처럼 완벽한 도시는 아니지만, 위와 같은 환경 정책 면에서 우리 도시가 '선례에 의한 발전(development by good examples)'을 실천하기에 충분한 도시임을 저자는 말하고 있다. '환경수도, 프라이부르크'는 아직도 많은 환경 문제를 안고 있지만, 환경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밝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와 시민이 함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이 도시에서 배워야 할 점은 시민이 주체가 되어 지역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환경수도 시민의 '시민다움'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저자는 프라이부르크의 환경 수준은 선진 환경 도시라면 대부분 갖추어야 하는 '최소한의 기본'이라는 점을 기억하라고 역설한다. 따라서 도시의 미래를 바라만 보는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이제 우리는 행동해야 할 때임을 강조하고 있다. 먼저 선진 도시의 성공적인 사례를 벤치마킹하기 전에, 선례(good examples)가 우리 도시에 적용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깊이 성찰해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 나라는 지자체별로 환경도시 만들기 사업에 열심인데, 도시마다 추진하고 있는 정책에 좋은 성과가 나타나 지역성에 바탕을 둔 '환경수도'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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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애의 우리도시 예찬 - 그 동네 그 도시의 매력을 찾아서
김진애 지음 / 안그라픽스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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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공간의 이미지와 인상에 대한 느낌은 사람마다 제각각이겠지만, 우리 도시가 복잡하고 무질서하다는 생각에는 대부분 동감할 것이다. 깨끗하고 체계적으로 다듬어진 서구 선진 도시와는 다르게, 우리 도시는 주위 환경과 어울리지 않은 건축물 때문에 도시 경관의 아름다움이 없어 보인다. 일례로 오래된 전통 한옥 건물, 근대 건축물, 그리고 현대 고층 건물이 혼재된 우리 도시의 경관은 전통과 현대가 엄격하게 구분된 프랑스 파리시의 경관과는 크게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우리 도시를 유럽이나 미국의 도시와 비교하는 콤플렉스를 버리자고 주장한다. 저자는 우리 도시의 특징을 ‘카오스적인 질서’를 가진 ‘잡종도시’라고 표현하였고, 이것이 우리 도시의 멋과 매력이라고 설명한다. 즉 그것은 강한 개별성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다양한 속도로 다이내믹하게 변화하고 있으며, 다른 문화를 너그럽게 받아들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책을 읽고 공간을 보는 관점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으며, 경관에 대한 자기만의 솔직한 느낌과 생각이 경관 해석의 정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저자는 서구의 시각이 아니라 우리의 눈으로 우리 도시의 ‘잡종’적 매력을 찾자고 주장한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란 말이 있듯이, 각 도시의 색깔과 한국적인 특색, 그리고 여러 문화가 어우러진 잡종성을 긍정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우리 도시의 공간을 삶의 배경으로서 바라본다면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단지 추억을 되살리는 장소로 서술하지 않고, 우리와 함께 변화하는 마을의 정체성과 매력을 찾으면서 아름다운 미래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물론 우리 도시에 문제점이 없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문제점은 있지만 도시 문제에 대해 너무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도시의 일상적인 삶은 무미건조하지만, 삶의 감동은 충분히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저자는 ‘진짜 도시인’이 되자고 제안한다. 진짜 도시인이란 도시의 익명성을 사랑하고 자유를 즐기며, 무질서 속에서 자신만의 질서를 찾을 줄 아는 사람을 말한다. 생각만 바꾸면 교통 혼잡에 대해서도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고, 도시의 익명성도 충분히 즐거움이 될 수 있다고 역설한다.

대부분의 도시 전문가들이 서울 강남의 도시 설계를 비판하지만, 저자는 괜찮은 신도시라고 역설하면서 ‘인간의 도시’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격자형 가로망의 대표적인 도시인 뉴욕, 베이징, 바로셀로나에 뒤지지 않을 만큼 강남의 건축물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하고 있으며, 탄탄한 경제력이 뒷받침된 지역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파트 재건축과 고층화 바람을 문제점으로 지적하면서 도시 성장에 저해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 책에서는 도시에 있는 23개 동네들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데, 내가 살고 있는 대전 둔산 타운이 나오는 부분은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저자는 둔산에 가면 넓은 대로와 평지의 광활함, 고층 아파트 배열의 일렬성, 가로망의 똑바름, 정부청사와 시청사 건물의 대칭성 등을 느낀다고 한다. 또한 둔산 타운은 사람 사는 냄새가 안 나며, 영원히 나이 먹을 것 같지 않은 신도시라고 지적한다. 서울 강남과 같이 나이 먹어가고, 사람 냄새 나며, 익어가고 있는 신도시가 되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대전에 살지 않는 친구가 대전에 놀러 오면, 둔산과 유성, 대덕연구단지를 드라이브하면서 둔사의 깔끔함과 유성의 온천, 대덕단지의 전원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며 우리 도시를 자랑했던 것 같다. 그러나 대전만의 특별한 개성이 무엇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나는 대전에 20년 넘게 살아왔지만, 내가 살아왔던 도시에 무관심했음을 반성하게 된다. 이제 대전은 대전의 문화와 정체성을 찾으면서 대전다움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할 때인 것 같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공간에 관심을 가지면서 우리가 꿈꾸는 동네의 모습을 그려 마음 속으로 간직한다면, 앞으로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무심코 지나치는 공간에 애착을 가져서 정감있는 장소로 다시 태어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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