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관하여 ㅣ 수전 손택 더 텍스트
수전 손택 지음, 홍한별 옮김 / 윌북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시리즈를 전부 모으고 있어요 번역도 좋아서 더욱 기대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자연사박물관이 세계를 구하는 법 - 대멸종의 시대, 자연의 기억보관소가 들려주는 전시실 너머의 이야기
잭 애슈비 지음, 제효영 옮김 / 김영사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제공 



나와 같은 생각으로 이 책을 펼친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자연사박물관이 세계를 구하는 법'이라면 보통 생태계 연구와 교육을 통해 멸종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자연을 보호하는 내용이 떠오른다.


 놀랍게도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위에 언급한 내용이 우리가 보는 자연사박물관이라면 이 책은 철저히 자연사박물관의 ‘보이지 않는’ 부분만 다루고 있다. 그리고 그 ‘보이지 않는’ 부분은 우리의 생각보다 오래되었고 거대하다.


 자연사 박물관은 자연의 일부를 가져와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지만, 사실 중립적이지 않으며 실제 자연과 다르다.



 표본의 채취부터 선택, 만들어진 표본을 자연사 박물관에 전시하기기 위해 표본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박물관의 편향과 정치가 들어있다. 우리는 자연사박물관이 ‘보여주고 싶은 부분만’ 보게 되는 것이다.


 이 편향과 정치의 시작은 서구 열강이 식민지를 건설하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서구 학자들이 학계에 남긴 큰 발자취의 이면에는 표본 채취에 힘쓴 이름 없는 사람들이 있었다. 채취된 표본을 전시하는 과정에서도 편향은 계속된다. 표본의 위치와 자세에서조차 암컷과 수컷의 높낮이를 다르게 배치하는 등 시대의 선입견이 그대로 반영되었다.



 케임브리지 자연사박물관에서 오랜 시간 재직 중인 저자 잭 애슈비는 이러한 한계를 정면으로 인정한다. 


 자연사박물관이 식민지배를 바탕으로 쌓아 올려진 결과물이라는 것, 정치적 편향이 반영된 공간이라는 것을 직시하며 변화의 필요성을 말한다. 특히 과거 식민지였던 국가의 화석, 표본 반환 문제를 다룬 점이 인상 깊었다. 각국의 자연사박물관이 표본의 자연사와 함께 식민지배라는 불편한 역사까지 다루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깊이 공감한다.



 멸종을 막고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는 데 자연사박물관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앞에 놓인 표본이 어떤 과정을 거쳐 왔는지, 누구의 손을 거쳤는지, 어떤 편향이 담겨 있는지 아는 것 또한 그만큼 중요하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더 이상 전과 같이 자연사박물관의 표본들을 들여다볼 수 없게 되었다.


 평생 눈앞에 두고도 보지 못할 내용들을 알게된 것에 큰 감사를 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인간 실격 - 다섯 번의 자살과 다섯 편의 유서 같은 소설
다자이 오사무 지음, 이지수 옮김 / 휴머니스트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제공 #인간실격 #휴머니스트



 사실 난 요조, 아니 요조의 탈을 쓴 다자이라는 인간이 싫었다.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인생에 한 번 쯤 겪게 된다는 ‘일본 문학 시기’가 있다. 나 역시 그 시절에 처음으로 <인간실격>을 접했다.

 중학생이었던 나는 자전적 소설임을 알고 다자이가 싫었고 이 작품이 일본문학을 언급할 때 손꼽히는 명작임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불쾌했다.


 휴머니스트의 인간실격은 다자이가 죽음을 지향한 서른 아홉 해 중 자살과 관련된 작품을 모았다.

 다자이의 페르소나인 요조가 나오는 인간실격부터 광대의 꽃,교겐의 신,도쿄팔경,우바스테를 담았다.


 현대의 관점에서 보기에도 변명할 여지가 없는 한심한 인간이 평생 죽음을 지향하며 남긴 기록은 자기혐오로 가득찬 일기장이나 여전히 전세계에서 읽히고 있다.


