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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업 - 하 - 반룡, 용이 될 남자
메이위저 지음, 정주은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의 결론은 결국 "소기"가 혁명에 성공한 것으로 끝난다.
1권을 펼 때부터 답은 정해져 있었다.
모든 헐리우드 영화가 우여곡절 끝에 주인공이 다 해결하는 공식을 전제하고서 끝나는 것처럼 그럼에도 우리는 관람석을 끝까지 지킨다.
命(명)을 바꾸는 것은 긴 중국사에서도 우리역사에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몇 번 없지 않은가? 신라를 무너뜨리고 고려를 개국한 왕건만 봐도 드라마에서 봤듯이 어렵지 않았던가? 관심법의 달인을 추종한 세력에 의해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기지 않았는가?
고려에서 조선을 넘어가는 과정도 이방원이 정몽주를 때려 죽이고서야 가능했다. 중국사에서 처음 통일왕조를 개창한 시황의 나라 '진'이 무너지고 항우와 유방의 오랜 내란 끝에 漢(한)나라를 개창할 수 있었다.
한나라는 한 무제에 의해 중국문명의 초석을 다진 동양판 '로마제국'이었다. 동북아 문명의 essence 중의 하나인 "유교"를 자리 잡게 만든 한나라를 한때 촉망 받던 권신 "왕망"이 무너뜨렸다.역사에서는 왕망을 역모의 아이콘으로 철저히 악랄하게 평가한다. 그러나 과연 그렇게만 보아야 할까? 만약 그간 세운 新나라가 적어도 30년 정도만 갔어도 수나라 정도의 정통 왕조로 인정해 주지 않았을까? 다시 정정해서 말해 보면 왕망이 한나라를 멸망시킨 것이 아니라 前漢은 환관정치와 귀족주의 관료주의로 나라 꼴이 말이 아니었다.
왕망의 혈통은 좋았으나 일찍 부모님을 여읜 탓에 불우하게 자랐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검소, 청렴한 유학자의 전범을 보여줬고 그로 인해 주위의 칭송을 받았다고 한다. 재능도 출중했던지 승진에 승진을 거듭해 조정의 요직을 차지하게 된다. 지금의 국무총리 격인 대사마에 올라 권력의 중심에 오르게 되었다. 이때까지가 좋았다. 높아진 지위에도 불구하고 부정축재하지 않고 스스로 겸양했다. 그 후의 이야기는 우리가 익히 아는 폭군으로 살다가 비참한 죽음을 맞고 자기가 스스로 황제가 된 나라도 망하고 말았다.
책과 상관없어 보이는 왕망 이야기를 늘어 놓는 것은 왕망이 꿈꾼 정치와 왕현과 소기의 비젼을 비교해 보고 싶어서다. 또한 正史(정사)에 대한 과한 집착인데 중국이라는 지리적 배경을 놓고 볼 때 소기에 가장 근접한 것이 왕망이라고 사료된다. 상편에서는 측천무후 중심으로 썼는데 왕망에 대한 재평가 측면에서 하편을 쓰고 싶었다.
제왕업에서는 왕현과 소기가 건설하고 싶었던 나라는 무엇인지를 많이 알수는 없다. 다만 소기는 문무를 겸비한 가장 이상적인 군주의 모습을 구현하고 있다. (어쩌면 논어에서 말하는 군자가 바로 소기가 아닌가 싶다) 소기도 왕망도 겉으로는 "선양"의 형식을 띄었다. 선양은 요순 시대 이래로 행해진 적 없는 그냥 신화라고 생각하련다. 왕망도 소기도 결국 무늬 뿐인 수술당한 황제를 겁박한 것 일뿐. 그럼에도 모두에서 언급한 피흘리지 않고 왕조를 새롭게 열었다는 것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 그나마 백성들의 고통을 수반하지 않으니까. 진한 교체기, 송원 교체기, 원명 교체기, 명청 교체기를 다 돌아봐도 전쟁없는 왕조 교체는 없었다.
왕가의 기가 쇠했고 나라는 썩어 문드러져 가고 오로지 황제 자리만 탐하는 혼돈의 상태에서 질서를 누군가는 회복시켜야 했다. 왕망은 그래도 정책적인 비젼이 있었다. 토지제도를 개혁하여 귀족 호족들의 대토지 소유를 견제하고 싶어했다(한전제로 칭한다). 주나라의 제도를 다시 구현하고 싶어했다 어쩌면 논어가 가르치는 국가 공자가 그렇게 그리워하던 '주공'처럼 나라를 만들고 싶어했다.
야사에 따르면 왕망이 고구려인이라는 얘기도 있던데 뭐 역사적 상상력은 무한하니까...
이쯤에서 아쉬운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는 것은 고구려 역사서가 남아 있었다면
이런 메이위저의 장편소설이 수십편이 나오련만...
왕망의 개혁은 실패했다. 후계자 양성에도 실패했고 백성들의 지지도 잃었고 지식인들을 제대로 등용하여 자기세력화하지도 못 했고, 결국 척신들 수구기득권들의 역공에 갈기갈지 찢겨 죽고 말았다. 정사에 기록된 왕망과 실제 왕망은 분명히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왕망의 개혁에서 참여정부를 본다. 언론과 검찰의 먹잇감이 되어 버린 ...역사는 승자의 역사.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란 것이 가짜뉴스가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민중은 정사를 싫어한다. 삼국지연의만해도 그렇다. 진수의 삼국지가 얼마나 민중들이 싫었으면 후한 말기의 어지러운 정세를 그런 식으로 노래했겠는가? 유비는 그렇게라도 민중의 역사 속에서 인의 넘치는 군주로 남았지만만 그 외에 많은 혁명가들은 역사의 모래 속에 묻히고 또 묻혔다.
2019년 11월 22일 특수강간에서 뇌물까지 온갖 오물 속에 노닐던 인간이 무죄 선고를 받았다.
역사란 것은 진화하는가? 선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 맞나? 이런게 승자의 역사라면 역사책 모두를 찢어버리고 싶다. 역사는 발전하지 않는다.
다만 2차세계대전 이후로 평화가 유래없이 지속되고 있다.
그만큼 사피엔스의 욕망이 칸트가 구현하려 했던 세계평화의 질서 속에서 제어되고 있다 다행히.
여전히 포화 속에 신음하는 시리아, 쿠르드족, 팔레스타인 등에는 미안하다.
우리 한민족의 역사는 지금 기로에 서있다. 위정자들이라고 자처하는 자들 중에는 이 민족의 안위보다 정권 탈환에만 목매는 이들이 있다. 그런 민족의 역사에는 미래가 없다.
그런 욕망덩어리에 우리의 미래를 내주는 시민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
지소미아가 다시 연장되었다는 뉴스가 들린다. 언제 우리는 진정한 독립을 할 것인가?
언제 우리 깨어있는 민중의 열망이 실현이야말로 우리 한민족의 진정한 "제왕업"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