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애의 우리도시 예찬 - 그 동네 그 도시의 매력을 찾아서
김진애 지음 / 안그라픽스 / 2003년 5월
평점 :
절판


도시 공간의 이미지와 인상에 대한 느낌은 사람마다 제각각이겠지만, 우리 도시가 복잡하고 무질서하다는 생각에는 대부분 동감할 것이다. 깨끗하고 체계적으로 다듬어진 서구 선진 도시와는 다르게, 우리 도시는 주위 환경과 어울리지 않은 건축물 때문에 도시 경관의 아름다움이 없어 보인다. 일례로 오래된 전통 한옥 건물, 근대 건축물, 그리고 현대 고층 건물이 혼재된 우리 도시의 경관은 전통과 현대가 엄격하게 구분된 프랑스 파리시의 경관과는 크게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우리 도시를 유럽이나 미국의 도시와 비교하는 콤플렉스를 버리자고 주장한다. 저자는 우리 도시의 특징을 ‘카오스적인 질서’를 가진 ‘잡종도시’라고 표현하였고, 이것이 우리 도시의 멋과 매력이라고 설명한다. 즉 그것은 강한 개별성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다양한 속도로 다이내믹하게 변화하고 있으며, 다른 문화를 너그럽게 받아들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책을 읽고 공간을 보는 관점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으며, 경관에 대한 자기만의 솔직한 느낌과 생각이 경관 해석의 정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저자는 서구의 시각이 아니라 우리의 눈으로 우리 도시의 ‘잡종’적 매력을 찾자고 주장한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란 말이 있듯이, 각 도시의 색깔과 한국적인 특색, 그리고 여러 문화가 어우러진 잡종성을 긍정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우리 도시의 공간을 삶의 배경으로서 바라본다면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단지 추억을 되살리는 장소로 서술하지 않고, 우리와 함께 변화하는 마을의 정체성과 매력을 찾으면서 아름다운 미래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물론 우리 도시에 문제점이 없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문제점은 있지만 도시 문제에 대해 너무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도시의 일상적인 삶은 무미건조하지만, 삶의 감동은 충분히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저자는 ‘진짜 도시인’이 되자고 제안한다. 진짜 도시인이란 도시의 익명성을 사랑하고 자유를 즐기며, 무질서 속에서 자신만의 질서를 찾을 줄 아는 사람을 말한다. 생각만 바꾸면 교통 혼잡에 대해서도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고, 도시의 익명성도 충분히 즐거움이 될 수 있다고 역설한다.

대부분의 도시 전문가들이 서울 강남의 도시 설계를 비판하지만, 저자는 괜찮은 신도시라고 역설하면서 ‘인간의 도시’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격자형 가로망의 대표적인 도시인 뉴욕, 베이징, 바로셀로나에 뒤지지 않을 만큼 강남의 건축물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하고 있으며, 탄탄한 경제력이 뒷받침된 지역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파트 재건축과 고층화 바람을 문제점으로 지적하면서 도시 성장에 저해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 책에서는 도시에 있는 23개 동네들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데, 내가 살고 있는 대전 둔산 타운이 나오는 부분은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저자는 둔산에 가면 넓은 대로와 평지의 광활함, 고층 아파트 배열의 일렬성, 가로망의 똑바름, 정부청사와 시청사 건물의 대칭성 등을 느낀다고 한다. 또한 둔산 타운은 사람 사는 냄새가 안 나며, 영원히 나이 먹을 것 같지 않은 신도시라고 지적한다. 서울 강남과 같이 나이 먹어가고, 사람 냄새 나며, 익어가고 있는 신도시가 되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대전에 살지 않는 친구가 대전에 놀러 오면, 둔산과 유성, 대덕연구단지를 드라이브하면서 둔사의 깔끔함과 유성의 온천, 대덕단지의 전원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며 우리 도시를 자랑했던 것 같다. 그러나 대전만의 특별한 개성이 무엇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나는 대전에 20년 넘게 살아왔지만, 내가 살아왔던 도시에 무관심했음을 반성하게 된다. 이제 대전은 대전의 문화와 정체성을 찾으면서 대전다움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할 때인 것 같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공간에 관심을 가지면서 우리가 꿈꾸는 동네의 모습을 그려 마음 속으로 간직한다면, 앞으로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무심코 지나치는 공간에 애착을 가져서 정감있는 장소로 다시 태어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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