 인간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우리는 종종 도망치고 싶거나 모든 것을 망쳐버리고 싶은 감정이 들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감춘다. 솔직히 일기장에도 내면의 바닥을 전부 드러내지 못한다.


 비난 받을 것이 뻔한 비겁함, 광대짓, 두려움, 중독, 애정 갈구를 보며 독자는 각자가 가지는 감정의 농도는 다르겠지만 공범의식을 느끼게 된다.


 다자이같은 인간이 여전히 싫기에 공감보다 누구나 가진 인간 본성의 바닥을 엿봄으로서 느끼는 공범의식이라 느껴진다. 어린 시절의 내가 이해하지 못한 불쾌감의 원천이다.


“몹시 부끄러운 인생을 살아왔습니다” 라는 문장은 ‘그러니 마음껏 비난해 주십시오.’라고 들린다. <인간실격>은 후기를 쓴 광인과 직접 아는 사이가 아닌 자가 수기를 얻고, 마담이 그 ‘광인’이 되어버린 자를 회상하며 끝을 맺는다. 죽음을 향해 가라앉는 느낌을 주었다.



“살아갈테니 꾸짖지 말아주십시오.”



“나는 맹렬하게 살아내기 위해 죽는다. 이제 와서 문답은 쓸모없을 터다. 죽음을 향해 일직선으로 명쾌하고도 완벽한 거푸집이 만들어져 있어서 나는 녹인 납처럼 그 거푸집에 스르륵 흘러들기만 하면 되었다.”


 5편의 소설 중 <교겐의 신>은 죽음을 향해 가면서도 살고자 하는 의지가 느껴진다. 

<우바스테> 또한 죽고 싶지만 그러면서도 버티고자 하는 과정이 느껴진다.

 

 죽고싶으면서 살려고 한다. 모순이자 무엇보다 가장 인간적인 모습이다.


 절망적으로 비관하는 상황에서 최대한을 끌어올려 쓰는 고백, 옮긴이의 말처럼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정도로 솔직한 고백을 외면할 수 없을 것 같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시간이 지난 후 읽은 <인간실격>의 요조, 그리고 다자이는 여전히 싫다. 

 

 그렇지만 불쾌함 위에 다른 감정이 드리워진 것도 사실이다. 

 외면하고 싶었지만 외면할 수 없는 감정. 명작은 명작이다.



-휴머니스트의 인간실격의 5가지 작품은 사소설의 장점이 잘 보이는 구성이라고 생각된다. 옮긴이 이지수의 번역은 매끄러웠고 주석의 위치와 내용도 좋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손절사회 - 손익계산이 되어버린 인간관계, 연결 불가능성의 시대에 관한 탐구
이승연 지음 / 어크로스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제공 #손절사회 #어크로스



'진짜 친구 한 명도 없는 사람 있어?’ 라는 글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댓글 또한 만선이다. 그러나 스크롤을 움직여 마주친 인간관계에 대한 일상의 고민글에는 ‘손절’이라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외로움에 공감하던 사람들은 손절이라는 글자 아래 1111,222 숫자로 줄을 세운다.


 ‘진정한 나’를 알기 위해 상처받은 ‘내면의 아이’를 돌보며 ‘행복’을 찾는다. ‘유해한’ 관계를 정리하여 떨어진 ‘자존감’을 회복하고 ‘건강한’ 관계를 맺는다.


 이는 현대사회에서 제시하는 행복을 위한 방법이자 우리가 어느새 익숙하게 공감하며 실천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 행복의 종착점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외로움이다.


 저자는 정신 건강과 행복,나 자신에 몰두하며 치유하는 문화, 즉 ‘치유문화’가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고립과 외로움을 가져다 주는 것에 집중한다.



 나의 정서적 건강을 강조하는 문화는 인간관계를 평가의 대상으로 만들고, 부정적인 감정들은 병으로 치부며, 타인을 성찰의 대상이 아닌 감정적 손상을 주는 존재로 여기게 한다.


