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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들의 아버지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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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아버지들의 아버지는 인류의 기원을 의미한다. 그러나 밝혀진 기원이 우리가 “바라던" 아버지들의 아버지가 아니라면? 일단 책을 읽을 다른 독자를 위해 인류의 기원에 대한 직접적인 정답을 외치는 것은 피하고 싶다. 아제미앙 교수를 살해한 범인을 밝히는 과정은 인류의 기원을 찾는 여정으로 이어진다. 인간은 자신들이 신을 본 떠 만들어졌고, 만물의 영장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밝혀진 아버지들의 아버지는 인간의 입장에서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존재였다. 살해된 교수가 속한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라는 클럽은 인간의 기원을 연구한다. 클럽의 회원들은 하찮게 여기던 존재가 인간의 기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은폐한다. 진실에는 인간의 자존심과 사회적 지위, 종교의 믿음 등이 깊게 연관되어 있기에 연구자임에도 믿고 싶은 이야기를 진실이라 믿는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는 자신들을 특별하다고 믿는 인간들에게 <진실을 알았을 때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가?>라고 질문하는 것과 같다.

주인공인 이지도르와 뤼크레스는 기자 정신으로 살인사건과 인류의 기원을 취재하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둘은 대상을 인터뷰하고 인류의 기원에 대한 가설을 기록한다. 외계 바이러스설, 유전자의 우연한 결합설, 원숭이의 적응설 등 다양한 가설을 듣고 생각한다. 주인공 둘의 여정은 덮으려는 진실을 의심하며 진정한 진실을 찾는 ‘과학의 태도'를 의미한다. 독자는 주인공들의 추리과정을 따라가며 범인찾기와 인류의 기원에 대해 의심하고 생각한다. 문득 소설을 읽다보면 이 책의 어디까지가 진실인가 의문이 든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은 과학적 지식과 상상력이 교묘하게 섞여있다. 독자는 작품 내의 사건과 작가의 장치를 통해 진실을 의심하며 진실을 찾아가는 과학의 태도를 경험하게 된다. 나는 이 특징이 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작품에서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질문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로 이어진다. 나는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가 "우리는 제대로 알고 있는가?"에서 "우리는 불편한 진실을 알고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가?" 라고 생각한다. <아버지들의 아버지>는 인류의 기원이라는 소재를 통해 인간의 오만함을 알리는 참신한 경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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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코디언
천명관 지음 / 창비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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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제본서평단 




 영화로 만들어도 대박이 나겠지만 영상화를 한다면 그 시절 'TV소설' 같은 장편 드라마로 보고 싶다. 200페이지가 조금 넘는 소설 속 매 순간들의 서사와 생동감을 한 장면도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흡입력이 강한 소설을 읽을 때 흔히 소설 속으로 들어간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나는 읽기 시작함과 동시에 1950년대 전쟁 직후의 차디찬 서울에 던져졌고, 압도적인 서사가 끝날 때까지 이 롤러코스터에서 내릴 수 없었다.


 이야기는 주인공 '동이'가 처음 구걸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6.25전쟁이 끝난 후 부모를 잃었거나, 버려졌거나 혹은 팔린 고아들은 '앵벌이 소굴'에서 처참한 삶을 이어나간다. 



 주인공 '동이'는 부모를 잃었으나 다른 친구들처럼 장애가 없기에 그나마 나은 처지이다. 아이들은 해방촌 산자락에서 착취와 학대를 당하지만 생존을 위해 명목상의 보호자인 '양 목사' 밑에서 조직적으로 앵벌이를 한다.


 전쟁 직후부터 독재정권 타도라는 현대사의 거센 물결 속에서 밑바닥 아이들은 저마다 핏빛 생존을 위한 파란만장한 삶을 이어간다. 아이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삶 또는 죽음뿐이다.



 소설의 제목인 '아코디언'은 소설에 등장하는 중요한 장치이다. 낡은 아코디언을 손에 쥐게 된 동이는 뛰어난 노래 실력을 가졌으나 앞을 보지 못하는 '연이'와 공연을 시작한다. 아코디언은 거리의 아이들에게 짧은 현실 도피이자 희망을 이어주는 특별한 악기가 된다.


 그 소리에는 산 자와 죽은 자의 수많은 감정과 사연,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이 담긴다. 주인공 동이는 소리를 통해 벽을 넘어 세상으로 통하는 길을 찾는다. 낡은 아코디언은 세상과 동이와 새로운 희망을 잇는다.


2026년에 보기에 '가난하고 어려운 시절의 파란만장한 삶'이 진부하게 느껴지는가? 