 그 결과 우리는 관계에 방어적 태도를 갖고 타인을 평가하게 되며, 연대와 관계 맺기는 더욱 어렵고 때로는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손절을 택한다.


 자존감,치유,행복을 중시하는 문화는 타인과의 단절로 인해 더 큰 외로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나아가 손절과 같은 고통을 회피하는 태도는 사회나 타인의 어려움에 공감하는 능력도 훼손시킨다.

 외로운 구성원들의 사회는 너그러움을 잃고 각자를 고립시킨다.


 타인을 평가하고 거리둠과 동시에 손절당하지 않기 위해 나 자신이 ‘건강한 정신’ ‘행복한 나’ 임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한다. 결국 치유문화는 나와 타인과 모두가 속한 사회까지 부정적 영향을 준다.



 저자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거창하지 않다. 아낌없는 사랑도, 용기 있는 외침도 아니다. 


내면의 목소리를 듣느라 간과해온 타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 


모두가 사랑을 주거나 고통을 드러낼 수는 없지만, 들어볼 수는 있다. 저자는 들어보겠다는 결심이 연대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좀 더 너그러운 사회를 향한 첫걸음이자, 더이상 나의 정체성과 고통에 관한 증명에서 벗어나는 방법이다.


나는 손절 대신 건네는 이 작은 해결책을 외로움에 고민하는 모두와, 특히 외로운 모든 여성들과 나누고 싶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중독을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 - 숏폼, 데이팅 앱, 초가공식품은 나의 뇌를 어떻게 점령했는가
니클라스 브렌보르 지음, 김성훈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제공 #중독을통제할수있다는착각 #위즈덤하우스



우리는 왜 배부른데도 계속 먹고 끄고 싶어도 쇼츠 스크롤을 멈추지 못할까?


 우리는 음식,스마트폰 등에 중독이 되었음을 인정하면서도 마음만 먹으면 중독을 떨쳐내고 중독되기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저자는 이러한 우리의 마음가짐을 ‘착각’이라 칭한다.


 현대인을 구성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인 초가공식품,넷플릭스,틴더,틱톡,마약성진통제 등은 단순한 ‘자극’이 아니다. 이러한 자극은 초정상자극 즉, 초자극으로 뇌가 감당 가능한 자극보다 더 강력한 버전의 자극이다.


 초자극으로 설계된 식품은 포만감을 줄이고 자극을 높여 뇌의 보상체계를 조작한다. 뇌는 초가공식품을 계속, 그리고 많이 먹도록 유도하고 결국 뇌가 포함된 신체를 중독시킨다.




 초가공식품 외에 마약성 약물 중독이나 스크린중독 또한 초자극을 바탕으로 설계되어 중독에 이르게 한다.


 직접적인 섭취를 통한 중독이 아니어도, 무한스크롤과 기계 학습 알고리즘을 통해 눈과 손을 멈추지 않도록 유도한다.

직접적인 섭취가 없어도 마찬가지다. 무한 스크롤과 기계 학습 알고리즘은 눈과 손을 멈추지 못하도록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다. 



더 나아가 대기업들은 수익을 위해 중독 물질의 접근성을 높이고 함유량을 점점 강화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깊이 중독되도록 환경 자체를 조성한다. 


초자극 물질을 넘어 산업과 플랫폼 전체가 중독의 구조로 작동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뇌의 도파민 시스템은 보상이 주어질 수 있는 조건이나 환경만 조성되어도 도파민을 분비해 무의식적으로 중독 행위로 이끌기 때문이다. 중독은 의지력 부족이나 도덕적 실패가 아니라, 생물학적 설계와 환경 구조의 문제다.



 이 책은 우리가 얼마나 정교하게 조작당하고 있는지를 생물학적·환경적 시각으로 설명하며, 중독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구조의 문제로 바라보게 한다.

중독에서 벗어나 일상의 행복을 되찾고 싶다면, 먼저 그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잠들지 못하고 스크롤을 내리고 있는 당신에게 이 책을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