<아코디언>은 우리와 소설 사이 70년이란 시간의 간격을 단숨에 메우며 그저 함께 그 시절을 경험하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흐름을 따라가는 동안 함께 연대하며 삶을 버텨낸다.


 거리의 아이들과 양 목사, 아이들을 감시하는 중간관리자, 미군 기지촌의 하우스보이와 달러 판매상, 심지어 단역으로 등장하는 상이군인까지 각자가 저마다의 생생한 사연을 가지고 있다. 


 진부함은커녕 각자가 자신을 주인공으로 소설을 쓸 수 있을 정도로 다채로워 소설 속에 빈 곳이 없다.


 소설을 읽다 보면 중간중간 인물들과 사건들이 너무도 참혹하다. 그러나 억누를 수 없는 생명력과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는 책장을 계속 넘기게 한다. 


참혹함 속에서 인간이 가장 인간다워지는 순간은 언제인가?


<아코디언>은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눈부신 연대의 서사로 독자를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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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날레 - 끝까지 강하고 자유로운 나
수전 구바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하우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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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반오십. 예쁜 나이 스물다섯에도 반오십이라는 말로 나이 들었음을 표현한다. 


 나이 듦에 관한 다양한 표현들은 노년과 거리를 두고 싶어 함을 드러낸다. 명성과 커리어를 가진 유명한 예술가들에게도 노년을 받아들이는 일은 어렵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비비언 고닉은 "예순 살이 된 것은 살날이 여섯 달밖에 안 남았다는 말을 듣는 일 같았다"고 표현했다. 


 특히 여성의 노년은 노인혐오와 성차별이 버무려져 연약하고 무가치한 존재로 느껴진다.

수명은 늘어나고 노년의 도전들도 많아지는 지금, 우리는 어떤 태도로 맞이해야 할까?


 수전 구바의 <피날레>는 최후의 순간까지 자기만의 세계를 꽉 채워낸 여성 롤모델을 안내한다. 우리의 고정관념 속에서 모두의 존경을 받으며 삶을 정리하는 여성 예술가들이 아닌, 노년에 관한 규범들을 무너뜨리며 창조성을 불태우는 여성들이다.


 각 장에서 다루는 여성 예술가들은 연관성 없이 각각의 파트를 구성한다. 글쓰기로, 그림으로, 음악으로, 조각으로 각각의 삶을 '끝까지 자유로운 나'로 마무리한다. 이 멋진 롤모델들은 매혹적이고 아이코닉한 옷차림의 이단아이고, 그로테스크한 조형물을 만들어내며 내면의 폭력성을 표현한다. 광고에서도 만날 수 있는 동물을 좋아하는 유머러스한 뉴욕의 명물 할머니이기도 하다. 


다양한 분야만큼 느껴지는 다양한 예술성에도 이 롤모델들에게는 공통적으로 기개가 느껴진다.



 노년은 더 이상 성역할에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지나온 시간들을 반추할 수 있어 창조성을 펼치기 좋은 시기이다. 


 유아기의 통제와 중년의 의무를 지나 다양한 경험의 자산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노년은 기억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순간을 풍부하게 경험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롤모델들은 노년이 가져오는 여러 손상들을 알고도 용기 있게 나아가며, 근육처럼 창조성을 반복해서 사용하며 사라지지 않게 했다.




 어찌 보면 그들은 경제적·사회적으로 자리를 잡은 예술가들로 현대를 사는 대다수의 여성들과 거리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충만한 오페라의 마지막 장을 위해 공연을 계속할 것, 쇼가 끝나도 계속 살아갈 것을 가르쳐준다. 호방함과 자유롭고 강한 나로 살아내는 그들과 우리를 연결한다. 



우리는 그들을 따라 이단아이자 현자, 괴짜인 할머니가 되어 우리의 다음으로 연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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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몬티셀로
조슬린 니콜 존슨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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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흔히 말하는 '쎄함'이 느껴지는 놀라운 데뷔작이다. 나는 한국인이라 뿌리 깊은 인종차별을 체감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독특하면서 어딘가 섬뜩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 이 책의 큰 매력이었다.


 흑인 여성 작가 조슬린 니콜 존슨의 이 책은 다섯 편의 단편소설과 표제작인 중편소설 *나의 몬티셀로*로 구성된다. 


 첫 번째 단편인 아들을 대상으로 인종차별에 관한 사회실험을 하는 *통제군 검둥이*부터 백인 민족주의자의 습격을 피해 정착한 몬티셀로 저택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현재를 맞서는 *나의 몬티셀로*까지, 모든 소설들은 독자를 행복한 결말로 이끌어주지 않는다.


 이 소설들이 섬뜩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인종차별과 관련된 실제 사례들을 교묘하게 녹여냈기 때문이다. 차별 속에서 공부하여 사회적 지위를 얻었으나 아들을 대상으로 사회실험을 하는 교수, 이름을 바꾸려는 흑인 여성을 통해 차별과 정체성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학교에서 흑인 학생들의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지 않는 것 또한 인종차별에 바탕을 둔 시스템을 보여준다. 이민 가족의 무너진 꿈, 흑인 여성이 집을 구매하고자 할 때 마주치는 구조적인 문제들 등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차별까지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표제작 *나의 몬티셀로*는 인종차별의 사례를 가장 극대화한 작품이다. 소설의 시작인 백인 민족주의자들이 흑인 거주지를 행진한 것도 실제 사례이고, 무엇보다 샐리 헤밍스의 후손인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토머스 제퍼슨과 흑인 노예 샐리 헤밍스의 관계도 역사적 사실이다. 실제를 더 극단적으로 확대한 근미래를 보여준 것이다.


 포르투갈에서 납치되어 버지니아에 도착한 흑인들은 북아메리카 흑인 노예제의 시작이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버지니아가 네 집이 아닌" 이유이다. 흑인에게 미국은 집이면서도 집이 아니다. 온전히 자기의 땅이라 부를 수 없는 곳이다. 6편의 소설은 집이라고 부를 자격에서 배제된 사람들이 지금도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소설의 형식을 빌려 보여준다.


 BLM 운동 이후로도 인종차별은 여전하다. 이 책의 소설들이 행복한 결말이 아닌 끝없는 모호함을 주는 이유도 같다. 그렇지만 *나의 몬티셀로*의 인물들은 저택에서 서로를 지탱한다. 차별과 폭력, 공포 속에서도 서로를 붙잡는 것, 그것이 이 책이 건네는 희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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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 번역 일기
김정아 지음 / 샘터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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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오래전 처음으로 도스토옙스키에 도전했을 때 장렬히 실패했다.


일부러 비틀어 놓은 문장들로 가득한, 그야말로 쉽지 않은 작품이었다. 두꺼운 분량과 많은 등장인물, 러시아식 애칭은 매치가 어려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당시 내 기준 극단적인 상황에서 등장인물들이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을 했다. 술술 읽히지 않자 중간에 그만두었고 그 후로 펴보지 않았다.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은 여전히 내 책장에 자리하고 있다.


 포기한 도스토옙스키 작품에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이 책 때문이다. 나는 특정한 직업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내는 에세이를 좋아한다. 그런데 이 책은 4대 장편을 10년에 걸쳐 한 사람이 번역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읽다 포기한 도스토옙스키 장편을 학술 도서가 아닌 에세이로 다룬다는 것도 나에게는 큰 매력이었다.


 책은 각 작품의 인물과 주요 사건에 대한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등장인물의 선택과 행동들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도스토옙스키가 어떤 인물상을 그려냈는지 설명한다. 김정아 번역가는 이해되지 않는 인물이 있다는 솔직한 고백을 하면서, 오랜 시간 반복하고 곱씹으며 결국 그 인물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과정을 함께 나눈다.



 과거에 쓰인 작품과 현재를 비교하며 고찰하는 부분도 많았다. 작품 내 상황이 현재에도 비슷하게 반복되어 고전의 가치를 느끼게 해주었다. 


 저자는 도스토옙스키의 사유가 이동하는 순서를 따라 죄와 벌 - 백치 - 악령 -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로 구성하여 읽을 것을 권한다. 4대 장편이 길더라도 시대적 격랑의 흐름을 따라 읽으면 입문자도 그의 문학적 세계관을 전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에세이라는 형식에 맞춰 딱딱하지 않게 다루었지만 작품 해설에서 보충할 부분, 잘못 해석될 여지가 있는 부분까지 꼼꼼히 짚어준다. 번역하는 일상이 담긴 번역일기가 중간중간 곁들여져 읽는 재미도 있다.


 책의 앞부분, 한 사람이라도 이 책을 읽고 도스토옙스키에 입문한다면 자신은 성공한 것이라는 저자의 말이 떠올랐다. 일단 내가 우리 집 책장의 먼지 쌓인 죄와 벌을 꺼내고 싶어졌으니 성공이다. 


나처럼 책장 펼치기를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권한다. 함께 도스토옙스키에 빠져보자!




#도스토옙스키번역일기 #김정아번역가 #도스토옙스키  #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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